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무사-423화 (421/425)

# 423

<귀환무사 423화>

귀환무사 2부

198화

* * *

“흐흐! 소문대로 대가리가 텅텅 빈 놈이었군.”

왕전은 새카맣게 밀려오는 세외 세력들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지었다.

“신호를 보내야겠어요.”

“그러시지요.”

휘이이익!

아리엘의 손에서 하얀빛이 하늘로 쏘아졌다.

펑!

순간 하늘이 오색찬란한 빛의 결정들로 수놓아졌다.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발하는 그것은 건곤일척의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신호탄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들의 옆에 혁련천후와 팔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텔레포트잖아?”

“그러게. 중원에 텔레포트를 시전할 줄 아는 사람이 있었다니.”

아리엘과 가인이 크게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때 누군가 그들을 향해 웃으며 다가섰다. 마법사 요란이었다.

“안녕하셨습니까?”

“텔레포트도 할 줄 알고 이젠 다 배웠군.”

“아리엘 님 덕분입지요.”

“요란 님!”

“안녕하셨습니까, 아리엘 님.”

아리엘이 요란을 반갑게 맞았다.

요란도 미소로서 그녀를 맞았다.

왕전이 혁련천후를 보며 물었다.

“진천에게선 아직 소식이 없습니까?”

“오고 있다고 들었으니 곧 도착할 것이다.”

“후후! 그럼 저기 저놈들만 쓸어버리면 전쟁은 끝이군요.”

“쉽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긴장의 끈을 놓지 말도록 해라. 그리고 아리엘은 놈이 기운을 드러내면 내게 알려 주는 것을 잊지 말고.”

“알겠어요.”

혁련천후는 협곡의 끝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빠르게 다가오는 적들을 날카롭게 살펴보았다.

마지막 병력이라서 그런지 그 수와 발산하는 기운이 소위 장난이 아니었다.

“그때 확실하게 끝장을 냈었어야 했는데…….”

지난날 그는 세외를 평정한 바 있었다.

그땐 최소한 살상을 금하고 주요 고수들만 처단했었다. 그게 실수였다.

그때 만약 무자비하게 쓸어버렸다면 오늘날의 이와 같은 전쟁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의 자비는 없다.”

혁련천후는 이곳에서 모두를 죽이기로 단단히 결심을 굳혔다.

“아버지.”

“아버님.”

그의 옆으로 혁련소와 연소민이 다가왔다.

혁련소는 여전히 홀베른의 갑주를 걸치고 있었다.

천살강기를 잃어버린 탓에 현저하게 떨어져 버린 방어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착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혁련천후가 강제로 지시한 까닭도 있었다.

검후의 따뜻한 시선이 둘을 향했다.

“너희들은 뒤쪽에서 지원만 하도록 해. 알았지?”

“하하! 어머니! 저도 꽤 강합니다.”

“소민을 지켜 줘야지.”

“소민도 강한걸요?”

“예. 저도 함께 싸우겠습니다.”

“봐서 그러도록 하고 당장은 전면에 나서지 말도록 해.”

검후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혁련소의 갑주를 만져 주었다.

“오늘은 어미가 너희 몫까지 싸울 거야. 너희들이 전장에 있으면 내가 불안해서 제대로 싸울 수 없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하도록 해.”

혁련소가 뭔가 대답을 하려고 하자 연소민이 그의 팔을 잡아끌며 환하게 웃었다.

“어머니 말씀대로 지원만 하겠어요.”

“그래. 아무래도 소민, 네가 소를 지켜야겠다.”

포근한 미소로 화답한 검후는 이내 혁련천후의 옆으로 다가가 섰다.

적과의 거리가 공격사정권 안으로 좁혀졌다.

갑자기 적진에서 새카만 물체들이 협곡 위로 쏘아졌다.

담대소천의 미간에 힘줄이 돋아났다.

“놈들이 벽력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놈들.”

혁련천후의 눈빛이 서서히 살기를 머금어 갔다.

그는 아리엘을 돌아보았다.

“본때를 보여 줄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러죠.”

씨익!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인 아리엘은 가인과 카츄, 그리고 요란을 데리고 협곡의 끝 부분으로 걸어갔다.

“동시에 공격을 해야 해. 알았지.”

“알았어.”

셋이 서서히 허공을 향해 두 팔을 쳐들었다.

모두는 손끝에 어리는 빛을 응시하며 곧이어 날아갈 강력한 마법을 상상했다.

“지금이야!”

“핫!”

힘찬 기합성과 함께 넷에게서 발출된 화염이 날아오는 벽력탄을 향해 쏘아졌다.

순간 허공에서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콰쾅!

강력한 열기를 지닌 화염을 이기지 못한 벽력탄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서 모조리 허공에서 한 줌 불꽃으로 흩어졌다.

퍼퍼퍽!

“으악!”

“크아악.”

오히려 근접해서 벽력탄을 날렸던 세외의 고수들이 파편을 몽땅 뒤집어쓰고 참혹하게 죽어 갔다.

가공할 광경에 세외의 고수들은 일순 넋을 놓았다.

세상에 저러한 무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번엔 수백 발의 강전이 쏘아졌다. 일반 궁수들이 아닌 무공의 고수들이 쏘아 올린 강전들은 강력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마법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허공에 무형의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따다다당!

기세 좋게 날아든 강전들은 모조리 방어막을 튕기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강전이 소용이 없다!”

“대체 저게 뭐란 말인가!”

세외의 고수들은 허공을 차단한 방어막을 보며 두 눈을 부릅떴다.

