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무사-410화 (408/425)

# 410

<귀환무사 410화>

귀환무사 2부

185화

“좋지 않은 소식이라도……?”

“아니네, 아니야. 허허! 오늘은 어찌 이리도 좋은 일만 계속 이어지는가?”

“……예?”

“허허! 십지문과 영호세가가 포달랍궁을 쓸어 냈다는구먼. 자네는 이 소식이 믿겨지는가? 승냥이처럼 우리를 괴롭히던 두 곳이 하루아침에 쓰러졌다는구먼.”

관승은 남궁기가 건넨 서신을 재빨리 읽어 내려갔다.

[포달랍궁의 요승들을 모조리 처치했습니다. 곧 영호세가와 함께 전선으로 떠날 것이니 그때 뵙겠습니다.]

웅장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필체는 분명 십지신검 독고무의 것이었다.

관승의 얼굴이 경련을 일으켰다.

“대단합니다. 진정 대단합니다. 그 포악한 포달랍궁을 무너뜨렸다니요, 으허허허!”

관승이 너무 기쁜 나머지 이상한 웃음을 지었다.

적의 핵심 세력 중 하나인 포달랍궁과 뇌음사의 전멸은 팽팽한 대치 전선을 보이는 지금의 상황에서 중원 무림에게는 가뭄의 단비나 마찬가지였다.

남궁기가 벌떡 일어섰다.

“좋아! 이 소식을 서둘러 최전선에 대치 중인 무사들에게 전하게. 나도 곧장 그곳으로 움직일 것이니 모두에게 준비하라고 전하게.”

“알겠습니다!”

관승이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남궁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연신 껄껄 웃었다.

낭보가 전해지자 정도맹에 모처럼 활력이 넘쳐 났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본단에 주둔하고 있던 구파의 정예들이 최전선으로 이동을 준비했고 신마성에 의해 봉문을 당했던 소림도 속죄의 뜻으로 함께 참전하겠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지난날의 악행으로 오대세가에서 제외되었던 사천당문도 같은 뜻으로 모든 전력을 최전선으로 이동시키겠다고 했다.

역사상 최초로 세외 세력의 본토 침공을 당했던 중원의 강호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든 변화의 시발점은 돌아온 신마와 팔왕에 의한 것이었지만 아직은 아무도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 * *

“이곳이 셤서라는 곳인가요?”

아리엘은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백색의 성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텔레포트로 호북에서 곧장 섬서로 이동한 그녀는 신마성의 웅장함과 주변을 맴도는 강대한 기운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드래곤의 던전도 이 정도의 기운을 발산하지는 못할 거라 여겼다.

영호수란이 가볍게 웃었다.

“그 사람과 우리가 사는 곳이야. 어때, 멋지지?”

“대단해요. 지금껏 저토록 강력한 기운을 발산하는 곳은 본 적이 없는데…….”

“성 전체에 죽음의 절진이 펼쳐져 있어서 그래. 나중에라도 함부로 쏘다니면 큰일이 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해.”

한편, 연소민은 조금은 긴장한 빛을 보였다.

영호수란이 거론한 존재는 사실 마도의 인물들에겐 염라대제에 비견되는 엄청난 인물이기 때문이다.

비록 혁련소와 엮여져 한 가족이 되었다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영호수란이 그녀의 긴장한 얼굴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시아버지니까 괜찮아.”

“……예.”

혁련소가 그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소민을 보면 무척 좋아하실 거야. 그러니까 그만 긴장을 풀라고.”

“그래도 그게 잘…….”

혁련소는 연소민의 손을 부드럽게 쥐었다.

“우리 혁련가문의 남자들이 도량이 바다처럼 넓거든. 그러니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

영호수란이 코웃음을 치며 받아친다.

“바람도 잘 피우지.”

“하하! 전 아버지와 다릅니다. 오직 소민, 하나만 보고 살 겁니다.”

“흥! 두고 볼까?”

괜히 머쓱해진 아리엘이 먼저 걸음을 놓았다.

깜작 놀란 영호수란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함부로 들어섰다간 큰일 난다니까.”

“어머.”

아리엘이 놀라 뒤로 물러섰다.

영호수란이 앞장을 섰다. 모두는 그녀의 뒤를 쫓아 조심스레 걸음을 놓았다.

그렇게 얼마를 이동했을까.

“됐어.”

아리엘과 연소민은 영호수란의 말과 함께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그때였다.

스스슥!

뒤쪽에서 가벼운 공기의 흐름이 일어났다. 혁련천후와 검후, 팔왕들이 일제히 모습을 나타내었다.

“뭐야? 뒤를 따라온 거예요?”

“오다 보니 시간이 맞아떨어졌네.”

혁련소가 환하게 웃으며 검후에게 다가갔다.

“어머니!”

“대견한 일을 했다고?”

“제가 했습니까? 다 셋째 어머니가 하신 걸요.”

검후는 아리엘을 보며 따뜻하게 웃어 주었다.

아리엘도 그녀 앞에선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성격이 비슷한 영호수란과는 곧잘 말을 섞었지만 검후 앞에선 왠지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무섭다기보다는 고아한 기품 탓이다.

검후가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중원이 생각보다 괜찮지?”

“예. 너무 멋지고 마음에 들어요.”

“대충 정리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와도 될 거야. 진천, 진무 두 분이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으니 아이들 걱정은 말고…….”

