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9
<귀환무사 399화>
귀환무사 2부
174화
그러나 서로가 차원을 지배하겠다는 야욕을 지녔으니 양보할 리 만무했다. 그때 카르스와 크루즈, 그리고 폭스가 느닷없이 켈베로스를 덮쳤다.
그리고 시간 차를 두고 칸빌이 날아들었다.
켈베로스의 붉은 눈동자가 섬광을 발하며 그의 육신이 빛처럼 빠르게 지상으로 쏘아졌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셋은 허공을 한 바퀴 선회하고는 켈베로스의 뒤를 쫓았다.
콰과과광…….
셋의 손에서 발출된 섬광이 연속적으로 지상으로 떨어졌다.
주변 숲이 이내 거대한 화염으로 휩싸이며 시계를 가려 버리는 자욱한 연기가 치솟았다. 그것은 칸빌의 실수였다.
연기 때문에 켈베로스의 기척을 감지하는 것이 꽤 힘들어진 것이다. 그는 자유자재로 힘을 숨겼다가 드러내는 재주를 지녔다. 시각으로만 찾아야 하는데 불길로 인해 솟아오른 연기가 그것을 방해했다.
“빌어먹을! 흩어져서 놈을 찾아라!”
셋이 빠르게 좌우로 흩어졌다.
그러나 종적을 감춘 켈베로스는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비열한! 어서 모습을 드러내거라! 켈베로스!”
칸빌은 이를 갈며 부르짖었다.
그때, 우측에서 참혹한 비명이 터졌다. 그곳은 폭스가 이동한 곳이다. 칸빌의 육신이 쏘아진 화살처럼 비명이 울린 곳으로 날아갔다.
칸빌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폭스!”
미처 사라지지 못한 시커먼 연기가 폭스의 죽음을 알려왔다. 켈베로스에게 당한 것이다. 칸빌의 전신이 분노로 인해 부들부들 떨렸다.
“켈베로스! 이노오오옴!
* * *
크루즈는 칸빌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포효를 듣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주변을 잠시 둘러보고는 빠르게 칸빌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등을 돌렸다. 순간 시커먼 물체가 자신을 향해 쇄도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기겁을 하며 허공으로 몸을 뽑았다.
퍽!
“크으으…….”
하지만 오른쪽 어깨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구치며 팔이 뚝 떨어져 날아갔다.
“감히 내게 덤비다니, 그 최후가 어떤 것인지를 똑똑히 느끼게 해 주마.”
켈베로스였다.
그의 시뻘건 눈동자가 지독한 분노로 이글거렸다.
파앗!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 크루즈는 재빨리 칸빌이 있는 곳으로 도주했다.
동시에 켈베로스의 육신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지며 크루즈를 추격했다. 속도는 켈베로스가 압도적으로 빨랐다.
퍽!
“끄아아아…….”
얼마 못 가서 크루즈의 육신이 허공에서 한 줌 연기로 화해 흩어졌다.
켈베로스는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꽤 거추장스러웠던 둘을 먼저 제거하고 칸빌을 상대하기로 작정한 자신의 계략이 맞아떨어지자 득의의 미소를 흘렸다.
“감히 나를 배반하다니, 칸빌! 네놈만큼은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고통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어 주마, 으드득!”
크루즈의 비명을 듣고 날아온 칸빌은 허공을 흩날리는 크루즈의 잔재를 발견하고는 분노했다.
“비열한 놈!”
“크흐흐! 이제 네놈 혼자서 나를 상대해야 한다, 칸빌! 아직도 늦지 않았다. 순순히 네 힘을 내게 건네면 여전히 넌 이 세상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나의 수족들을 소멸시켰으니 네놈을 수족으로 부려야겠군. 나 칸빌의 위대한 능력을 지금부터 보여 주마.”
드드드드…….
칸빌이 밟고 선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켈베로스의 시뻘건 눈동자에 은은한 긴장감이 어렸다. 눈으로는 칸빌을 쳐다보면서도 그는 주변 기척에 신경 썼다. 아직 카르스가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스스슥!
