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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IT재벌-10화 (10/206)

기적의 IT 재벌 10화

누나는 끝끝내 매형과 만남을 주선해주지 않았다.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아직 때가 이르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당장 월요일 개장과 동시에 NG소프트의 주가가 날아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난 결국, 몰래 누나의 휴대폰으로 매형과 직접 연락하는 강수를 뒀다.

장소는 매형의 사무실 근처, 서면역의 커피숍으로 잡았다.

이번에 매형을 보면 얼마만이지? 내가 영일 포장에서 과장을 달았을 때부터 연락이 뜸해졌으니. 대략 3년 만의 재회구나.

물론 지금의 매형과는 첫 대면이다.

이런 점은 조금 씁쓸하다. 나는 기억하는데 상대는 날 기억 못 하는 상황 말이다.

이것도 회귀자라면 겪어야 할 일 중 하나겠지.

이쯤에서 우리 매형 될 사람을 소개하자면.

이름은 박준오. 나이는 누나보다 9살 많은 38살이다.

대학교 2학년 때 사법고시를 패스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지금은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청담에서 일하고 있다.

앞으로 4년 후.

미래가 바뀌지 않는다면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축복받아야 할 두 사람의 결혼은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명망 있는 법조계 집안의 장남과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우리 누나.

이건 처음부터 안 될 결혼이었다.

매형 집안에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혼을 강요해왔지만, 누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져만 갔고, 매형의 중재에도 진전은 없었다.

결국, 매형은 누나와 함께 이름도 생소한 나라로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 상류층 집안과 변호사라는 직업을 던져버리고 말이다.

만약 나였다면 이 모든 걸 버리고 사랑을 택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장담할 수 없겠지.

아무튼, 이건 미래에 일어날 일이고. 지금의 난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처지다.

약속 시각을 15분 남기고 매형이 도착했다.

몸에 딱 맞게 차려입은 정장과 명품 서류가방이 인상적이다. 전문직 특유의 엘리트한 느낌이랄까.

“처음 뵙겠습니다. 전 박준오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전 강현우입니다.”

난 자연스럽게 악수하고 자리를 권한다.

“어제 막 전역하셨다고 하던데,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매형은 직업 탓인지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도 능숙하다.

나 역시 사회 물을 먹을 만큼 먹은 놈이기에 자연스레 응대했다.

“누나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듣던 대로 미남이시네요.”

“이런, 농담도 잘 하시네요.”

“하하. 제가 너무 앞서갔나요?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이후에도 내가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고 매형은 그에 따라오는 대화가 한참이나 이어진다.

고작 25살에 갓 전역한 놈이 능수능란하게 대화를 주도해 나가자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사실, 난 이미 매형이라는 사람을 알기에 당연하다고 할까.

처음엔 거리를 두며 답하던 매형도 점차 풀어지는 느낌이다.

“저희 누나가 내조 하나는 잘 할 겁니다.”

“현경 씨야, 똑 부러지는 성격이니. 당연히 잘 하시겠죠.”

“음…… 누나는 똑 부러지는 것 보다 덜렁거리는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가요? 생각해 보니 덜렁거리는 쪽의 현경 씨도 좋을 거 같군요. 그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도 누나 이야기만 나오면 표정이 말랑해지고 입꼬리가 자제를 못 해 파르르 말려 올라간다.

이거이거. 완전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구만.

“말은 편하게 하대하시면 됩니다. 전 이제 스물다섯인 대학생이니까요.”

“제가 존댓말을 쓰는 게 편해서요. 그건 차차 하도록 하죠.”

이상하다. 회귀 전 첫 만남에 바로 말을 놨었는데? 이건 내 태도가 일으킨 변화일까?

“그나저나 현우 씨는 막 전역해서 놀 시간도 부족할 텐데, 갑자기 저를 왜 보자고 하신 거죠?”

“곧 매형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을 보는 건데 다른 이유가 필요하겠습니까.”

“풉!”

내 매형이 될 사람은 마시던 음료를 뿜으려던 걸 가까스로 막아내고 말했다.

“매, 매형요?”

