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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IT재벌-11화 (11/206)

기적의 IT 재벌 11화

매형은 잠시 사무실에 다녀오겠다더니, 서류뭉치를 한 아름이나 안고 돌아왔다.

“이게 다 뭐죠?”

“인수 가능성을 열어둔 기업들의 자료입니다. 대부분 자금 흐름 악화로 1차 부도 상태죠. 간혹 법인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도 있습니다.”

“법인 회생이라면 파산 상태 아닙니까?”

회생 절차에 들어간 법인은 이미 식물인간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이런 기업은 직원들의 급여는 당연히 장기체불 중일 테고, 자연스레 퇴사자가 늘면서 회사의 기능이 정지된다.

이런 기업은 돈을 받고 인수하라고 해도 거절해야 했다.

난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법인들은 인수하면 빚만 떠안을 텐데, 이걸 제가 인수하라고 가져오신 건 아니죠?”

“일반적으론 그렇지만, 상황에 따라 아닌 때도 있죠.”

“아닐 때?”

“예를 들어,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경우라고나 할까요. 자, 여기 이것들을 보시죠.”

서류뭉치에서 나온 건 법인들의 간단한 요약본이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에는 법인의 현재 자산, 부채, 자본. 그 외 제반 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제가 추천하는 곳은 여기, 부호 건설입니다. 주로 오피스텔을 건설하는 회산데 지금은 최종 부도 직전에 몰려 있죠.”

“건설 회사라…….”

건물은 짓는데도 그렇지만 파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난 그걸 알기에 부동산 투자보다 주식을 택한 것이고.

탐탁지 않았지만 일단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계속하시죠.”

“체급에 맞지 않는 물건을 먹으려고 여기저기 로비를 했는데, 그게 탈이 난 케이스입니다. 대표는 구속됐고 건물들 역시 모두 건설 중단 상태로 방치돼 있죠. 당장 부도 직전인데 대표는 돈을 자기 포켓에 넣을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대표는 썩을 놈이지만, 회사는 알짜배기라는 거군요. 충분히 좋은 제안이긴 합니다만 전 돈이 필요하지 건설 회사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건물은 완성해야 담보로 잡을 수 있지만, 부지는 지금이라도 담보가 될 수 있죠.”

“아!”

그렇다.

매형의 의도는 오피스텔을 짓고 있는 대지를 담보로 잡아, 대출을 내고. 그걸로 주식에 투자하자는 거다.

일단 대출로 주식도 매입하고, 차후 건물은 완성해서 분양금을 받으면 된다.

이게 바로 꿩 먹고 알 먹기.

“예상 인수 금액은 30억. 인수 후, 급한 어음을 막으려면 추가로 43억이 필요합니다.”

“총 73억이 필요하네요.”

“구속된 대표의 보석금이 급한 상태라 가격은 더 후려칠 여지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그럼, 대출금은 언제 나올까요?”

“이미 토지가 묶인 상태여서 풀어나가기 쉽지 않습니다. 인수 절차를 급하게 진행한다 해도 짧게 잡으면 석 달. 늦으면 다섯 달까진 걸릴 겁니다.”

너무 늦다.

그때가 되면 NG소프트의 주가는 이미 훨훨 날아오른 뒤일 테고, 뒤늦게 투자를 해봐야 지금 100억을 박는 것만 못한 상태가 될 거다.

매형의 제안은 매력적이었지만 내겐 시간이 없었다.

망해가는 건설사 하나 먹겠다고 10배나 오를 주식을 포기할 순 없었으니까.

“후우…… 그럼 곤란한데요.”

별생각 없이 리스트를 쳐다보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기업이 보인다.

[Sol 에너지. 인수 가격 : 6억.]

인수 가격이 6억이라고?

이 정도 기업이면 인수를 진행해도 타격은 적다. 분명 가져온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건, 6억짜리로도 대출을 낼 수 있다는 건데…….

내 시선이 Sol 에너지에 멈춰있자, 매형이 입을 열었다.

“Sol 에너지는 태양광 산업을 하는 기업입니다. 담보로 잡을 임야만 350억 정도지만 문제가 많은 기업이라 추천은 못 드리겠네요.”

“그럼, 대출이 얼마까지 될까요?”

