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3
<귀환무사 393화>
귀환무사 2부
168화
그러자 뒤쪽으로 밀려가던 요란의 병력들이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모두가 전장에 뛰어든 레인과 크로우 기사단, 그리고 어둠의 마법사들 덕분이었다.
퍽!
“끄아악!”
북궁천소의 대도가 크로우 기사단 하나의 허리를 자르고 지나갔다. 시뻘건 핏물을 고스란히 뒤집어쓴 그는 곧장 다른 자를 덮쳤다.
쾅! 쾅!
크로우 기사 단원은 확실히 강했다.
북궁천소의 대도를 막아 내고도 곧장 반격을 가해 왔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잘린 머리가 빙글빙글 돌며 피를 뿌렸다.
“도왕!”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북궁천소는 등 뒤쪽에서 강력한 기운이 쇄도해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는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허공에서 몸을 튼 북궁천소는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드는 검강을 보았다.
꽝!
어렵사리 검강을 막아 낸 그는 허공에서 몸을 한 바퀴 틀고는 바닥으로 내려섰다. 북궁천소의 얼굴이 놀람으로 물들었다. 그가 이토록 놀란 적은 단연코 없었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자신을 노려보는 인물을 향했다.
“신교에서 온 놈이구나!”
“그렇다, 신마성의 개!”
레인이었다.
그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로 북궁천소를 향해 다가들었다.
“짐작은 하고 있었다만 직접 보니 이거 정말 놀라운걸.”
“더 놀라게 해 주지, 도왕!”
“아니! 놀라는 건 이것으로 끝내야지.”
“놈은 내가 맡겠다, 천소!”
혁련천후가 북궁천소의 옆에 내려섰다.
레인의 눈동자가 폭풍을 맞은 듯 심하게 흔들렸다. 북궁천소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는 곧장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너였군. 신교의 장로, 동승…….”
“나를 알고 있었소?”
“배반을 꿈꾸고 있다는 걸 들었지. 결국 성공했더군.”
“후후! 실패였소. 연 교주와 그 아들은 멀쩡히 살아 있으니까. 물론 중원으로 돌아가면 만나볼 수 있을 거요.”
“전이었다면 내가 그들을 만날 이윤 없다. 다만 지금은 신교의 여식이 내 가족이 되었으니 한 번은 만나야겠지.”
레인의 얼굴이 실룩거렸다.
“소민이 이곳에 있단 말이오?”
“지금 네놈의 동료들을 죽이고 있지. 물론 그 아인 네놈들이 이곳에 왔음을 모른다. 앞으로도 영원히 모를 것이다. 넌, 곧 죽을 테니까.”
치르륵!
혁련천후의 검이 천살강기를 둘렀다.
레인도 검을 들어 그를 겨누며 씹어 대듯 말했다.
“신마! 이곳은 중원과는 다른 곳이오. 내 검이 당신의 목을 자를 수도 있소.”
“후후! 기대하지. 죽이기 전에 하나만 묻지. 돌아갈 방법을 알고 있나?”
레인의 눈가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러다 곧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머금었다.
“애석하게도 그걸 모르는 모양이오?”
“애석하게도…….”
“내가 그걸 알려 줄 것 같소?”
퍼퍼퍽!
혁련천후를 향해 달려들던 자들이 핏물로 화해 날아갔다.
그의 전신은 이미 극강의 천살강기로 둘러진 상태였다. 레인은 그 광경에 다시 눈동자가 흔들렸다.
“알려 주리라 믿는다.”
“웃기는군. 내가 왜?”
“어차피 네놈 말고도 알아낼 놈은 있어. 다만 네놈이 알려 주면 신교의 반역자들은 살려 주지. 아니면 돌아가는 그날 모조리 씨를 말려 줄 것이다. 물론, 네놈의 혈육들은 첫 번째로 죽을 거야.”
레인의 얼굴 근육이 심하게 뒤틀렸다.
눈앞의 저 존재는 한다면 하는 인간이다. 비록 정과 마를 초월한 존재라지만 그는 마도에 가까운 존재기에 결코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레인이 잠시 혁련천후를 노려보기만 했다. 그러다 이윽고 입을 열었다.
“요란 제국의 황궁에 중원으로 향하는 문이 있소. 되었소?”
