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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385화 (383/425)

# 385

<귀환무사 385화>

귀환무사 2부

160화

“오면 모조리 죽여 주지.”

“우리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스스로를 믿어라. 우린 지난날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저깟 기병 오천 기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스스슥!

수풀들이 가볍게 움직이며 마법사들이 숲 안으로 들어섰다.

찌르르…….

사위가 조용했다.

들리는 건 오직 풀벌레 소리뿐이다. 마법사들은 조금 더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서 주변을 면밀히 살피고는 곧장 돌아갔다. 그들이 돌아가서 뭐라고 말을 하자 오천 기의 기마 병단이 질풍처럼 숲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데얀이 검을 뽑았다.

스르릉…….

“수련의 성과를 시험해 본다. 전원 전투 준비!”

스르릉…….

곳곳에서 검을 뽑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

총인원 스물한 명 대 오천 기의 기마 병단이 격돌을 목전에 둔 평원은 말발굽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섬뜩한 적막감으로 넘쳤다.

두두두두…….

요란의 기마 병단이 숲을 들어서 곧장 직선으로 돌파를 시도했다. 병력이 없다고 판단한 그들은 검조차 뽑지 않은 상태였다.

“쳐라!”

데얀의 명령이 떨어지자 일제히 몸을 솟구쳐 기마 병단을 덮쳤다.

“적이다!”

“매복이다! 적의 매복이다!”

콰지지직!

“으아악!”

오러가 난무하며 핏물이 솟구쳤다.

모두가 하나같이 대량 살상을 목적으로 한 공격을 펼쳤다. 짧은 시간에 상당한 수의 기마병들이 피를 뿌리며 떨어졌다. 기마 병단의 허리쯤에서 시작된 혼란은 진열을 대번에 무너뜨렸다.

“적은 소수에 불과하다! 당황하지 말고 놈들을 에워싸라!”

선두에서 질주하던 드윈 자작이 말 머리를 돌려 혼란이 일어난 지점으로 돌아오며 소리쳤다. 그러나 그 명령이 오히려 화를 불러 왔다.

“좋은 명령이다! 하하!”

밀집 대형으로 모여들자 데얀과 기사들이 동시에 공격을 펼쳤다.

상상 불허의 무지막지한 오러가 그들의 주변을 요동치며 강력한 회전을 시작했다. 기마병들의 검과 창날까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며 참혹한 죽음이 이어졌다.

“크아아!”

아무도 다가가지 못했다.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탓에 가까이 근접한 자들이 오히려 끌려들어 가 참혹한 죽음을 당했다.

콰지직!

“으악!”

“물러나라! 접근하면 죽는다! 뒤로 물러나라!”

기마병들은 말 머리를 돌리기에 급급했다. 오직 오러만이 보일 뿐 공격을 펼치는 적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저게 말이 되는 건가?”

드윈 자작은 너무 놀란 탓에 잠시 넋을 놓았다.

그때, 바깥쪽으로 이동하던 기마병들이 몰려들었다. 드윈 자작의 얼굴이 그들을 보자 퍼졌다.

“놈들에게 화살을 퍼부어라!”

천여 기에 달하는 기마병들은 요란 특유의 이동식 활을 보유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적당한 거리에서 화살을 조준했다.

근처에 있던 아군이 자리를 피할 때까지 기다렸던 그들은 동시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어지간한 하급 갑주는 그대로 관통한다는 강철 화살 천여 발이 새카맣게 날아갔다.

“호신강기!”

데얀의 날카로운 명령이 떨어지자 기사들의 전신이 희뿌연 방어막으로 둘러졌다. 혁련천후가 특별히 그들에게 전수한 신마성의 호신강기였다.

따다다다다당!

경쾌한 금속성이 울리며 불꽃이 튀었다.

드윈 자작을 비롯한 요란 제국의 기사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방어막에 튕겨 날아온 화살들이 오히려 아군을 덮치자 그들은 질색을 하고는 사방팔방으로 몸을 피했다.

