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무사-413화 (411/425)

# 413

<귀환무사 413화>

귀환무사 2부

188화

쾅! 쾅!

철우의 대도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싸우던 자들이 막기를 포기하고 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은 그가 얼마나 강한지를 대변했다.

다른 무사들은 싸움에 끼어들지 못하고서 주변을 멀찌감치 포위했다.

자칫 끼어들었다간 강기에 그대로 목이 날아간다.

“철우! 네놈이 지금껏 살아 있었다니…….”

“네놈들을 죽이기 전에는 결코 눈을 감을 수 없지. 이렇게 스스로 나타나주니 고맙구나, 이놈들!”

“후후! 아깝지만 네놈은 오늘 이곳에서 죽어야겠다. 오늘 이후로 신교는 다시 우리가 접수하게 될 것이다.”

“능력이 있으면 어디 마음껏 해 보시지.”

지금까지와는 달리 털옷을 걸친 자들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그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자 철우의 얼굴이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선두에 선 자의 양손이 하늘로 올라갔다. 그것을 본 진천의 미간이 슬쩍 구겨졌다.

‘마법을 펼치려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저 곰 같은 놈이 당해 낼 순 없겠지?’

진천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지금 신교가 놈들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러면 모든 게 틀어진다.

자신이 받은 명령은 신교를 보호하고 연유극과 연무진의 행방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신교를 돕게 되다니…….’

팟!

그의 육신이 지붕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양손을 좌우로 펼친 진천은 대붕이 강하하듯 대지로 떨어져 내렸다.

“비켜! 자식들아!”

진천의 낭랑한 외침에 막 마법 공격을 펼치려던 자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응시했다. 그러고는 진천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쿵!

진천이 내려선 바닥이 심하게 진동했다.

‘저자는 또 뭔가.’

철우가 난데없이 나타난 진천을 가라앉은 눈으로 응시했다.

진천이 그를 향해 씩 웃어 주었다.

“적은 아니니 그런 눈으로 보지 말자고.”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무조건 믿어야 할 상황 같은데.”

“…….”

철우는 잠시 진천을 직시했다.

그러다가 최소한 적은 아니라는 생각에 시선을 돌렸다.

진천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저놈들은 내가 맡을 테니까 뒤로 빠져 있어 줄래?”

“……뭐?”

“미친놈.”

황당하기는 철우나 털옷을 입은 자들이나 마찬가지였다.

철우는 진천을 유심히 보았다.

그러고는 어딘가 낯이 익다는 느낌을 받았다.

‘금발 머리에 준수한 얼굴, 그리고 저 정도의 기운이라면……!’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철우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환영왕!’

그랬다.

고금최강의 환술을 바탕으로 중원을 뒤 흔든 존재, 팔왕의 하나이며 따로 환영왕(幻影王)이라 불리는 존재가 진천과 닮아 있었다.

철우는 호흡을 가다듬고 물었다.

“신마성에서 오셨습니까?”

말투와 분위기가 대번에 바뀌었다.

“눈치는 제법이군. 그렇다면 뒤로 빠져야 하는 이유도 알겠지?”

“예사롭지 않은 놈들이니 저도 돕겠습니다.”

“저놈들은 마공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요상한 술법을 쓰는 놈들이다. 빠져서 보고 있다가 여차하면 돕든가 하고 일단은 물러나 있어라.”

철우는 사나운 눈길로 무리들을 쓸어 보고는 뒤로 조금 물러났다.

눈빛엔 의구심이 가득했다.

그가 왜 신교를 도우려는 걸까? 신마성은 화산이 아니면 절대 강호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게다가 자신들은 마의 종주라는 신교다.

정파의 상징인 신마성이 도울 일은 없는 곳이 바로 신교가 아닌가.

게다가 과거 신마성주와 함께 배신자들과 한바탕 전쟁까지 치렀지 않은가.

그런데 왜.

‘일단은 지켜보자.’

철우의 눈빛이 점점 더 무겁게 가라앉을 때, 진천이 다시 무리들을 향해 낭랑한 음성을 토해 냈다.

“머릿수를 세어 보니 모조리 넘어온 것이 분명하군. 네놈들 찾는다고 개고생한 걸 생각하면 목을 분질러야 속이 풀리겠다만 주공 때문에 참는다.”

그때 가운데 섰던 인물이 손을 들어 진천을 가리켰다.

“설마, 다, 당신이……!”

“당신이 뭐?”

“흑안의 마검사와 함께 움직였다는 그 마법사?”

진천이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이곳에서 그 소릴 들으니 무척 쑥스러운데. 귀는 있어서 들을 건 다 듣고 산 모양이군. 알고 있으니 깨놓고 말하지. 어디 숨겨 놓았냐?”

“……무엇을 말이냐?”

“여기 주인 말이다. 경고하는데, 순순히 부는 게 좋을 거야. 내가 화가 나면 꽤 무섭거든.”

철우의 낯빛이 급변했다.

대화를 들어 보면 눈앞의 적들이 연유극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때 진천의 전음이 흘러들었다.

[조심해. 놈들이 일거에 치고 들어올 태세니까.]

철우는 진천의 전음에 눈빛으로 감사를 표했다.

진천이 양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말로 해선 안 될 놈들이라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없이 주먹을 쓸 수밖에.”

치르륵…….

진천의 육신이 하얀빛으로 둘러졌다.

무리들이 움직임도 더 빨라졌다. 그중 하나가 진천을 향해 싸늘히 외쳤다.

“그대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우리 전부를 어쩌지는 못할 것이다.”

