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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IT재벌-42화 (42/206)

기적의 IT 재벌 42화

스티븐 잡스가 깜짝 놀란, 무설치 모바일 메신저의 비밀. 그건 웹 기반에서 구동되는 메신저 서비스였다.

별도의 앱이나 프로그램의 설치도 필요 없다.

심비안, 윈도 모바일, 애플OS, 리눅스 따위의 플랫폼도 가리지 않는다.

그저, 웹사이트 접속만 가능하다면 자유롭게 [닉스 챗 게스트]로 초대받을 수 있다.

물론 게스트를 초대하는 기능은 오직 애플폰에 탑재될 닉스 챗에만 존재하는 고유 기능이다.

웹 기반 프로그램으론 기술적인 문제와 하드웨어의 한계로 모든 기능을 구동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니얼: 채팅방의 최초 개설은 앱에서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초대는 웹에 접속된 모든 사람이 가능케 만들었죠.]

[스티븐 잡스(Guest): 그렇군! 이렇게 만들어두면 게스트로 초대받았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앱을 쓰게 될 거야. 역시, 자네는 날 놀라게 만드는 소질이 있어.]

사실, 이게 가능하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이제 막 스마트폰 시대로 진입한 만큼, 기술적인 한계가 있을 거라 여겼으니까.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브릭과 스칼릿 콤비는 해내고 만다.

그들이 당근과 채찍으로 말이다.

[스티븐 잡스(Guest): 이 닉스 챗이라는 앱이 애플폰에 선탑재될 녀석이군.]

[대니얼: 맞습니다. 우선 이번에 완성된 베타 버전부터 앱스토어 심사에 올릴 생각입니다.]

[스티븐 잡스(Guest): 단순히 모바일 메신저를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오, 이런 맙소사. 이게 출시되면 시장을 집어삼키는 건 시간문제야. 대니얼, 이것도 자네 머릿속에서 나온 물건이겠지?]

[대니얼: 아이디어는 제게서 나왔지만, 실체로 구현한 건 저희 직원들이 수고해줬죠.]

[스티븐 잡스(Guest): 기획을 구체화할 수 있는 사람은 실리콘밸리를 뒤지면 찾을 수 있지만, 혁신적인 특이점을 구상해내는 사람을 찾는 건 전 세계를 뒤져도 찾기 힘들어.]

[대니얼: 과찬의 말씀입니다.]

[스티븐 잡스(Guest): 겸손 떨지 말게. 실리콘밸리의 천재라는 불리는 사람을 모두 만나봤으니 하는 말이야.]

[스티븐 잡스(Guest): 정말 후회되는군. 그때 자네를 강제로라도 입사시켰어야 했는데…… 아무튼, 앱스토어에 베타 버전이 올라오면 선탑재에 필요한 절차를 밟겠네.]

[대니얼: 옙.]

[스티븐 잡스(Guest):결과는 다음 주나 나올 거야. 그때 다시 연락하도록 하지.]

[스티븐 잡스(Guest)님이 퇴장했습니다.]

* * *

닉스 챗 베타 버전의 시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앱은 앱스토어 심사에 들어갔고 그동안 닉스 소프트의 전 직원들은 4달 만에 휴가를 떠났다.

두둑한 보너스와 함께하는 휴가는 그 무엇보다 달콤하게 느껴질 것이다.

한국의 닉스 직원들은 그날의 시연이 자극제가 됐는지, 닉스 서클의 개발에 더 박차를 가했다.

특히 얌전한 성격이던 서윤서가 적극적으로 팀원들을 푸쉬하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에서 스칼릿이 겹쳐 보일 정도였다.

평소처럼 출근과 동시에 배기수 팀장의 보고가 이어진다.

“개발 상황은 순탄합니다. 이대로라면 6월 중순 무렵으로 예상된 신형 애플폰보다 더 빨리 베타 버전이 나올 듯합니다.”

“닉스 챗과 연동 문제는 잘 해결됐나요?”

“개발자 모드에서 발생한 연동 버그는 잡았습니다만……. 실사용자가 몰리면 어떨지는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닉스 챗의 베타 버전에서 최대한 버그를 쳐내야 한다. 애플폰에 선탑재된 후로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니까.

“바쁜 건 알지만 닉스 코리아도 닉스 챗 테스트에 최대한 협조해 주세요. 인력이 필요하면 인턴을 더 뽑아서 충당하시고요.”