“저게 도대체 어떤 무공이란 말인가?”

“마공입니다! 세상에 저러한 마공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세외 세력의 고수들이 동요를 일으켰다.

동요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아밀랍타는 재빨리 내공을 실어 명령을 내렸다.

“사술일 뿐이다! 모두 정면으로 공격하라!”

“적은 소수에 불과하다! 힘으로 밀어붙여라!”

“우아아아!”

그들의 재빠른 대처에 동요를 일으키던 고수들이 괴성을 지르며 협곡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밀랍타의 지근거리에서 이동하던 장로의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

그는 조금 전의 화염 공격과 무형의 방어막을 목격하고는 다소 혼란스러움을 내비치고 있었다.

“뭣 하느냐! 선두에서 무사들을 이끌지 않고서!”

아밀랍타의 불호령에 장로는 어금니를 깨물고는 선두로 치고 나갔다.

* * *

“힘들어.”

아리엘의 입에서 가쁜 숨이 흘러나왔다.

가인과 카츄는 벌써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번엔 저희들이 하지요.”

담대소천 등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적당한 간격을 두고 협곡의 끝부분에 섰다. 어차피 적은 협곡 위를 타고 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들을 반드시 넘어서야만 가능하다. 담대소천을 필두로 모두는 무기를 꺼내 들며 간격을 적당하게 벌렸다.

“모처럼 제대로 싸워 보게 생겼군.”

“그러게 말이다. 오늘은 제일 적게 죽이는 놈이 술을 사는 거다.”

“그거 좋지.”

세외 세력의 고수들이 눈 위를 새처럼 미끄러지며 달려오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강한 자들이 먼저 협곡 위로 몸을 날렸다.

대부분이 암벽 중간을 한 번 정도만 박차면 대번에 협곡 위까지 도달할 정도로 뛰어난 고수들이었다.

그러나 그곳엔 그들로서는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죽음의 손길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먼저다.”

퍽!

“크아악!”

담대소천의 청룡언월도가 한 번 그어지자 한꺼번에 서넛이 피를 뿌리며 추락했다.

무게 중심을 실어 줄 발판이 없는 허공이라 피하거나 막아 낼 방도가 없었으니 공격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두 번째는 나다.”

퍼퍼퍽!

“크아악!”

또다시 많은 자들이 피를 뿌리며 추락했다.

이렇듯 허망하게 죽을 자들이 아니었지만 허공에 몸을 띄웠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덕분에 몸 한 번 제대로 풀겠구나, 멍청한 자식들아! 으하하하!”

북궁천소의 파안대소가 전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사정거리가 긴 조윤의 창은 누구보다 많은 살상을 이끌어 냈다.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진 그것들은 가공할 살상력을 선보이며 주변을 피안개로 덮어 가고 있었다.

“으아악!”

“적이 협곡 위에 매복하고 있다! 물러서라!”

졸지에 수많은 정예들이 목숨을 잃어버리자 세외 세력은 일순 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당장에 되돌아서기에는 뒤쪽에서 달려드는 자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물러서란 말이다!”

“크아악!”

팔왕의 무지막지한 도륙은 주변을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였다.

“사정을 두지 마라!”

혁련천후의 차가운 일성에 팔왕은 더욱 사납게 공격을 퍼부었다.

“살아서도 지옥을 구경시켜 주마!”

“으아악!”

짧은 시간에 상당수의 적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여전히 적의 수는 대단했다. 선두에서 돌진하던 동료들이 죽어 나가는데도 후미에서 달려들던 자들은 동료의 시신을 밟고 넘어섰다.

“밀어붙여라!”

“저곳만 뚫으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 물러서지 말고 전진하라!”

둥! 둥! 둥!

세외 세력의 수뇌부들이 팔왕이 앞을 막아서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쩌렁쩌렁 고함을 질러 댔다.

북소리와 비명, 그리고 함성이 한데 섞여 산천초목이 다 들썩거렸다.

그러나 누구 하나 팔왕의 저지선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것은 스스로 지옥으로 뛰어드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팔왕보다 더 무시무시한 존재가 슬슬 전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른다는 점이었다.

“다시는 헛꿈을 꾸지 못하게 해 주마.”

스르릉!

혁련천후의 눈매가 차갑게 굳어지며 그의 검이 천살강기를 품었다.

챙!

검후도 검을 뽑았다.

한때는 고금 최강의 여전사란 소릴 들었던 그녀다. 혁련천후와 가정을 꾸린 후 검에서 손을 놓았던 그녀였지만 막상 다시 검을 뽑으니 과거의 매서움이 풀풀 흘러나왔다.

“저도요!”

아리엘이 옆으로 다가왔다.

체력을 회복했는지 두 눈에서 정광이 넘쳤다.

“와아아!”

팔왕도 한계가 존재했던가.

개미 떼처럼 몰려들던 적들이 기어코 팔왕의 저지선을 넘어 협곡 위로 내려서기 시작했다.

“개자식들이!”

북궁천소가 대노하며 그들을 덮쳤다.

그때 혁련천후가 싸늘히 외쳤다.

“놈들은 내게 맡기고 앞에만 집중하거라, 천소.”

“예, 주공!”

북궁천소가 허공에서 방향을 틀어 도로 협곡의 끝 부분으로 돌아갔다.

번쩍!

혁련천후가 검을 비스듬히 휘둘렀다.

그러자 반달 모양의 강기가 형성되어 빛살처럼 협곡 위로 올라온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파파파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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