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IT재벌-72화 (72/206)

기적의 IT 재벌 72화

다사다난했던 2009년이 가고, 스마트폰의 역동기라 불리는 2010년이 찾아왔다.

작년이 애플폰 독주의 해였다면, 올해는 안드로이드OS를 앞세운 다양한 제조사의 스마트폰이 쏟아지는 해였다.

닉스 역시 변화를 맞이하여 도약할 준비가 한창이었다.

미국의 닉스 소프트와 IM케미컬.

한국의 닉스 코리아, 닉스 에너지, SG컴즈.

그리고 핀란드의 닉스OS까지.

일주일에 회의가 한 번씩만 잡혀도 주 6일간 회의만 해야 하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팀장급에 많은 권한을 쥐어 줬기에 사소한 일은 팀장 선에서 처리한다는 것 정도일까.

이마저 하지 않았다면 벌써 병원 신세를 졌을 거다.

* * *

오늘은 모든 일정을 미뤄버리고 공항으로 향했다.

익숙한 출국장 대신 입국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공항 방문 목적은 출국이 아니라 기다리는 쪽이었다.

잠시 후.

익숙한 느낌의 사내가 수행원들을 달고 입국장을 빠져나온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지만 날카로운 턱선과 짙은 눈썹 덕분에 누군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신용화 씨, 여깁니다.”

“오! 강 대표.”

나를 발견한 신용화가 성큼성큼 걸어온다.

“바쁘신 몸이 어쩐 일로 마중까지 나와 준 거야?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는데.”

“마중 나왔을 리가요. 신용화 씨는 보쌈의 겉절이 같은 겁니다.”

“겉절이?”

“메인이 아닌 보조죠. 주연이 아닌 조연, 메인 디쉬가 아닌 애피타이저.”

“말이라도 날 마중 나왔다고 해주면 얼마나 좋아.”

구시렁거리던 그는 선글라스를 접어 넣고 말을 이었다.

“그보다 이번 4분기 매출 봤냐?”

“SG텔레콤 거 말입니까?”

“그래, 전년보다 70%나 올랐단다. 흐흐흐, 이사 놈들의 똥 씹은 표정을 네가 봤어야 했는데.”

SG텔레콤의 4분기 실적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

4분기의 모든 프로모션을 집중한 애플폰4가 역대급 성적을 냈으니까.

거기다 애플폰4 사용자는 24개월 동안 7만 원대 요금제를 사용할 테니 당분간은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다.

“축하드립니다.”

“뭐야, 그 성의 없는 반응은?”

“성의가 없다니요. 신용화 씨의 자리가 무사해야 닉스가 SG텔레콤의 지원을 계속 받을 거 아닙니까.”

“어휴. 저, 말하는 싸가지 하곤. 나이를 한 살 더 먹었어도 바뀌는 게 없다니까.”

애플폰4의 성장세는 연초까지 이어졌다.

본래라면 연말에는 출시됐어야 할 갤럭시스A가 통신 3사 연합에 발목을 잡혀, 예정보다 한 달이나 지나서야 출시됐기 때문이다.

그들이 문제 삼은 건 당연히 모바일 메신저 앱인 ‘챗온’이었다.

만약 챗온이 그대로 출시 됐다면 통신사의 MMS 파이를 다 빼앗아 갔을 테니 선탑재 불가 조건을 내건 건 당연한 처사였다.

통신사들은 한술 더 떠서 챗온 서비스 전면 백지화를 출시 조건으로 밀어붙였다.

갤럭시스A의 재고를 50만대나 쌓아뒀던 오성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챗온 서비스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 참, 그 통신 3사 합작으로 만든다는 메신저는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말도 마라. KT와 유플러스에서 빨리 만들어 내라고 난리를 치는데. 어후, 전화가 자꾸 와서 귀찮아 죽겠다.”

“어설프게라도 만들어주지 그랬습니까.”

“우리 애들 눈칫밥 먹은 세월이 얼만데. 상황 어떻게 돌아가는지 벌써 다 알고 있더라. 저번에는 통신사별로 팀 먹고 스타 하고 있던데.”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이야기만 들었는데도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거 같아서다.

가만, SG텔레콤과 KT가 나눠서 스타 대결을 펼치면…… 이건 역시 KT가 이기려나? 아니면 전통의 SG?

난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적당히 하나 만들어주세요. 나중에 뒷말 나오면 신용화 씨만 더 피곤해집니다.”

