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무사-388화 (386/425)

# 388

<귀환무사 388화>

귀환무사 2부

163화

“이봐! 씩씩거리지 말고 잠이나 자란 말이야.”

튼튼한 철창 밖에서 경계를 서는 기사가 짜증을 부렸다.

맥퀸의 눈동자가 불을 뿜었다.

“며칠 후면 네놈들은 모조리 핏물에 코를 박고 죽을 것이다!”

“코를 박고 죽든, 자빠져서 죽든 그냥 잠이나 자란 말이야. 이 돼지 같은 자식아!”

기사는 당장에 검을 뽑아 죽일 듯 눈을 부라렸다.

맥퀸은 그에게 침을 뱉고는 돌로 만들어진 침상에 누웠다. 그런 그의 귓속으로 기사의 불만 어린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젠장! 망할 놈의 나라! 누군 계집들과 술이나 퍼마시고 누군 허구한 날 경계나 세우고…… 씨발! 확 뒤집어졌으면 좋겠네!”

그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그놈의 불만 타령이냐?”

철커덩!

철문이 열리며 손에 술병을 든 기사가 들어서는 것이 맥퀸의 눈에 비쳤다. 기사는 맥퀸을 험상궂게 노려보고는 불만을 늘어놓던 기사의 옆에 앉았다.

“네놈이 여긴 어쩐 일이냐?”

“자식! 내가 아니면 누가 너 같은 하급 기사를 챙기느냐? 여기 술하고 음식 좀 가져왔으니 그만 투덜거리고 화 풀어라.”

“빌어먹을! 누군 태어나면서부터 귀족이고 누군 죽는 그날까지 아무리 용을 써도 하급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니…….”

벌컥벌컥!

기사가 술을 병째로 입에 쏟아부었다.

그러고는 맥퀸이 갇힌 방의 철창을 발로 걷어찼다.

쾅! 쾅!

“야! 요란의 개! 너희 요란은 정말 공만 세우면 평민이라도 신분 상승이 가능하냐?”

“이미 전 대륙에 소문이 자자한 걸 네놈들은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군. 어리석은…….”

“주둥아리 함부로 놀리면 재판에 들어가기도 전에 내 손에 뒈진다, 돼지!”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미친놈들아.”

“뭐야! 이 새끼가!”

발끈한 기사가 벌떡 몸을 일으키자 다른 기사가 황급히 말렸다.

“쉿!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콰당!

“왜 이린 소란스러운 거냐!”

마침 철문이 거칠게 열리며 고함이 울렸다. 기사들이 벌떡 일어서더니 부동자세를 취했다. 맥퀸은 새롭게 들어선 자를 응시했다.

상당히 거칠게 생긴 자가 들어섰는데 느껴지는 기운이 장난이 아니었다. 마스터라는 자신에 비해 결코 아래가 아니었다.

‘저런 놈이 고작 간수장이란 말인가?’

맥퀸은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놈들이 근무 시간에 술을 마셔? 이거 머리가 돌아 버린 놈들이잖아!”

“그, 그게 아니라…….”

퍽!

발길질에 당한 기사가 벽에 사정없이 부딪치며 쓰러졌다. 맥퀸과 욕설을 주고받던 기사의 얼굴엔 주먹이 작렬했다.

퍽!

허공을 한 바퀴 돌고 내동댕이쳐진 기사의 입가를 타고 선혈이 주르륵 흘렀다.

“지금은 전시 중이다! 근무 시간에 술을 마시면 어떤 처벌을 받는 것인지 알고 있을 테지? 그것도 포로가 보는 앞에서면 즉참이 가능한 죄다.”

스르릉!

시퍼런빛을 번뜩이는 검이 섬뜩한 소리를 울리며 뽑혔다.

기사들이 사색으로 변했다.

술을 들고 뒤늦게 들어섰던 기사가 엎드려 빌었다.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그냥 저녁도 먹지 못하고 근무를 서는 게 측은해서……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닥쳐라! 감히 국왕 전하께서 친히 내리신 포고를 어기다니, 네놈들의 목을 잘라 본을 삼겠다!”

