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IT 재벌 75화
우버(Uber).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는 차량 운행을 공유한다는 취지로 출범했지만,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점차 개인이 운영하는 택시 형태로 진화하게 됐다.
기존의 택시 서비스와는 달리, 앱으로 간단하게 차량을 호출할 수 있다.
그리고 도착 위치와 선호하는 차량, 결제 방식, 운전기사의 평가까지, 모든 걸 앱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사용자는 저렴한 요금과 편의성, 투명한 요금체계를 누릴 수 있었고, 운행자는 별도의 택시 라이센스 없이도 차량만 있으면 돈을 벌 수단이 생겼다.
실시간으로 운행자의 평가가 이뤄지는 것도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의 강점이다.
기존의 택시는 기사의 불친절함을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했지만 라이드 셰어링은 평가가 즉각적인 패널티로 반영됐기에 서비스 품질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우버…… 역시 그거로 군요.”
브릭의 표정이 좋지 않다.
광고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어린아이처럼 눈이 반짝이던 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에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내가 묻기 전에 브릭이 먼저 말을 이었다.
“우버는 아직 미흡한 시스템입니다. 특히 GPS 민감도나 호출 배정 이슈는 치명적이에요.”
“그래서 도로 정보 저장 업체를 추가로 인수했을 텐데요.”
“예. 맞아요. 덕분에 프로젝트의 완성도는 높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문제가 생겼어요. 시장에 우버와 완전히 같은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나타나 버렸거든요.”
뭐? 우버의 경쟁 서비스라면…… 비슷한 리프트(Lyft)?
그게 벌써 나왔던가? 아냐, 리프트는 지금으로부터 2년이나 지난 후에 나온다.
갤럭시스A가 몇 달 빨리 세상에 나올 정도로 테크 업 속도가 빨라졌다곤 해도 앱 서비스가 2년이나 이르게 나올 순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혹시?
“우버에서 있던 사람이 나갔습니까?”
“예, 맞아요. 우버의 공동 대표이사였던 에릭 트레비. 그가 우버를 나가서 창업한 라이드 셰어링 회사가 에픽카예요.”
에릭 트레비.
그 이름이 나오자 조건 반사처럼 인상이 찌푸려진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공유 경제의 활성화가 실리콘 밸리의 빛이라면, 그는 실리콘 밸리의 어둠이다.
승자 독식 사회의 폐해를 보여주는, 그런 어둠 말이다.
경쟁사의 기술을 훔치기 위해 바이러스를 심거나 산업스파이를 고용하는 건 예사였고, 직원을 매수해서 경쟁사의 파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거기다 그의 개인사 역시 추문이 끊이질 않았는데.
직원에 대한 갑질, 폭언은 기본이고 성추행 사건에도 연루되어 회사 이미지를 깎아내렸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창업주라는 것 하나 때문에 매년 수천억의 연봉을 챙기고 있었으니.
참다못한 우버의 주주들은 트레비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시켜 버린다.
주주들에 의해 쫓겨난 창업주.
여기까지만 보면 에릭 트레비는 합당한 처벌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해임당한 지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중견급 투자회사의 CEO 자리를 꿰차게 된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악행을 저질러도 성공만 하면 그만이라는 롤모델로서 정착하게 된 것이다.
어? 잠깐. 본래라면 에릭 트레비는 공동 창업자인 로이 존슨을 밀어내고 우버를 혼자 경영하게 될 텐데. 내가 우버를 인수하면서 미래가 바뀐 건가?
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지금 우버를 누가 관리하고 있죠?”
“로이 존슨입니다. 최근에 그를 만났는데, 에릭 트레비를 따르던 직원들 대부분이 퇴직해서 운영이 힘들다고 하더군요.”
역시 바뀌었구나.
차라리 잘 됐다. 미래의 짐덩이가 스스로 나가준 꼴이니까.
내겐 닉스 챗이라는 걸출한 무기가 있다.
여기에 광고까지 퍼부으면 그가 만든 회사는 모래성처럼 무너지리라.
* * *
스칼릿이 개발한 멀티 플랫폼 닉스 챗은 모든 기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타 플랫폼 기기들의 성능이 그에 받쳐주지 못했다.
멀티 닉스 챗은 어쩔 수 없이 무거운 기능과 불필요한 애니메이션 따위를 제거한 후 ‘닉스 챗 Lite’라는 이름으로 런칭에 들어갔다.
닉스 챗 Lite는 기존의 애플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모바일OS를 지원했기에 사용자 숫자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우리는 여세를 몰아 애드온 기능의 출시를 서둘렀다.
닉스 챗 애드온의 첫 타자는 닉스 서클이 차지했다.
이미 두 서비스의 연동은 기존에도 진행 중이었기에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 하나로 만족해야 했다.
두 번째론 SG컴즈에서 개발한 쌍방향 미디어 플랫폼인 마우스TV가 들어섰다.
마우스TV를 제작·운영하는 SG컴즈는 모회사인 SG텔레콤을 등에 업고 멜온과 로엠 엔터를 통해 유명 연예인들을 1인 방송에 출연시켰다.
