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무사-424화 (422/425)

# 424

<귀환무사 424화>

귀환무사 2부

199화

강기가 지나간 곳에서 눈보라가 자욱하게 치솟았다. 그로 인해 적들은 날아드는 강기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퍼퍼퍼퍽!

“크아악!”

피가 튀며 잘린 머리가 눈 속으로 파묻혀 사라졌다. 검후의 검이 여럿의 목을 쳐 냈으며 아리엘의 화염 공격은 죽은 자들의 육신마저 재로 만들어 버렸다.

화르륵!

“크아악!”

아비규환의 참상이 다시 연출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공격을 피해 내고는 도로 협곡 아래로 뛰어내리려던 적들에게 두 방향에서 불꽃이 날아들었다.

펑!

화르륵!

“잡았어!”

“내가 잡았어!”

“제가 더 빨랐습니다.”

가인과 카츄, 요란의 마법이 더해지자 적들은 죽음의 공포에 절어 울부짖기 시작했다.

혁련천후가 검을 거두고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저만치 뒤에 모여 있는 적들을 바라보며 싸늘히 웃었다.

“언제까지 정체를 숨기고 있을 셈이냐.”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그는 다시 적들을 무참히 베어가기 시작했다.

* * *

쾅! 쾅!

콰우우!

협곡 위에서 연이어 터져 오르는 불꽃과 눈보라. 그리고 추풍낙엽처럼 추락하는 수하들을 바라보던 아밀랍타는 피가 끓었다.

“도대체 저 위에 누가 있단 말이냐? 설마 신마성주라도 왔단 말인가!”

“너무 많은 아군이 죽었습니다! 속히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으드득!

아밀랍타의 얼굴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협곡 아래에 수북하게 쌓인 시신들을 응시하며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선두에서 달려갔던 자들이 대부분이 전멸을 하는 참상을 그저 두 눈으로 지켜보아야만 했다.

“삼 할에 이르는 병력이 죽어 버리다니…….”

그랬다.

적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상태에서 전력의 삼 할이 핏물과 함께 사라졌다.

누군가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오면서 부르짖듯 외쳤다.

“철수를 명해야 합니다! 저 위에 엄청난 고수들이 미리 매복을 하고 있었습니다!”

“강기만으로 다섯 명의 목을 쳐 내는 자들이 하나도 아닌 여러 명이나 있습니다. 무조건 물러서야 합니다! 총사!”

털썩!

부르짖은 자가 두 눈을 까뒤집으며 꼬꾸라졌다.

그런 그의 몸은 한 팔이 잘린 채로 시커멓게 타 버린 상태였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아밀랍타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펼쳐지는 상황을 보면 무조건 퇴각을 명령해야 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기엔 피해가 너무 컸고 그것은 곧 자신의 자존심과 직결되는 것이다.

세외 연합군의 맹주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던가?

이대로 패배를 않고 돌아서면 그동안 쌓아 놓은 명성은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그래서 그는 선뜻 철수를 결정하지 못했다.

“왜 머뭇거리는 것이오!”

누군가 성난 목소리로 외치며 아밀랍타에게 다가섰다.

장로였다.

“닥쳐라! 이놈!”

아밀랍타가 신경질적으로 외치자 장로의 두 눈이 돌연 핏빛을 띠어 갔다.

동시에 그의 얼굴이 변해 갔다.

우두둑!

“헉!”

눈앞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광경에 아밀랍타는 두 눈을 부릅떴다.

백발을 늘어뜨린 벽안의 인물이 드러났다.

놀랍게도 그는 요란 제국의 대마법사 율튼이었다. 카르스에 의해 심장을 관통당하고 죽은 그가 어떻게 이곳에 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율튼의 벽안이 새카맣게 빛을 발했다.

“어리석은 놈! 네놈 때문에 나의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구나!”

“누, 누구냐!”

“머저리 같은 인간 같으니!”

아밀랍타는 기괴한 기운이 전신을 엄습하자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곳곳에서 작렬하는 폭발로 인해 다른 자들은 미처 율튼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휘리링!

공기가 일렁거림과 동시에 무형의 칼날이 아밀랍타를 향해 날아들었다.

워낙에 창졸지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밀랍타가 피할 수가 없었다.

퍽!

“컥!”

아밀랍타는 가슴에 화끈한 통증을 느끼고는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았다.

심장을 뚫은 율튼의 손을 타고 흘러내리는 핏물은 분명 자신의 것이었다.

칼로 보았는데 놀랍게도 율튼의 손이었다.

아밀랍타의 눈동자가 급격히 죽어 갔다.

“배, 배신…….”

털썩!

“멍청한 놈! 어차피 네놈은 나를 위한 희생양에 불과했다. 한데 배신이라니.”

콱!

율튼의 발이 아밀랍타의 머리를 사정없이 밟았다.

주변이 이내 피로 흥건히 젖어 갔다.

율튼은 협곡 위를 쳐다봤다.

“놈이 저곳에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무조건 이곳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돌아서려고 할 때였다.

협곡의 상공으로 치솟아 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아밀랍타의 두 눈이 점점 더 커지더니 이내 찢어질 듯 부릅떴다.

“이런!”

혁련천후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율튼은 비로소 자신의 실책을 통감했다.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아밀랍타를 죽일 때 자신의 기운을 드러낸 것이 그만 발각이 된 모양이었다.

“저놈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느꼈을 것을…….”

