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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IT재벌-9화 (9/206)

기적의 IT 재벌 9화

어떤 종목에, 어떻게 투자해야 최고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지겨울 만큼 해봤다.

그런데도 종목을 딱 집어 선택하는 덴 실패했지만, 투자 기준은 세울 수 있었는데.

첫째. 조건은 단기 수익률이다.

부동산이나 다른 실물 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주식을 고른 이유도 단기 투자를 염두에 둔 것이다.

내가 아는 미래라곤 2020년까지니 그때까지 유의미한 성과를 보려면 당연한 조건이다.

두 번째 조건은 투자하려는 기업이 최소 시가 총액이 1조 원 이상이어야 했다.

내 순수 투자금만 98억에 레버리지를 추가로 설정하면 총 투자금이 얼마일지 짐작도 안 되는 상태다.

이런 자금이 단 한 종목에 집중유입 된다면? 어설픈 규모의 기업은 내 투자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고.

그 건, 미래가 바뀐다는 말과 같다.

내가 투자할 기업은 내 투자금을 모조리 흡수하고도 끄떡없는, 그런 튼튼한 기업이어야만 했다.

마지막은 내가 고를 기업의 주가 등락 시점을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오성전자, KG전자, Never, 애플 같은 초거대기업이 아닌 이상 내가 아는 정보는 극히 미미하다.

매일같이 주식을 들여다보며 살지 않는 이상, 일반인이 10년도 더 된 과거의 주식 등락 타이밍을 외운다는 게 말이 안 되니까.

그런데!

이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는 수준의 조건을 뚫은 종목 하나를 방금 발견했다.

그것도 우연히 집어 든 팸플릿 속에서 말이다.

지스타 2008.

초대형 MMORPG.

장기간 흥행하며 수익이 발생하는 게임.

그건 바로 국내 최대 게임사, NG소프트였다.

대표작은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같은 MMORPG로 아직 모바일 게임이 대세로 자리 잡기 전이었기에 자타공인 국내 원 탑 게임사로 불렸다.

NG소프트는 미래에 시가총액 12조, 코스피 29위를 달성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그런 노다지가 흔한 잡주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었다.

사실, NG소프트를 투자 목표로 삼은 건 게임업계를 잘 알아서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IT 기기 쪽은 빠삭하지만, 게임 쪽 정보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NG소프트를 고른 이유는 딱 하나.

바로, 주가의 오르내림 과정이 단순했기 때문이다.

NG소프트의 주가는 리니지2의 서비스 후, 별다른 이슈 없이 2만 원에서 4만 원 사이를 횡보한다.

그러다 야심작인 MMORPG 아이온의 서비스 개시와 더불어 아직 베일에 싸여 있던 블레이드&소울이 공개되자, 주가가 고공행진을 시작한다.

아이온의 출시와 블레이드&소울 공개.

어떤 영향으로 주가가 뛰는지 확실치 않지만, 중요한 건 11월 중순부터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친다는 거다.

그리고 3년 후, 지스타 2011에서 다음 개발 작품인 리니지:이터널의 공개 때, 또 한 번 주식이 폭등한다.

그때 최고치를 경신했었는데…….

주가가 얼마까지 오르더라? 아무튼, 최고점이 37만은 넘었던 거 같은데.

고점을 찍은 주가는 1년을 못 버티고 10만 원 초반까지 추락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세간의 관심이던 리니지:이터널이 개발 도중 폐기 됐기 때문이다.

게임이 어찌 되든, 난 미래를 알고 있으니 그전에 이익을 실현하고 빠지면 그만이다.

매년 한 번 열리는 행사인 지스타를 기점으로 매수하고 지스타를 기점으로 매도한다.

이보다 쉬운 투자 방법이 어디 있으랴.

잡자. 무조건 NG소프트를 잡는 거다.

아직 화장에 여념 없는 누나를 성큼성큼 지나쳐 작은 방으로 향했다.

책상 위엔 입대할 때 고이 모셔둔 노트북이 그 자리 그대로 있다.

