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IT재벌-46화 (46/206)

기적의 IT 재벌 46화

2009년 7월 8일.

신형 애플폰이 세계에 공개됐다.

애플 내부에선 본디 애플폰3G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하고 성능만 업그레이드시킨, 애플폰3GS를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잡스의 진두지휘로 급히 디자인 변경이 이뤄졌고, 설계까지 뜯어고치면서 애플폰4가 만들어졌다.

새로운 기능과 막강한 성능, 거기에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은 대중들을 열광시키기 충분했다.

애플폰4는 출시 3일 만에 200만대가 팔려 나가는 신기록을 수립했으며, 애플 스토어에 늘어진 줄은 연일 뉴스거리가 될 정도였다.

“어? 우리 동생이 집엔 웬일이야?”

“당분간은 집에 못 올 거 같아서 들렸어.”

누나는 내 말을 듣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말한다.

“언제는 자주 들린 거처럼 말한다.”

“들리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

“노력은 무슨. 아무튼, 조금만 기다려. 밥이라도 해줄 테니까.”

“됐어.”

피로에 쩔은 몸을 간신히 일으켜 창문 너머를 바라본다.

탁 트인 바다와 도심지가 절반씩 보이는 최고의 뷰.

마린 시티에서 몇 안 되는 초고층 아파트였기에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휴우-”

풍경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한숨이 흘러 나온다.

보증금 2억에 다달이 600만 원씩 월세를 내면서 백화점 판매원으로 일하러 가는 건 세상에서 우리 누나가 유일할 거다.

이곳으로 이사 전. 그러니까, 오피스텔에 살 때부터 누나를 그만두게 하려고 설득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강 씨 가문 장녀의 고집은 말로 꺾을 수준이 아니었다.

결국, 실력행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한 번은 누나 매장에 찾아가 근처의 명품 가방을 싹 쓸어서 텍을 떼고, 동료 직원들에게 뿌려 버렸다.

그날을 기점으로 직원들이 누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대부분 부러워하는 시선이었지만, 저렇게 돈 많은 동생을 두고 왜 일을 나오냐는 비아냥도 함께였다.

누나는 그걸 못 버티고 아동복 코너로 근무지를 옮기며 맞받아쳤다.

나 역시 칼을 뽑으면 쉽게 물러나는 법이 없었다.

이번은 아동복 판매장의 옷을 싹 쓸어다가 보육원에 기부하길 여러 차례 반복했다.

점주로선 입이 귀에 걸릴 일이지만, 직원인 누나는 충격을 받았는지 일을 그만두게 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누나는 비위도 약한 주제에 수산물 코너에 취직했다. 한 번만 더 이런 짓을 하면 다음은 미화원으로 간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늘 그랬듯, 백기를 드는 건 내 쪽이었다.

누나는 다시 면세점으로 출근했고 말이다. 다행이라면 그 사건 후로는 주말만 일하게 됐다는 것 정도일까.

주방이 소란스럽다.

냉장고 여닫는 소리와 쌀 씻는 소리.

누가 강고집 아니랄까 봐 시키지도 않은 요리를 하겠다고 설치고 있다.

“누나, 나 지금 서울 올라가 봐야 해.”

“그래도 집에 왔으면 밥은 먹고 가야지.”

“매형 입국하면 같이 한 번 먹기로 하고, 우선 이거부터 받아.”

난 미리 준비해 둔 선물상자를 건넨다.

“웬 거야?”

상자를 풀어헤치자, 선명한 사과 마크가 드러난다. 이달 초에 발표된 스마트폰, 애플폰4였다.

“어머. 애플폰은 한국에서 안 판다던데, 미국서 사 왔나 보네.”

“산 게 아니라 선물 받았어. 수고했다고 잡스가 직접 전해주더라.”

“스티븐 잡스? 그 애플의 사장?”

IT 쪽에 지식이 옅은 누나도 그 이름을 알다니. 잡스가 유명하긴 한가 보다.

“누나가 아는 그 사람 맞아.”

“그 사람이 네게 왜 이런 선물을 줘?”

“내가 이번 애플폰4 디자인에 참여했거든.”

날 빤히 쳐다보며 눈을 껌뻑거리는 누나.

믿기 힘들겠지,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코흘리개 동생이었으니까.

“못 믿겠으면 폰을 꺼내 보던가.”

누나는 의심 반, 호기심 반이 섞인 표정으로 박스를 열어본다.

