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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407화 (405/425)

# 407

<귀환무사 407화>

귀환무사 2부

182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에 오금에서 힘이 풀어질 정도였다.

이토록 근접거리까지 다가올 동안에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니. 자신보다 고수가 아니라면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스슥!

그림자 몇 개가 유령처럼 나타났다.

그중 하나가 다시 거칠게 물어 왔다.

“이봐, 땡초. 너 뭐냐니까.”

장대한 체구에 사나운 기운이 펄펄 풍겨 나는 장한이 자신들을 꼬나보고 있자 아불타는 본능적으로 마공을 끌어올렸다.

푸르스름한 기운이 아불타의 손에 맺히자 장한의 눈초리가 사납게 올라갔다.

“대수인을 펼치는 놈이라면 뇌음사의 땡중이라는 건데. 근데 너희들이 여긴 어쩐 일이냐?”

대수인은 천하에 손꼽히는 극악의 마공이다.

스치기만 해도 내부 장기가 산산조각으로 파열되며 죽어 가는 대수인을 보고도 장난기 어린 어조로 물어 오자 아불타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화산에 이런 놈들이 있었다니.’

그들의 정보에 화산파에서 경계를 해야 할 정도의 고수는 매화무적과 화산오웅뿐이었다.

한데 눈앞의 인물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화산오웅과는 전혀 다르게 생겨 먹었다.

“묻는 말에 대꾸는 않고 뭘 그렇게 눈깔을 돌리는 거야.”

“닥쳐라! 이놈!”

자신은 안중에도 없는 듯 굴자 아불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뇌음사의 이인자이며 차기 뇌음사의 주지를 맡아 놓은 극강의 고수가 아불타다.

비록 성정이 급하고 냉철하지 못해 광요에게 큰 신임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 스스로는 뇌음사의 차기 주인이라 자부하고 있었다.

“아미타불!”

잠깐의 긴장감을 호흡 한 번으로 몰아낸 그는 이내 매서운 살기를 드러냈다.

“화산의 도사 놈들치고는 기운이 제법이구나. 하나 나, 아불타에게 걸린 이상 뼈도 추리지 못할 줄 알거라!”

“아미타불이라고? 이름 한번 거창하네, 후후후.”

“아불타라고 했다, 이놈아!”

“그거나 이거나.”

장한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의 전신에서 가공할 기운이 번져 갔다. 아불타가 흠칫하는 반응을 보일 때, 장한이 꺼지듯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스슥!

“……엇!”

아불타는 장한이 사라지자 순간 흠칫했다.

뒤이어 뭔가 자신을 향해 날아온다는 느낌을 받은 그 순간 하늘에 없던 별을 봐야 했다.

퍽!

“컥!”

아불타가 한 방에 날아가자 다른 뇌음사의 승려들은 기절초풍을 했다.

“소, 소활불!”

“하. 한 방에 당하셨다!”

눈으로 보고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뇌음사의 무승들이 넋을 뺐다.

“소활불? 가지가지 해라, 망할 새끼들아.”

다른 장한이 달려들었다.

무승들이 정신을 차리고 대응 자세를 갖췄지만 그들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감당할 수 없는 무적의 존재들이었다.

퍼퍼퍼퍽!

“으악!”

“꿱!”

무승들이 아불타가 꼬꾸라진 곳으로 죄다 나가 떨어졌다.

“귀찮은데 그냥 목을 따 버릴까?”

“잠깐 살려 둬 봐. 쓸데가 있을 것 같으니까.”

* * *

화산오웅은 산문을 넘어서다가 말고 걸음을 멈추었다.

“저게 뭡니까?”

진청이 눈을 동그랗게 하고서 물었다.

“그러게.”

다섯은 연무장을 응시하며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연무장 한가운데 굵직한 막대기가 박혀 있었는데 그곳에 발가벗겨진 승려들이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사대제자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태연스럽게 빗자루로 낙엽을 쓸고 있었다.

그런데 그 뒷모습이 낯설었다.

“사문에 저런 애들이 있었냐?”

“글쎄요. 저도 처음 보는 애들 같은데…….”

“요즘 들어 워낙 신입들이 많다 보니 당최 알 수가 있어야지요. 그건 그렇고 모두들 태청관에서 정신 교육이라도 받는 건가? 왜 이렇게 조용해?”

“그것보다는 저 박쥐처럼 달려 있는 놈들은 또 뭘까요?”

모두는 의아해하면서 연무장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 막내 청명이 펄쩍 뛰면서 소리쳤다.

“악! 오늘은 선조들게 제를 지내는 날이잖습니까?”

“허걱!”

“크, 큰일 났다.”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떴다.

특히 진호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질풍각의 각주이면서 화산오웅의 맏이인 자신이 그걸 깜빡 있었으니…….

“뛰어!”

파아악!

다섯이 섰던 자리에 구덩이가 파였다.

연무장을 쓸고 있던 제자들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려가는 그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여전하군, 저놈들.”

“그러게. 어째 군기가 더 빠진 것 같은데?”

“흐흐흐, 나중에 제대로 한번 돌려야지 않겠냐.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말이야.”

그때 맨 뒤를 달려가던 청진이 그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냉큼 제사에 참석하지 않고 뭐하는 것이냐!”

누군가 히죽 웃었다.

“저놈은 내가 맡으마.”

* * *

화산의 모든 문도들이 태청관에 모였다.

장문인 태허의 개인적인 제가 끝나고 한 시진이 흐른 뒤에 같은 장소에서 선조들에 대한 제를 올리기 위함이었다.

화산파에게는 가장 중대사라고 할 수 있는 까닭에 태청관의 분위기는 매우 엄숙했다.

