소설리스트

기적의 IT재벌-101화 (101/206)

기적의 IT 재벌 101화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이번 모터쇼는 테슬라의 신형 세단인 테슬라S의 공개와 더불어 테슬라Z 2세대의 경매가 진행되는 만큼, 입장객이 기존의 10배나 폭증했다.

입장을 기다리는 줄은 끝을 모르고 늘어졌다.

시간이 흘러도 줄어드는 속도보다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를 정도였으니. 대기하던 관람객들은 메인행사인 테슬라Z 경매 시간에 늦어질까 봐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번 모터쇼 같이 보러 갈사람?

┖기사 못 봤냐. 집에서 편하게 누워서 보면 되는 거지. 괜히 갔다가 깔려 죽는다.

┖그래도 신형 테슬라Z는 직접 보고 싶은데.

┖레이싱걸. 허벅지. 슴가. 하악하악하악.

┖경찰 아저씨 여기 변태 있어요.

-모터쇼 자체에는 별 관심 없었는데 이번에 닉스에서 이벤트 한다니까 보긴 봐야겠다.

┖무슨 이벤트?

┖테슬라Z 2세대 경매가 맞추는 이벤트. 상품은 신형 테슬라S 100대라네.

┖미쳤네. 진짜 낙찰가만 맞추면 테슬라S를 준다고?

-닉스 CEO 공식 닉스서클에 떴어. 총 100명까지 준다나 어쨌다나.

┖당첨자 없으면 근사치 찍은 사람이라도 무조건 100명은 채워 준다더라.

-확실히 잘나가는 회사는 경품 뿌리는 거도 급이 다르네. 100명이면 진짜 될 수도 있겠다.

┖아서라 닉스 서클 가입자가 8천만 명이다.

┖CNN에 뉴스에도 나온 거 같던데. 그거 때문에 닉스 서클 가입한다고 난리도 아냐. 오전에는 가입자 폭주로 대기 시간까지 생겼더라고.

-얼마에 낙찰될까? 짐작이 안 돼서 가격을 못 적겠어.

-팩트1) 넘버 1번은 플래티넘 에디션이다.

┖플래티넘 에디션이 뭐야?

┖배터리에 백금 넣었대.

┖진짜?

┖뉴스에서 본 거 같아. 백금 소재 때문에 효율이 높아져서 30번 충전하고 교환하면 된다던데.

┖배터리에 백금 넣은 거 교환하려면…… 어후 돈이 얼마야.

-팩트2) 백금 배터리 원가는 650만 달러.

┖실화냐?

┖응, 실화. 구글에 백금 배터리 치면 바로 나온다. 닉스 대표가 직접 인터뷰했던데. 백금 배터리는 효율이 98.2%, 일반 테슬라Z 모델의 배터리는 97%래.

-효율 1.2%를 올리기 위해 650만 달러짜리 배터리를 넣을 생각을 하다니. 세상엔 정말 미친놈들 천지군.

┖그나마 다행인 건 테슬라Z 전 모델의 배터리는 30,000km마다 무상으로 교환해준대.

┖다행이네.

┖누가 보면 당첨된 줄.

모터쇼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너무 많은 관람객이 행사장에 몰려들자, 사람들의 열기로 인해 실내는 온실을 방불케 했다.

관람객의 대다수는 오늘의 메인이벤트, 테슬라Z 플래티넘의 경매를 보려고 몰린 인파였다.

테슬라Z 플래티넘 에디션은 우주선 재료인 네오 카본으로 차체를 보강하고 리얼 알루미늄을 써서 공차중량을 대폭 줄였다.

덕분에 기존 2.7초였던 제로백을 1.9초까지 앞당겼으며, 최고속도는 400㎞에 달한다.

본디 5대를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상징성을 위해 단 1대만 출고했으며, 양산을 생각하지 않고 무식하게 돈을 때려 박은 탓에 이처럼 비현실적인 오버스펙 차가 완성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 그리고 그 차의 가치는?

취재 열기는 자연스럽게 뜨거워졌고 넷상의 반응도 폭발했다.

내 옆자리엔 이번 행사를 기획한 엘런이 앉아 있다.

여유 있게 주변을 둘러보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아까부터 뜨개질에 집중하고 있었다.

