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IT 재벌 85화
-테슬라 모터스, 신기술 ‘스왑 스테이션’ 발표!
-전기차의 충전시간이 사라진다? 혁명적인 기술 스왑 스테이션 발표로 테슬라와 관련주 폭등!
-세단형 전기차 테슬라S의 항속거리 800㎞로 확정! 관련 업계 충격.
-테슬라의 야심작 테슬라Z 2세대 출격.
-제로백 2.7초. 항속거리 2000㎞를 자랑하는 테슬라Z 2세대 기네스북 등재. 시운전 영상 최초공개 임박.
신문의 경제란은 테슬라와 스왑 스테이션, 신형 테슬라Z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특히 테슬라Z 2세대는 평소 전기차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도 항속거리 2000㎞라는 스펙 때문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언론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전기차의 장밋빛 미래에 대해서 떠들어댔고.
그 때문에 내연 기관차는 당장 종말이라도 맞을 듯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닉스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전기차 보급에 역량을 집중할 것.”
-배터리 독점 공급 예정인 닉스 에너지. 워렌 버핏, 레드스톤, JP모건에 52억 달러 투자 유치 성공.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4배나 용량이 큰 신소재 배터리 리튬 에어 배터리 발표. 테슬라Z 2세대 모델에 탑재.
-기존 이차 전지 업체 주가 폭락. 테슬라 투자 유치설이 돌던 파나소닉 직격탄 맞아.
닉스에 대한 언급도 드문드문 있었지만 주로 신소재 배터리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대중성이 부족한 닉스보다 항속거리가 2000㎞인 스포츠카가 더 화제성이 있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달랐다.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단가는 더 싸고, 용량이 큰 배터리의 탄생은 기존 전기차와 모바일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였으니, 모든 관심은 닉스 에너지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전화선을 뽑아 뒀다.
배터리 관련 문의와 투자 전화가 빗발쳐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저기, 보스.”
브릭이 꾸물꾸물 대표실 안으로 들어온다.
“예, 브릭. 무슨 일이에요?”
“제게 자꾸 전화가 걸려오네요. 보스를 한 번만 연결해 달라고요.”
“저를 직접 연결해 달라는 거 보니, 닉스 챗 때문이 아니라 이번 배터리 문제겠군요.”
“맞아요. 투자사 쪽은 적당히 말로 해결하는데 포드나 GM 같은 완성차 업체 쪽은 아주 막무가내예요. 제 지인들을 통해서 전화시키는데 서로 난처해서 죽겠습니다.”
자동차 업계로선 이번 배터리의 효율이나 생산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거다.
언론에서 떠들어 대는 꼴을 보면, 당장이라도 하이브리드 차의 개발을 중지하고 전기차로 방향을 틀어야 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난 책상에 턱을 괸 채로 말했다.
“앞으로 배터리 관련해서는 한국 공장으로 돌려 버리세요.”
“그들은 보스를 직접 만나고 싶어 하는 거 같던데요.”
“상대도 제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만나 줄 거 같지 않으니 브릭에게 다리를 놔 달라는 거겠죠.”
“후, 역시 그렇겠죠?”
난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 달 초에나 배터리 쪽 정식 발표가 있을 테니, 그때를 기다리라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브릭이 대표실을 빠져나간다.
습관적으로 커피를 입에 가져 댄다.
미지근하게 식어서 향이 다 날아간 뒤였기에, 혀만 가져다 대고 다시 내려놓는다.
“자동차 업계는 이리 나올 줄 예상했는데, 배터리 업계가 이상하게 잠잠하단 말이지.”
머리를 팡팡 돌리려면 더 많은 카페인이 필요했다.
인터폰을 톡 누르곤 말했다.
“차 준비해주세요.”
* * *
빡빡한 도심을 요리조리 빠져 나가던 머슬카가 멈춰선 곳은 호텔 앞이었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가 잘 보이는 최고급 호텔이다.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조수석에 탔던 엘런이 당황해서 말을 쏟아 낸다.