마침 뇌음사가 화산을 노린다는 정보를 입수한 탓에 장로들서부터 사대 제자들까지 모두는 빠짐없이 제에 참석했다.

옛 영광을 완전히 회복한 화산은 문도들의 수가 일천에 육박하는 거대 문파로 발돋움했다.

때문에 두 배로 증축한 태청관이 다 비좁을 지경이었다.

삼사 대 제자들은 평소에 보기 힘든 장문 사형과 장로들의 얼굴이라도 보려고 까치발을 했고, 화산의 자랑인 매화무적의 앞모습이 살짝 보이기라도 하면 뜨거운 숨결을 토해 내기도 했다.

“장문 사형이시다.”

“저분이 매화무적 진유 사숙이시다.”

진유를 향한 뜨거운 눈길이 가장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대 화산에서 가장 유명한 이가 바로 그였다.

그런 모두가 의아해하는 인물이 있었다.

태청관의 상석 윗자리에 제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한 인물이 그곳에 가부좌를 튼 자세로 앉아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 인물의 양옆으로 화산의 최고 배분을 자랑하는 장로들과 장문 사형이 매우 공손한 자세로 시립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체 저분이 누구신데 어른들께서 저리도 공손하게 대하시는 거지?”

“그러게.”

“쉿! 조용히 하지 못하겠느냐.”

주변의 나무람에 제자들은 자라목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을 나무란 이들도 의구심이 크기는 마찬가지였다.

워낙 엄숙한 자리라 말을 꺼낼 수는 없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문도들이 같은 심정이었다.

끼이익!

그때, 태청관의 문이 슬그머니 열리며 다섯 그림자가 슬금슬금 들어섰다.

화산오웅이었다.

진청은 자신들을 돌아보는 제자들에게 입에 손을 가져가며 조용히 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또 늦었느냐?”

태허 장문의 인자한 음성이 태청관을 울렸다.

‘아이고…….’

다섯은 고개를 숙이고는 조심스럽게 앞쪽으로 걸었다.

당대 천하를 떨어 울리는 협객들일지라도 사문에선 그저 똑같은 제자요, 사형제간일 뿐이었다.

“세상이 하수선한데 네놈들은 여전히 느긋하구나.”

질책이 담긴 어조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따뜻함이 묻어나는 음성이었다.

진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문 사형 목소리가 오늘따라 무척 부드러우시네?]

[그러게 말입니다. 혹시 병세가 더…….]

[이게 미쳤나?]

진호의 부라림을 받은 진청이 머리를 긁적였다.

장로 태송이 다섯을 바라보며 인자한 목소리로 자리를 가리켰다.

“어서 그쪽에 서라.”

그는 언제나 다섯을 극진히 아꼈다.

매화무적과 더불어 화산을 이끌어 갈 중추라고 온 천하에 자랑까지 하고 다닌다.

하지만 진유의 눈빛은 달랐다.

그의 추상과도 같은 눈빛에 다섯은 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레 섰다.

[하여튼 한 번을 제시간에 오는 법이 없구나, 이놈들!]

[적을 살피느라…….]

[그놈의 변명은 잘도 한다.]

[죄송합니다, 대사형!]

진호는 대표로 진유에게 전음으로 꾸지람을 들었다. 눈치를 살피던 진호가 가부좌를 틀고 앉은 인물을 그제야 보았다.

진호는 눈매가 매섭게 돌아갔다.

‘누군데 저런 시건방진……!’

천하에 저 자리에 저렇게 앉을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한 명뿐이다.

하지만 그 존재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뭐죠? 저 사람은?]

[그러게 말이다. 한데 어째 분위기가 눈에 익었는데.]

[저도 그렇습니다. 꼭 사숙조님을 보는 듯…… 헉!]

순간 진호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고개를 돌리니 나머지 넷도 한껏 커진 눈으로 입마저 벌어져 있었다.

[설마…….]

그때였다.

장문인 태허의 인자한 목소리가 다섯의 귓속을 울렸다.

“허허! 이놈들아! 사숙께서 오셨거늘 왜 이리 늦었단 말이냐?”

“진짜 오셨네.”

“사숙조님…….”

털썩!

다섯이 일제히 바닥으로 쓰러지듯 무릎을 꿇어 갔다.

“진, 진정 사숙조십니까?”

가부좌를 튼 인물이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몸을 돌렸다.

“사문의 중대사에 어찌 네놈들이 제일 늦었단 말이냐.”

혁련천후였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그의 눈동자엔 좀처럼 보기 힘든 따뜻함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사숙조님!”

“으하하하! 무사히 돌아오실 줄 알았습니다!”

다섯이 펄쩍 뛰더니 태청관이 무너져라 고함을 질러 댔다.

순간 혁련천후의 존재를 모른 채, 의구심만 잔뜩 가졌던 다른 제자들이 경악했다.

화산오웅이 사숙조라 칭하는 이는 천하에 딱 한 명이 있다.

신마라 불리며 천하제일인의 성좌에 올라 있는 자신들의 태사조다.

“그럼 저분이…….”

태청관이 이내 들끓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쾅!

태청관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마당을 쓸던 넷이 들어섰다.

“제사 끝났습니까? 배고파 죽겠습니다!”

전신을 먼지로 범벅을 한 왕전이 곰처럼 으르렁거리며 들어섰다.

그 옆에 북궁천소와 담대소천, 그리고 조윤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얼굴이 먼지로 범벅이었다.

화산의 제자들이 아닌 까닭에 제에 참가하지 못하고 마당만 쓸어 댄 것이다.

진호 등을 비롯한 다섯의 입이 쭉 찢어졌다.

“전왕 사부!”

“투왕 사부!”

“가짜 사부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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