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IT재벌-74화 (74/206)

기적의 IT 재벌 74화

애플OS가 아니라 다른 모바일OS에서 돌아가는 닉스 챗?

물론 개발 지시는 했었다. 애플OS를 제외한 모바일OS에서도 닉스 챗의 구동은 필수적이었으니까.

하지만 기껏해야 안드로이드OS에서만 구동되는 닉스 챗을 만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물이 나오다니.

내가 해답을 바라는 눈빛을 보내자, 브릭은 실실 웃어대며 입을 열었다.

“사실, 편법을 좀 썼죠. 기존에 쓰던 닉스 챗 게스트를 조금 응용했다고 할까요.”

“닉스 챗 게스트? 그거 웹 기반으로 돌아가는 거잖습니까.”

“맞죠. 웹 기반이기에 문제가 어마어마했죠. 그래서 채팅방에 들어가는 기능만 구현했었고요.”

“그런데 어떻게……?”

“이게 다 보스가 닉스를 유명하게 만들어서 그래요.”

“예?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브릭은 신이 난 듯 핸들을 훅훅 꺾어댄다.

“떠오르는 스타트업 1위. 성장 포텐셜 기업 6위. 2009년도 기업 성장률 3위. 이 모든 게 닉스가 받은 성적표예요. 그러니 인재가 물밀 듯 몰려오더라고요. 닉스 설립 초기에는 개발자가 없어서 보스가 직접 설명회까지 했었는데 말이죠.”

인테리어를 끝내지도 못해 사무실 1층에 간이 의자를 배치하고 했던 닉스 챗 설명회.

그로부터 벌써 1년이 지났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가끔은 이 사람이 왜 입사 신청을 했지? 라고 놀랄 만한 사람도 찾아오더라고요. 애플,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트위터. 그야말로 쟁쟁한 곳에서 이직 요청이 들어왔어요. 하나 같이 닉스의 비전을 보고 왔다나 뭐라나.”

“그럼 새로 뽑은 직원들이 일을 낸 건가요?”

“아뇨. 이번에도 개발을 성공시킨 건 스칼릿이예요.”

“예?”

닉스 소프트의 개발 쪽은 스칼릿의 원맨팀이다.

그녀를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했고, 지금까지는 만족스럽게 결과물이 나왔다. 하지만 그녀가 또?

“프라이드 덩어리인 스칼릿은 새롭게 유입된 개발자들에게 질 수 없다고 생각했나 봐요. 거의 한 달을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하더니 만들어 낸 게, 닉스 챗 1주년 에디션이죠.”

스칼릿과의 첫 만남이 떠오른다.

습하고 퀴퀴한 지하실에서 늘어진 후드티를 입고 일하던 그녀의 모습.

내가 스카우트 요청을 했는데 소가 닭 보듯 쳐다봤었지. 역시 천재들은 괴팍하다는 말이 맞나 보다.

* * *

닉스 챗 개발 비화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사무실에 도착해 버렸다.

닉스 소프트는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3층짜리 정겨운 건물을 쓰고 있다.

본디 30명이었던 닉스 소프트 임직원은 현재 120명까지 늘어났고, 덕분에 회의실 겸 복지관으로 쓰던 3층까지 사무실로 개조해야만 했다.

처음에 사무실을 임대할 땐, 너무 크지 않겠냐는 걱정도 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나 보다.

건물 입구서 감상에 젖어 있는 차에, 갑자기 문이 열린다.

“대니얼?”

화제의 인물, 스칼릿이었다.

어깨가 다 드러나는 진홍색 프릴 드레스에 강렬한 와인색 립스틱이 인상적이다.

마치, 무도회장에 온 장미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이에요, 스칼릿.”

“여기서 뭐 하고 있어, 빨리 들어와. 다들 기다린다고.”

내 손목을 잡고 끌고 들어가는 그녀. 브릭만큼은 아니지만 이쪽도 힘이 장사다.

가만 보니 그녀는 아이에게 선물을 준비한 아빠 같은 표정이었다.

“혹시 닉스 챗 1주년 에디션 보여주려고 하시는 겁니까?”

“어? 어떻게 알았어?”

“오면서 브릭이 다 말해줬죠. 기능이랑 어떻게 개발했는지까지, 전부 다요.”

“젠장! 내가 보여준다고 그렇게 말해놨었는데. 브릭, 이 녀석 오기만 해봐라.”

그게 뭐 그리 분한지, 그녀는 바닥을 발로 쿵쿵 굴러댄다.

평소 씩씩하던 스칼릿이 저러는 걸 보면 좀 귀엽다는 느낌이다.

“아 참, 일전에 디자인 배우겠다는 거. 완전히 포기 한 거예요?”

“디자인? 아, 그거. 포기야. 깔끔하게 포기.”

그녀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어 댔다.

“처음엔 대니얼에게 배우면 금방 따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 갭이 너무 커.”

“갭?”

