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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IT재벌-29화 (29/206)

기적의 IT 재벌 29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고 두 시간 후.

기다리던 얼굴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여, 현우. 며칠 못 본 사이에 신수가 훤해졌다?”

“미안해요. 급하게 오시라고 해서. 누나랑 알콩달콩 분위기 좋았을 텐데.”

“어흠. 그런 거 없어, 인마.”

매형에겐 보스턴에서 일정을 마치고 바로 연락을 넣었다.

애플의 계약서도 검토해야 했고, 그 외에 미국에서 남은 일정은 매형의 도움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축하해. NG소프트 대박 났더라.”

“좀 올랐나 보죠?”

“뭐야. 너, 주가 확인 안 했어?”

미국에서도 카페에 들리면 인터넷이 가능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330억을 몰빵하고 이런 태연함이라니.”

매형은 질렸다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주가를 보면 피가 마르던데. 어째서 넌……. 어휴, 말을 말자.”

“그래서 얼마까지 올랐어요?”

“월요일 종가가 41,900원. 네가 싹 쓸어 담은 11월 11에서 거의 2배 올랐더라.”

주가를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돌아간다.

41,900원에 137만 주면 574억.

거기에 240억은 캐피탈에 상환해야 할 돈이니 총자산은 334억이 된다.

한 달 만에 3배 이상의 수익이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넌 별로 안 기쁜 거 같다?”

“음, 그런가요?”

좀 이상하긴 하다.

종잣돈이 3배로 불었는데, 별다른 감흥이 없다.

왜지?

이미 다 알고 있던 미래라서? 아니면 회귀를 겪으며 감정이 무뎌지기라도 한 걸까.

애플에서 받을 로열티 건도 그렇고, 마음에 한구석에 내가 놓친 뭔가를 찾지 못한 느낌이다.

내가 멍하게 있자, 매형이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

“아, 별거 아니에요. 그것보다 서류 검토 좀 부탁드릴게요. 오늘 오전에 도장 찍은 따끈따끈한 놈입니다.”

“그래, 우리 처남이 이번엔 어디서 사고를 치고 왔는지 볼까?”

걸으면서도 능숙하게 서류봉투를 까던 매형의 손이 멈춘다.

“애플? 네가 과일가게랑 계약했을 리는 없겠고. 설마, 실리콘밸리에 있는.”

“과일가게 주인 이름이 스티븐 잡스더군요.”

“젠장, 이젠 놀라는 것도 지겹다.”

매형은 투덜거리면서도 근처의 스타벅스로 향했다.

대기시간이 긴 공항 특성상 스타벅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아메리카노 드실 거죠?”

“아니, 좀 달달한 거로 부탁할게. 아, 캬라멜은 절대 안 돼.”

“예 예.”

내가 커피를 주문하는 동안 매형은 창가 자리에 앉아서 서류를 훑기 시작했다.

어떤 부분에선 아! 하는 감탄을 내뱉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선 묘한 표정으로 내 쪽을 쳐다보기도 했다.

구경하던 내가 커피를 절반쯤 마셨을 때, 그제야 매형은 서류를 내려놓고 커피를 입에 가져다 댄다.

“너……. 사고를 제대로 쳤구나?”

“어떤 부분에서요.”

“모른 척하기는. 프리미엄 로열티라는 항목은 네가 인위로 집어넣었지?”

“어떻게 아셨어요?”

“일반적인 계약서류에 저런 걸 넣는 곳은 없어. 기껏해야 인센티브나 스톡옵션 계약이 전부지.”

역시 예리하다.

애플 이사진에 매형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이런 대박 계약은 힘들었을 거다.

“현우, 네가 괜히 이런 조건을 넣진 않았을 거고. 신제품이 1000만대 넘게 팔릴 걸 확신하고 달려들었구나.”

“예, 이번에 출시 된 애플폰3G도 내년까지 1000만대는 팔릴 겁니다. 내후년에 출시 될 신제품은 그보다 더 많이 팔리겠죠.”

“음…….”

잠시 뜸을 들인 매형이 입을 연다.

“네 말엔 허점이 있어.”

“어느 부분에서요?”

“고가의 휴대폰을 샀던 사람들이 1년 만에 신제품을 또 사려고 들까?”

