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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IT재벌-14화 (14/206)

기적의 IT 재벌 14화

“현우, 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거냐?”

“그냥, 처음 들었을 때부터. 딱 떠오르던데요? 인터넷 여론과 기자를 잘만 이용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요.”

“이게 바로 떠올랐다고?”

매형은 황당함과 감탄이 절반씩 섞인 표정으로 날 쳐본다.

“잠깐, 잠깐만.”

난 매형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혼자서 잔을 들었다. 평소엔 즐기지 않던 술이 오늘따라 술술 넘어간다.

줄곧 심각한 표정으로 있던 매형의 입이 열린다.

“네 계획은 흠잡을 데 없다. 곱씹을수록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는지 소름이 돋을 정도니까. 사실, 고유가 흐름을 타고 태양광 사업이 우후죽순으로 진행 중이긴 하지만 지역 주민과의 갈등 때문에 재미 보는 곳은 드물어. 그런데 이 방법을 쓰면……. 후유, 너 진짜 정체가 뭐냐?”

“네? 제 정체라뇨?”

“사실, 처음엔 네 말을 안 믿었다. 유가 변동과 금융 위기를 예측해서 100억을 벌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당연히 믿기 힘들지. ‘통장에 100억이 들어 있던데요?’ 라고는 말할 수 없으니 양념을 좀 친 거다. 좀 과도하게 치긴 했지만 말이다.

쓰게 웃은 매형이 잔을 깔끔하게 비우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Sol 에너지 인수 건에 대한 네 의견을 듣고, 깔끔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더구나. 네가 내 상식을 벗어난 천재라는 걸.”

사시를 대학교 2학년 때 패스한 사람에게 천재 소릴 들으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난 그저, 묵묵히 매형의 빈 잔을 채워줬다.

“현우야, 이번 투자에 레버리지를 잔뜩 설정하려는 이유도 나름의 확신이 있어서겠지?”

“물론입니다.”

잠시 주저하던 매형이 운을 띄운다.

“현우야. 오해하지 말고 들어. 이건 사심 없는 100% 내 호기심 때문에 묻는 거니까.”

“네, 말씀하세요.”

“25살에 100억이나 보유한 천재 놈이. 대체, 어디에 꽂혀서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거야?”

투자 정보는 보안이 생명이다. 하지만 매형이라면 믿을 수 있다. 그는 내게 도움을 주면 줬지, 해를 끼칠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NG소프트입니다.”

“NG소프트? 그거 들어본 적 있어. 게임 만드는 회사던가?”

“맞아요. 리니지 시리즈를 개발했고, 다음 주면 신작인 아이온이 출시되죠. 그리고…….”

“잠깐만. 우선 전문가의 이야기부터 듣고 네 이야기를 들어보자.”

매형은 내가 뭐라 할 새도 없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댔다.

“어, 늦게 연락해서 미안하다. 맞아, 요즘 좀 바빴어. 그보다 내부 리포트 하나만 가르쳐주라. 게임주 중에 NG소프트라고.”

“누구예요?”

내가 속삭이자 매형은 마이크 쪽을 막으며 말한다.

“내 친군데 증권사에서 일해.”

매형은 휴대폰을 스피커 상태로 바꿔놓는다.

-NG소프트? 그거 화제의 주식 아니냐. 장중 14%까지 떨어져서 난리가 났었다고.

“내부 리포트는?”

-내가 담당이 아니라서. 음……. 잠깐만. 아, 여기 있다. 읽어 줄게. 흠흠. 신작 아이온은 이미 비슷한 아류작이 많이 나온 터라 경쟁력이 부족한 점. 굳건한 외산 게임 WOW의 인기가 아직 공고하다는 점. 최종 테스트에서 반응이 안 좋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NG소프트는 3분기 실적 저조와 더불어 아이온마저 실패하면 주가의 하락은 불가피하다. 15,000원 선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매형이 불안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난 그에 답해 씩 웃어줄 뿐이었다.

“그럼, 좋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거냐?”

-있긴 있네. 차기작인 블레이드&소울은 중국을 겨냥했기에 성공하면 대박의 가능성이 있음. 하지만 내후년이 지나야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라고 쓰여 있는데? 투자의견이 매도도 아니고 강력 매도란다. 지금 담는 건 멍청한 개미밖에 없어.

“그거 내부에만 돌리는 거지?”

-어, 너도 딴 데 가서 말하고 다니면 안 된다.

“그래. 담에 술 한잔 살게.”

-맨날 말만 하지 말고 지금 날짜 잡아.

“어어? 야, 회사에서 전화 들어오네. 끊는다.”

-야, 인마!

뚝.

휴대폰을 쳐다보던 매형이 무겁게 입을 연다.