혁련천후라면 충분히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는 재빨리 뒤쪽을 쳐다보았다.

먼 곳에 태백산이 보였다. 그곳을 넘어가 자신만의 공간으로 돌아가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돌아오면 그땐 네놈을 비롯해 이 세상을 피로 덮어 주마, 으드득!”

이를 갈며 바닥을 박차고 오른 율튼은 혼신의 힘을 뽑아 뒤쪽으로 달렸다.

그는 앞을 가로막는 세외의 고수들을 가차 없이 베어 넘기며 질주했다.

“비켜라! 하찮은 종족들아!”

퍽! 퍽!

“으악!”

세외의 고수들은 영문을 모른 채 피를 뿌렸다.

그를 적으로 오인을 한 세외 세력의 고수들 몇 명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다가 한 줌 핏물로 화해 날아갔다.

“크아악!”

“비키라고 했다!”

율튼은 뒤를 돌아보았다.

다시 두 눈이 부릅떠진다. 상당한 거리까지 좁혀져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죽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어떻게든 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팍!

휘이익!

율튼은 가공할 속도로 협곡의 남쪽으로 내달렸다. 그 뒤를 혁련천후가 쫓았다.

둘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지만 워낙에 차이가 벌어져 있었던 까닭에 천하의 혁련천후도 쉽사리 따라잡지는 못했다.

추격전은 결국 태백산의 초입에 이를 때까지 이어졌다.

율튼의 두 눈에 희열의 빛이 떠올랐다.

‘저곳이다! 저곳까지만 가면 놈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거대한 나무들이 솟아 있는 눈의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은 차원을 오가는 통로가 있는데, 오직 자신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혁련천후가 이십 장 안쪽까지 다가와 있었다.

“무서운 놈…….”

그러나 자신이 먼저 당도할 수 있는 거리밖에 남지를 않았기에 율튼은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

“흥! 이번에는 이렇게 물러간다만 다음에 다시 돌아오면 그땐 이 세상이 어떻게 될지 네놈의 상상에 맡기마!”

팍!

혁련천후를 향해 증오심을 드러낸 율튼이 바닥을 차고 뛰어올랐다.

그때였다.

그가 질주하는 전방에서 누군가 불쑥 모습을 드러내며 외쳤다.

“나쁜 놈!”

놀랍게도 지극히 어린 소년이었다.

“엇!”

율튼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졌다.

소년이 무작정 자신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워낙 창졸지간에 벌어진 일이라 율튼이 피할 시간은 없었다.

“죽어!”

아이의 외침에 이어 둘이 허공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번쩍!

콰앙!

“우욱!”

“악!”

묵직한 신음과 함께 율튼이 반대편으로 튕겨 날아갔다. 아이는 모습을 드러내었던 장소의 뒤쪽 숲까지 날아가 추락했다.

“크윽!”

율튼이 가슴을 움켜쥐며 눈밭으로 떨어졌다.

그런 그의 입에서 피가 콸콸 흘렀다.

척!

“헉!”

율튼은 목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절망했다.

그러고 보니 튕겨 날아간 곳이 혁련천후가 쫓아오는 방향이었다.

“네놈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걱!

“크악!”

혁련천후는 수작을 부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율튼의 팔부터 잘라 냈다.

팔이 잘려 나간 곳에서 피가 콸콸 흐르더니 이내 시커먼 연기가 흘러나왔다.

털썩!

“끄아아악!”

율튼의 연방 괴성을 질러 댔다.

그리고 서서히 변해 갔다. 혁련천후는 변해 가는 율튼을 내려다보며 검에 천살강기를 둘렀다.

“더 이상의 회생은 없다, 켈베로스.”

놀랍게도 율튼은 켈베로스로 변해 있었다.

카루가의 자폭 공격에서도 그는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 율튼의 몸을 훔쳐 살아남았던 것이다.

기운이 다한 켈베로스가 숨을 헐떡이며 혁련천후를 올려다보았다.

“크흐흐…… 미개한 인간 따위에게 당하다니!”

“욕심 때문에 죽지 못한 늙은 괴물보다야 인간이 훨씬 낫지.”

“크흐흐, 자만하지 말거라, 이놈! 내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땐 네놈과 네놈의 일족을 모조리 핏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서서히 말라가더니 종래에는 뼈에다 가죽만 걸친 앙상한 몰골로 변해 버린 켈베로스가 저주를 퍼부었다.

혁련천후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착각하고 있군.”

“……!”

“말했잖아, 다시는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치르륵!

천살강기를 품은 혁련천후의 검이 시커먼 기운을 두르기 시작했다.

순간 꺼져 가던 켈베로스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마계의 암흑마기라고 하더군. 마계의 종족이 암흑마기에 의해 죽으면 다시는 환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네놈도 알고 있겠지.”

“네, 네놈이 암흑마기를 어떻게……!”

“후후후! 내 아들이 가르쳐 주더군. 네놈을 완벽하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을 말이야.”

혁련천후가 검을 들어 올렸다.

켈베로스의 입에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아, 안 돼!”

콰아앙!

* * *

“우와아아아아!”

세외 세력들의 뒤쪽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들려왔다.

중원 연합군의 고수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선두에 선 신마대의 무사들이 폭풍처럼 눈발을 뚫고 질주해 들어오면서 적의 후방을 휩쓸기 시작했다.

“신마대주 악승이 나다! 이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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