“고맙습니다.”

“이젠 그런 말은 하지 마. 한 식구끼리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야.”

검후는 아리엘의 어깨를 쓰다듬어 주고는 혁련천후를 올려다보았다.

“떨리시죠?”

“조금…….”

그는 조부를 볼 생각에 밤잠까지 설쳤었다.

그에겐 아내들과 혁련소만큼이나 소중한 존재가 바로 조부 혁련강이다.

이계에서 사라졌던 그가 화산의 제자들과 다행히 중원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까지 비쳤던 그였다.

잠시 호흡을 고른 혁련천후가 걸음을 성큼 놓았다.

검후가 연소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복잡한 길이니까 조심해야 해.”

“예, 어머니.”

모든 이에게 따뜻한 검후. 아리엘은 그녀를 묘한 눈으로 응시했다.

그러고는 혁련천후의 뒷모습도 번갈아 응시했다.

[꿈 깨셔.]

영호수란의 전음이 들렸다.

“……?”

[저 인간은 언니밖에 몰라. 그러니까 끼어들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도 있잖아.]

[특별한 비책이 없나요?]

[그런 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쳇!]

[우리 연합 전선을 펴요. 설마 둘이서 언니, 혼자를 당하지 못할까요?]

아리엘은 어느새 본연의 쾌활한 성격을 되찾고 있었다.

영호수란이 고개를 저었다.

[싫어. 난, 이 등으로 만족할 거야.]

[그럼 저는요.]

[너는 당연히 세 번째지, 후훗.]

영호수란이 묘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사슴처럼 뛰어가더니 혁련천후의 오른팔을 꽉 껴안는다.

삐익!

“유후!”

“야합니다!”

“총각도 있는데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혁련소와 팔왕의 휘파람 소리에도 그녀는 더욱 몸을 밀착시키고는 떨어지지 않았다.

검후가 아리엘을 돌아보며 말했다.

“뭐 해? 왼팔이 비었잖아?”

“…….”

입술을 질끈 깨문 아리엘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가 간 곳은 혁련천후의 왼팔이 아닌 검후의 왼손이었다.

“전 언니가 더 좋아요.”

뒤에서 왕전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한눈에 대세를 파악하셨군.”

“역시 보통이 아니셔.”

“내 말이.”

* * *

태백산(太白山)은 사천과 섬서의 경계에 위치한 산으로 꽤 높은 해발에다 산세가 거칠고 가파른 것으로 소문난 곳이다.

암벽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한 이곳에 강호의 존망을 걸고 세외 세력과 중원의 무사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태백산을 가운데 놓고 중원의 세력은 섬서 쪽 방면에, 세외 세력들은 사천 방면에 본영을 꾸렸다.

대규모로 태백산을 넘기가 불가능해진 세외 세력들은 산발적으로 중원의 본토에 고수들을 은밀히 잠입시켜 교란을 노렸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때문에 세외 연합군의 사령을 맡은 홍교의 교주 아밀랍타는 며칠 전, 무사히 태백산을 넘어 섬소와 호북으로 잠입한 뇌음사와 포달랍궁의 선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잠입에 성공했다는 소식 외에는 그 어떤 소식조차 전해 오지 않자 아밀랍타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무림맹의 본단에서 지원 병력이 도착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그는 경공이 뛰어난 고수들을 차출해 뇌음사와 포달랍궁의 소식을 알아보고자 했다.

그들이 태백산을 넘어간 지 사흘이 지났을 때, 아밀랍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뇌음사와 포달랍궁의 전멸했다는 것이었다.

믿기지 않는 비보에 아밀랍타는 각 문파의 수뇌들을 소집해서 차후 대책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거대한 천막을 두른 사령막이 간간이 울리는 고성으로 들썩거렸다.

아밀랍타의 고성이 가장 자주 울렸고 다른 이들의 반발성 고성도 그에 못지않았다.

“화산이 단독으로 뇌음사를 전멸시킬 수는 없소. 이는 필시 우리를 교란할 목적으로 중원 무림이 헛소문을 퍼뜨린 것이 분명하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오. 매화무적과 화산오웅이 있다고는 하지만 뇌음사는 화산보다 두 배는 더 강력한 전력을 지닌 곳이오.”

정보 자체를 부정하는 자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아밀랍타는 생각이 달랐다.

그가 좌중을 한 차례 쓸어 보고는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정보가 사실이라면 이건 필시 신마성의 개입이 있었음이 분명하네. 만약에 그렇다면 모든 병력을 사천으로 물려야 하네. 여차하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어야지 않겠는가.”

아밀랍타는 총사령으로서는 해선 안 될 퇴각론을 들고 나왔다.

말처럼 신마성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었는데, 최후 전선을 이곳 태백산이 아닌 사천의 서쪽 끝부분으로 옮기자는 강변이었다.

만약이 사태가 터지면 도주하기 가장 용이한 곳이 사천이라는 말까지 곁들였다.

다른 문파의 수장이 반박하고 나섰다.

“신마성이 비록 두렵기는 하나, 신마와 팔왕이 없으니 충분히 감당할 수 있소이다! 한데 총사령께서는 어찌 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언사를 그리도 쉽게 하십니까?”

“옳습니다! 설사 신마와 팔왕이 있다고 해도 물러설 순 없는 일이거늘, 총사령께서는 말씀을 좀 가려 하시지요!”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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