“우와! 이뻐. 휴대폰이 장식품처럼 생겼어. 이거 진짜 작동하는 걸까? 현우야 전원 버튼이 어디 있어?”

“그보다 얼른 뒤판부터 봐봐. 거기 숫자 보이지?”

그곳엔 [NO. 0001]이라는 숫자가 표기돼 있었다.

“1번? 이게 왜?”

“그거 초기 생산품 한정으로 1000대만 표시해둔 거야. 한정판 마케팅이지.”

“아하, 맞아. 이거 사려고 일주일 전부터 줄 서 있다는 뉴스를 본 거 같아. 엥? 그런데 1번이면 이거 엄청 귀한 거 같은데…….”

“잡스가 선물한 거라니까. 특별히 1번으로 골라서 주더라고.”

“자, 잠깐. 한정판에 1번이면 엄청나게 비쌀 텐데.”

“미개봉으로 몇 년 만 묵혀서 경매에 올리면 억은 받지 않을까?”

“히잇!”

누나는 허둥지둥 휴대폰을 재포장한다. 그 모습은 아끼는 도토리를 땅에 묻으려는 다람쥐 같았다.

“이미 늦었어. 내가 개봉해서 전파 인증 받고 개통까지 마쳤으니까.”

“야! 이런 걸 뜯으면 어떡해!”

“누나.”

난 누나의 양어깨를 붙잡고 시선을 마주한다.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랐는지, 누나는 말을 더듬거렸다.

“가, 갑자기 왜 정색하고 그래.”

“진지하게 들어줘.”

누나는 갑자기 얘가 왜 이러나,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이 애플폰4의 디자인을 내가 했어. 그 대가로 애플폰4의 매출 1%는 내가 먹기로 했고. 이게 무슨 뜻인 줄 알아?”

“내가 휴대폰은 잘 몰라서…….”

“그럼 내가 찬찬히 설명해줄게. 이번 애플폰4는 3000만대 이상이 팔릴 거야. 대당 700달러라고 쳐도, 내게 떨어지는 돈은 최소 2억 달러 이상이야.”

설명할 땐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2억 달러라는 말이 나오자 목소리가 커지는 누나.

“뭐, 뭐라고? 2억?”

“2억이 아니라 2억 달러. 한화로 바꾸면 2600억이야. 이게 얼마나 큰돈인 줄 알아?”

누나는 격하게 고개를 도리질 친다.

“부산의 신축 아파트 1000개를 분양받을 수 있는 돈이야. 누나가 다니는 백화점으로 계산하면 5층까진 살 수 있겠네.”

이젠 충격이 컸는지 멍한 표정으로 입만 붕어처럼 벙긋거리고 있다.

“그러니 제발, 백화점 출근하지 말고 누나가 하고픈 일을 해. 이젠 준오 형이랑 여행도 좀 다니고, 남들 다 하는 네일이나 마사지 샵이라도 다니면서 편하게 살아. 그게 싫으면 운동을 배워 보는 건 어때? 누나 어릴 때 꿈이 테니스 선수였잖아.”

“혀, 현우야…… 그래도 난 일을 더…….”

“그래도는 무슨 그래도야. 누나가 궁상떠는 거, 이제 지긋지긋해.”

누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자 더 짜증이 올라온다.

“내 생각은 안 하는 거야? 동생은 돈이 이렇게 많은데 누나는 백화점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냐고!”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그대로 문밖으로 빠져 나가는데, 가슴이 먹먹하고 턱이 덜덜 떨려온다.

승강기를 기다리다 누나와 마주칠까 봐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젠장, 젠장.”

누나가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그건 10년간 가난을 짊어진 탓에 생긴 병 때문이다.

무슨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그런 마음의 병 말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이렇게밖에 못 하는 내가 정말, 정말로 싫다.

* * *

닉스 챗은 신형 애플폰 공개 전부터 300만 명의 실사용자를 확보한 상태였다.

거기에 애플폰4의 출시가 이루어지자 동시 접속자는 순간 1500만 명까지 폭증해 버렸다.

접속자의 대다수는 애플폰 사용자였지만, 게스트로 접속 중인 타 플랫폼 사용자도 무시 못 할 숫자였다.

단기간에 무려 5배의 사용자가 몰리자, 닉스 소프트는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물론 모든 게 예상 범위 내였기에 서버가 퍼지거나 서비스가 느려지는 일은 없었다.

