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IT 재벌 51화
U&F에너지의 전 사장인 멜븐이 등장한다.
하얗게 센 머리에 임산부처럼 튀어나온 배는, 보는 내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수행원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차에서 내린 그는, 다짜고짜 건물 쪽으로 소리부터 내질렀다.
“빨리 나와라! 뭣들 하는 거야!”
노인네가 목소리 하난 우렁차다.
잠시 후 건물에서 무자파와 외국인 연구원들이 튀어나온다.
“냉큼 나오지 않고 뭘 이리 미적거려?”
멜븐의 말에 찍소리도 못한 채 눈치를 보는 사내들.
U&F에너지가 파산했으니 고용 관계가 끊겼을 텐데도 그들은 고양이 앞에 생쥐처럼 굴었다.
“설비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면 재깍 재깍 보고 해야 할 거 아냐. 돈 받기 싫은 게야?”
“아, 아니다. 무자파 돈 받아야 한다.”
“똑바로 해. 알았어?”
멜븐은 쥐고 있던 지팡이로 무자파의 머리를 툭툭 쳐댄다.
당연히 줘야 할 급여를 가지고 큰소리를 떵떵 치는 꼴이라니.
너무 역겨워서 더 못 봐줄 정도다.
난 차에서 나와 일부러 문을 쾅 닫아 시선을 끈다.
“당신이 이 설비의 주인인 멜븐입니까?”
“넌 뭐야?”
멜븐은 턱을 치켜들며 날 쳐다본다.
이 새파란 동양인 놈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라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날 무자파의 지인 정도로 생각하나 보다.
“제가 설비를 사겠다고 연락한, 대니얼 강입니다.”
“당신이?”
그는 쭈글쭈글한 얼굴을 더 찌푸리며 나를 다시 훑는다.
위에서 아래로 훑던 그의 시선이 내 시계에 잠시 멈췄고, 순간 그의 눈이 초승달처럼 휜다.
“이거, 귀하신 분이셨군요. 무례를 용서하시길.”
멜븐은 턱을 치켜들 땐 언제고, 지금은 고개까지 살짝 숙여댄다.
태세 전환이 너무 빨라, 소름 끼칠 정도다.
“멜븐 씨. 설비를 살펴볼 수 있겠습니까? 저는 구동 여부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물론입니다. 자, 안으로 드시죠.”
멜븐이 어딘가 연락을 넣고.
일 분 정도가 지나자, 전기가 끊긴 공장에 불이 환하게 켜진다.
“저희 배터리 기술은 독보적입니다. 차세대 기술인데 시기를 잘 못 탔다고나 할까요.”
“그렇군요.”
시기를 잘 못 타긴 했지.
한 10년만 더 죽 쑤고 있었으면 상용화됐을 테니까. 퉤.
설비는 먼지가 뽀얗게 쌓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문제없이 작동했다,
그만큼 무자파와 직원들이 잘 보존했다는 소리다.
물론, 멜븐은 노골적으로 무자파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따라오지도 못하게 했다.
“자, 어떻습니까? 보여 드릴 건 다 보여드린 거 같습니다만. 혹시, 더 보고 싶은 게 있습니까?”
멜븐은 공장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숨을 헐떡인다.
그가 숨이 넘어가면 안 됐기에 난 고개를 끄덕여준다.
“이쯤이면 됐습니다. 작동 여부는 흡족하군요.”
“하하, 그렇지요? 제가 특별히 관리했습니다.”
뭐라 쏘아주고 싶었지만, 꾹 속으로 삭인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아, 혹시나 해서 말인데. 배터리 생산에 관한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대신, 비용이 좀 필요한데 말이죠.”
“그건 문제없습니다. 저희가 설비도 설비지만 기술 쪽이 더 시급했으니까요. 추가로 80만 달러 정도면 되겠습니까?”
80만 달러라는 말에 멜븐은 어금니에 금색이 드러날 정도로 미소 짓는다.
“기술 건은 제가 따로 보관해둔 게 있습니다. 그걸 통째로 넘겨드리죠.”
“오! 다행이군요. 이거, 멜븐 씨 덕분에 살았습니다.”
“우린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겠군요. 그럼, 서류를 준비해서 내일 만나도록 할까요?”
“아닙니다. 이미 제 전담 변호사를 호출했습니다. 지금쯤 거의 도착했을 겁니다.”