“아는 분을 통해서 힘을 좀 쓰면 임야 시세의 70%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데…….”

350억의 70%면 대략 250억이다.

대출금 250억과 내 투자금 90억을 NG소프트에 넣으면…… 3400억!

대박. 이거다. 바로 이거야!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매형의 손을 잡았다.

“Sol 에너지로 진행하시죠.”

“자, 잠깐만요. 현우 씨, 이 기업은 문제가 많아서 인수하면 크게 다칩니다. 공사에 들어간 태양광 사업은 진척이 없는 상태고, 일 년 뒤 돌아오는 긴급 채무가 120억이 넘어요. 250억 대출 내자고 1년 뒤 120억을 이자로 바치는 꼴이 된단 말입니다.”

싼 건 이유가 있다는 말은 틀린 적이 없다.

이래서 인수 금액이 6억이었구나.

“부호 건설 같은 기업의 인수는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게다가 근본이 튼튼한…….”

매형은 부호 건설 인수 건으로 날 설득시키려 했지만, 이미 내 마음은 Sol 에너지에 와 있는 상태였다.

방법이 없을까?

6억으로 Sol 에너지를 삼켜 버릴 방법 말이다.

난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태양광 사업을 다시 진행시키면 손해가 좀 줄어들지 않나요?”

“Sol 에너지가 6억에도 안 팔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쪽 지역의 유지들이 자재 반입을 틀어막고 있는 터라. 공사 재개는 불가능한 모양이더군요.”

흠……. 어쩔까?

간단하게 생각하자.

250억을 빌리는 대가로 1년 뒤 이자 120억을 지급해야 한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연 이자 50%급의 말도 안 되는 조건이다. 일반적으론 학을 떼며 포기하겠지만…… 난 미래를 아는 투자자다.

굴릴 수 있는 돈만 있으면 그깟 이자쯤은 상쇄하고도 남을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결정했다. Sol 에너지를 인수하자.

* * *

우린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자금 융통을 위해 Sol 에너지나 다른 기업의 인수는 물론이고 직접 투자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까지 다각적으로 검토했다.

뭐, 결과는 Sol 에너지를 인수하는 거로 났지만 말이다.

Sol 에너지는 위험하지만 내겐 너무 달콤한 녀석이었다.

꿀이 고픈 곰이 벌에 쏘이면서도 벌통을 쑤시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난 벌에 좀 쏘여도 당장 꿀이 필요했으니 방법이 없었다.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금이나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매형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내 어떤 의견도 들어주던 매형이었지만 Sol 에너지 인수 건은 완강하게 만류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Sol 에너지를 인수하면 1년 뒤 돌아오는 칼날, 긴급 채무 120억을 피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채무 120억을 어찌 회피할 방도가 있었다면 저런 기업이 6억이라는 헐값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부분은 나로서 행운이라고 할까? 물론, 제삼자인 매형으로선 내가 미친놈처럼 보이겠지만.

어쨌든 결정은 났으니 불도저처럼 밀어붙여서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벌써 어두워졌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전자상가에 들러, 고물 노트북을 대체할 PC를 둘러본다.

우선 최신 CPU가 장착된 대기업 PC를 하나와 그에 맞는 모니터도 2개를 세트로 골랐다.

으으, 역시 대기업 완제품 PC는 돈 낭비 같단 말이지.

메이커 하나 달았다고 조립PC의 두 배를 받아먹으며, 수리도 유상으로 해주니 메리트가 전혀 없는 놈이다.

물론 그건 예전에 그랬다는 거고.

지금은 내가 굴려야 할 돈이 억 단위다. 그런 놈이 집에서 청승맞게 PC 조립하고 앉아 있을 게 아니라면 완제품을 사야만 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선택한 고성능 노트북 한 대와 휴대성을 강조한 경량 노트북 하나도 추가한다.

미래엔 스마트폰으로 주식매매를 하는 게 당연시됐지만, 지금은 컴퓨터가 고장 나면 노트북이 유일한 구명조끼였다.

빵빵한 공유기와 팩스까지 가능한 복합기, 사소한 멀티 탭 하나까지 직접 골라서 배송시키고 매장을 빠져나왔다.

준비는 완벽하다. 이제 월요일부터는 NG소프트 주식을 쓸어 담는 일만 남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 하게, 서서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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