“현시점에서 애플 제품은 타 기기를 압살합니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기존 구매자가 넘어오는 비율보다 신규 구매자의 유입이 더 많을 겁니다.”

“타사에서 기술을 따라붙을 가능성은 없고?”

매형의 부정적인 태도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 시기의 애플폰과 일반 스마트폰의 격차는 역대 최고 레벨이다. 매형은 이게 실패한다고 믿는 걸까?

매형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 한국엔 아직 애플폰이 출시 안 됐구나.

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애플폰3G를 내밀었다.

“한 번 써보고 다시 이야기하죠. 흐흐흐. 애플폰에 한 번 맛 들이면 다른 폰은 쓰지 못하는 몸이 될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백문이 불여일견. 빨리 써보기나 하세요.”

지금은 애플폰의 독주 시대다.

하드웨어 제조는 최고라고 자부하는 오성전자도 2011년에 출시 될 갤럭시스S2부터 간신히 격차를 좁혀나갔으며, 타 제조사는 그마저 못해 도태되기 이른다.

이때 애플이 구축해둔 프리미엄 이미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게 되며, 전 세계 스마트폰 영업 이익의 90%를 독식하는 발판이 된다.

애플폰을 받아든 매형이 오! 하며 감탄사를 내질렀다.

“지금까지 쓰던 스마트폰이랑은 다르네. 좀 더 빠릿하고 부드럽다고 해야 하나?”

매형은 애플폰을 이리저리 터치해보더니 점점 표정이 심각해진다.

“현우야. 이거, 미국에 정식출시 된 제품 아니지? 출시 예정일이 언제야?”

“이미 6월부터 판매 중인 제품입니다. 벌써 500만대나 팔렸죠.”

“믿을 수 없군. 내가 IT 기술 쪽은 잘 모르겠다만, 하나는 확실하게 알겠다. 이게 한국에 출시되면 오성전자나 KG전자는 끝장이야.”

기술력 차이를 생각하면 매형의 말이 정답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통신사는 멀쩡한 기기의 Wi-Fi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했으며, 더불어 독자 인터넷 접속프로그램인 nate, June, mPlayOn, magicN, ez-i 따위를 강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거기에 정부까지 호시탐탐 발목을 잡아댔으니.

결과적으로 6월에 출시 된 애플폰3GS는 5개월이 지난 12월이 돼서야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그전까지 오성전자는 옴레아2를 열심히 팔아먹다가, 애플폰의 출시와 동시에 옴레아2의 가격을 20만원 인하해서 구매자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고 말이다.

제조업체, 통신사, 정부.

3곳이 쿵짝을 맞춰 국내 소비자만 호구로 만든 유명한 사건이었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공항 근처의 호텔에서 하루를 보냈다.

난 호텔 바에서 칵테일을 몇 잔 홀짝이고 뻗어버렸지만, 매형은 밤늦게까지 서류를 재검토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린 해가 뜨기 무섭게 택시에 올랐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팔로알토로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실리콘밸리는 미국의 IT산업이 집약된 대표적인 곳이다.

가까운 곳에 스탠퍼드, 산타클라라, 버클리 등 명문 대학이 몰려 있어 고급 인력의 확보가 쉬웠기에 대형 기업들도 실리콘밸리로 이전하는 추세를 보였다.

잠이 덜 깬 상태로 택시에 오른 매형이 내 옆구리를 콕콕 찌른다.

“실리콘밸리엔 무슨 일을 벌이려고 가는 거야?”

“누가 들으면 제가 나쁜 짓하고 다니는 줄 알겠네요. 미국에 왔으니 관광도 할 겸, 겸사겸사 둘러보는 거죠.”

“웃긴 소리.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네가 놀러 간다면 안 믿는다.”

내 이미지가 벌써 이런 식으로 박혔나? 회귀 후부터 전력으로 달려왔기에 그런 거겠지.

이번 건만 끝나면 좀 쉬엄쉬엄해야겠다.

“어디 가는지 제가 말 안 했던가요?”

“너 표정을 보니 어딘지 알겠다. 스타트업 중에 점 찍어둔 데가 있는 거지? 그렇지?”

“아뇨, 우리의 목적지는 팔로알토에 있는 페이스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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