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8
<귀환무사 398화>
귀환무사 2부
173화
* * *
두두두두…….
조금의 시간 차를 두고 질주하는 케이론과 요란의 대군으로 인해 땅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요란 제국이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몬스터들을 전멸시킨 까닭에 두 병력 간의 거리는 전마로 달렸을 때 고작 삼십 분 거리에 불과했다.
루안의 도움으로 상당히 빠른 시간에 본진과 합류한 레이나 공주는 자신들이 질주하는 전방에서 일단의 기마병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긴장한 빛을 드러냈다.
“적인가요?”
그녀는 루안에게 물었다.
하지만 루안도 워낙 거리가 멀었던 탓에 식별이 불가능했다. 헤론 후작이 소리쳤다.
“이만에 육박하는 병력입니다!”
“설마, 벌써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겠죠?”
눈앞의 병력이 어느 국가의 병력이든 간에 이만에 달하는 대병력이 전투를 도외시하고 전력에서 이탈할 순 없다.
그렇다고 퇴각하는 부대로 보기엔 그 수가 너무 많았다.
그때 루안이 중얼거렸다.
“적색 바탕에 황금색 글씨라면 홀베른의 병력이군.”
역시 그가 가장 먼저 알아보았다.
레이나 공주의 얼굴에 떠올랐던 긴장이 사라졌다. 잠시 후, 루안이 다시 말했다.
“그때 그 작자군. 나와 싸웠던…….”
“숙부들?”
“무식하게 큰 무기를 들고 다니는 그 작자가 확실해.”
루안의 말에 레이나 공주는 반가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목청을 높였다.
“담대 숙부로군요. 그런데 전장을 버려두고 왜 이곳으로 오는 거죠?”
“후후! 직접 물어봐.”
양측 간의 거리는 순식간에 서로의 얼굴을 알아볼 정도의 거리로 좁혀졌다.
레이나 공주는 부대의 이동을 멈추게 하고는 전마를 몰아 측면으로 돌아갔다. 담대소천도 방향을 우회하여 케이론 제국의 병력의 측면으로 접근했다. 이미 전 제국에 소문이 파다한 그의 등장으로 케이론의 기사들은 경외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꿈틀거리는 전마의 등에서 담대소천은 루안을 한 번 쳐다보고는 레이나 공주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담대 숙부! 이곳엔 어쩐 일로?”
“뒤쪽에 적이 오고 있소.”
“알고 있어요. 병력이 너무 많아서 홀베른과 합세한 후에 싸우려고 이동하던 중이에요.”
담대소천이 고개를 저었다.
“그곳의 전투는 이미 막바지로 치닫고 있으니 이곳에서 놈들을 저격하는 게 좋겠소만…….”
모두가 깜짝 놀랐다.
“그럼, 홀베른이……?”
“내가 여기에 있다면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될 것 같소만.”
모두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말은 곧 홀베른이 이겼다는 걸 뜻하는 것이 아닌가. 황제가 직접 이끈 제국군을 왕국인 홀베른이 물리쳤다니…….
모두가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있자 담대소천이 서둘러 말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소. 왕국군이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어야 하니 병력을 내게 넘겨주시오.”
“그게 무슨 소리야? 병력을 넘겨주라니?”
루안이 발끈했다.
레이나 공주가 그를 말리고는 불안한 기색을 드러내며 담대소천에게 물었다.
“적은 이십만에 육박하는 대군이자 강병인데 우리들만으로 가능할까요? 그것도 이렇게 사방이 탁 트인 초원에서라면…….”
“약속을 잊은 것 같소.”
담대소천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다시 발끈하려던 루안에게 담대소천은 경고했다.
“다시 한 번 나서면 그땐 너의 목부터 베어 버리겠다. 그리고 공주! 지휘권을 이양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면 병력을 케이론으로 돌리시오.”
단호했다.
그리고 서릿발 같은 위엄이 그의 전신에서 느껴졌다.
“좋아요! 약속은 지키겠어요. 병력의 지휘권을 담대 숙부에게 넘겨줄게요.”