켈베로스는 뒤쪽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을 감지했다. 그가 신경을 순간적으로 그곳에 쏟을 때, 칸빌이 날아들었다.
“죽이겠다! 켈베로스!”
“네놈이야말로 죽여 주마!”
켈베로스의 양손이 좌우로 교차하며 강력한 방어막을 생성함과 동시에 한 줄기 섬광이 뒤쪽으로 쏘아졌다.
콰아앙!
또다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뜨거운 열기에 이어 강력한 후폭풍이 일어나며 주변 숲이 초토화로 변해 갔다. 그 와중에 카루가의 커다란 목소리와 처참한 비명이 동시에 숲을 흔들었다.
“켈베로스! 이 나쁜 놈!”
“끄아아악!”
드드드드…….
콰지지직…….
치솟아오른 돌들과 잘린 나무의 파편들이 폭풍에 휘말려 사납게 요동쳤다.
숲을 휘감은 화염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넓고 높게 치솟으며 폭풍에 의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하늘로 치솟았던 파편들이 우박처럼 떨어져 내리는 광경은 차라리 장엄할 지경이었다.
휘이이이…….
폭풍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우르릉!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뇌전을 울리며 시커멓게 변해 갔다. 그리고 곧 굵은 빗줄기가 세상을 적시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화염이 죽어 가며 숲은 처참한 상흔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곳에 혁련천후가 서 있었다. 검을 늘어뜨린 그는 폭우를 맞으며 움직이지 않았다. 조윤과 흑야, 그리고 아리엘은 그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했다.
카루가는 보이지 않았다.
“이, 이럴 수가…….”
떨리는 목소리가 폭우 속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치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켈베로스의 육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육신을 내려다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자신의 유일한 약점인 심장에 박혀 있는 어린아이의 손. 그것은 심장을 관통하고 등 뒤까지 튀어나와 있었다.
시커먼 핏물을 머금은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네가 살아 있는 인간의 심장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아버지가 알려 줬어.”
“카, 카루가! 이놈…….”
손의 주인은 카루가였다. 그는 켈베로스의 몸을 강력한 힘으로 부둥켜안고 있었다. 이미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켈베로스가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지만 카루가는 요지부동이었다.
켈베로스의 입을 통해 기괴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크으…….”
“이제, 너는 나와 함께 마계로 돌아가야 해. 그리고 다시는 인간 세상에 강림하지 못하게 될 거야.”
“끄으으으…….”
켈베로스의 육신이 점점 차갑게 식어 갔다.
안간힘을 써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카루가 역시 혼신의 힘으로 그의 육신을 꼭 껴안고 있었던 탓에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카루가가 고개를 돌려 혁련천후를 돌아보았다. 커다란 눈망울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슬픔이 진하게 배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 나쁜 놈이 사라지면 트로이안의 구슬이 남게 될 거야.”
“그만 떨어져라, 카루가!”
혁련천후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무엇을 짐작하기라도 한 것일까? 차갑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카루가는 처연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말했다.
“아저씨 고향에 가 보고 싶었는데…….”
“내가 데려가 주마.”
“미안해…….”
카루가의 육신이 하얀빛으로 둘러지기 시작했다. 순간 모두는 보았다. 카루가의 뺨을 타고 흐르는 투명한 액체를…….
“안녕…….”
번쩍!
콰아아앙!
“카루가!”
* * *
콰지지직!
담대소천을 태운 전마는 두려움을 모르는 사자와도 같았다.
퍽!
드래곤의 뼈로 만든 청룡언월도는 사나운 한 마리 야수처럼 적을 휩쓸었다. 그가 지나간 곳은 오직 죽은 자의 비명과 핏물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우아아아…….”
그를 따르는 홀베른의 기사들은 용맹하고도 사나웠다.
이십만 대군의 가운데를 돌파한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적진을 유린했다.
