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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415화 (413/425)

# 415

<귀환무사 415화>

귀환무사 2부

190화

청명이 재빨리 뒤쪽으로 이동해 청룡단의 무사들에게 명령을 전했다.

무사들은 빠르게 횡으로 늘어서며 은밀하게 무기를 뽑아 들었다. 일순 주변에 무거운 적막감이 흘렀다.

그때였다.

전방의 숲속 창공에서 폭죽이 터졌다.

펑!

“우와아!”

동시에 천지가 들썩이는 괴성과 함께 사방에서 적들이 뛰쳐나왔다.

“이런…….”

“한 곳으로 모여라! 어서!”

진호를 비롯한 화산오웅은 재빨리 청룡단원들에게로 이동했다.

“흐흐흐! 겁대가리를 상실한 놈들이군. 고작 그따위로 태백산을 넘어오다니…….”

장대한 체구를 지닌 흑포인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가슴에 혈 자를 새겨 넣은 것으로 보아 혈교의 인물이 틀림없었다.

진호는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적의 수는 거의 백 명에 이르렀다. 수적으로 자신들의 세 배에 달하는 인원이다.

위기였다.

자신들만 있다면 싸우다가 물러나면 그뿐이다.

하지만 청룡단원들이 있다. 그들을 두고 자신들만 빠져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혈교의 졸자였냐?”

호흡을 가다듬은 진호가 사납게 물었다.

“흐흐! 네놈들이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설친다는 화산의 다섯 마리 쥐새끼들이군?”

“거머리처럼 생겨 먹은 새끼가 감히!”

쾅!

성정이 불같은 진청이 땅을 박차고는 그대로 흑포인을 덮쳤다.

“진청!”

“말리지 마십시오!”

까가강!

진호가 말릴 사이도 없이 벌어진 상황은 곧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어 버렸다.

진명이 소리쳤다.

“모두 방진으로 대형을 바꾸고 방어에 주력한다!”

“방진!”

청룡단원들이 훈련받은 대로 빠르게 최적의 방어진이라는 방진으로 대열을 변화시켰다.

그 가운데 화산오웅의 막내인 청명과 청진이 섰다.

진호가 진명을 돌아보며 눈빛을 보냈다.

“최대한 많이 죽여 놓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좌측을 맡아 줘라.”

“조심하십시오.”

둘이 이내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까가강!

“넌 뒈졌어!”

진청의 검은 사납고 난폭했다.

혁련천후에게서 직접 수련을 받았던 그는 누구보다 파괴적인 검법을 펼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와 격돌한 혈교의 고수는 격돌이 벌어진 이후 단 한 번도 반격을 가하지 못하고 수비에만 급급했다.

깡! 깡! 깡!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의 충격이 연이어 전해지자 흑포인의 방어망에 허점이 순간적으로 드러났다.

눈이 좋기로 소문이 난 진청이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고작 그따위밖에 안 되는 놈이 함부로 지껄였느냐!”

진청의 검이 일도양단의 수법으로 상대의 목을 내리쳤다.

서걱!

“크악!”

흑포인의 머리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잘린 부분에선 피조차 튀지 않았다. 바닥을 구르는 머리를 발로 밟아버린 진청은 주변을 살폈다.

자신들의 정체를 알면서도 모습을 드러낸 자들치고는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진호와 진명의 검이 연이어 적의 목을 끊어 내고 있었고 청룡단원들을 덮쳤던 자들은 청명과 청진의 환술에 가랑잎처럼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적이 자신들을 과소평가한 것이라 여긴 진청의 눈매가 사납게 돌아갔다.

“별것도 아닌 새끼들이…….”

살기를 품은 진청이 한 마리 범처럼 전장으로 난입해 들어갔다.

* * *

펑! 펑! 펑!

하늘이 빨간색과 파란색의 연기로 자욱하게 채워졌다.

빨간색은 세외 세력의 신호탄이고 파란색은 정도맹의 신호탄이었다.

의외로 화산오웅의 무공이 강력하자 적은 여러 발의 신호탄을 연이어 쏘아 댔다.

적들이 지원 병력을 부른다는 것을 눈치챈 진호가 청룡단원에게 외쳤다.

“신호탄을 쏘거라!”

“예!”

피유우우우!

펑!

한식경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청룡단원들 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적이 옵니다!”

“적의 지원 병력입니다!”

숲 저쪽에서 적들이 달려오는 것을 진호의 낯빛이 굳어졌다.

설마하니 이렇게 빨리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터였다.

“근처에 몰려 있었던 모양이다! 모두 잠시 물러난다! 너희들은 아이들이 빠져나갈 수 있게 퇴로를 열어라!”

“그냥 싸우지요!”

“객기를 부릴 때가 아니니 어서 말에 따르거라!”

진청이 불만을 터뜨리며 더욱 강력한 검법을 구사했다.

전장을 휘젓던 화산오웅 모두가 퇴로를 열고자 뒤쪽으로 이동하며 길을 텄다.

그 와중에서도 사방에서 적들이 새카맣게 몰려들고 있었다.

“모두 후퇴한다!”

“숲 안쪽으로 들어가라!”

적의 수가 워낙 많았기에 그들은 울창한 수림 속으로 들어갔다.

워낙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던 까닭에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들어오기 힘든 곳이라 수비를 하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반면 고립이 될 가능성도 높은, 양날의 검과 같았지만 당장 처한 위기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숲으로 들어서자 울창한 나무들이 태양을 가려 저녁처럼 어두웠다.

쐐애액!

퍼퍼퍽!