“저, 저, 저기. 대표님? 여긴 호텔인 거 같은데…….”
“호텔이 아닌 거 같은 게 아니라 호텔 맞습니다.”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진 그녀가 떠듬떠듬 입을 연다.
“아니. 그러니까. 호텔은 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내려요.”
“예?”
“여기서 발렛 시키고 걸어가야 하니까 내리시라고요. 시가지에 들어가면 주차할 데가 없잖아요.”
그녀는 급히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죄송해요. 저 혼자 지레짐작해서.”
“아닙니다. 미리 말을 하고 왔어야 불필요한 오해가 없었을 텐데, 제가 부주의했죠.”
오해라는 말에 힘을 줘서 말하자, 엘런은 부끄러움과 억울함이 반반 섞인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선다.
차 키를 직원에게 던져주고 시가지를 걷는다.
이곳은 샌프란시스코의 중심지 중의 중심지였기에 도로는 미어터진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걷는 도중, 제로를 써서 드라이버를 호출하는 사람이 드문드문 보인다.
확실히 실리콘밸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샌프란시스코였기에 테크 쪽은 빨리 받아들이는 거 같다.
사람을 구경하며 거리를 걷다 보니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 닉스 빌딩 1층에 있던 카페와 이름이 같네요? 카페 닉스. 대표님이 운영하는 건가요?”
“아뇨. 제 누나가 운영합니다. 여긴 이번에 새로 입점 한 21호 점이라던가? 22호 점이었나?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와~ 대표님 누나분도 능력자인가 봐요. 체인이 스무 개나 넘는 카페를 운영하시는 거 보면요.”
능력자?
누나가 카페 체인을 하게 된 계기는 로버트 최가 운영하던 카페 루루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지점이 6개나 되는 카페 루루의 인수 목적은 지역 상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 인줄 알았으나, 카페 루루에서 일하던 한인 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위해서였다.
인수 의도가 아마추어 같았기에 카페 운영은 당연히 개판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선지 누나가 운영하는 카페는 승승장구하며 매출이 천장을 뚫을 지경이었고, 이어서 20개가 넘는 직영점이 들어서게 됐다.
누나 말로는 직원들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못 믿겠다.
카페 종업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과 매출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단 말인가? 그냥 어쩌다 보니 맞아 떨어진 거겠지.
딸랑딸랑.
안으로 들어서자 귀여운 고양이 머리띠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 준다.
“어서 오세요. 카페 닉스입니다.”
“카페 닉스입니다.”
직원의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나와 엘런의 휴대폰이 울어 댄다.
-반갑습니다, 강현우 님. 카페 닉스 25호점에서 행운의 룰렛 1회를 얻으셨습니다!
이건 닉스에서 베타 테스트 중인 ‘닉스 팟’ 서비스다.
휴대폰의 위치 정보를 추적해서 특정 지점에 도달하면 메시지를 보내주는 형식인데, 지금처럼 프로모션 용도로 쓸 수 있게 개발 중이다.
“아자! 전 치즈 베이글 교환권 나왔어요!”
엘런은 벌써 룰렛을 돌렸나 보다.
“대표님은 돌리셨어요?”
“아뇨. 딱히 돌릴 필요가 있을까요.”
“에이, 그래도 테스트 겸 한 번 돌려보세요.”
왠지 찜찜한 느낌이 들었지만, 룰렛을 돌린다.
드르르르륵- 턱.
[당첨! 카페 닉스 상품권 1,000,000달러.]
내 이럴 줄 알았다.
휴대폰 화면을 훔쳐보던 엘런이 호들갑을 떨어댄다.
“대표님, 100만 달러짜리 상품권이래요. 100만 달러 당첨요!”
“이거 닉스 소프트 직원들이 장난친 겁니다. 제 휴대폰 번호를 아니까 일부러 집어넣은, 일종의 이스터 에그죠. 상식적으로 100만 달러 커피 상품권을 주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내 장담컨대 상품권 바코드가 찍히지도 않을 거다.
“하긴 그렇죠. 엣? 그럼 제 베이글 교환권도 가짜예요?”