“그러니까…… 지금 디자이너라고 하는 나부랭이들이랑 대니얼이라 격차가 너무 크다고. 현직에 있는 사람들도 못 따라가는데 현업에서 손을 떼버린 내가 어떻게 따라가겠어. 그래서 디자인은 포기하고 내가 잘하는 개발에 매진하려고.”

“그래도 좀 아까운데요. 저는 스칼릿이 디자인에도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녀는 눈을 게슴츠레 뜨곤 날 쳐다본다.

“대니얼, 너 바람둥이지?”

“예? 갑자기 그게 무슨…….”

“흐음? 살살 꼬시는 스킬이 너무 능숙한데. 나 방금 살짝 설렜을 정도야.”

엥? 어디서 그런 뉘앙스를 느낀 거지? 난 있는 그대로를 말했을 뿐인데.

“전혀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만.”

“알고 있어. 진짜 바람둥이들은 무의식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거든. 그래서 더 무서운 법이지.”

쿡쿡 웃은 그녀는 내 가슴팍을 톡 치고 돌아선다. 프릴 드레스가 꽃처럼 부풀어 오른다.

“좀 이따 봐, 바람둥이 씨.”

* * *

사무실 내부는 파티장처럼 꾸며져 있었다.

닉스 소프트 1주년 기념행사 겸, 새로운 버전의 닉스 챗 개발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장이었다.

실내로 들어서자, 몇몇 직원이 아는 체를 해온다.

그들은 대부분이 초기 멤버였지만 이제 막 입사한 직원들도 섞여 있었다.

내가 실질적인 운영에 관여하진 않아서인지 날 어려워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잠시 후, 실내의 음악이 꺼진다.

단상에는 브릭이 올랐다.

간단한 인사말과 회사 연혁을 이야기하는데, 고작 1년 된 회사에 연혁이라는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그 역시 멋쩍게 웃더니 마이크를 치켜든다.

[자, 그럼. 닉스의 진정한 실세. 대니얼 강이 무대에 서겠습니다!]

갑자기 공이 내게로 넘어온다.

“뭐? 나? 내가 왜?”

빠져 나가기엔 이미 늦었다. 몇몇 직원들이 날 강제로 단상에 올려 버렸으니까.

마이크를 넘겨주고 내려가는 브릭이 나직이 속삭인다.

“보스, 예전의 복수입니다. 흐흐.”

아. 생각났다. 1년 전, 닉스 챗 설명회 때. 내가 브릭을 예고도 없이 단상에 올려 버렸었지.

하지만 그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난 천상 무대체질이거든.

[여러분 반갑습니다. 닉스 소프트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대니얼 강입니다. 갑자기 마이크를 잡게 돼서 좀 당황스럽네요. 그냥 내려가기도 뭐 하니, 여러분께 좋은 소식 하나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좋은 소식이라는 말이 나오자 직원들이 시선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닉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입니다. 현재까진 닉스 챗과 닉스 서클이 그 역할을 해왔습니다만. 올해는 그 영역을 실생활로 확대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리송하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난 서론을 길게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

이런 발표에선 청중이 듣고 싶어 하는 주제를 꺼내는 게 최고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새로운 프로젝트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겠지요. 전 최고 500명까지 직원이 늘어날 거로 예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보금자리가 필요하겠죠.]

단상에 따로 프로젝터가 없었기에 닉스 챗을 이용하기로 했다.

직원 모두가 속해 있는 단체 채팅방에 사진을 전송한다.

“이 빌딩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오! 맙소사.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빌딩이야! 우리 여기서 일하게 되는 거야?”

“와우. 실내 시설 끝내주는데. 짐(gym)에 수영장, 클라이밍 스테이지, 푸드바, 카페, 레스토랑. 이건…… 목욕탕인가? 엥? 여기서 마사지도 해주나 봐.”

목욕탕과 마사지라는 건 한국식 사우나였다. 묵은 피로를 풀기엔 사우나만 한 게 없었으니 말이다.

입이 떡 벌어지는 사진을 본 직원들 눈이 반짝반짝해진다.

시내와는 한참 떨어진 3층짜리 사무실에 100여 명이 복작거리며 지내다가, 중심가의 번듯한 빌딩으로 이사한다니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 이건 랜더링 이미지가 아닌 실제 사진입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는 분?]

잔뜩 흥분한 남자 직원 한 명이 소리친다.

“이미 완성됐다는 이야기 같은데요.”

[맞습니다. 사진에서 봤던 빌딩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랜드코어 빌딩입니다. 이제부터는 닉스 빌딩으로 이름이 바뀌겠지만요.]

“그럼 이사는 언제쯤 하는 건가요?”

[언제냐고요? 뭐하고 있으세요? 지금 당장 짐을 싸세요. 우린 내일 새로운 사무실에서, 새로운 닉스 챗을 런칭할 겁니다.]

직원들의 환호성이 들린다.

단상 아래로 내려서자 브릭이 주둥이가 나와서 다가온다.

“아니. 새로운 사무실 이전은 제가 발표하기로 했잖습니까.”

“그러니까 마음을 곱게 썼어야죠.”

나와 브릭은 사무실을 빠져 나와 이사예정인 빌딩으로 향했다.