“레이나!”
루안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불렀다.
그때 헤론 후작이 나섰다.
“국가 간의 약속이었소. 그러니 지휘권은 저분께서 이끄시는 게 옳소, 루안 공!”
“이런, 빌어먹을!”
헤론 후작까지 그렇게 나오자 루안은 거친 말을 쏟아 내고는 뒤로 빠졌다. 담대소천은 루안을 싸늘하게 쳐다보고는 내공을 실어서 소리쳤다.
“방향을 북쪽으로 돌린다!”
“전군! 방향을 북쪽으로!”
헤론 후작이 명령을 받아서 다시 소리쳤다.
케이론의 병력들이 이동 방향을 반대로 바꾸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담대소천은 헤론 후작에게 고마움의 눈빛을 주고는 전마를 몰아 병력들의 앞으로 달려갔다.
헤론 후작이 그의 옆을 바짝 따라붙었다.
“병력을 세 개 부대로 나누어 주시오!”
“알겠소!”
헤론 후작은 서둘러 부대를 세 개로 나뉘고는 수장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대부분이 후작인 귀족들은 담대소천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러나 담대소천은 그것을 개의치 않고 곧장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부대명은 간단하게 명명하겠소. 좌측은 좌군, 가운데는 중군, 우측은 우군으로 하고 내가 이끄는 부대는 선봉군으로 명명하겠소. 지금 즉시 좌, 우군은 초원의 바깥쪽 능선으로 이동하여 적과 부딪치면 그때, 측면을 노리시오. 그리고 중군과 선봉군은 곧장 적의 정면을 돌파할 것이오!”
중군은 헤론 후작이 맡았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으나 다른 이들은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담대소천의 눈에 섬광이 돌았다.
“내겐 그대들을 즉참할 권리가 있다.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목을 치겠다. 그리고 전투 중에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삼족을 멸할 것이다!”
그 사나움을 어찌 감당할 수 있으랴.
모두는 재빨리 명령대로 각자의 부대로 돌아가 좌우로 빠르게 흩어졌다.
담대소천이 전마를 기사들에게로 돌리며 우렁차게 소리쳤다.
“전군! 돌격!”
“전군! 돌격!”
두두두두두…….
중군과 선봉군, 오만이 질풍처럼 요란의 병력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담대소천이 가장 선두에서 달렸고 좌우를 헤론 후작과 레이나 공주, 루안이 함께했다. 루안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레이나 공주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결심하고는 전마에 박차를 가했다.
제7장 카루가의 눈물
왕궁은 고요했다.
요란 제국과의 전투가 왕궁과 제법 가까운 곳에서 벌어졌음에도 백성들은 무척 침착했다. 그들은 스스로 방어군을 모집하여 방향을 잃고 산발적으로 왕궁으로 들어서는 요란의 패잔병들을 맞아 싸우기도 했다.
“상왕께서 오신다! 성문을 열어라!”
성곽에 있던 홀베른 국왕이 소리쳤다.
그가 바라보는 곳에 혁련천후와 조윤 등이 바람처럼 달려오고 있었다. 육중한 성문이 조금 열리기가 무섭게 그들은 궁으로 빠르게 들어섰다. 홀베른 국왕이 재빨리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혁련천후의 얼굴이 제법 굳어 있자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놈이 이곳으로 온 것 같아.”
“놈이라시면…… 설마, 켈베로스 말이십니까?”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혁련천후는 곧장 아내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대는 여기서 전황을 살피는 게 좋겠어.”
뒤를 따르려던 홀베른 국왕은 혁련천후의 그 같은 말에 움직이려던 몸을 멈추었다. 그는 가볍게 흔들리는 눈동자로 혁련천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기운조차 느끼지 못했거늘…….”
그때, 성곽 아래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전하! 케이시 공작이 이끄는 요란의 지원 병력이 다가오고 있다 하옵니다!”
“흠! 역시 제국은 제국이란 소린가?”