“벌써 말입니까?”
“한시라도 빨리 일을 진행하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려서 서둘렀습니다. 혹시, 매각에 다른 준비가 더 필요하십니까?”
순간 멜븐의 표정에 비웃음이 서렸지만, 그건 얼굴을 뚫어지게 관찰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의 찰나였다.
그는 다시 환한 얼굴 가면을 뒤집어쓰고 말했다.
“허허허, 전혀 문제없습니다. 저야 대금만 잘 전달받으면 그만이니까요.”
“역시, 듣던 대로 성격이 화통하시군요.”
“과찬의 말씀입니다. 그럼, 전 그때까지 차에 돌아가 있겠습니다.”
난 뒤뚱거리며 차로 향하는 그를 붙잡는다.
“아, 잠깐만요. 멜븐 씨,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
“예. 말씀하시죠.”
“배터리의 판매 실적 같은 건 있습니까?”
“실적?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설비를 파는 데 갑자기 웬 실적을 따지냐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이쪽 설비를 보니 포장한 흔적이 있던데, 어딘가로 판매했던 거 아닙니까? 아무래도 판매까지 진행한 설비라면 저도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거 같은데요.”
“판매 실적은 있지만, 따로 정리해둔 건 없습니다.”
“음…….”
그가 떨떠름한 표정을 하자, 난 재빨리 말을 붙였다.
“그럼 매뉴얼이라도 있으면 좋겠군요. 기술자를 데려다 쓴다 해도 처음 구동하면 헤맬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희 직원들이 가지고 있을 겁니다. 당장 찾아보라고 시키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잠시 후 뵙도록 하죠.”
엉망인 건물이었지만 집무실은 말끔했다.
외국인 직원들이 테이블과 간이 의자를 급히 구해와 배치하자, 제법 그럴싸한 자리가 마련됐다.
멜븐은 저만의 전용 의자를 가져왔다.
그가 간이 의자에 앉았으면 의자가 폭삭 무너지는 꼴을 볼 수 있었는데, 아까운 일이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네 명의 사람.
나와 멜븐, 변호사는 자리에 앉았고 멜븐의 수행원은 그의 뒤에 서서 자리를 지켰다.
“젊음은 정말 부럽습니다. 제가 딱 그 나이만 됐어도 사업을 의욕적으로 진행했을 텐데, 정말 안타깝군요.”
“멜븐 씨는 지금도 다른 사업체를 운영 중이지 않습니까?”
“사업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잡부들 풀어주고 커미션을 조금 챙기는 수준이라고 할까요. 요즘 젊은 것들은 돈을 너무 밝혀대는 터라, 딱히 제가 남는 몫이 없습니다.”
젊음은 돈으로 살 수 없음을 알지만, 젊은이는 헐값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노인네.
정말이지, 최악 중에서도 최악이다.
변호사는 대화가 끝나길 기다렸는지, 말이 끊기자마자 서류를 꺼내 들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반갑습니다. 전 IM케미컬의 전담 변호사인 류 샤오펑입니다. 시간 관계상 계약서는 표준 계약서를 준비했으며, 지금 이 시각부터 차후 법적 분쟁을 막고자 모든 대화 내용을 녹음하겠습니다. 이의 있습니까?”
“없습니다.”
“나도 없소.”
변호사는 나와 멜븐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좋습니다. 먼저 서류를 나눠 드리겠습니다.”
각자 앞에 빼곡하게 글자가 채워진 서류가 놓인다.
“U&F에너지의 소유였던 건물을 제외한, 모든 유·무형의 자산을 닉스 이노베이션이 170만 달러에 인수한다는 계약서입니다. 천천히 훑어보시고 서명하시면 됩니다.”
“음…… 어? 잠깐. 닉스? 닉스라면 최근 닉스 챗과 닉스 서클을 만든 회사 아니요?”
그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맞습니다. 제가 그 닉스의 대표입니다.”
“오, 이런. 여기서 IT계에 떠오르는 신성을 보게 될 줄이야. 내가 엄청난 분을 몰라 뵀군요.”
실실 웃으며 말하고 있지만, 그의 눈동자는 탐욕에 번들거리고 있었다.
“저,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이번 인수 자금을 현찰 대신 닉스의 지분을 받을 수 있을까요?”