“충분히…… 대신 약속은 지키겠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당신을 죽일 수도 있소.”
“좋아! 그래야 신교의 인물이지. 와라! 동승!”
둘이 서로를 향해 마주 달렸다.
동승의 육신이 시커먼 연기 같은 것으로 둘러졌다. 켈베로스와 관련된 자라면 누구나 지니는 암흑마기가 그것이다.
“신마성의 영광을 이계에서 끊어 주마!”
콰앙!
둘이 허공에서 정면충돌을 일으켰다.
공간이 울렁거리더니 파생된 기운이 뻗쳐 가며 주변의 모든 기사들을 쓸고 지나갔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같이 뻗어 간 그것들은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서로 죽고 죽이는 참혹함에서도 기사들은 둘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피아를 막론하고 멍하니 입을 벌렸던 그들은 이내 서로에게 검을 휘두르며 참혹한 전쟁을 이어 갔다.
깡! 깡! 깡
동승의 공격은 매서웠다.
그러나 혁련천후는 그가 살던 세상에서 무적으로 군림했던 존재였다. 아무리 이계라도 동승이 넘어설 순 없었다.
이 세상에선 무적으로 군림했던 동승의 마공은 여지없이 혁련천후에 의해서 막혀 버렸다. 그 어떤 것으로도 그를 넘어설 방법은 없었다.
그를 도울 크로우 기사단은 이미 전멸한 지 오래다.
동승이 이를 악물고 최후의 힘을 끌어냈다.
“왜! 이곳에서까지 우리를 절망케 하는 것인가? 신마여!”
“우연이었지. 재수가 없다고 여겨라, 동승!”
“속단하지 마라! 아직 신교의 후예들이 요란의 어디에선가 힘을 기르고 있으니, 그들이 그대, 신마를 무참히 꺾어 주기를 신께 빌겠다!”
“네 소원을 들어줄 신은 없다. 중원에서도, 이곳에서도…….”
“으아!”
동승이 질풍처럼 달려들었다.
혁련천후의 눈동자가 매섭게 돌아갔다. 함께 죽자고 덤벼드는 동승의 얼굴에서 그는 세상의 모든 악을 보았다.
“죽어서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신교의 배반자여…….”
서걱!
* * *
전황은 조금씩 홀베른으로 기울었다.
크로우 기사단의 난입으로 전차 부대가 상당한 피해를 입을 때까지는 요란이 우세했지만 흑야를 비롯한 팔왕이 크로우 기사단을 몰살한 다음부터는 요란이 조금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둠의 마법사들이 뛰어든 전장은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차르르릉!
쇠가 바닥을 구르는 듯한 기묘한 소리와 함께 어둠의 마법사들은 허공을 제비처럼 비행하며 홀베른의 기사들을 무참히 도륙했다.
검으로 내려쳐도 그들은 죽지 않았다.
마법 공격이 정통으로 작렬해도 그들은 멀쩡했다. 도저히 방법이 나지 않자 그들과 맞섰던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속절없이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리자 흑야와 사공진무, 진천 등이 그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이 나타나자 어둠의 마법사들이 살육을 멈추고 한곳으로 모였다.
“저 귀신들이 또 왔군.”
사공진무가 미간을 찌푸렸다.
엘프의 숲에서 한번 부딪혔던 터라 한눈에 그들을 알아보았다. 어둠의 마법사들은 강력한 기운을 느끼기라도 한 듯 선뜻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난감한데요? 이런 혼란스러운 곳에서 진법을 펼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공진무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흑야를 돌아봤다.
이미 엘프의 숲에서 그들이 어떤 공격으로도 죽일 수 없음을 겪어 보지 않았던가. 다행히 사공진무의 진법이 통해서 그들을 영원히 가두어 버렸지만 이곳은 적아가 한데 어우러진 전장터. 함부로 진법을 펼쳤다간 아군까지 갇히게 된다.
흑야가 앞으로 나가며 중얼거렸다.
“드래곤의 뼈로 만든 이 검에 특별한 능력이 있기를 바라야지.”
“세상에서 가장 강력했던 괴물이라고 했으니 특별한 효험이 있겠죠? 한번 베어 볼까요?”
