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무사-416화 (414/425)

# 416

<귀환무사 416화>

귀환무사 2부

191화

사방이 포위를 당했으니 피할 공간조차 없었다.

“젠장!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졌기에 이토록 예리하고 날카롭단 말이냐?”

“대주님! 지금이라도 퇴로를 뚫어야지 않겠습니까!”

“좋다! 한 곳을 집중적으로 돌파한다!”

“모두 돌격하라!”

모두가 좌측으로 맹렬히 달려들었다.

그 와중에 날아든 암기에 의해 상당수의 무사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관포 자신도 곳곳에 몇 발을 명중당한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암기에 독이 없어서 내공이 강한 고수들은 견뎌 낼 수 있었다.

따다다다당!

관포가 휘두른 대도에 암기들이 불꽃을 일으키며 튕겨서 날아갔다.

“으윽!”

“용성!”

묵풍대의 부대주 용성이 어깨에 암기 몇 발을 맞고 휘청거리자 관포가 재빨리 그를 보호했다.

쐐애액!

다시 몇 발의 암기가 날아들었다.

우우웅!

따다당!

칼을 풍차처럼 휘둘러 날아든 암기들을 막아 낸 관포가 빠르게 전장을 살폈다.

살아 있는 아군의 수는 스물에 불과했다.

하지만 적은 여전히 수백을 넘어갔다.

으드득!

“빌어먹을 오랑캐 새끼들!”

관포는 이를 갈며 대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는 죽음을 각오했다.

그리고 하나라도 더 데려가고자 마음을 먹고는 자리를 박차고 날았다.

그때였다.

적의 후방에서 빛이 번쩍하더니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앙!

“으아악!”

평원 전체가 심하게 흔들릴 정도의 강력한 폭발은 처참했던 전투를 일시에 중단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뭐지?”

“아군이 온 모양입니다!”

“저기를 보십시오!”

누군가 뒤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곳에 핏빛을 띈 거대한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화, 화산입니다!”

“아닙니다! 저, 저건 신마성의 깃발입니다! 오! 신마성이 왔습니다! 우린 이제 살았습니다!”

관포가 두 눈을 부릅떴다.

“신마성이 왔다고…….”

“예! 틀림없는 신마성의 깃발입니다!”

질풍대의 무사들이 적의 후방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관포의 눈에 전장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비쳤다. 은발을 휘날리는 아름다운 여인을 선두로 흑발을 늘어뜨린 존재와 그의 좌우를 걸어오는 여신과도 같은 여인들…….

순간, 관포의 두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는 혁련천후를 알아보았다.

어찌 저 얼굴을 잊을 수 있을까.

“시, 신마성주께서 오셨다…….”

“와아아아!”

* * *

“역시 대단한 위력이야. 정말 대단해, 아리엘.”

“고마워요.”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검후에게 아리엘은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의 폭발은 아리엘의 마법 공격에 의한 것이다.

한곳에 몰려 있던 곳에 떨어진 까닭에 한 번 공격에 상당수의 적들이 무참히 찢겨 날아갔다.

“그거 나도 좀 가르쳐 줘야 해?”

영호수란이 샐쭉한 표정으로 말을 하고는 검을 뽑아 들었다.

챙!

결코 지지 않겠다는 듯 그녀는 가장 먼저 적진으로 걸었다.

“나도 본때를 보여 줄게요.”

혁련천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영호수란은 처음 만났을 적 그대로였다.

맑고 명랑했으며 질투심도 여전했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을 향해서는 웃음만을 보이는 그녀다.

검후는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 같은 존재라면 영호수란은 그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 주는 존재였다.

그의 눈빛이 다시금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저만치 앞에 있는 담대소천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소천! 저항하는 놈들은 살려 두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슬슬 몸이나 풀어 볼까?”

우드득!

담대소천과 왕전, 그리고 매화무적 진유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관산악이 흑색 무복을 걸친 무사들을 이끌고 전장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친 채 혁련천후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오십 명으로 이루어진 그들이 바로 집단전에선 천하최강이라는 신마각의 신마대였다.

관산악이 혁련천후를 돌아보았다.

눈빛은 왜 빨리 명령을 내려 주지 않습니까, 라고 묻고 있었다.

혁련천후가 그의 속내를 알아채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관산악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주공께서 허락하셨다. 반항하는 놈은 모조리 죽이라고 말이지. 모두 준비들 되었냐?”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흐흐! 좋아! 천하가 왜 우리 신마성을 두려워했는지 오랑캐 놈들에게 똑똑히 보여 주자꾸나! 전원 돌격!”

관산악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신마대원들은 전장으로 질주해 들어갔다.

콰우우우!

작정하고 기운을 발산하자 그들이 지나가는 곳에서 흙먼지가 폭포수처럼 치솟아 올랐다.

* * *

“잘 견뎌 줬다! 관포!”

매화무적 진유는 묵풍대주 관포의 어깨를 툭 쳐 주며 위로했다.

관포의 몸 곳곳이 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진유의 눈에 미안함이 어렸다.

“젠장! 올 거면 좀 빨리 올 것이지.”

말투와는 달리 관포의 얼굴엔 안도감이 묻어났다. 그때 혁련천후가 앞에 모습을 나타내자 관포와 생존한 무사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묵풍대주 관포가 신마를 뵙습니다.”