“제발!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목숨만 살려 주신다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 제 가진 전 재산이라도 받치겠습니다! 그러니…….”

“닥쳐라! 감히 매수까지 하다니, 당장 네놈의 목을 쳐버리겠다!”

검을 위로 치켜 든 기사가 막 내리치려고 할 때, 누군가가 급하게 들어섰다.

“후작님! 전하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전하께서?”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대전으로 드시랍니다!”

기사는 둘을 한차례 노려보고는 검을 검집에 넣었다.

“이놈들을 감시하고 있어라! 군법을 어긴 놈들이니 여차하면 목을 베도 좋다!”

섬뜩한 명령을 내린 기사가 황급히 철문을 빠져나갔다.

금발에 잘생긴 얼굴을 한 기사가 무릎을 꿇고 있는 둘에게 물었다.

“너희들,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거야?”

“술을…….”

금발기사의 얼굴이 황당하다는 빛으로 물들었다.

“공무 중에, 그것도 나라가 전시 중인 이때에 술을 마셨다고? 너희들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쯧쯧!”

둘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 * *

맥퀸은 두 눈을 부릅떴다.

음주로 인해 즉참을 당할 뻔했던 기사들이 금발 기사를 칼로 베어 버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잘려진 머리가 하필이면 맥퀸이 있는 철창으로 굴러 오더니 멈추었다.

“씨팔! 앉아서 죽을 순 없지.”

금발기사의 머리를 쳐 낸 기사가 맥퀸이 갇힌 철창문을 열며 다급하게 말했다.

“당신을 풀어 주겠소. 대신 우리를 요란으로 망명시켜 주시오!”

말투도 바뀌었다.

맥퀸은 급박하게 바뀐 상황에 잠시 당황했다.

그러나 이런 호기를 어찌 놓칠까? 그는 눈에 힘을 주어 대답했다.

“내, 후작이라는 직위를 걸고 약속하겠다!”

“고맙소! 이것을 들고 우리를 따라오시오!”

맥퀸은 죽은 기사의 검을 잡아들고는 둘의 뒤를 따라 철문을 빠져나갔다.

죽은 자의 육신과 핏물만이 남은 철창이 이내 적막감에 휩싸였다.

그런데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목이 잘려 죽었던 금발 기사가 벌떡 일어섰다. 잘려 나갔던 머리는 멀쩡하게 육신에 붙은 모습으로 말이다.

씨익!

“제대로 속았겠지? 이게 바로 나, 진천의 최상급 환술이지, 후후후!”

기사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는 진천이었다. 고개를 좌우로 힘차게 돌린 그는 묘한 웃음을 남기고 밖으로 사라졌다.

* * *

탈출한 셋은 상당한 속도로 평원을 질렀다.

맥퀸과 두 기사 간의 거리가 점점 벌어졌다. 기사 하나가 소리쳤다.

“혼자 가면 어떡하오! 같이 갑시다!”

맥퀸이 속도를 늦추었다.

둘이 가까이 따라붙자 맥퀸은 묘한 눈으로 둘을 응시했다. 기사들이 덜컥 겁을 집어먹었다.

“설마, 우리를 죽이지는 않겠지요?”

“같이 가자는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네놈들을 죽였을 것이다.”

“그런 법이 어디 있소. 약속했잖소, 망명을 돕기로…….”

“너희 같은 쓰레기를 받아줄 요란이 아니다!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신께 감사하고 썩 갈 길을 가거라!”

맥퀸의 호통 소리에 기사들은 질색을 하며 매달렸다.

“이보시오! 아니, 후작 각하! 이대로 우리만 떨어지면 우린 잡혀 죽습니다! 망명을 도와 달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 우리를 요란의 국경까지만 데려다 주십시오.”

우웅!

맥퀸의 검이 오러를 품었다.

“죽여 줄까?”

“헉!”

둘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도망치지는 않고 간절한 눈빛을 맥퀸에게 주었다. 맥퀸이 다시 소리쳤다.

“어디 산에나 처박혀 사냥이나 하면서 여생을 보내거라. 흥!”

맥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소리쳤으나 맥퀸은 빠른 시간에 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따, 새끼 정말 빠르네.”