“멜븐 씨,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어허. 이거, 오해는 말고 들어요. 사실, U&F에너지는 파산한 게 아니라 아직 청산이 진행 중입니다. 이번 거래로 대부분이 닉스에 넘어가겠지만, 노하우만은 제게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지속해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윈-윈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닉스의 지분으로 고리를 연결해두면 서로 좋고 좋은 거지요. 시작인 닉스도 현금이 나가는 거보다 이쪽이 좋을 테고요.”
혀에 기름칠이라도 한 듯 청산유수로 말을 뱉어댄다. 나로선 장황한 개소리를 끝까지 들어주는 게 곤욕일 뿐이었지만.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닉스 지분의 가치가 엄청 뛸 거 같으니까, 지분을 대신 달라는 거다.
이젠 촌 동네에 늙은 개까지 닉스에 눈독을 들인다.
난 속으로 쌍욕을 퍼붓고 있었지만, 얼굴만은 미소로 답해줬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완벽하게 자리 잡을 때까진 멜븐 씨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요.”
“역시, 사업가 재능이 있는 분이니까 이해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멜븐의 입꼬리가 귀까지 걸리기 직전이다.
“하지만 말이죠.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이번 설비 매각 건은 여기 남아 있는 전 U&F에너지의 직원들 급여를 청산하기 위한 거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돈을 닉스의 지분으로 드리면……. 이거, 멜븐 씨가 곤란하지 않을까 해서요.”
“그거야 제 선에서 처리 가능합니다.”
“예? 체불 임금 지불 능력이 안 돼서 설비 판매 대금을 직원들에게 약속하신 거 아니었습니까?”
“아, 그게 그러니까…….”
입술을 씰룩이던 멜븐은 갑자기 거구의 몸을 한 번 들썩거리며 말을 잇는다.
“어차피 그 녀석들은 정상적으로 채용된 거도 아닙니다. 서류상 아무것도 아닌 유령이나 마찬가지죠. 그 말은 즉 제가 그들에게 남은 임금을 줘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겁니다.”
“예? 그럼 왜 그들보고 여기를 지키라고 한 건지.”
“뭐, 심부름 값 정도는 떼 줄 생각입니다. 그 정도만 받아도 감지덕지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의 웃음이 끝나기 전.
닫혀 있던 문이 빡! 소리와 함께 열린다.
아니, 문이 열렸다기보다, 아주 경첩이 뜯어져 나간 수준이었다.
“멜븐. 멜븐! 이 닭대가리 새끼!”
문 안으로 무자파, 메이, 그 외 직원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너, 너희들. 무슨 짓이냐!”
당황한 멜븐은 몸을 일으키려다 의자 채로 벌러덩 넘어진다.
쯧쯧,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 문밖에서 듣고 있는 게 당연하지. 돈만 밝히는 멍청한 늙은이라고.
“돈 준다고 약속해서. 우리 설비 지켰다. 왜 거짓말 했냐?”
“이익…… 이 미개한 놈들이. 뭐 하는 게야? 빨리 저놈들 쫓아내지 못해?”
멜븐을 부축하려던 수행원이 위협적으로 소리 지른다.
“물러나! 더 움직이면 재미없어!”
하지만 무자파는 꼭지가 돌았는지, 다짜고짜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그때, 수행원이 가슴팍에서 권총을 꺼내 든다.
아무리 명중률이 형편없는 권총이라 해도 이 정도 거리라면 못 맞추기가 힘든 상황.
탕!
소음기를 채운 권총이었지만 총성은 귀를 울릴 정도다.
총알은 천장을 갈랐지만, 모두의 움직임을 멈추긴 충분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 찰나의 순간 동안, 수행원은 변호사인 류 샤오펑에게 제압당한 상태였다.
“이, 이익…….”
“움직이지 마라. 뼈를 부수긴 싫으니까.”
감정이 배제된 듯한 서늘한 목소리.
사실, 그는 변호사가 아니라 내가 호출한 SPI 요원이었다.
멜븐은 여전히 의자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엎어져 있었는데, 그런 그에게 무자파가 성큼성큼 다가간다.
멜븐은 자신의 비대한 엉덩이가 끼인 탓에 의자와 함께 뒤뚱거리며 구르는 게 고작이었다.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거 같은 분위기다.
난 흥분한 무자파를 가로막는다.
“무자파. 폭력은 안 됩니다.”