“대표님, 그건 좀…….”

배기수가 난처한 듯 말을 흐린다.

“왜요? 인턴 구하기가 힘듭니까?”

“아닙니다. 저희 닉스는 인턴 대우가 좋다는 소문이 나서 사람을 더 뽑는 건 문제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인원이 더 늘어나면 나중에 곤란해지지 않을까요?”

그의 말도 일리는 있다. 지금 당장은 개발과 테스트가 동시에 진행되니 인원 부족에 시달리겠지만, 서비스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지금 뽑았던 인턴들은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될 테니까.

물론, 그건 평범한 IT 회사의 이야기고.

앞으로 진행하고픈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산더미 같은 내겐, 숙련된 개발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인턴분들. 제가 책임지고 끌고 나갈 테니까, 지금보다 2배 이상 뽑아도 됩니다.”

“헙, 그렇게나 많이 뽑아도 괜찮겠습니까?”

눈을 끔뻑거리며 되묻는 배기수.

난 회전의자를 돌려 방향을 그에게 향했다.

“일이 늘어나면 사람을 더 뽑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전 지금도 닉스의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거, 맘에 안 듭니다.”

“이미 닉스 코리아는 9시 이전에 전원 퇴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근무 만족도도 높은 편이고요.”

당연한 일을, 특혜라도 되는 것처럼 말한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들의 인생을 회사가 책임져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불쌍한 한국 개발자들.

“9시 퇴근이라고 해봐야 주 70시간 아닙니까? 오래 일한다고 결과가 좋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피곤한 상태가 이어지면 몸에 무리만 갈 뿐이죠.”

난 그가 가져온 업무 현황판을 집어 든다. 그리곤 직접 지시사항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닉스 서클 개발만 끝나면 주 52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월 1회는 강제적으로 휴가를 쓰도록 하세요. 누구 하나의 예외도 없어요. 이건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입니다.”

“대, 대표님. 개발이 끝나면 버그 수정으로 한창 바쁠 때인데…….”

난 그에게 업무 현황판을 돌려주며 말을 이었다.

“이미 결정 난 일입니다. 기수 씨는 들어가서 일 보세요.”

“알겠습니다.”

배기수 팀장은 엉거주춤하게 인사하고 대표실을 빠져나갔다.

사무용 의자의 뒤판을 최대한 젖힌다. 몸을 뉘자 참았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휴우- 대표질 하기도 쉽지 않네.”

그가 나갈 때 지은 표정. 잘 아는 표정이다.

윗선에서 허무맹랑한 지시가 내려와 난감하다는 거겠지. 잘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이럴 땐 회사의 대표인 내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내가 먼저 휴가를 써야, 따라 하는 시늉이라도 하려나?”

그날 난, 직원들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휴가를 가게 됐다.

비행기나 KTX를 타고 내려가는 거보다 자가 운전을 택했다.

멍하게 앉아 있으려니까 자꾸 일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쭉 뻗은 고속도로는 달리는 허네시스.

이젠 익숙해진 느낌의 핸들이 손에 착 감겨온다.

하지만 운전에 집중하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지루한 과속 단속 구간에 들어서자, 무의식적으로 매형 단축번호를 꾹 눌러버렸다.

“이크, 일 생각 안 하기로 했는데.”

급히 끊으려는데 수화음이 끝나버린다.

-어, 현우야.

“전화 잘못…….”

-잘 전화했다. 마침 나도 연락하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생은 쉴 팔자가 아닌가 보다.

-NG소프트 말이다. 어제 잠시지만 10만 원대를 터치했더라. 이제 슬슬 매도 타이밍을 재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더 기다려도 됩니다. 절 믿으세요.”

-난 어제 9만 8800원에 전량 매도했다. 3배나 오른 걸 보니, 간 떨려서 더는 못 버티겠어.

매형은 내 조언을 듣고 3만3000원대에, 18000주를 담았었다. 못해도 10억은 먹었으리라.

-현우, 너는 어쩔 셈이야?

핸즈프리 성능이 엉망이라 매형의 목소리가 웅웅 울린다.

“아직 자금 여유는 있어요. 저번에 투자받은 500만 달러가 절반 넘게 남았으니까요.”

-아직도 NG소프트가 10배까지 오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글쎄요…….”

-지금 팔아도 4배 이상 남기는 거라고.