평소 만날 수 없던 유명인의 개인방송은 물론이고 실시간 소통이나 후원까지 가능하다는 점과 더불어 이 모든 것이 모바일로도 가능했으니, 마우스TV는 실패하려야 실패할 수가 없는 서비스였다.
이후 들어온 애드온 서비스는 전 세계 호텔과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는 ‘호텔 스캐너’였다.
기존에 서비스 중이던 업체를 통째로 인수했기에 서비스 운영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었지만, 예매 금액에 10%를 닉스 캐시로 적립해 주는 프로모션 덕분인지 한때는 사용자가 몰려 예매 서버가 먹통이 될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들어선 애드온은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인 ‘닉스 제로’였다.
운영의 유연함을 위해, 기존의 우버를 닉스 소프트 산하로 합병했다.
사무실도 닉스 빌딩으로 이전시키면서 이름을 우버에서 닉스 제로로 변경시켰다.
이미 서비스 완성도는 90%가 넘었기에 우리는 시범 서비스 지역을 선정하고 차츰 사용지역을 늘려 가기로 했다.
결정된 지역은 애플폰의 보급률이 높은 뉴욕과 보스턴 일대, 마지막으로 실리콘밸리 인근과 샌프란시스코였다.
미래의 자율 주행차와 연계될 서비스인만큼, 닉스 제로는 최고의 지원과 최대의 투자를 퍼부을 생각이다.
닉스 Lite와 닉스 애드온 서비스가 시작된 후로, 인터넷상에서도 닉스는 화제의 중심이었다.
특히 실리콘 밸리의 근무자들이 모이는 익명 사이트는 매일같이 닉스라는 주제가 오르내릴 정도였다.
-닉스 챗이라는 거 왜 이렇게 버벅거리는 거야? 다들 닉스 챗을 쓰고 있길래 따라 깔긴 했는데, 미치겠다 정말.
└쓰고 있는 폰이 뭔데 그래?
└노키아X5800.
└미친, 그딴 똥 폰에도 실행되게 만든 닉스에 감사 기도라도 올리는 게 어때? 매일 아침 눈뜨면 기도해라. 꼭 해라.
└구형이라니! 어제 400불이나 주고 샀다고.
└오 맙소사 X5800을 400불이나 주고 사다니. 이번에 나올 갤럭시스S도 400불이면 사겠다.
└폰은 노키아지.
└응, 그래. 오래 써라. 평생 써라. 제발.
-이번 닉스 챗에 추가된 마우스TV 보는 사람?
└죽여주던데, Moon이 직접 게임 하면서 방송할 때, 내 채팅에 답도 해주더라. 완전 감동감동.
└닉스에서 신경 많이 썼더라. 스트리머와 닉스 서클로 연결도 시켜뒀고, 닉스 챗으로 공지도 재깍재깍 날아오게 했던데.
└조만간 이쪽은 닉스가 다 먹을 거 같다. 연계를 너무 잘 시켜뒀어. 사용자의 니즈를 너무 잘 안다고 해야 하나.
-아는 사람이 최근에 닉스로 이직했는데, 직원 복지도 최고래. 사내에 전속 마사지사와 온천이 있다던가?
└쿨하네. 나도 닉스로 이직이나 해볼까.
└아서라. 이번에 닉스 소프트 경력직 뽑는데 야후, 마이스페이스, 트위터에서 그렇게 많이 지원했단다.
└햐. 닉스가 그렇게 잘 나가는 회사였어? 일 년 전에 입사 요청 왔을 땐 그냥 깠는데. 젠장할.
└운을 걷어찼군.
-여기서, 닉스 제로 써 본 사람? 택시를 앱으로 호출하는 거라던데 써보고 싶어도 정보가 없다.
└앱은 깔끔하게 잘 만들었고 프로모션도 열심히 해대던데. 정작 드라이버가 없는 듯.
└나도 첫 3회는 무료라고 해서 써보려고 했는데 쓸 수가 없었어. 차가 와야 써보든가 하지.
└왜 하는 사람이 없지? 닉스에서 지원을 안 하는 건가?
└무료니까 호출하는 사람은 많고 드라이버는 적으니까 그렇겠지. 공짜니까 너도나도 불러댔을 거 아냐.
└흠…… 그래도 너무 호출이 안 되더라. 비슷한 앱인 에픽카는 잘만 오더라고.
└나도 에픽카나 한 번 써볼까.
└기억했다. 에픽카.
인터넷 반응을 체크하는데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얼마 전부터 시작한 닉스 제로의 드라이버 숫자는 충분했다. 아니, 서비스 품질을 위해 과할 정도로 배치했을 정도다.
그런데 왜 사용자들은 드라이버가 안 온다고 하는 걸까?
문제점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가 열렸다.
이른 시간에 회의실에 도착했는데, 그땐 이미 모두가 도착한 뒤였다.
닉스 소프트의 브릭과 스칼릿은 물론이고 이번에 닉스와 합쳐진 닉스 제로의 로이 존슨까지 앉아 있었다.