“글쎄요. 그건 저기 오는 사람에게 묻는 게 빠를 거 같습니다.”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정복 차림의 여성.
카페 닉스의 대표 등장이시다.
“누나 오랜만이네.”
“오랜만인 거 알면 연락 좀 자주 해. 근처에 살면서 이렇게 얼굴 보기 힘들어서 되겠어?”
“신혼이라 방해될까 봐 그랬지.”
“얘도 참. 못하는 말이 없어. 그런데 옆에 있는 예쁜 아가씨는 누구야?”
엘런은 한국어를 못 알아들었지만, 눈치로 고개를 꾸벅 숙인다.
“안녕하세요. 닉스 이노베이션의 재무팀인 엘런 페이지입니다.”
“반가워요, 페이지. 저는 대니얼의 누나예요. 혹시 배우나 모델? 너무 예쁘다. 인형 같아요.”
“아, 아뇨. 그런 거 아니고 평범한 회사원이에요.”
누나는 미국물을 먹어서 그런지 영어가 부쩍 늘었다. 발음도 확실히 좋아졌고 말이다.
“오오, 현우. 설마 그거야?”
“그게 뭔데.”
“그거 있잖아, 그거. 모른 척하기는.”
짓궂은 표정으로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누나.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분위기 보니까 단순히 회사 직원 정도가 아닌 거 같던데.”
“강현경 씨, 넘겨짚지 마시고요. 그보다 매형은 어디 있어? 먼저 와 있는다던데.”
“준오 씨는 3층에 있어. 거긴 아직 인테리어가 덜 돼서 막아뒀거든. 일 이야기하기 딱 좋으니까 어서 올라 가봐.”
간단히 커피를 주문하고 계단을 오른다.
카페의 2층도 이미 만석이다. 분위기를 보니 3층을 오픈해도 무난하게 꽉 채울 거 같다.
누나의 카페는 이상하게 인기가 많다.
뭔가 특별한 포인트라도 있는 걸까? 언제 시간이 나면 분석이라도 한 번 해봐야겠다.
3층에 오르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 현우야. 여기다.”
환한 표정의 매형이 손짓한다.
3층 내부는 치장이 덜 됐다 뿐이지. 내장 공사는 다 끝난 상태였다.
“페이지 양도 어서 와요. 자, 앉으시죠.”
“고맙습니다.”
의자까지 빼 주는 매너남 매형. 저런 사람이 있으니 나 같은 일반 남자까지 욕을 먹는 거다.
“여긴 또 언제 오픈했대요. 25호 점이던데.”
“며칠 안 됐어. 요즘 여는 곳마다 장사가 잘돼서 동시다발적으로 오픈 중이야.”
“매형이 힘 좀 써주나 보죠?”
매형은 손을 내젓는다.
“무슨 소리야. 내가 그럴 시간이라도 있겠냐? 난 매장 계약까지만 봐주고 운영은 전부 현경 씨가 한다고.”
“누나 혼자 이렇게 성장시켰다고요?”
“어, 나도 처음엔 깜짝 놀랐다니까.”
실실 웃던 매형은 커피에 설탕을 2개 집어넣고 휘휘 돌려댄다.
“아무래도 백화점 서비스 방식을 가져왔나 봐.”
“백화점?”
“현경 씨가 백화점에서 오래 일했잖아. 그러니 그쪽으로 맞춰서 직원교육을 하는 거 같더라. 손님들은 VIP를 모시는 서비스에 감동하고, 직원들은 급여가 높으니 더 친절해지는 선순환이 일어나지.”
“고작, 그걸로 이렇게 흥한단 말이에요?”
“솔직히 말하자면 닉스 팟 서비스도 영향이 없잖아 있겠지만.”
“뭐, 잘 되면 좋은 거죠.”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매형이 눈을 빛낸다.
“현우야, 의외로 현경 씨가 야심가야. 체인을 한국까지 늘릴 계획이더라고.”
“한국은 어지간한 인지도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 텐데요. 조금만 흥한다 싶으면 대기업이 다 빼먹잖아요.”