“그러게 말입니다. 놓아주기엔 조금 아까운 놈인데요?”

기사들의 표정과 말투가 바뀌었다.

그리고 얼굴과 몸집이 서서히 변하더니 사공진무와 데얀이었다. 비열한 기사를 연기했던 사공진무가 기지개를 쭉 펴며 중얼거렸다.

“후후! 놈의 기억에 새겨진 진천의 환술이 작용하면 꽤 혼란스러울 거다.”

“정말 이런 변신술은 처음입니다.”

데얀이 자신의 몸을 돌아보며 눈을 동그랗게 했다.

그는 사공진무가 해 준 변신이 마냥 신기할 뿐이었다. 뭘 쓰거나 붙이는 것이 아니고 골격 자체를 바꾸는 축골공을 데얀이 어찌 알까?

“가자! 주공께 보고를 드려야지.”

“넵!”

제5장 시작된 제국과의 전쟁

레인은 황당함에 말문이 막혔다.

마스터라는 작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오더니 삼천이 넘어가는 기마병들과 마법사들이 포로로 잡혔단다.

자신도 간신히 탈출에 성공하여 이렇게 돌아온 거란다.

“그게 진정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전마는 모조리 적에게 압수되어 적의 군마로 쓰인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틀 후에 놈들이 십만의 기병을 세 방향으로 나누어 아군을 요격하려고 출전한다고 했습니다.”

레인은 엄청난 정보에도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포로로 잡혔다던 네가 그런 기밀을 어찌 들었단 말이냐?”

“탈출을 하는 과정에서 적의 수뇌부가 수군거리는 걸 들었습니다. 정말입니다! 단장님!”

맥퀸은 자신이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것을 늘어놓았다.

뇌에서 내려진 명령이 그대로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것이다. 모두가 진천의 환술이 작용한 탓이다.

물론 맥퀸, 본인은 그걸 느끼지 못했다.

“루턴, 자네는 이걸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심쩍긴 합니다만 흘려듣기엔 워낙 큰 정보라…….”

맥퀸이 끼어들었다.

“아니면 정찰병을 세 방향으로 나누어 미리 보내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레인과 루턴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그게 좋겠군. 그리고 자네!”

레인이 맥퀸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봤다. 순간 맥퀸은 전신이 마비되어 꼼짝을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레인의 눈동자가 붉은 혈광을 순간적으로 발산했다가 사라졌다.

“아무 이상이 없군. 좋다! 일단 거처로 돌아가 쉬어라. 자세한 건 내일 다시 만나서 말하도록 하지.”

맥퀸이 돌아가자 루턴 후작이 물었다.

“적의 마법사들이 저 친구에게 수작을 부린 것은 아닐까요?”

“그건 아니다. 방금 살펴보았더니 그런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기마병들이 삼천 기나 포로가 되다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기마병이 포로가 되었다면 적의 대군을 만나 사방을 완전하게 포위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마병이 포로가 될 순 없습니다.”

“단 한 기의 기마조차도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의 포위가 가능한 거라고 보는가? 그 넓은 평원에서 말이네.”

“그건…….”

레인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중얼거렸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느낌이…….”

* * *

홀베른 왕궁의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 기마병들이 지축을 흔들며 쏟아져 나왔다. 휘황찬란한 부대기들을 앞세우고 햇빛에 번쩍이는 갑주를 걸친 그들은 단호한 결의를 담은 눈빛으로 북쪽을 응시하며 달렸다.

평원의 초입에 이르러 세 방향으로 나뉜 그들은 평원에 접어들자 질풍처럼 내달렸다.

각각 오천 기로 이루어진 기마 병단들이 삼면으로 빠져나가자 뒤이어 일만에 달하는 한 무리의 기마병들이 다시 정문을 통해 쏟아졌다.

선두에 갑주가 아닌 장포를 걸친 혁련천후가 늠름하게 앉아 있었고 좌우를 팔왕이 호위했다. 그리고 그들의 뒤쪽은 데얀을 비롯한 케니언 크로우 기사 단원들과 혁련소, 연소민 등이 따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홀베른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은 전면전에 앞서 적의 선봉을 꺾어 놓은 작정으로 요격에 나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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