“안 그래도 그렇게 말해뒀어. 버그 팍팍 심고 서버 터지게 신경 좀 써달라고 말이다.”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킥킥대며 웃어댔다.

말이 통신 3사 합작이지, 모바일 메신저를 뚝딱 만들 기술을 가진 건 SG컴즈를 자회사로 둔 SG텔레콤이 유일했다.

실제로 제안을 받았을 땐, KT와 유플러스도 SG컴즈가 기술이 있다고 믿어서 진행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뭐, 결과는 보다시피 시궁창이다.

엉뚱한 곳에서 갤럭시스A가 발이 묶인 동안 SG텔레콤은 애플폰4를 무지막지하게 팔아댔다.

갤럭시스A 출시 임박으로 프로모션의 약발이 시들해질 때쯤, 신용화는 갤럭시스A가 출시되면 애플폰4 프로모션을 종료한다는 공지를 내걸었다.

그 덕분에 일 4000대씩 팔리던 애플폰4가 일 12,000대까지 팔려나가는 신기록을 세울 정도였다.

내 개인적인 평가지만 통신업계에선 신용화를 대적할 자가 없어 보인다.

통신사의 프로모션과 멤버십, 요금제로 밀고 당기기를 하는 걸 보면, 그 꼼수와 사악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까.

신용화는 짐을 수행원들에게 다 떠넘기고 내 옆자리에 앉는다.

“애플폰4 누적 판매량 27만대. 갤럭시스A 누적 판매량 16만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지 누가 예상이나 했겠어?”

“전부 제 영민한 머리에서 나온 계획이죠.”

장난 섞인 말을 신용화는 진지하게 받았다.

“그래, 그건 인정한다.”

“음? 의외네요.”

“뭐가 의외야. 너를 만나고부터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한 건 사실이잖아. 그러니까, 내가 SG텔레콤의 운영을 막 맡았을 때…… 아후, 지금 생각해도 갑갑하네.”

신용화는 옛 기억이 떠올랐는지 괜히 콧잔등을 만지작거린다.

“제조사 쪽은 석호 형이 손을 써둬서 건드리지도 못했지, 내부에서는 이사들이 훼방까지 놨으니. 수평선만 보이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제게 한 다리 걸쳐 보려고 왔었습니까?”

“한 다리 걸치려는 놈이 회삿돈 5,000억을 무상으로 던져대냐?”

SG텔레콤처럼 현금에 여유 있는 기업이라 해도 5,000억은 엄청난 돈이다. 그때 당시의 신용화로선 모든 걸 걸고 내지른 도박수였겠지.

“와, 지금 생각해도 열 받네. 5,000억을 들고 갔었다고, 무려 5,000억! 그런데도 거절당한 내 기분이 어땠겠냐?”

“워워, 일단 진정하세요. 다 지난 일 아닙니까.”

“지금이야 안전띠만 꽉 매고 있으면 알아서 운전해 주니까 든든하다만, 그때 당시에는 내가 무슨 생각 했었는 줄 아냐?”

“무슨 생각 했는데요.”

“이 새끼 진짜 독종이다, 잘못하면 골수까지 빼 먹히겠다 싶더라고.”

난 대답 대신 씩 웃고 말았다.

처음엔 그를 단순히 이용만 하고 말 생각이었다.

하지만 온 힘으로 부딪혀 오는 그의 진심에 설득당해, 협력 관계를 택했던 건 돌이켜보면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

그 후의 신용화는 과감하게 세이트온과 세이월드의 사용자를 닉스에 밀어줬으며, SG텔레콤의 서버와 회선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줬다.

어디 그뿐이랴, 음악 서비스인 멜온과 로엠 엔터의 연예인 풀을 써서 닉스 챗과 닉스 서클의 홍보까지 도맡아 진행했다.

그 결과, 국내의 닉스 챗과 닉스 서클의 실사용자는 전성기 세이월드를 뛰어넘는 800만 명을 돌파하기 이른다.

만약 닉스 단독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했다면 이런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아무튼,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잘 해보자고.”

신용화가 주먹을 내민다. 난 그의 주먹을 툭 쳐내고 말했다.

“지금처럼이라뇨.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데. 부정이라도 타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이거, 말만 이쁘게 하면 얼마나 좋을꼬.”

신용화는 툴툴거렸지만, 입가엔 기분 좋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

“아 참. 그런데 누굴 기다리는 거야? 내가 애피타이저 신세라면 메인디쉬는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라도 오는 거야?”