마음의 안정을 위한 거라는 데, 별 효과는 없어 보인다.

“대표님, 저 떨려요. 어떡하죠?”

“망칠까 봐 걱정돼요?”

“모르겠어요. 막상 남들 앞에 서려니까 너무 겁나고, 막 숨고만 싶고 그래요. 진짜 저 때문에 이번 이벤트가 망하면 어쩌죠?”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이번 이벤트는 이미 성공을 거뒀다.

기존에는 닉스 서클 가입자가 일 9천 명 수준이었다면, 오늘은 오전에만 순 가입자가 130만 명을 넘어섰다.

무려 하루 만에 140배나 폭증한 셈이다.

대부분 테슬라S를 노리고 가입한 사람들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닉스의 플랫폼은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었으니까.

“안 되겠어요. 아까 주셨던 청심환? 아무튼, 그 약 하나 더 주세요.”

“두 개는 먹으면 안 되는 거로 아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내 손에 있던 청심환을 빼앗듯 가져가 꿀떡 삼켜버린다.

“괜찮아요, 엘런?”

“안 괜찮아요. 왜 효과가 없는 거 같죠? 어떡해요, 곧 경매 시작할 텐데. 떨림이 멈추질 않아요.”

거의 울먹이며 말하는 그녀의 등을 토닥여 준다.

“처음엔 다들 그렇게 시작해요.”

“거짓말, 대표님은 안 그랬잖아요.”

“제가 안 그랬는지는 어떻게 알죠?”

“그, 그게…….”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녀가 어렵사리 입을 연다.

“예전부터 대표님 발표하는 건 다 봤어요.”

“그 예전이 언젠데요.”

“그러니까…… 보스턴 개발자 포럼에서 잡스를 대신해서 발표했을 때요. 저, 그 자리에 있었어요.”

“흠? 이상하네요. 이런 미인이라면 내가 기억을 못 할 리가 없는데.”

“아, 앗…….”

엘런은 당황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부채질했다가를 반복하며 부산을 떨어댄다. 그러다 내가 톡 건드리니 소스라치게 놀란다.

“긴장은 좀 풀렸어요?”

“예? 아, 그런 거 같아요. 좀 덜 떨리네요. 대표님, 고맙습니다.”

“뭐든 처음이 힘든 법이에요. 눈 감고 딱 한 번만 저지르면 그다음부터는 누워서 떡 먹기랍니다.”

“그렇군요. 어? 그런데 떡이라면 쫀득쫀득한 한국식 케이크 아닌가요? 그걸 누워서 먹으면 목이 막힐 거 같은데요.”

듣고 보니 그렇네?

누워서 떡 먹는 게 왜 쉬운 일을 뜻하는 걸까? 한국 사람인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

-잠시 후, 메인 스테이션에서 테슬라Z 플래티넘의 경매가 진행되겠습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장내가 소란스러워진다.

대부분이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구경꾼이었지만, 테슬라S 이벤트 덕분인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열기가 느껴진다.

“대표님, 가보겠습니다.”

그녀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모습이다.

“잘할 필요는 없으니까, 살아만 돌아와요.”

“옙. 힘낼게요!”

내가 주먹을 쥔 파이팅 자세를 취해주자, 그녀는 똑같이 흉내 내곤 스테이션으로 들어간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자, 난 방송이 잘 보이는 VIP 객석으로 이동했다.

이번 경매는 닉스서클에서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며, 백금 배터리가 탑재된 테슬라Z 플래티넘 1대. S클래스 배터리가 탑재된 일반 테슬라Z 5대가 순서대로 등장한다.

경매에 참여한 사람은 총 19명.

1억이라는 위탁금을 건 사람만 경매에 참여할 수 있었기에 소수 정예가 됐다.

매번 행사를 직접 뛰다가 관람모드를 하려니 어쩐지 마음이 허전하다.

과연, 그녀는 잘 해낼 수 있을까?

* * *

전 세계 네티즌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인다.

이번 행사는 낙찰가만 맞출 수 있다면 1억짜리 차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닉스 서클이 뭔지도 모르던 노인들도 가입에 나섰을 정도로 광풍이 몰아쳤다.

-아…… 망했다. 시작하자마자 200만 달러가 넘었어.