“비켜라. 나 고향에 못 간다. 오늘 영감 죽이고 나도 죽는다.”
나를 밀치고 가려는 그를 다시 붙잡는다.
“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합니까? 아무도 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놔라. 나 각서 받았다. 그래서 믿었다.”
무자파는 분함에 사무쳐 눈이 시뻘겋게 충혈돼 있었다.
“오늘 결판낸다. 멜븐, 죽일 거다.”
“잠깐만요. 제가 저 영감의 돈을 대신 받아서 드리죠. 그러니 일단 진정하세요.”
“크흡……. 놔라. 놔!”
“무자파! 보세요. 저 영감은 이미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탭니다. 지금 그를 때려죽인다고 해서 뭐가 된단말입니까?”
“으으……. 으으…….”
악문 이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온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좋습니다. 릴렉스. 릴렉스.”
몸부림치던 무자파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터져 나온다.
지금까지 버텨왔던 설움과 또 속을 걸 알면서도 믿었던 자신의 우매함을 원망하는, 그런 눈물이다.
숙연해진 실내.
누군가 그를 위로해야 할 거 같았지만, 아무도 그러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일 뿐이다.
난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킨다.
“후우, 좋습니다. 이제 우리끼리 결판을 지어 볼까요.”
난 아직도 낑낑거리고 있는 멜븐에게 다가간다. 그러곤 그의 손목을 억지로 비틀어 지장을 찍었다.
“무, 무슨 짓이냐?”
“당신에게 에스프레소 같은 쓴맛을 보여줄 계약서죠.”
“뭐?”
계약서는 정상적인 내용이었다. 그래, 정상적인 내용이라서 문제지.
“딱 한 시간 정도 U&F에너지를 조사했는데, 파면 팔수록 구린 게 나오더라고요. 특히 고용 문제는 범죄자 집단이라고 해도 믿겠던데요?”
“고용 문제는 이미 깔끔하게 처리해서 먼지도 안 나올걸? 그런 거로 날 걸고넘어지겠다고? 우습군. 아주 우스워. 크하하하.”
“지금 녹음 중이라는 거. 잊으셨습니까?”
억지로 웃던 멜븐의 얼굴이 순간 딱딱해진다.
하지만 그도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다. 금세 표정을 풀고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녹취? 이거만으로 증거가 될 거 같아? 게다가 변호사를 사서 돈 몇 푼 물어주면 끝이라고.”
“뭐, 이건 곁다리일 뿐이고. 진짜는 이겁니다.”
엎어져 있는 멜븐의 눈앞에 배터리를 들이댄다. 그건 U&F에너지서 만든 리튬 에어 배터리였다.
“여기저기에 많이도 팔아먹으셨더라고요. 그것도 리튬 에어 배터리를 리튬 이온 배터리로 속여서 말이죠.”
“이게, 뭐? 어쨌다고?”
“방금 지장을 찍은 계약서도 리튬 이온 배터리로 돼 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 줄 아세요?”
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자 너무 기분이 좋아, 절로 볼이 실룩거렸다.
“제가 방금, 당신에게 사기를 당한 겁니다. 무려 170만 달러짜리 사기요! 와우! 대단하죠? 물론, 입금하는 돈은 계약금인 100달러밖에 안 되겠지만. 흐흐흐.”
“너, 너, 너…….”
“이제 당신을 사기죄로 처넣을 모든 조건이 달성됐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당신이 배터리를 팔아먹었던, 모든 곳에 연락해 공동으로 소송을 걸 생각입니다.”
이젠 그의 표정에 여유 따윈 사라진 지 오래다. 얼굴색마저 잿빛으로 물들고 있다.
“똥 밟은 셈 치고 넘어갔던 판매처에서도 공짜로 소송을 걸어준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겁니다. 공돈이 생긴다는데,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바로 위임장에 도장을 찍어 줄걸요? 어떻습니까?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지요?”
그는 마지막으로 악을 써 보지만. 의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어쩌겠는가, 자신의 큰 엉덩이를 탓할 수밖에.
난 그의 머리통을 붙잡고 얼굴을 마주한다.
그러곤 이를 꽉 물고 말을 이었다.
“멜븐, 안전에 민감한 배터리를 속여서 팔았으니, 단순히 돈만 토한다고 끝나지 않을 거다. 기대해도 좋아. 너를 위해 최고의 변호사를 준비해 둘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