내가 가진 NG소프트 주식 수는 예전보다 더 불어나 있었다.

오늘 자 보유 주식 수는 233만 5000주.

주식 수를 늘리는 방법은 간단했다.

한 번 거래를 튼 NNB캐피털을 통해 기존 주식을 담보 잡아 주식을 사고, 주가가 오르면 상환 후 또 같은 방법을 반복해왔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내려갈 때도 있었지만, 미래를 알았기에 등락에 연연하지 않았다.

아니, 너무 바빠서 신경조차 쓸 수 없었다는 말이 맞겠지.

처음엔 내 투자법이 미쳤다던 매형과 김재천도 계속 불어가는 주식 수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과정이야 어찌 되든, 과감한 투자 덕에 지금은 NG소프트의 11%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NG소프트 대표이사의 보유 주식이 26%인 걸 생각하면 11%는 엄청난 수치다.

당연한 소리지만 내가 아는 미래의 NG소프트에는 대주주, 강현우의 존재는 없다.

크든, 적든, 이미 미래가 바뀌었다는 말이다.

달리 말하자면 NG소프트의 주가가 20만 원을 뚫어버린다는 확신도 희미해졌다는 소리고.

팔아야 할까? 일부만 청산? 아니면 더 버텨봐?

솔직히 모르겠다.

주식을 어제 종가로 싹 정리한다고 가정하면, 2300억이 넘는 거액이 된다.

내 손에 들어온 적도 없고, 숫자로만 존재했기에 이게 얼마나 큰돈인지 실감조차 안 나는 돈이다.

생각해보면 처음 내 계좌에 100억이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일부만 수표로 찾아갔던 게 실제 만졌던 돈의 전부였으니까.

-현우야, 듣고 있어?

“예, 듣고 있습니다.”

-주식 어떻게 할 거냐? 또 매수 하려는 건 아니지? 여기서 더 가면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된다.

“돈을 따면 투자고 잃으면 투기 아니겠어요?”

-말장난 치지 말고 대답이나 해.

적당히 넘어가려 했는데. 역시 안 통하나.

“NG소프트 주식 수를 더 늘릴 생각은 없습니다.”

-듣던 중 다행인 소리네. 난 또 빚내서 매수한다 했으면 현경 씨에게 일러서라도 막으려고 했다.

매형 성격이라면 진짜 그러고도 남았으리라.

-그럼 홀딩이냐, 아니면 매도냐?

“음……. 일단 관망하려고요. 보유 주식 수가 많아져서 일시에 매각하긴 힘들어졌고, 분할 매도를 하자니 지분 공시가 걸리네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임원이나 보유 지분 5%가 넘는 대주주는 주식 변동 사항을 5일 이내 공시할 의무가 생긴다.

대주주인 내가 던지기 시작하면 모두가 눈치를 챌 테고, 그 여파로 주가가 폭락할 수도 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분간 NG소프트에 악재는 없고 신작 발표라는 호재만 남았습니다. 여차하면 닉스 챗과 NG소프트의 게임을 연계해서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을걸요.”

-그래. 너도 네 나름의 생각이 있겠지. 부산 도착하면 다시 연락하고.

“예, 쉬세요.”

뚝.

말은 그렇게 했다만, 그럴 일은 없을 거다.

NG소프트는 이상할 정도로 모바일 게임 개발엔 무관심한 회사였으니까.

이때부터 리니지 IP를 써서 모바일 게임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면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을 텐데. 이런 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 마침 다음 주가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이잖아?

참석해서 모바일 개발 쪽을 팍팍 밀어봐?

그래도 11%를 가진 대주주의 의견인데 한 귀로 듣고 흘리진 않을 것 아닌가.

머릿속에 NG소프트를 성장시킬 방편들이 수도 없이 스쳐 지나간다.

그중 이거다! 싶은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만둬도 잘될 회사를 찔러봐야 뭐하겠는가?

거기다 모바일 메신저와 소셜미디어만 해도 몸이 남아나지 않는데, NG소프트까지 추가되면 과로사 확정이다.

음……. 그래도 닉스 챗과 연계는 좀 탐난다.

[리니지 모바일 for 닉스 챗]

뭐지. 이 끔찍한 혼종은?

하나는 확실하다.

런칭만 가능하다면 돈이란 돈은 다 쓸어 담을 거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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