“누나와 결혼하면 매형 아닙니까?”

“그건 맞긴 한데…….”

“서른 후반의 남성이 여자와 교제한다는 건 결혼을 전제로 하는 거 아닙니까? 설마, 가벼운 마음으로 누나와 만나고 계신 건 아니겠죠?”

“절대! 절대로 아닙니다.”

잔뜩 상기 된 표정을 한 매형의 시선이 나와 마주친다.

내 기억 속의 매형은 항상 여유가 넘쳤는데, 이런 모습은 굉장히 신선하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전 매형이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둘 사이를 전폭적으로 돕고 싶고요.”

“그래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그전에 매형 되실 분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제가 보고 싶은데, 괜찮으시죠?”

능력이라는 말에 매형의 눈꼬리가 꿈틀한다.

“제 직업이 뭔지는 아십니까?”

“물론이죠. 법을 다루시는 변호사님 아닙니까.”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능력을 보여 드려야 하는지…….”

매형이 말을 채 끝내기 전에 봉투 하나를 들이밀었다.

“이게 뭡니까?”

“먼저 열어보시죠.”

그는 이게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봉투를 훑는다. 내가 재촉하는 손짓을 하자, 마지못해 봉투를 뜯고 내용물을 확인한다.

“수표? 이걸, 왜 제게?”

“정식으로 의뢰하겠습니다. 박준오 변호사님.”

* * *

매형은 오늘 만남이 업무란 걸 알고부터 분위기가 확 변해 버렸다.

의뢰 전까지는 친분을 다지는 낙낙한 분위기였다면, 의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후부터는 완벽한 프로페셔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내가 의뢰 조건을 설명할 때, 매형은 단 한 번도 주제에서 벗어진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제 갓 전역한 25살짜리가 어떻게 100억을 가지고 있으며, 그 전액을 어떤 주식에 투자하려 하고, 더 나아가 왜 빚까지 얻어가며 투자하려는지.

내가 듣는 입장이었다면 묻고 싶은 게 산더미처럼 많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해서 투자할 자금이 더 필요합니다. 제 생각엔 법인을 설립하면 대출이 더 쉽지 않을까 해서 매형과 약속을 잡은 겁니다. 아니, 박 변호사님이라고 할까요?”

“아뇨. 매형 소리도 계속 들으니 듣기 좋네요. 매형으로 해주시죠.”

매형은 다 식어버린 커피를 마저 털어 넣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어떤 주식 한 종목을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총알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죠.”

“사채시장을 통하지 않고, 제게 왔다는 건 그 이상의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거고. 어…… 음, 어렵네요.”

증권사에선 개인 대출 한도가 최대 10억이라고 하던데, 사채시장은 얼마나 대출이 되는 걸까? 그쪽도 알아보고 올 걸 그랬나.

아니지, 매형은 기업 쪽에서 탑 티어급으로 불리는 능력자다.

분명 내가 생각지 못 한 다른 방법을 찾아 줄 거다.

“현우 씨 생각대로 법인을 끼면 대출 액수는 확실히 늘어납니다. 하나, 대출금을 억지로 키우려들면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죠.”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예를 들자면 준비 기간이 많이 소요된다던가.”

“그건 좀 곤란한데요. 전 한 시라도 빨리 자금이 필요합니다.”

매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상체를 내 쪽으로 당긴다.

“하나만 묻죠. 꼭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겁니까?”

“그건 아니고 어떤 방법이든 투자금만 나오면 상관없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법인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죠.”

“설립이 아니라 인수를 한다고요?”

“맞습니다. 자산이 많은 기업을 인수하고, 그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내는 겁니다. 담보가 걸리면 한도가 높아질뿐더러 대출에 필요한 심사가 간단해지거든요.”

“자산이 많은 법인을 인수하려면 필요 자금도 많을 텐데요. 전 주식 매입 자금을 줄이는 건 반댑니다.”

주식 투자에 돈이 필요해서 법인을 설립하는 건데, 법인을 인수한답시고 돈을 다 써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매형은 내 표정을 보더니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현우 씨, 걱정할 거 없습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저 같은 변호사가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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