“그러니까 미국에서 브랜드 인지도 쌓고 들어가는 거지. 스타벅스처럼.”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국내 커피 산업은 앞으로 8조까지 성장하는 빅 마켓이니까. 다만,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탠데 비집고 들어가는 게 가능할까?
매형은 내가 뭐라 답하기 전에 설명을 이어간다.
“이번에 테스트 중인 닉스 팟, 이거 물건이더라. 손님 재방문율이 80%가 넘어. 스마트폰 보급이 빠른 국내나 일본 쪽에 빨리 들어가면 아주 승산이 없는 것도 아냐.”
“따로 제 돈 드는 것도 아니니 알아서 하라 하세요.”
“네가 지원해 주는 거 아니었어? 현경 씨는 그런 식으로 말하던데.”
본점과 카페 루루 6개 점 인수 때는 내가 돈을 대줬지만, 그 후로는 신경을 끊어 버렸다.
아마도 이후에 직영점 설립 자금은 매형 주머니에서 나왔을 거다.
매장을 10개 넘게 폭발적으로 늘렸으니, 지금쯤이면 매형의 주머니도 빈털터리일 게 뻔했다.
“이번에 닉스 상장하잖아요. 그럼 누나나 매형은 돈방석에 앉을 텐데, 제가 뭐 하러 돈을 대줍니까?”
“상장해봐야 고작 5% 가지고 있는데 그걸로 한국 진출은 무리야.”
난 의뭉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엘런을 쳐다본다.
“엘런, 닉스 주식 5%면 한국에 커피숍 몇 개나 세울 거 같아요?”
그녀는 갑자기 화살이 돌아왔지만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말을 받았다.
“보유 중인 주식이 닉스B인가요?”
“닉스A, 닉스B, 닉스C 전부 5%씩 들고 있을 거예요. 맞지 현우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엘런이 계산을 시작한다.
“확정된 주가는 아니지만, 투자자들에게 지정했던 21달러로 가정하고 계산하겠습니다.”
그녀는 잽싸게 휴대폰을 꺼내 두드린다.
“닉스A의 주식은 총 10억3백21만 주. 단순히 10억 주에 5%로 가정하면 5천만 주. 거기에 21달러를 곱하면…….”
답은 매형 입에서 튀어나온다.
“10억 5천만 달러? 마, 맞나? 맞아, 현우야? 닉스 주식 5%가 10억 달러가 넘어?”
흥분한 매형의 눈동자가 커져 있다.
“정해진 건 없습니다. 상장 전까지 닉스의 가능성을 얼마나 보여 주냐에 따라 공모가는 달라질 테니까요.”
“역시 그렇지? 10억 달러는 무리인 거지?”
난 매형과 눈을 마주친다.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아 살짝 떨리는 눈동자다.
“10억 달러는 주당 21달러가 됐을 때 이야기니, 현 상황으로선 무리가 맞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올해 말까지 리튬 에어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가능성만 보여 준 것과 진짜 가능함을 보여 주는 건 천지 차이니까요. 연간 5만 개 정도를 양산할 수 있다면 1주당 30달러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매형은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며 생각에 잠긴다.
아마, 머릿속에선 어떻게 하면 양산을 앞당길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 꽉 차가 있을 거다.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의 천재가 어떤 답을 찾아낼까? 기대되면서도 긴장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잠시 후 매형의 입이 열린다.
“연간 5만 개나 양산하려면 방법은 하나뿐이야.”
“저도 방법은 하나뿐이라 생각합니다.”
우린 서로를 보며 음흉한 웃음을 짓는다.
“네가 먼저 말해봐.”
“그래 놓고 커닝하려는 거 아닙니까?”
“야, 인마. 사람을 뭐로 보고.”
“그럼, 스마트폰에 써서 동시에 보여 주는 건 어떻습니까?”
“그거 재미있겠네.”
우린 너나 할 거 없이 화면을 가리고 스마트폰을 두드린다.
“자, 그럼. 하나, 둘,”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