적들이 쏘아 댄 강전들이 날아들었지만 천연의 방어막을 형성해 준 숲 때문에 아무도 해를 입지는 않았다.

“신호탄이 더 남았느냐?”

“가지고 있던 두 발을 모두 쏘았습니다!”

“좋아! 지원군이 올 때까지 이곳에서 버틴다!”

좁은 길목을 화산오웅이 막아섰다.

퍽!

“으악!”

가장 먼저 뛰어들던 적들이 그들의 칼날 아래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하지만 점점 밀려드는 수가 엄청나게 늘어 갔다.

진호가 소리쳤다.

“청명, 청진! 환술로 놈들을 막아라!”

“예! 사숙!”

청명과 청진의 양손이 기괴한 기운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진천에게서 배운 환술로 그들은 주변의 사물을 대번에 다른 풍경으로 변화시켰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벌어 줄 수 있지?”

“대략 한 식경 정도에 불과합니다!”

“최대한 오래 버터 줘야 한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진호는 둘의 어깨를 다독거려 주고는 몰려드는 적들을 살폈다.

숫자가 너무 많았다.

한 식경 안에 지원군이 오지 않는다면 크나큰 피해를 불을 보듯 뻔했다.

와아아!

적들이 일부러 더 크게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몇몇 청룡단원들의 낯빛이 사색으로 변해 갔다.

“정신 차려라!”

진호가 그들을 다독거렸지만 한번 집어먹은 두려움은 쉽사리 걷어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쐐애액!

퍼퍼퍽!

“나무 뒤에 몸을 숨겨라!”

진호의 외침에 모두는 나무를 엄폐물로 삼아 강전 세례를 피했다.

콰아아!

청명과 청진이 펼친 환술로 인해 적들도 더는 접근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청룡단원들이 동요를 보이기 시작했다.

진명이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뒤쪽으로 더 들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거긴 적의 본영이 있는 곳이다. 여기서 방어하는 게 최선이다.”

“얘들이 위험해집니다!”

“들어가면 더 위험해! 일단 기다려!”

진호는 단호하게 거절하고는 전방을 주시했다.

옅어진 환술 사이로 꾸역꾸역 밀려들어 오는 적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전면과 측면까지 완벽하게 포위한 적의 수는 어림잡아 오백은 넘어 보였다.

“젠장! 마음대로 싸울 수도 없고, 빌어먹을!”

“침착해라! 곧 지원군이 올 것이다.”

“제가 포위망을 뚫고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진청이 나섰으나 진호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빠지면 방어에 허점이 생겨서 안 된다는 것을 어찌 모르느냐.”

“빌어먹을!”

쾅!

진청이 신경질적으로 나무를 후려치고는 전방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쐐애액!

퍼퍼퍼퍽!

강전이 날아들어 주변 나무들을 흔들었다.

대부분이 그들이 모인 곳에 집중된 것으로 보아 위치가 드러난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적의 고함이 바로 앞에서 울렸다.

“여기다! 놈들이 여기 있다!”

“여기 있으면 어쩔 건데, 개자식들아!”

퍽!

“크악!”

진호의 검이 상대의 목을 꿰뚫었다.

진청이 청룡단원들을 돌아보며 악다구니를 썼다.

“계집애처럼 그러고들 있을 테냐! 사내답게, 중원의 무사답게 눈에 불을 켜고 싸워라, 멍청한 자식들아!”

몇몇 청룡단원이 거들고 나섰다.

“곧 있으면 지원군이 온다! 그때까지 청룡단의 힘을 적들에게 보여 주자!”

“그래! 우리는 정도맹의 무사들이다! 두려움을 걷어 내고 용맹하게 싸워야지 않겠느냐!”

비로소 청룡단원들이 투기를 머금어 갔다.

진청이 그 모습을 보고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퉤!

제4장 막아도 죽고 물러서도 죽는다

전투는 다른 곳에서도 벌어졌다.

비교적 강자들로 구성된 정도맹의 질풍대와 구파의 연합 부대는 사방이 탁 트인 평원에서 적의 기습 공격을 받았다.

용맹하기로 소문이 난 질풍대였지만 적의 숫자가 지나치게 많았던 까닭에 꽤 많은 대원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 갔다.

교전이 시작된 지 반 시진이 채 못 되어 평원은 이미 죽은 자들이 흘린 피로 가득했다.

“적들의 기세가 너무 사납습니다! 퇴각을 해야 합니다!”

“이미 늦었다. 적들이 사방을 포위하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하니 물러서지 말고 사력을 다해 싸워라!”

수뇌부들은 동요하는 아군을 독려하며 고군분투를 했지만 전황을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

수뇌부의 입에서 절망 어린 탄식이 흘러나왔다.

청룡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고수로 이루어진 그들이었지만 적의 수가 워낙 많았던 탓에 죽어 가는 자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모두가 정파의 미래라 불렸던 질풍대원들이기에 그 죽음어 더더욱 비통하게 다가왔다.

“지원군이 곧 올 것이다! 물러서지 말고 맞서 싸워라!”

묵풍대주 관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평원을 울렸지만 이미 전황은 적에게 반 이상은 넘어간 상태였다.

“으악!”

또 다른 희생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전신에 암기를 맞고 죽어 간 자가 이내 흐물흐물 녹아들기 시작했다.

“독이다!”

“빌어먹을!”

적이 독까지 사용하자 모두는 절망에 몸을 떨었다. 더욱더 큰 문제는 독이 묻은 암기가 호신강기도 쉽게 관통해 버린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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