진천이 장난기 어린 말을 뱉어 내곤 곧장 어둠의 마법사들을 덮쳤다.
그들의 말이 현실로 나타났다.
어둠의 마법사들은 셋을 상대하지 않고 몸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처음엔 그 같은 사실을 몰랐던 흑야 등은 그들이 검을 쳐다보며 두려운 기색을 보이는 것을 간파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후후! 드래곤이 과연 영험했던 모양이군. 도마뱀 주제에…….”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들에게 어둠의 마법사들은 더 이상 위협 거리가 못되었다. 최초의 소멸자가 생겨났다.
흑야의 검이 목을 자르고 지나가자 연기로 소멸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빠른 시간에 어둠의 마법사들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홀베른의 기사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던 어둠의 마법사들이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소멸되거나 도주하자 전황은 급속도로 홀베른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당초 중간 지점이 전장이었다면 반나절이 지난 시점에서는 막스 황제가 자리한 곳의 근처까지 요란이 밀려난 형국으로 바뀌어 있었다.
막스 황제의 깃발을 본 홀베른의 기사들이 그곳으로 몰려갈 때였다.
둔덕에서 일진광풍이 일며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요란을 위하여!”
“황제 폐하를 위하여!”
막스 황제를 호위하고 있던 십만 병력이 전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때를 같이하여 룻거 후작이 공격 명령을 내리자 역시 둔덕에서 배후를 담당하고 있던 홀베른의 십만 대병도 전장으로 구름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 * *
내리는 눈으로 하얗게 변해 버렸던 하늘이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으로 채워졌다.
슈슈슈슈슈슉!
먹구름이 이상한 소리를 울렸다.
그건 먹구름이 아니었다. 케이론의 대군이 쏘아 올린 수십만 발의 화살이었다.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화살들이 지상으로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쿠엑!
카아악!
퍼퍼퍼퍼퍽!
몬스터들의 비명이 천지를 흔들었다. 화살이 보통 화살과는 달랐다. 요란 제국의 마나를 두른 화살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두꺼운 가죽을 지닌 트롤도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꾸에엑!
북진하던 몬스터들은 느닷없는 화살 세례에 갈팡질팡하며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그런 몬스터들을 향해 케이론의 기마 병단이 좌우에서 돌진해 들었다.
“사정없이 죽여라!”
“오우거와 트롤만 죽이면 된다! 놈들을 노려라!”
칸빌과 카르스 일행이 와이번을 타고 북쪽으로 먼저 날아가 버린 탓에 기사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는 오우거와 트롤 정도였다.
루안의 육신이 전마에서 허공으로 뛰어오르더니 곧장 지상으로 쏘아졌다.
콰아앙!
그가 내려선 곳에서 엄청난 마나의 파장이 발생했다. 순간적으로 주변의 몬스터들을 끌어들인 그것은 일순간 강력한 폭발과 함께 모든 것을 사방으로 날려 버렸다.
엄청난 위력에 기사들마저도 입을 벌렸다.
“시간 없어! 어서 죽이라고!”
가공할 위력을 선보인 루안이 낭랑하게 소리치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는 레이나 공주의 주변만을 맴돌며 몬스터를 사냥했다. 레이나 공주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오러를 품은 검이 원형을 그리면 어김없이 오크와 고블린들이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간혹 고블린들이 쏘아 대는 독침이 그녀의 갑주에 적중했지만 워낙 강력한 마법이 실린 갑주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핫!”
레이나 공주의 육신이 몇 미르를 뛰어오르더니 기사들을 향해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는 오우거를 향해 돌진했다.
루안이 재빨리 그녀를 쫓으며 호위했다.
퍽!
꾸어어어!
오우거의 어깨에서 핏물이 튀며 거대한 덩치가 휘청거리자 루안의 검이 마무리를 했다. 블랙 오우거가 아니면 제아무리 몬스터의 제왕인 오우거라도 마스터에겐 그저 식후 간식거리에 불과했다.
“놈들이 전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군요. 모두 죽이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텐데…….”
“상황을 보고 소수만 남겨 두고 우린 홀베른으로 먼저 가면 되잖아!”
“좋아요! 그게 좋겠군요!”
서로를 향해 살짝 웃어 보인 둘은 다시 사냥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