“아뇨. 사람을 기다린다기보다, 그가 들고 올 청구서를 기다리는 겁니다.”

“웬 청구서?”

“오성전자에게 받아낼 요금이 빼곡하게 적힌 청구서죠.”

* * *

“끄응…….”

한참이나 턱을 괸 채 고뇌를 곱씹고 있는 짓고 있는 사내. 그는 오성전자의 정용재 부회장이었다.

오성전자의 신제품인 갤럭시스A는 무서운 속도로 판매 기록을 경신 중이다.

판매 2주 만에 총 30만대.

통신 3사를 합친 수량이긴 했지만, 한 달도 안 돼서 애플폰4의 판매량을 넘어섰다는 건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본디 계획했던 애플폰4 죽이기에 실패한 만큼, 6월에 출시가 잡혀 있는 신형 애플폰이 등장하면 또 한 번 위기를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SG텔레콤을 손봤어야 했는데.’

SG텔레콤이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 때, 경쟁사에 신제품을 밀어준다는 작전은 무위로 돌아갔다.

SG텔레콤이 무리하면서까지 갤럭시스A의 물량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까지만 해도 성공이었다.

본디 예상대로라면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한 SG텔레콤이 재고를 떠안고 엄청난 손해를 보리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갤럭시스A의 출시가 늦어지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신제품 출시가 늦어진 틈을 타 SG텔레콤이 애플폰4를 무지막지하게 팔아버렸으니 말이다.

그 덕분에 SG텔레콤은 애플폰4와 갤럭시스A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게 됐다.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시기가 너무 딱딱 맞아떨어져. 설마, 처음부터 모든 걸 예상하고 진행했다는 건…….’

애플폰4의 국내 유통부터 시작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건을 예상할 정도면, 신용화가 자신보다 다섯 수 이상을 앞서 봤다는 게 된다.

‘아니지. 아니야. 미래를 보는 초능력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절대 무리지.’

정용재는 침침한 눈을 비빈다. 그러곤 얼마 전에 올라온 서류철을 꺼내 든다.

[갤럭시스S 해외 진출 보고서]

갤럭시스A의 후속작으로 준비한 갤럭시스S.

본디 국내에 먼저 출시해서 자잘한 버그를 잡은 후, 해외로 진출하려 했지만, 갤럭시스A의 국내 출시가 늦어진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어졌다.

그 때문에 3월로 계획했던 갤럭시스S도 국내 출시 시기를 미뤄, 5월에 해외와 동시 출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6월에 신형 애플폰이 출시되니 한 달이라도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었다.

사락.

오늘까지 갤럭시스S의 선주문량은 130만대다.

그중, 9할 이상인 120만대가 미국에서 발주된 물량이었다.

미국 통신사로선 799달러짜리 애플폰4를 팔아도 마진이 적었기에 차선책으로 가장 성능이 뛰어난 갤럭시스S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기회가 왔으면 물고 늘어져야지.”

정용재는 이번 갤럭시스S가 시장을 선점 할 수만 있다면, 오성이 애플을 능가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때, 인터폰이 요란스럽게 울려온다.

-부회장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오늘 약속이 있었습니까?”

-그게…… 디자인 특허에 관한 분쟁 문제로 방문하셨습니다.

“그걸 왜 내게 연락합니까. 대응팀은요?”

-이미 대응팀과 만났습니다만 처리가 안 된 모양입니다.

“후우…… 어디라고 합니까?”

-닉스라고 합니다.

정용재는 닉스라는 이름이 나오자 인상이 찌푸려졌다.

닉스는 애플에 디자인을 공급하는 회사였으니 말이다.

‘젠장, 올 줄은 알았지만 이리 빨리 올 줄이야.’

이번 갤럭시스 시리즈의 디자인이 애플폰4와 닮은 탓에 문제가 생길 걸 알고 있었다.

물론 특허를 피하고자 노력은 했지만, 단기간에 디자인을 짜내기엔 그들이 쳐둔 그물망이 너무나도 촘촘했다.

머리를 한 번 감싸 쥔 그가 입을 열었다.

“올려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초조하게 기다리길 5분 정도 지났을까?

나직이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내가 인사부터 건넨다.

“반갑습니다. 저는 닉스에서 온 박준오라고 합니다.”

“부회장 정용재입니다. 일단 앉으시죠.”