그러나 전황은 그들의 용맹에도 불구하고 요란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케이론의 기사들이 너무 무기력했던 까닭이다.
정예라고 추려서 오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정예는 케논 산맥에서의 전투에서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그에 반해 요란은 워낙 풍부한 인적 자본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기사들을 배출해 내고 있었기에 케논 산맥에서의 크나큰 피해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우측 공격을 맡았던 케이론의 우군이 반 수 이상의 사상자를 내고서 그대로 퇴각을 해 버리자 전황은 급속도로 기울기 시작했다.
“공주가 위험하다! 좌군을 도와라!”
담대소천은 적에게 휩싸인 레이나 공주를 발견하고는 전마를 좌측으로 틀었다.
홀베른의 기마 병단이 겹겹이 에워싼 적을 돌파하며 레이나 공주를 호위하는 좌군을 향해 질주했다.
쾅!
그들이 달려가는 허공에서 마법 병단의 화염 공격이 폭발했다.
“으악!”
한꺼번에 수십 명의 기사가 화염에 휩싸여 쓰러졌다. 담대소천의 눈동자에 분노가 어렸다. 그의 눈이 사나운 기운을 발하며 전마에서 뛰어내렸다.
“내 주변으로 다가오지 마라!”
그는 기사들에게 떨어질 것을 명령하고는 육탄으로 적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투왕 담대소천은 가장 파괴적인 사내다. 그 누구보다 인자하며 동시에 그 누구보다 광포한 사내가 바로 담대소천이다.
그가 분노했다.
투왕의 분노를 감당할 자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다.
콰지지지직!
청룡언월도가 내뿜는 강기는 이 세상에서 오러라고 부르는 강자들의 전유물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을 발휘했다.
걸려 드는 모든 것들이 산산조각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죽어 가는 자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담대소천이 이동하는 동선이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피, 피해라!”
“부딪치면 죽음이다! 물러서라!”
용맹한 요란의 정예들도 저런 가공할 위력은 처음 당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싸우기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나기에 급급했다.
그가 헤집어 놓은 전장을 홀베른의 기사들이 쓸고 지나갔다.
마법사 하나가 레이나 공주의 뒤쪽에서 화염 공격을 펼치려고 손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손을 뻗기도 전에 허리가 잘려 피를 뿌렸다.
“이쪽으로 오시오!”
담대소천이 레이나 공주의 가냘픈 허리를 낚아채고는 뒤쪽으로 당겼다. 그때 난전을 치르고 있었던 루안이 그녀의 곁으로 날아왔다.
“멍청한! 너는 공주를 보호하라!”
“뭐, 이 자식이!”
짝!
담대소천의 손바닥이 루안의 얼굴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용서는 이번뿐이다, 애송이!”
루안을 사납게 노려본 담대소천이 등을 돌리며 소리쳤다. 멍한 표정이 되어 버린 루안은 등을 돌린 담대소천을 쳐다보며 잠시 넋을 놓았다.
“능선으로 후퇴한다! 퇴로를 뚫어라!”
그의 명령을 수행하는 기사들은 오직 홀베른의 기마 병단이었다. 케이론의 기사들은 명령조차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조금 떨어져서 따라오시오!”
담대소천은 레이나 공주에게 주의를 준 다음 곧장 직선으로 돌파를 감행했다. 헤론 후작이 그를 돕기 위해 옆으로 다가왔다.
“위험하니 떨어지시오!”
헤론 후작은 담대소천의 눈동자를 보고는 흠칫하며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서 멀어졌다. 이글거리는 눈동자는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그의 육신 주변이 가공할 기운으로 일렁거렸다. 아군조차도 일정 거리를 두어야 할 정도로 난폭한 기운이었다.
쾅! 쾅! 쾅!
담대소천의 왼손이 연거푸 장력을 뿜었다.
측면에서 달려들던 적들이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동시에 그의 오른손은 거침없이 청룡언월도를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