“신마를 뵙습니다!”

혁련천후는 생존자들을 한 차례 쓸어 보고는 명령을 내렸다.

“그대들은 그만 뒤로 물러서도 좋다. 부상당한 사람들은 치료를 받도록 하거라.”

“예!”

혁련천후는 짧게 말을 하고는 뒷짐을 지고 전장으로 시선을 던졌다.

전장은 살육의 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담대소천과 왕전이 뛰어들었다. 거기에 그들보다 더 난폭하다고 할 수 있는 관산악이 맹수처럼 적진을 휘젓고 있었다.

감히 그들을 어찌 감당할 수 있으랴.

더욱이 천하에서 가장 난폭한 무사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신마대원들이 무자비하게 살육전을 전개하고 있었으니 적들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이 따로 없었다.

“으아악!”

“크아악!”

“모조리 죽여 버려!”

전쟁이라고 할 수 없는 살육의 장.

그 한가운데에서 혁련천후는 강호의 미래를 예상해 보았다.

‘전쟁이 없는 강호.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비록 그런 목표를 세운 적은 없지만 요즘 들어 평화로운 강호를 이룩하고 싶다는 욕구가 점차 커지고 있었다.

혁련소의 실종에서부터 이계에서의 대전쟁.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곧장 전쟁으로 뛰어들면서 생겨난 피로감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군림천하 따윈 필요 없다. 쓸데없는 죽음을 막을 수만 있다면 만인의 목을 베어서라도 사마를 멸하고야 말리라.’

두 눈에 단호함이 어렸다.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검후가 다가왔다.

혁련천후는 피와 죽음이 난무하는 전장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다시는 이런 전쟁이 벌어지지 않게 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소.”

“그래서 좋은 방법을 찾아내셨나요?”

“따로 방법이 있겠소. 그저 사마의 무리라면 닥치는 대로 죽여 없앨 수밖에.”

그다운 대답에 검후가 곱게 아미를 찡그렸다. 그러고는 혁련천후의 손을 살며시 쥐었다.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 거예요. 팔왕이 있고 신마성의 무사들이 있으며 당신을 지지하는 강호의 수많은 무사들이 있는데 누가 감히 당신의 그러한 뜻을 막을 수 있겠어요.”

힘을 실어 주는 말에 혁련천후는 그녀를 돌아보며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때 아리엘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픈 사람들은 이쪽으로 와요.”

이국적인 그녀의 용모는 전장에서도 눈부셨다.

죽음의 혈전을 치른 무사들이 잠시 그것을 망각할 정도였다.

암기 세례를 받았으니 성한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관포가 가장 먼저 아리엘의 마법 치료를 받았다. 손을 몇 번 휘젓자 통증이 싹 사라졌다.

관포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두 눈을 휘둥그레 치떴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이지?”

“저분께서는 신비한 능력을 지니셨다. 너희들에게는 복이지, 후후후.”

“아무리 신비해도 그렇지 손 한 번 휘저으니 상처가 씻은 듯이 아문다는 게 말이 되냐.”

“처음엔 다 너처럼 그러더라. 그런 능력만 지니신 분이 아니다. 조금 전에 한방에 적, 열 너덧 명을 무참히 날려 버린 공격도 바로 저 분의 작품이시다.”

진유의 그 같은 대답에 관포는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한데 저분은 누구냐?”

“누구긴. 셋째 사모님이시지.”

“셋째 사모님…… 그럼 저분의…….”

관포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자 진유는 그런 관포의 어깨를 툭 치면서 웃었다.

“그러니 공손히 대해야 할 거다.”

팔왕에 버금가는 고수라는 말도 놀라웠지만 셋째 사모라는 말이 호흡조차 떨리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배분으로 따지면 자신은 얼굴을 들어서도 안 되는, 그야말로 저 하늘 끝에서 노는 존재가 아닌가?

‘농담을 건넸더라면…….’

사실 조금 전에 치료를 받을 때, 아리엘의 폭발적인 아름다움에 말이라도 한마디 붙여 보려고 했었다.

만약 그랬더라면.

오싹.

관포는 전신이 싸늘히 식어 가는 느낌에 크게 심호흡을 했다.

“쉬고 있어라. 나도 좀 도와줘야겠다.”

반쯤 얼이 빠진 관포를 뒤로하고 진유도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 * *

“개자식들!”

퍼퍼퍽!

“으아악!”

성난 진청의 고함 소리가 숲을 흔들었다.

전투는 난전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토록 견고하던 방진이 깨어지자 적과 아군이 한데 뒤섞여 버렸다.

화산오웅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벌써 다섯의 청룡단원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다른 모두도 얼마 견디지 못할 듯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 있었다.

쾅!

진호의 검이 맹렬한 기운을 사방으로 뿌려댔다.

워낙 수적에서 밀리다 보니 그는 무리를 해서라도 대량 살상용 수법만을 펼치고 있었다.

이미 그에게 죽은 적이 수십을 넘어갔다.

그러다 보니 그가 움직이는 주변엔 적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서 암기만 던져 댈 뿐이었다.

“나는 우습게 봤다 이거지! 뒈져랏!”

서걱!

진명의 검이 꽤 사납게 보이던 혈교의 고수를 두 동강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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