박준오는 소파에 마주 앉기가 무섭게 서류 뭉치를 꺼내 든다.

“귀사가 이번에 출시한 갤럭시스A, 그리고 출시예정인 갤럭시스S에 디자인적인…….”

“아, 잠시만요. 성격이 왜 이리 급하실까.”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긴 정용재가 말을 이었다.

“특허 문제로 오셨나 본데, 저희는 대응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 법정까지 끌고 가서 처리하실 생각이신지?”

“법정이든 뭐든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입니다.”

박준오는 책상에 올려진 정용재의 갤럭시스A를 흘긋 쳐다보더니 자신의 애플폰4를 그 옆에 가져다 놨다.

따로 떼서 봤을 땐 차이가 있어 보였지만 바로 옆에 가져다 대자. 같은 공장에서 찍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흡사한 부분이 많았다.

“이래도 상관없는 일입니까?”

“휴대폰이 다 비슷하게 생긴 거지. 이걸로 꼬투리 잡으러 왔습니까?”

계속 시치미를 떼는 모습에 박준오가 여유 있는 웃음을 머금는다.

“혹시 오성전자는 소송으로 시간을 끌겠다는 생각은 아니시겠죠?”

사실 이게 정답이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소송은 법관을 주무를 수 있는 오성이 절대적인 우위다.

해외로 소송이 번진다 한들 국제 소송은 일이 년으로 결판나는 게 아니었다.

짧아도 4년, 마음만 먹으면 10년도 끌고 갈 수 있는 게 소송전이었으니까.

수년이 지나고 결과가 나왔을 땐, 이미 갤럭시스 시리즈가 시장에 자리를 잡은 후일 것이다.

‘그때 가서 돈 몇 푼 물어주면 흐지부지 넘어가게 돼 있어.’

생각은 그렇게 했다만, 마음속 한편에 찜찜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상대방의 여유 있는 저 표정 때문일 거다.

정용재는 일부러 불편하다는 기색을 비치며 자리서 일어선다.

“아무튼, 저희는 닉스와 할 말 없으니까. 이만 돌아가시죠.”

“후회하실 텐데요.”

“후회? 그런 건 패자나 느끼는 감정이지.”

“부회장님은 언제까지 승자일 거로 생각합니까?”

시선을 마주한다. 그럼에도 상대는 피하지 않았다.

괘씸했다. 지금껏 자신에게 저런 시선을 보내온 사람이 몇이나 됐던가?

보안팀을 부르려는 차에, 박준오가 일어선다.

“부회장님, 다음에도 승자의 얼굴로 마주하길 기대합니다.”

“다시 볼일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문 앞에서 멈춰 선 그가 고개만 돌려서 한 마디를 툭 던진다.

“아 참. 오성은 미국 쪽에서 아직 연락을 못 받으셨나 보죠?”

“미국?”

되물었지만 그는 답을 내놓지 않고 나가버린 뒤였다.

혼자 남게 된 정용재는 인상을 찌푸린다.

“갑자기 뭔 미국 타령이야. 괜히 나가면서 헛소리는…… 아, 잠깐!”

급히 마우스를 움직인다.

새롭게 도착한 메일이 2통.

하나는 버라이즌, 다른 하나는 AT&T에서 온 메일이다.

하필이면 미국 통신사에서 온 메일이 2개라니.

불안했다. 불안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입술을 질끈 깨물며 메일을 열어 본다.

반갑습니다, 오성전자.

귀사에서 발주한 갤럭시스S의 디자인 특허 문제가 제기되어, 저희 버라이즌은 정확한 내용을 증명받길 원합니다.

만약 이번 이슈가 정리되지 않는다면 귀사에서 발주한 갤럭시스S 40만 대를 전량 취소하는…… (중략)

급히 AT&T에서 온 메일도 연다.

문체만 다를 뿐 내용은 복사라도 한 듯 같았다.

“이, 이게 무슨…….”

머리가 갑자기 핑 돌아 다리가 휘청거린다.

닉스에서 사람이 찾아온 타이밍으로 볼 때, 그들이 미국 내에서 무슨 수를 쓴 게 분명했다.

비틀거리며 의자에 앉은 정용재가 인터폰을 집어 든다.

-보안팀입니다.

“아까 올렸던 사람 가려고 하면 잡아두세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 말 못 들었어? 아까 내 방에서 나간 놈 빨리 잡으란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