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IT 재벌 13화
주식 매입 4일 차부터 포지션을 바꿨다.
어제까진 물 밑에서 소극적인 분할매수만 했다면, 오늘은 정반대로 과감하게 보유 주식을 팔고 있었다.
[27,500원 : 5000주 매도 성공!]
[27,100원 : 5000주 매도 성공!]
[27,000원 : 5000주 매도 성공!]
[27,000원 : 5000주 매도 성공!]
……
[26,000원 : 5000주 매도 성공!]
[26,000원 : 5000주 매도 성공!]
기관의 공매도와 더불어 나까지 주식을 던져대니, 반응이 즉각 온다.
특히 개미 투자자들이 모이는 NG소프트 종목 토론 게시판은 전쟁 통처럼 난리였다.
[피해라! 소나기는 피하고 보는 거다!]
[지금은 던지고 기다렸다가 추가 매수합니다.]
[다음 주면 오픈입니다. 그때까지만 견뎌서 개미의 힘을 보여줍시다!]
[바닥 아래 지하실 있다. 한강 가기 싫으면 일단 대피.]
[버텨! 새끼들아, 버티라고!]
[전 오늘 다 털었습니다. 더는 더러워서 못 하겠네요. 개관 새끼들 너희가 이겼다. 더러운 공매도. 퉤!]
[5000주씩 계속 던져대는 저거. 뭐 하는 놈이야? 택이냐?]
난 그저 살짝 불을 지폈을 뿐이다.
그런데 장작이 타들어 가는 수준을 넘어서 기름통을 통째로 들이붓는 효과가 나버렸다.
“허? 아직 5만 주나 남았는데 이런 낙폭이라니.”
잠시 매도를 멈추고 관망에 들어간다.
27,500원에 시작한 주가가 27,000원까지 주춤주춤 내려가더니, 26,000도 뚫어버린다.
[NG소프트 현재가 : 25,100원]
[NG소프트 현재가 : 25,000원]
[NG소프트 현재가 : 24,500원]
[NG소프트 현재가 : 24,200원]
푸른색 물결이 붉은색을 계속 밀어내려 내려간다.
떨어지는 것엔 날개가 없다고, 어찌나 빨리 내려가는지 눈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그 후도 멈출 생각도 없는지 한 방에 24,400원까지 쭉쭉 미끄러져 온 주가는.
[NG소프트 하한가 직전! 현재가 24,000원]
긴급속보만 뜬다는 아래 배너가 깜빡인다.
나야 다 팔아먹고 5만 주밖에 안 남은 입장이기도 하고, 곧 오를 거란 확신이 있으니 냉정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일반 투자자들의 심리는 공황상태를 넘어서 공포까지 도달했을 것이다.
거의 장 마감 시간에 도달하자, 외국인들도 합세해서 팔자 대열에 합류했다.
23,800…… 23,700…… 23500……. 어디까지 떨어질까?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에너지 드링크 한 캔을 전부 목구멍에 털어 넣는다.
이제 다시 담을 시간이다.
저점에서부터 주식을 매수해간다.
500주. 5000주. 2500주.
꽉꽉 담아대는데도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낙폭이 컸던 탓인지 내가 주식을 쓸어 모으는데도 주가는 24,000선을 뚫지 못하고 장이 끝났다.
“팔다 남은 5만 주. 다시 담은 5만 주. 총 보유 주식은 10만 주로 마무리인가. 후아, 이리 빨리 떨어질지 예상 못 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게임주가 안정성이 떨어지는 종목은 맞다.
하지만 NG소프트 정도면 나 하나 던졌다고 이리 떨어질 종목은 절대 아니다.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정보를 얻기 위해 아이온 팬사이트에 접속했다.
아이온은 정식서비스 전이지만 이미 CBT(Closed Beta Test: 제한 된 사용자에게만 실행하는 테스트) 사용자들로 게시판이 활성화된 상태였다.
게임의 기대감 때문인지 게시글은 적지만 조회 수는 몇 만을 우습게 찍고 있었다.
“주목도는 확실히 높아. NG소프트 이름값이 있으니까.”
게시글을 하나씩 읽어가며 댓글도 살핀다.
반응들을 대략 간추려 보면.
WOW의 아류작이다. 리니지2에서 발전이 하나도 없다.
양산형 RPG 게임이다. 그래픽 최적화가 부족하다 같은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쯧, 겜알못들. 아이온이 얼마나 대박을 치는데.”
사실, 이런 반응이 나온 건 테스트에 참가한 유저들 성향 문제가 컸다.
CBT 특성상 한정된 인원을 선발해야 했고. 그건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경력이 많은, 소위 헤비 게이머들을 주축으로 테스트가 진행된다는 걸 뜻한다.
그들에겐 세계급 인기 MMORPG 게임, WOW에 비해서 한참 떨어져 보이는 아이온이 실패작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온은 라이트 유저층을 대거 흡수해서 성공궤도를 달리게 된다.
“어? 설마, CBT 유저들의 반응 때문에 주가가 요동친 건가?”