“지금까지 얼마나 담았냐?”

“10만 주 조금 넘을걸요.”

“그럼, 25억? 크으……. 많이도 샀네.”

술이 달달하다.

그냥 쭉쭉 넘어간다.

“멍청한 개미 소리 들으니까 더 오기가 생기네요. 100억 꽉 채우고 더 살 겁니다.”

“방금 이야길 듣고도 불안하지 않아?”

“물론입니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엘리트들이 모여서 분석한 결과다. 허투루 흘려듣진 마.”

걱정하지 마시죠. 한국의 엘리트든 전 세계의 엘리트든. 미래를 보고 온 놈보다 잘 맞히겠습니까?

내가 실실 웃고 있자 매형이 빈 잔에 술을 따라준다.

“짜식, 자신 있다 이거지?”

“저 도와주기로 한 약속은 꼭 지키셔야 합니다.”

“그전에 하나 물어보자. NG소프트, 얼마까지 먹으려고 산 거냐? 2배? 3배? 아니면 단타로 조금만 먹으려고?”

“1년에 10배요.”

줄줄줄…….

술을 따르던 매형이 멍하게 날 쳐다본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볼 때, 자신이 술을 따르고 있다는 것도 잊었나 보다.

“형, 잔 넘쳤어요.”

“어, 어? 아, 미안미안. 장난치지 말고…….”

“장난 아닌데요? 진짜 딱 10배 먹고 나올 겁니다. 계속 들고 있으면 35만 원까진 오르겠지만 그전에 다른 곳 알아보려고요.”

“농담 아니고?”

“진지하고도 진지한 진담입니다.”

“만 오천 대 삼십 오만이라……. 이거, 전자의 가능성이 너무 커 보이면 내 착각이냐?”

“네, 착각입니다.”

매형이 허허허 하고 웃는다. 이젠 포기했다는 느낌의 웃음이었다.

“아, 그리고 Sol 에너지 건으로 대출 내는 거 미리 땡겨 받을 순 없나요? 매형 인맥이면 가능할 거로 생각하는데요. 월요일까지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캐피털사를 통해도 월요일이면 좀 빠듯할 텐데. 필요한 액수가 얼마야?”

“200억 이상이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풉!”

이번엔 아예 마시던 술을 내뿜는다.

“이놈아. 200억이 누구 집 개 이름이냐!”

“칭찬 고맙습니다.”

넉살 좋은 구렁이처럼 담을 넘어버리자, 매형은 자신의 머리를 매만진다.

“아이고, 머리야. 내가 어쩌나 이런 놈을 만나선.”

“저랑 있으면 심심하진 않을 겁니다.”

“으휴, 헛소리 말고 잔이나 채워줘라.”

툴툴거리는 매형과 실실 웃는 나.

우린 밤늦도록 잔을 부딪쳤다.

* * *

금요일 역시 주가의 흐름은 그대로 이어졌다.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외국인과 아이온의 실패를 점친 기관.

두 세력의 합작은 개인이 당해낼 수준이 아니었다.

거기다 기관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까지 해댔으니, 주가가 내려가는 건 불 보듯 뻔했다.

10일 연속 기관과 외인은 매도했고, 개인이 매수하는 지표가 나타나자 아이온 오픈 하나만 믿고 버티던 개미들도 이탈을 시작한다.

금요일 종가는 22,300원.

월요일 역시 하락으로 시작한 주가는 한때 21,800원까지 하락했지만, 개인의 매수세로 간신히 22,000원대를 사수하는 것으로 끝났다.

주가를 끌어 내리려는 기관과 버티려는 개인의 대결.

물론, 내 목표는 단기적 주가 등락이 아닌, 최대한 많은 주식을 모으는 것이었기에 중간에서 열심히 던져주는 걸 받아먹기만 했다.

그 덕분에 월요일 장이 끝남과 동시에 확인한 보유 주식은.

[보유 주식 : NG소프트 420,000주]

오늘 종가인 22,100원으로 계산해도 무려 92억 8천만 원의 거금을 투자한 셈이다.

방에서 마우스를 깔짝이고 있을 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실제 통장의 잔고가 2억밖에 안 남은 걸 확인하자 손이 떨려온다.

만 원짜리 택시 한 번 타는 것도 벌벌 떨던 내가……. 92억을 투자했어. 그것도 한곳에 올인했다고.

떨리는 손을 손톱자국이 날 정도로 꽉 말아 쥐었다.

평범한 인간이기에 두려운 건 어쩔 수 없다. 요 며칠간 잠만 자면 미래가 바뀌는 악몽을 꿀 정도였으니까.

“별거 아냐. 이제 시작이라고.”

내일이면 아이온이 출시된다.

아무래도 오늘은 밤이 길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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