3달간의 닉스 챗 베타 버전 구동으로 버그란 버그는 다 때려잡았고, 스트레스 테스트도 진행한 결과가 지금의 완벽한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미국의 닉스 소프트가 비상이 걸린 동안 한국의 닉스 코리아는 닉스 챗과 연계될 소셜미디어를 조용히 출시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

이 시간이면 매번 불이 꺼졌었던 닉스 코리아 사무실이지만, 오늘은 예외적으로 대낮처럼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당직을 제외한 전 직원은 9시를 기점으로 퇴근하는 게 원칙이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당장 내일이면 15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닉스 챗과 닉스 서클의 연동이 시작될 테니 말이다.

직원들이 막바지 점검에 매달려 있는 동안, 팀장급 전원은 회의실에 둘러앉아 릴레이 회의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책상 위 수북하게 쌓인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

거기다 한구석엔 다 먹은 점심과 저녁 도시락이 널브러져 있다.

“모바일에서 가끔 PC 버전으로 넘어가는 버그가 있던데, 수정됐습니까?”

내 질문에 개발 팀장인 배기수가 답한다.

“사내 테스트에서 이슈가 발생한 부분은 수정됐습니다. 다만, 다른 환경에서 동일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은 수집된 표본이 너무 적으니까요.”

“표본은 닉스 챗과 연동돼는 대로 늘어날 테니 그때 다시 점검해 주세요.”

“철저히 준비하겠습니다.”

조용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의 배기수.

그에 반해 형인 배기태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행동파 스타일이다.

그는 대화가 멈춘 틈을 타, 슬쩍 운을 띄운다.

“대표님, 다음 달부터 진짜 주 52시간 근무를 시행한다는 말이 있던데…….”

“이미, 사내 공지가 나간 거로 아는데요.”

“갑자기 근무 시간을 줄이면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요? 지금도 닉스는 동종업계에서 근무 시간이 가장 적은 거로 압니다.”

“근무 시간이 적다고 우리가 일을 못 쳐냅니까?”

내 질문에 배기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프로젝트 마감 기한까지 이토록 깔끔하게 끝나는 건 제가 이쪽 업계에 몸담고 처음 봅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프로젝트 마감 기한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

그건 마감 기한 자체를 비현실적으로 짧게 정하는 경영진의 판단 착오가 가장 크고. 더불어 윗선에서 시시때때로 프로젝트를 수정하려 들기에 무의미한 시간이 허비되기 때문이다.

닉스 서클 프로젝트는 마감 기한을 짧게 잡았으나.

그만큼 많은 인원을 배치했으며, 처음부터 완벽한 기획 위에서 움직였기에 일체의 허비되는 시간이 없었다.

그 덕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고.

“모두 잘 들으세요. 저는 늦게 퇴근하는 사람이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늦게까지 남아 있다는 건, 일을 끝내지 못할 정도로 능력이 없거나, 업무 시간에 태업했다는 뜻으로 간주하겠습니다.”

팀장들의 표정이 어둡다.

질문한 당사자인 배기태는 입을 쩍 벌리고 있을 정도다.

난 원형 테이블을 다시 둘러보고 말을 이었다.

“팀장급도 예외는 없습니다. 당직자를 제외한 전원은 퇴근 시간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사원들이었다면 일찍 퇴근할 생각에 쾌재를 불렀겠지만 팀장급으로선 부담으로 다가올 거다.

쳐낼 일은 많은데 주어진 시간은 한정시킨 거나 마찬가지니까.

“주제를 닉스 멤버십 쪽으로 넘어가죠. 서진서 씨.”

“말씀하세요, 대표님.”

기합이 바짝 들어간 대답이다.

그녀에게 투데이즈파티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어리숙함은 사라진 지 오래다.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멤버십의 사내 테스트 반응이 어떻던가요?”

“반응은 아주 좋아요. 부담스럽지도 않고 완벽하게 저희가 추구하는 형태가 됐다는 평입니다. 앞으로 멤버십 단계를 늘려가며 프리미엄 서비스를 할 여지도 있겠고요.”

닉스 멤버십은 현재까지 3가지 등급이 있다.

Guest- 닉스 챗에 초대받은 비회원 등급. 모든 기능이 제한되며, 초대를 받고 메시지 전송만 가능하다.

Silver- 닉스 챗에 가입하면 얻는 기본 등급. 닉스 챗에 대화방을 만들고 다른 게스트를 초대할 수 있다.

Gold- 사진과 이모티콘, 짧은 동영상을 전송할 수 있으며, 추후 진행될 업데이트의 우선 사용권을 가진다.

현재 Gold 등급의 승격은 막아둔 상태로, 내일부터 승격이 가능해진다.