대학 입학 선물로 누나가 줬던 녀석이다.

전원을 켜자, 힘없이 팬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누나, 이거 고장 났어?”

“그거 원래 켜지는 데 오래 걸려. 그런데 갑자기 노트북은 왜?”

“아, 인터넷으로 뭐 좀 찾아보려고.”

이 시기의 인터넷은 PC나 노트북의 전유물이었다.

풀 브라우징이라는 미명아래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도 출시되곤 있었지만, 살인적인 데이터요금 탓에 실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부팅 중인 노트북에 나타난 윈도우 로고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느려, 느려, 느려!”

그러길 삼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바탕화면이 나타난다.

이거 사람 숨넘어가게 만드네. 노트북부터 새로 사든지 해야지 원.

투덜거리면서도 인터넷 창을 켜고 NG소프트를 검색한다.

얼마냐, NG소프트.

가격을 보자, 가격을.

[NG소프트 종가 : 28,100원]

나도 모르게 주먹이 꽉 쥐어진다.

좋아! 이거다.

NG소프트는 3년 안에 37만 원까지 오를 종목이다.

지금 28,100원에 매수하면 못 해도 10배는 먹을 수 있을 터. 50억을 투자하면 500억이 돌아올 것이고, 100억을 투자하면 1000억이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만족할 내가 아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레버리지를 최대까지 설정한다면 수익은 폭발적으로 증가 된다. 레버리지를 200%만 설정할 수 있어도 무려 2700억의 이득이 생긴다.

흥분감이 몸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다.

좁은 방을 이리저리 걸으며 앞으로 내게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본다.

증권 계좌는 벌써 만들어 뒀고, 거래는 집에서 HTS를 쓰면 된다.

거기에 뭐가 더 필요할까?

그래, 날 도와줄 전문가가 필요해. 그것도 지금 당장!

난 시끄럽기만 한 고물 노트북을 꺼버리곤 거실로 향했다.

그곳엔 아직도 화장술에 열중하는 누나가 보인다.

“누나, 요즘 매형 만나고 있어?”

“매, 매형이라니?”

당황하는 누나의 표정을 보니,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은 누나가 매형을 소개하기 전이던가?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흐릿하다.

누나는 매형이라는 말에 놀랐는지 고데기로 머리를 펴던 것도 잊은 채 날 뚫어지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누나, 머리 탄다. 고데기, 고데기 떼!”

“응?”

“으아, 연기 나! 빨리!”

“앗. 뜨거!”

급히 고데기를 집어 던졌지만, 방 안은 이미 뿌연 연기와 메케한 냄새로 가득하다.

“휴우- 벌써 타버린 거 아니지?”

“어쩌면 좋아. 내 머리.”

울상이 된 누나는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넘겨보곤 말을 이었다.

“으응, 이 정도면 괜찮은 거 같아.”

“머리카락 말고 집 안 탔냐고.”

“이씨! 죽을래?”

적당한 농담으로 넘어가려는 차에 다시 화제가 넘어온다.

“그런데 현우야, 아까 말했던……. 매형이라는 말, 무슨 뜻이야?”

은근슬쩍 넘기려 했는데 역시, 무리였나. 이럴 땐 적당히 둘러대는 게 최고다.

“내가 군대에 있어도 소식통은 있지. 누나가 몰래 사귀는 사람이 있다던데.”

“모, 몰래라니! 그저, 소개해줄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고.”

“잘됐네. 마침 내일이 토요일이니까 바로 보자고 해.”

“내일? 너무 일러.”

“왜? 진지하게 사귀는 사이 아냐? 설마, 외로워서 가볍게 만나는 사이라거나…….”

“절대 아냐. 단지, 내일은 내가 일하는 날이기도 하고.”

“걱정하지 마. 매형 될 사람과 나, 단둘만 만날 거니까.”

이해 못 하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누나가 묻는다.

“나 빼고 둘이 만나서 뭐 하게?”

“남자 대 남자로 할 이야기가 있거든.”

사실, 남자 대 남자가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용건이 있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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