지원군이 올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 밖으로 빨랐다.
어지간한 왕국의 전력을 능가하는 세력을 잃고서도 곧장 그와 비슷한 대군을 보낸다는 건 제국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다.
“답답하구나. 상왕 전하의 명만 아니었다면 내가 직접 나설 것을…….”
평원에서의 전황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막스 황제가 직접 이끈 대군을 물리쳤다는 것에 얼마나 기뻐했는가? 하지만 지원군을 이끌고 오는 자는 어쩌면 막스 황제보다 더 힘든 상대라 할 수 있는 케이시 공작이다.
“오직 그분을 믿을 수밖에…….”
그는 담대소천의 믿음직한 얼굴을 떠올리며 짙은 숨을 내쉬었다.
* * *
수정관 속의 아내들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혁련천후는 내심 안도의 숨을 쉬었다.
함께 달려온 카루가가 초조함을 드러냈다.
“놈의 기운이 느껴지지가 않아. 텔레포트로 아주 먼 곳으로 도망친 것은 아닐까?
카루가는 아무리 노력해도 켈베로스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자 그렇게 말했다. 조윤도 같은 뜻을 내비쳤다.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혼자서는 역부족이란 판단을 내렸을 수도…….”
혁련천후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는 대답을 못했다.
흑야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놈은 막스라는 기반을 잃었습니다. 더욱이 제국 최강의 초인이라는 테세우드도 잃었으니 카루가의 말처럼 후일을 기약하고 어디론가 숨어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말대로라면 혁련천후는 극복할 수 없는 절망에 빠질 것이다.
아내들을 회생시킬 방법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찾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을 찾아야 한다.”
결코 흔들리지 않았던 혁련천후가 초조함을 드러냈다.
그들의 말처럼 켈베로스가 훗날을 기약하고 어디론가 숨었다면 아내들을 회생시킬 트로이안의 심장 역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로서는 최악의 경우가 되는 셈이다.
그가 카루가를 갑자기 돌아보며 물었다.
“마계의 힘을 이용해 놈의 종적을 찾을 수는 없느냐?”
“불가능해. 이젠 나도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어. 마계의 문이 저절로 열리기 전까진…… 미안해.”
“빌어먹을!”
혁련천후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아무도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지 못했다.
그때였다.
카루가가 갑자기 귀를 쫑긋 세우고는 소리쳤다.
“마기야! 엄청난 암흑마기가 느껴져!”
“어디냐? 어디서 느껴지는 것이냐?”
“북쪽이야!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싸우고 있나 봐!”
모두는 카루가의 뒤를 쫓았다.
* * *
번쩍!
콰아아아아…….
거대한 폭발이 홀베른 왕궁의 북쪽 산을 뒤흔들었다.
산천초목이 흔들리며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불기둥의 상공에 몇 개의 그림자들이 어우러져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흐흐! 켈베로스! 네놈의 그 허약한 몸으로는 그 인간을 상대할 수 없다. 그러니 네놈의 모든 힘을 내게 넘겨라!”
“어리석은, 네놈 따위가 감히 내게 덤비다니…….”
묵빛이 감도는 로브를 뒤집어쓴 존재는 바로 혈지에서 혁련소를 강제로 소환시켰던 바로 그 인물이었다.
켈베로스.
어둠의 신이라는 바로 그 켈베로스였다. 그런 그의 맞은편에는 칸빌과 카르스, 그리고 폭스와 크루즈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네놈이야말로 암흑마기를 내게 넘겨라. 그러면 이 세상을 다스리게 해 주겠다, 칸빌!”
“크크크! 고작 이따위 세상에 만족할 나로 보였느냐?”
“칸빌! 놈이 오면 너나 나나 모두 소멸을 길을 걸어야 한다. 다시는 환생할 수 없는 어둠의 길을 말이다. 그러니 어서 넘겨라!”
“크크크! 내 말이 그 말이지. 네놈이야말로 힘을 내게 넘기면 이 세상을 넘겨주마.”
둘은 같은 말을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