사진 전송과 이모티콘 때문에 많은 사람이 내일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거다.

하지만 Gold등급 승격 조건을 0.99달러의 유료 결제로 공지했기에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다른 의견은 없습니까?”

“멤버십 서비스 때문에 앞으로 닉스의 다른 서비스와 연계의 포텐셜이 더 높아졌다고 봐요. 문제가 있다면…… 대표님이 결정하신 이벤트로 닉스의 전체적인 수익이 악화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미리 공지했던 Gold등급의 승격 준비는 끝마친 상태다.

다만, 한시적인 이벤트로 닉스 서클을 설치하고 가입 절차를 거치면 무료로 Gold등급 승격이 가능케 만들었다. 서진서는 그 부분을 걱정하는 것이다.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생각인가요?”

테이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본다.

둘러앉은 배기수, 마이클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배기태는 할 말이 있다는 듯 손을 번쩍 들었다.

“이벤트가 시작되면 유료결제를 택하는 사람은 적고, 대부분이 닉스 서클 가입으로 Gold 승격을 노릴 겁니다.”

“그렇겠죠. 닉스 서클 가입이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 이벤트가 끝난 시점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겁니다. 기존에 공짜로 승격한 사람들도 있는데 자신은 0.99달러를 지불해야 하니까요. 그 때문에 새롭게 진입한 사람들까지 결제를 꺼릴 수도 있고요.”

여기까지 말한 배기태가 날 슬쩍 쳐다본다. 난 계속하라는 제스처로 고개를 끄덕인다.

“저는 대표님 같은 사람이 이걸 모르고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생각 안 합니다.”

말이 좀 미묘하다. 나 같은 사람? 직원들에게 난 어떤 사람으로 비칠까?

궁금하다. 역시 물어보는 게 낫겠지.

“저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요?”

“만화에서 나오는 어둠의 흑막 같은 느낌이랄까요. 모두를 뒤에서 조정하고선, 후후, 모든 게 계획대로군. 이런 대사를 말하는 거죠.”

아, 이 녀석 애니메이션 덕후였지.

주변 시선을 느낀 배기태는 일부러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말을 이었다.

“아무튼, 대표님은 처음부터 유료로 뭔가 팔 생각이 없던 거죠. 실제 0.99달러의 결제는 보여주기식 미끼이자, 닉스 챗의 유저를 닉스 서클로 통합시키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서진서가 반발하고 나선다.

“잠깐만요. 그럼 매출이 나올 부분은 광고밖에 없잖아요? 서비스가 좋아도 이윤 창출이 안 되면 회사가 삐걱댄다고요.”

“우선 사용자를 모으고 돈은 나중에 벌면 되죠.”

“그게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 줄 알아요? 무료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운영 비용은 계속 늘어날 거예요.”

“중간에 투자를 받아도 되잖아요. 왜 자꾸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요?”

“오마이투데이때도 투자받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데. 투자란 소리가 그리 쉽게 나와요?”

언쟁으로 보이는 이 모습은 두 사람의 토론 스타일이다.

보통은 서진서가 이기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배기태도 질 생각이 없나 보다.

사실을 말하면 배기태 쪽 말이 맞다.

매달 애플에서 돈이 따박따박 들어오는데 뭐 한다고 유료 서비스를 하겠는가? 지금의 닉스는 들어오는 투자도 거절할 정도다.

물론 닉스 코리아 직원들은 그런 사실을 몰랐기에 서진서의 말도 틀린 건 아니다.

슬슬 중재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때, 사무실 전화기가 울려댄다.

두 사람은 강제로 소강 상태로 들어섰고, 중립을 지키던 배기수가 전화를 받았다.

“닉스 코리아 개발 팀장 배기수입니다. 어……. 예. 맞습니다. 아. 예예.”

배기수의 전화 받는 태도가 급히 공손해진다.

“대표님이 계시긴 하는데, 무슨 일이라고 전해드릴까요. 예? 아…….”

그는 일단 전화기를 틀어막고 날 쳐다본다.

“기수 씨, 무슨 일이에요?”

“자기가 SG텔레콤의 신용화 전무라고 하네요.”

“신용화? SG컴즈가 아니라 SG텔레콤요?”

“네, 분명히 SG텔레콤이라고.”

그 재벌 3세 놈이 무슨 일이지.

SG컴즈에서 사임하고 해외부서로 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다시 한국에 들어온 건가?

“뭐 때문에 전화했답니까.”

“그게, 저…… 닉스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싶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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