┖200만은 당연히 넘지. 세계에서 딱 1대 있는 한정판인데.

┖여기 있는 사람 중에 200만 달러에 배팅한 호구 없제?

-400만 넘었고요. =)

-500만도 넘었다. 이건 미쳤어. 고작 차 한 대에 500만 달러를 쓴다고?

┖평범한 차가 아니잖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오래 달리는 그런 슈퍼카지.

-배터리값이 650만 달러라는 데 원가는 그냥 넘지 않을까?

┖그거 그냥 보여주기식 아닐까? 진짜 배터리에 650만 달러라는 게 말이 되나.

┖백금으로 만들었다는데 맞겠지.

-배팅하는 사람 중에 닉스 CEO 대리인도 있다던데. 조작이라도 하려는 거 아냐?

┖그러기엔 닉스가 잃을 게 너무 많지. 상식적으로 전 세계에서 지켜보는데 조작할 이유가 있을까?

┖인정

-1번 테이블에 앉은 저 여자가 닉스 대리인임.

┖와우, 모델인가? 외모가 미쳤어. 어이, 카메라. 왜 자꾸 다른 데를 찍는 거야. 망할 차를 보여주지 말고 그녀를 찍어! 젠장.

-인터넷에 짤방 떴다.

-사장 애인일 듯.

┖검색해보니 닉스 마케팅 팀장이래. 이번 이벤트 준비한 게 저 여자라고 나오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제정신은 아닌 게 확실하군.

┖유능한 거 아냐? 방금 뉴스 떴는데, 이번 경매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5000만 명이 넘는대. 차 100대로 이 정도 효과면 남는 장사지.

-왜 이렇게 사람이 몰렸을까? 고작 차 경매하는 방송이잖아.

-복권 추첨 방송 보는 거랑 비슷하겠지. 너도 그래서 보고 있는 거고.

┖난 레이싱걸이랑 라운드걸 보려고 보는데.

-여자가 중요한 게 아니야. 방금 1,400만 달러를 뚫었어! 이젠 내 상식으론 도저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더 놀라운 건 아직 남은 사람이 3명이라는 거지. 최소한 저 셋은 이 차가 1400만 달러의 가치를 한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경매자들을 비추던 19개의 조명 중 단 3개가 남았다.

중국계 부호인 왕챈, 중동의 왕족인 압둘 아지즈, 마지막으로 닉스의 대리인 엘런 페이지.

-압둘 아지즈의 상위 입찰로 2200만 달러가 넘어섰습니다. 과연, 가격이 얼마까지 오를 것인가? 다음 순번은 왕챈의 차례입니다. 상위 입찰하시겠습니까?

카메라가 고급스러운 정장 차림의 동양인 사내를 비춘다.

그는 전광판에 떠오른 22,000,000이라는 숫자를 확인하더니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다.

“차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를 얻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그거 하나 때문에 1억 위안을 쓰는 건 무리였다.

결국 빨간색 버튼을 누르는 왕챈.

[왕챈님이 입찰을 포기했습니다.]

조명이 하나 꺼지고, 이제 남은 조명은 2개.

두 사람의 진검 승부가 남았다.

-왕챈이 포기하고 남은 생존자는 2명. 페이지 양, 계속하시려면 2,250만 달러를 입찰해야합니다. 하시겠습니까?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이젠 완전히 안정을 되찾은 분위기다.

그녀가 녹색 버튼을 꾹 누르자, 전광판에 숫자가 갱신된다.

[엘런 페이지 : 갱신 2,250만 달러]

장내의 술렁임이 커진다.

초반부에 가격이 뛸 때는 가격 예측이 틀렸다는 탄식이 많았지만, 이제는 이 차의 가격이 얼마까지 오를지 궁금해 하는 순수한 의문이 실내를 가득 메운다.

이에 지지 않겠다는 듯 터번을 쓴 사내도 버튼을 누른다.

[압둘 아지즈 : 갱신 2,300만 달러]

[엘런 페이지 : 갱신 2,350만 달러]

[압둘 아지즈 : 갱신 2,400만 달러]

[엘런 페이지 : 갱신 2,450만 달러]

아지즈는 고민하고 버튼을 누르지만 엘런은 갱신과 동시에 버튼을 눌러버린다.