가칭 닉스 빌딩의 사무실은 완벽하게 단장되어 직원들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우린 사무실을 한 번 훑어보고선 1층에 자리 잡은 카페로 향했다.

“반갑습니다, 카페 린입니다.”

귀여운 옷차림에 고양이 머리띠를 한 카운터 직원이 우릴 맞아준다.

저 고양이 모습은 닉스의 마스코트, 에디였다.

누나가 저 마스코트를 너무 쓰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었는데.

직원들에게 저걸 채워서 근무시킬 줄이야. 너무 귀엽잖아.

난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말했다.

“다락을 쓰고 싶은데요.”

“다락요?”

직원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자 옆에 있던 토끼 귀 머리띠를 한 직원이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복장이 바니걸처럼 노출이 심한 건 아니었지만, 묘하게 색기가 흘러 나온다.

저 포인트 화장과 망사 토시 때문인 듯하다.

“실례지만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닉스에서 왔습니다.”

“알겠습니다. 따라오시죠.”

카페 2층에서 창고처럼 생긴 문을 통과하자, 또 한 번 올라가는 계단이 나타난다.

위로 걸어 오르자, 진짜 다락방이 나타났다.

원목으로 된 가구와 골동품들이 가지런히 디스플레이 돼 있고, 바닥엔 고풍스러운 양탄자가.

천장엔 주광색 LED가 분위기를 더하고 있었다.

“음료는 인터폰으로 주문하시면 됩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토끼 직원이 내려가자 브릭이 질문을 쏟아낸다.

“보스, 여기 뭐죠? 뭔데 이런 곳이 있는 거예요?”

“조용히 이야기할 곳을 만들어서 달랬더니, 이런 식으로 만들어 뒀더군요.”

“누가요?”

“이 카페 주인장이요.”

“그럼 저 바니걸은…….”

브릭이 더 질문을 해대기 전에 화제를 전환했다.

“브릭, 그보다 일전에 이야기했던 애드온 기능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아, 그거요.”

그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샘플 샷을 보여준다.

“기능적으로는 구현이 끝났죠. 여기 페이지를 넘기면 애드온 기능이 뜨게 돼 있어요. 어…… 그런데 어떤 기능을 넣으려는 거죠?”

“걱정하지 마세요. 광고 같은 걸 넣을 생각은 없으니까요. 우리에게 필수적인 앱, 그러니까 닉스 챗을 쓰면서, 연계해서 쓸 수 있는. 그런 킬러 앱만 넣을 겁니다.”

“그럼 닉스 서클은 무조건 들어가겠네요.”

“그렇게 되겠죠.”

소셜 미디어인 닉스 서클은 한국과 일본, 홍콩, 독일, 호주 등지에서는 성과를 보였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라는 터줏대감이 지키고 있는 북미의 성적은 저조했다.

“이번 닉스 챗 1주년을 광고하면서 닉스 서클도 같이 밀어줄 생각입니다.”

“오, 드디어 우리 회사도 광고라는 걸 해보는군요. 어떤 방식으로 진행예정이죠? 광고 규모는요?”

난 미소 지으며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린다.

“백만 달러? 그쯤이면 야후의 메인 페이지에는 오랫동안 걸어 줄 수 있겠네요. 아니지, 종이 매체를 이용하는 편이 나으려나요?”

“백만 달러가 아니라 1억 달러를 투입할 겁니다. 이번 1분기에만 말이죠.”

1분기에 1억 달러라는 말에, 브릭의 입이 떡 벌어진다. 지금이라면 내 주먹도 들어갈 거 같다.

“방금 한 말…… 진심이에요?”

“물론 진심입니다. 저는 올해를 승부처로 보고 있어요.”

분기에 1억 달러면 어지간한 대기업보다 많은 광고비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는 먼저 깃발을 꽂는 쪽이 모든 걸 먹는 특수한 시장이다.

그걸 생각하면 애플폰보다 비교적 값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는 지금 시기에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했다.

“1억 달러, 1억 달러? 1억 달러!”

흥분한 브릭이 벌떡 자리서 일어선다.

“그 정도면 골든타임에 TV 광고를 때려 박는 게 가능해요. 슈퍼볼 30초짜리 광고가 5백만 달러니 그걸 20번이나 할 수 있다고요! 호우! 호우!”

“호우 소리 그만하고 일단 앉아 봐요.”

“제가 진정할 수 있겠어요? 닉스는 지금껏 단 한 건의 광고도 하지 않다가 한 방에 1억 달러나 광고한다는데!”

브릭은 한참 동안이나 콧김을 내뿜으며 호들갑 떨어댔다.

하지만 내가 빤히 쳐다보고만 있자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는다.

“이번 프로젝트만 성공시키면 1억 달러가 아니라 10억 달러라도 광고비로 쓸 의향이 있습니다.”

“헥, 10억 달러?”

“하지만 그전에 선결 과제가 하나 있어요. 얼마 전 인수한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 업체 있죠?”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 아하, 거금을 퍼부어서 인수했다던…….”

“우버(UBER). 우린 우버를 성공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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