단지 유저 반응 하나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진 않는다.
하지만 기관의 공매도와 갑작스러운 투매가 겹치면 오늘 같은 폭락장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었다.
싸게 주식을 담을 기회를 얻었으니, 내겐 차라리 잘 된 건가?
그들이 뭐라 떠들어 대든 아이온은 초대박을 쳐버리기에 걱정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다.
아이온 출시까지 앞으로 4일.
난 그때까지 열심히 주식을 주워두면 된다.
그날 저녁.
갑작스레 매형이 집으로 찾아왔다.
“현우 동생, 나 왔어.”
“어? 누나는요?”
“나 혼자 왔지. 현우 동생에게 볼일이 있거든.”
“그냥 현우라고 하시죠. 어색하게 현우 동생이라고 하지 마시고.”
“흐흐, 일단 들어가자고.”
매형이 두 손 가득 들고 온 비닐봉지엔 맥주와 소주, 독한 양주까지 담겨 있었다.
“뭘 이리 많이 사 오셨어요.”
“넌 이 정도 안 마시냐? 현경 씨라면 이쯤은 거뜬할 텐데.”
아무래도 누나 주량을 보고 지레짐작해서 사 온 듯하다.
“전 소주 1병 겨우 마십니다.”
“나도 1병이면 꽥이야, 흐흐. 현경 씨 술 상대하려면 나도 술을 좀 늘려야 하는데.”
“누나 주량 따라가려면 서너 번은 다시 태어나야 할걸요.”
우린 거실에 퍼질러 앉아 술을 나눴다.
매형이 처음엔 좀 어색해했지만 금세 아는 동생 대하듯 친한 척을 해온다. 나야 뭐, 실제로 친했던 사이니까 거리낄 게 없었고.
“……그래서 말이야. 현경 씨랑 처음 술 마시러 갔을 때, 남자다움을 보여주려고 소맥을 계속 타 마셨는데 말이지. 두 병? 세 병? 아무튼, 그쯤부터 기억이 안 나더라고.”
“그쯤이면 선방하셨네요. 누난 마시는 속도가 빨라서 따라가기 힘들거든요.”
“진짜, 이 악물고 버텨서 두 병이었지. 휴우, 아침에 일어나니까 나 혼자 모텔에서 자고 있더라. 마시기 전에 술 세다고 자랑했었는데……. 얼마나 쪽팔리던지. 크으.”
매형은 잊고 싶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맥주잔 가득 담긴 소맥을 한 번에 털어 넣는다.
잔뜩 상을 찌푸리기에 노가리 한쪽을 건네줬다.
“아, 땡큐. 이 메이커 노가리가 맛있더라고. 너희 누나가 이 안주를 특히…….”
“매형.”
내가 말을 자르고 들어가자 노가리를 씹던 턱이 멈춘다.
“할 말 있어서 오셨잖아요.”
“음……. 그렇지.”
진지해진 표정으로 매형이 나를 마주 본다.
“저번에 네가 인수하겠다던 Sol 에너지 말이다. 아직 인수 의향이 있는 거냐?”
“물론입니다.”
“흠, 저번엔 변호사 대 의뢰인으로서 거절 못 했다만, 이번은 매형 될 사람과 처남 될 사람으로 이야기하는 거다.”
그는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더니 말을 잇는다.
“Sol 에너지 인수. 포기해라.”
역시, 이 말을 하러 왔구나.
240억을 대출 내고 1년 뒤 이자만 120억을 상환한다는 건 미친 짓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거고, 종잣돈만 있으면 돈이 팍팍 불어나는 내겐 꿀단지나 다름없다.
“제겐 Sol 에너지가 꼭 필요합니다.”
“이미 법인 회생 절차에 들어갔어. 되돌리려 해도 늦었다.”
그러면서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내 앞에 둔다.
내가 줬던 수임료였다.
“처음에 보여줬던, 부호 건설을 인수하는 거라면 도와주마. 하지만 Sol 에너지는 안 돼. 끝까지 고집 피울 거면, 다시 가져가라.”
“매형.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너라서 더 안 되는 거다. 네가 파산하면 현경 씨가 슬퍼할 테니까.”
사실, 매형이 이런 식으로 나올 거란 건, 어느 정도 예상했다. 당연히 대응책도 마련했고 말이다.
난 호기롭게 소맥을 잔을 치켜든다.
“만약, 태양광 사업만 재개된다면 1년 뒤 돌아오는 긴급 채무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겁니까?”
“공사가 재개되면 당연히 은행에서도 채무 연장을 해주겠지. 하지만 무리다, 현우야. 누군들 그 알짜배기를 안 먹고 싶어 했겠니?”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소맥을 입안에 털어 넣는다. 그리곤 빈 잔을 탁자에 쾅! 소리 나게 내려놨다.
“제게 태양광 사업을 진행 시킬 묘책이 있습니다.”
“묘책?”
“제 계획을 들어보시고 가능성이 보이면 무조건 절 도와주시는 겁니다. 믿겠습니다, 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