-엘런 페이지 2,450만 달러! 2,450만 달러 나왔습니다. 테슬라Z 플래티넘, 가격이 얼마까지 오를까요? 압둘 아지즈 갱신하시겠습니까?

그의 곤욕스러운 표정이 카메라에 담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가격은 현존 최고의 스포츠카인 부가티 베이런을 10대나 살 수 있는 값이기 때문이다.

-시간 5초 드리겠습니다. 5, 4, 3, 2.

그때 전광판이 다시 점멸한다.

[압둘 아지즈 : 갱신 2,700만 달러]

상대의 의지를 꺾기 위한 상위 입찰.

관람객의 환호가 섞인 함성이 장내를 가득 메운다.

“와우! 대단해! 아지즈가 승부를 걸었어.”

“이번 건 받기 힘들겠는데.”

“오우, 좀 놀 줄 아는 녀석인가?”

아지즈는 승리를 확신한 듯 손을 들어 환호성에 반응해준다.

하지만 이어서 더 큰 함성이 터져 나왔으니.

[엘런 페이지 : 갱신 3,000만 달러]

모든 카메라가 압둘 아지즈를 비춘다.

끝내기 폭탄을 던졌는데, 상대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맞불을 놔버렸다.

아직은 여유가 있었지만 이대로는 얼마나 가격이 올라갈지 감도 안 잡히는 상황.

그는 질렸다는 듯 두 손을 들더니 빨간 버튼을 누른다.

[압둘 아지즈님이 입찰을 포기했습니다.]

[엘런 페이지님이 테슬라Z 플래티넘 에디션을 3,000만 달러에 최종 낙찰!]

함성 소리에 스테이션이 떠나갈 정도다.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차 한 대가 3000만 달러에 낙찰될 지 말이다.

진행자도 당황했는지 한참 뒤에나 마이크를 다잡는다.

-테슬라Z 플래티넘 에디션의 주인공이 등장했습니다! 엘런 페이지 양은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무대에 오른 엘런은 특수 제작한 백금 차키를 받아 든다. 그녀는 긴장했다기보다 후련하다는 표정이었다.

“페이지 양, 이번 경매에는 닉스의 대리인으로 참가 하셨는데요.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까?”

“정말이지 짜릿한 경험이었어요.”

“보는 이들에게도 짜릿한 경매 결과였습니다. 3,000만 달러라니. 혹시 예상하셨나요?”

“저도 금액이 이리 커질지 몰랐어요.”

“그렇군요. 질문을 바꿔서, 이번 경매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는데요, 승리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음…… 경매에 쓴 돈이 제 돈이 아니었다는 거?”

그녀의 솔직한 고백에 진행자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말이다.

“현실적인 답변이군요. 자, 다음 질문으로 테슬라Z 플래티넘은 닉스가 매입하는 거죠?”

“아뇨, 순수 100% 대표님 개인 재산이에요.”

놀랍다는 듯 한껏 오버한 진행자가 마이크를 가까이 가져 댔다.

“그럼 닉스의 대표인 대니얼 강이 3,000만 달러 입찰을 지시했다는 건가요?”

“아뇨, 따로 금액을 지시하진 않으셨어요. 그냥 제게 일임한다고만 했죠.”

“헛, 독단적인 판단으로 3,000만 달러를 입찰했다?”

“저 이번 일로 평생을 무급으로 일해야 할지도 몰라요.”

“이런 맙소사.”

심각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엘런이 싱긋 웃으며 답했기에 다들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오래 달리고, 가장 비싼 차를 손에 넣은 엘런 페이지.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예, 사실 그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라왔어요.”

진행자가 한 발 물러나주자, 모든 조명이 그녀를 집중해서 비춘다.

“어…… 음. 처음부터 닉스와 테슬라는 경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한 상탭니다. 낙찰가가 3,000만 달러나 될 줄은 몰랐지만요. 그리고 세간에 떠도는 양 사의 불화설은 사실이 아님을 이 자리에서 밝힙니다.”

엘런은 잠시 마이크를 떼고 심호흡을 한 뒤 말을 잇는다.

“마지막으로 닉스와 테슬라는 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위해…… 공동으로 볼보 인수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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