내가 방에 들어서자, 브릭이 말을 건넨다.
“어? 보스, 빨리 오셨네요.”
“천천히 오려고 했는데. 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어서 말이죠.”
“일단 앉으세요.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소개를 깜빡했네. 이쪽은 우버의 공동 대표였고 지금은 닉스 제로 팀의 팀장인 로이 존슨입니다.”
후덕한 인상과 멋진 콧수염을 지닌 중년인이 손을 내민다. 손등에는 곱슬곱슬한 털이 수북하게 자라 있었다.
“로이 존슨입니다.”
“반갑습니다, 존슨. 저는 닉스의 대표 대니얼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슈퍼루키. 아니지, 이제는 루키가 아니라 슈퍼스타 이려나요?”
“빛나는 건 제가 아니라 닉스가 될 겁니다.”
“후후, 그거 좋은 말이군요.”
인사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회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갑자기 긴급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닉스 제로 서비스 때문입니다.”
존슨이 움찔한다. 시작부터 자신이 담당하는 파트가 언급됐기 때문이다.
“존슨, 닉스 제로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오늘로 3주 차에 접어드네요. 뭔가 문제점은 없습니까?”
“문제점이 있긴 하죠. 파격적인 프로모션 덕분에 콜이 너무 많이 들어옵니다. 지금으로선 드라이버들이 너무 부족한 상태죠.”
그가 말한 파격적 프로모션이란. 닉스 제로 서비스의 요금을 3회까지 면제해 주는 제도였다.
물론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 면제요금 상한선을 걸어뒀다.
“좋습니다. 단순히 드라이버가 부족하다면 우리도 당근을 더 준비하는 수밖에요. 브릭, 준비해둔 방법이 있다면서요?”
브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냈다.
“시범 서비스 기간에는 주유비 전액 닉스에서 지급하도록 하는 건 어떤가요?”
파격적인 제안에 존슨이 깜짝 놀란다.
“주유비 전액요? 그건 부담이 너무 클 텐데요.”
“역시 무리려나요. 보스 생각은 어때요?”
다시 대화의 중심이 내게로 넘어왔다.
“돈은 나중에 다시 채워 넣으면 그만이지만, 한 번 깎인 이미지를 복구하는 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보스라면 그럴 줄 알았어요.”
“이참에 주유비뿐만 아니라, 아예 항공 크레딧을 뿌려버리죠.”
“항공 크레딧이면 얼마 전 런칭한 호텔 스캐너에서 쓰는 닉스 캐시 말이죠?”
“예, 맞습니다. 닉스 제로의 드라이버들과 사용자에게 지급하면 호텔 스캐너도 덩달아 홍보가 되겠죠. 캐치프레이즈도 바로 나오네요. 닉스 제로타고 해외여행 가자, 어떻습니까?”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스칼릿이 손을 들었다.
“나는 찬성. 왠지 재미있을 거 같아.”
“저도 보스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남은 한 사람에게로 시선이 몰린다.
너무 빠른 회의 진행에 당황한 존슨이 헛웃음을 흘려댄다.
“허허,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거란 소리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존슨, 찬성하십니까?”
“저야 지원사격 해주겠다는데 당연히 감사하게 받아야죠.”
“좋습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서…….”
회의를 다시 진행하려는 데, 존슨이 손을 든다.
“아, 잠시만요. 제가 한 가지 빼먹은 게 있는데 말이죠.”
“말씀하시죠.”
“드라이버들에게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닉스 제로 서비스를 하면서 불만 사항이 뭔지 말이죠.”
흥미로운 주제에 모두의 관심이 쏠린다. 존슨은 준비해온 서류철을 펼치며 말을 이었다.
“첫 번째는 아무래도 수입이겠죠. 아직 닉스 제로의 활성화가 안 된 터라 시간당 수입이 기대 이하라더군요.”
“음? 아깐 분명 콜이 너무 많아서 드라이버가 부족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 문제가 이번에 나옵니다. 두 번째로 많이 나온 불만 사항은 데드 콜이거든요. 승객을 태우려고 지점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네요. 그 때문에 승객도 패널티를 부과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닉스 제로는 이제 막 시작한 서비스다.
사용자 확보를 위해 프로모션을 부어도 모자랄 판에 패널티를 먹이는 건 독이 될 공산이 크다.
이건 신중히 접근해야 했다.
승객이 실수했는데 다짜고짜 패널티를 줘버리면 경쟁사 서비스로 넘어갈 공산이 크니까. 어? 잠깐. 경쟁사?
닉스 제로의 경쟁사는 에픽카, 다른 의미로 유명한 트레버가 설립한 업체다.
이거, 설마?
정황만으로 의심하는 건 무리수지만, 그는 이미 동종의 전과가 있지 않은가.
“스칼릿, 데드 콜이 발생한 위치 정보랑 기기 데이터 좀 뽑아줄 수 있어요?”
“물론, 연계된 닉스 ID만 대조하면 어디서 뭐 하는 사람인지도 알 수 있어. 그런데 갑자기 왜?”
“냄새가 나서요. 심하게 썩어 터진 냄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