“웬 자신감.”

“갈기갈기 찢겨지면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불가능할 거다. 내 몸이 좀 튼튼해야 말이지.”

진천은 끝까지 이죽거렸다.

하지만 눈빛은 어느새 싸늘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눈앞의 인물들이 최선을 다해야만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서 처음부터 최강의 무공을 사용할 심산이었다.

그는 철우에게 전음을 보냈다.

[전장에서 이탈을 하는 있으면 심장을 찔러 죽여라. 반드시 심장을 찔러야 한다는 걸 명심해라.]

[알겠습니다.]

철우는 두 손으로 검을 힘껏 쥐고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때 진천의 전음이 다시 흘러들었다.

[놈들의 심장은 오른쪽에 있음을 잊지 말라고.]

[……예.]

“쳐라!”

적이 먼저 움직였다.

강력한 기운이 진천을 향해 날아들었다. 진천이 양손을 쫙 펼치자 손가락에서 열 개의 빛이 일어나며 화살처럼 날아갔다.

퍼퍼퍽!

“크악!”

세 명이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오히려 진천이 놀랐다.

‘더 강해졌구나. 일곱 명이나 그걸 피해 내다니.’

그는 다시 손을 펼쳤다.

이번에는 더 굵고 긴 빛줄기가 빛살처럼 날아갔다. 이번에는 다섯이 그대로 머리가 터지며 꼬꾸라졌다. 진천이 그제야 웃었다.

“너희들은 오늘 임자를 잘못 만난 거야, 자식들아.”

“죽여 주마!”

“모두 한꺼번에 놈을 쳐라!”

콰아아!

주변이 이내 섬광과 굉음, 그리고 형형색색의 빛들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철우는 난무하는 기의 폭풍 속에서도 두 다리로 대지를 밟고 서서는 누구라도 튀어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때였다.

번쩍!

철우의 검이 허공을 수평으로 갈랐다.

퍽!

“컥!”

그의 검에 오른 가슴을 꿰뚫린 자가 두 눈을 까뒤집으며 꼬꾸라졌다.

철우의 입꼬리가 슬쩍 말려서 올라갔다.

“별것도 아닌 놈들이…….”

* * *

청룡단 소속의 무사 관호는 굳은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좌우측으로 수십 명의 동료들이 그와 함께하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잔뜩 긴장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호흡을 고른 관호는 다시 시선을 전방으로 던졌다.

그는 화산의 속가제자다.

매화무적에게 사사받은 스무 명의 제자들 중 하나로 장래가 무척 촉망되는 기재이기도하다.

그는 지금 동료들과 함께 태백산의 곳곳에 매복 중인 적을 제거하는 임무에 투입된 상태다.

투입된 무사들의 수는 백이 넘어갔다.

상당수의 부대가 곳곳으로 나뉘어 태백산을 샅샅이 수색중이다.

관호가 속한 부대는 무당의 도량이 책임자로 나섰는데 그는 지금 대열의 가운데를 이동하고 있었다.

스스슥!

부딪힌 나뭇가지들이 울음을 토해 낸다.

가운데와 가장 끝부분에 상대적으로 강한 고수들이 배치된 것은 혹시 모를 적의 기습에 대비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무공이 약한 관호는 가운데에 배치되었다.

그때 선두에서 척후로 나섰던 무사 하나가 팔을 뻗어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모두가 이동을 멈추고 호흡을 죽였다.

도량이 은밀하게 척후조에게로 다가갔다.

[적입니다.]

[몇 명이냐?]

[넷입니다. 그중 하나가 환술사로 보입니다.]

[알았다.]

전음을 주고받은 도량이 다시 대열로 돌아왔다.

그리고 손으로 암호 같은 것을 보내자 모두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도량이 가장 끝부분에 배치되었던 고수들을 불러 그들과 함께 다시 앞으로 움직였다.

그들이 전방의 우뚝 솟아오른 암벽의 지척에 다다랐을 때였다.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암벽 뒤쪽에서 시뻘건 화염이 도량과 고수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피해라!”

“환술 공격이다!”

콰광!

폭발을 일으킨 곳에 화염이 솟구쳤다.

다행히 도량과 고수들은 화염 공격에서 무사했지만 더 이상 접근을 할 수가 없었다.

화염 공격은 다시 이어졌다.

쾅! 쾅! 쾅!

연속적인 공격으로 암벽 근처는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열기가 몰아쳤다.

“강전!”

도량의 명령이 떨어지자 무사들이 벌떡 일어서더니 일제히 강전을 쏘아 댔다.

관호도 이동식 활을 손에 쥐고는 화염이 날아온 곳으로 강전을 날렸다.

쐐애액!

따다다다당!

암벽 윗부분에서 수많은 불꽃이 생겨났다. 어떤 방어막 같은 것에 강전들이 부딪치며 나타난 현상이었다.

도량의 낯빛이 굳어졌다.

“생각보다 강한 환술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낱 매복조에 환술사가 섞여 있다니…… 도대체 적들에게 환술사가 몇 명이나 된단 말이지?”

난감했다.

세외 세력과의 전투에서 가장 골머리를 섞는 부분이 바로 환술사들이었다.

기상천외한 공격 수법으로 무장한 적의 환술사들은 화염 공격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고수들의 이동은 손쉽게 간파해 내는 묘한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정도맹은 지금껏 단 한 번의 기습도 성공하지 못했다.

게다가 서로 얽혀 난전을 벌이는 와중에 피아를 막론하고 퍼붓는 화염 공격 때문에 상당한 수의 무사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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