“으아악!”

히이잉!

구슬픈 비명이 사방에서 울렸다.

“감히 홀베른을 넘보다니, 그 대가가 어떠한지 미리 보여 주겠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쓸어버려라!”

데얀의 사자후가 전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무적의 호신강기를 두른 스물한 명의 기사들은 핏빛 전장을 지배하는 전사로 돌변했다. 그들은 갈팡질팡하는 기마병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숲을 벗어난다! 평원으로 후퇴하라!”

드윈 자작은 이제야 제대로 된 명령을 내렸다.

숲에서는 전마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행동반경이 좁고 느리니 공격도, 수비도 뭐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기마병들은 재빨리 평원으로 말 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워낙 다수가 얽혀 있었던 탓에 그것도 원활하지 못했다. 죽어 가는 자들이 점점 늘었다.

“단장님! 놈들이 평원으로 빠져나갑니다!”

“후후! 그곳이라고 안전할 줄 알았던 모양이지. 추격해!”

쾅!

데얀의 육신에서 화염이 터졌다.

“이런 빌어먹을 마법사 새끼가!”

데얀의 고개가 부러질 듯 세차게 돌아갔다.

그곳에 마법사가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파이어 볼을 격중당하고도 자신을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는 데얀이 그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마법사는 자신의 눈앞에 하얀 불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 신의 품속으로 날아갔다.

“마법사를 찾아서 우선 격살시켜라!”

“이미 모조리 죽였습니다!”

“하하! 좋아! 자! 넓은 곳에서 제대로 된 사냥을 해 보자꾸나! 가자!”

제4장 통곡의 철벽, 케니언 크로우

드윈 자작은 재빨리 평원으로 빠져나와 전열을 재정비했다.

돌아보니 오백 명에 가까운 기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그만큼이 죽어 버린 것이다.

“이런 악마 같은 놈들!”

그는 검에 오러를 품고서 숲을 빠져나오는 데얀과 기사들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뒤늦게 숲을 빠져나오던 기사들이 속절없이 그들의 손에 의해 죽어 나가는 광경에 드윈 자작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었다.

“일자 대형으로!”

두두두두!

기마병들이 일제히 횡으로 늘어서기 시작했다.

그대로 돌진해서 육탄으로 깔아뭉갤 심산이었다.

“저 악마 같은 놈들을 핏물로 만들어 주자! 돌진!”

살아남은 기마병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돌진을 시작했다. 지축이 흔들리고 먼지가 하늘을 덮었다. 데얀의 입가가 말려서 올라갔다.

“좋아! 원했던 대로 움직여 주는군. 모두 좌우로 흩어진다!”

팟!

그들이 좌우로 번개같이 움직이며 흩어졌다. 동시에 그들이 사라진 자리의 허공에 하얀빛의 덩어리가 둥실 떠올랐다.

“카츄! 저놈들은 우리의 원수다! 절대 마음이 약해져선 안 된다!”

“응! 알았어!”

가인과 카츄였다.

빛에 둘러싸인 둘의 손이 하늘로 올라갔다. ‘치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둘의 손이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모조리, 모조리 죽여 줄 거야! 원수 놈들! 타앗!”

가인과 가츄가 손을 앞으로 후려쳤다.

쒸리리링!

묘한 소리가 울리며 빛이 쏘아져 갔다. 놀랍게도 빛은 날아가면서 얇은 원형으로 변해 갔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예리함이 느껴졌다.

퍼퍼퍼퍼퍽!

첫 줄에서 질주해 들어오던 기마병들이 전마와 함께 통째로 썰어지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차마 눈뜨고는 도저히 보기 힘든 참상이 펼쳐졌다.

선두에서 용맹을 부리던 드윈 자작도 몸과 머리가 분리되어 바닥을 굴렀다.

“자작께서 전사하셨다! 후퇴하라!”

“본진으로 돌아간다!”

누군가가 절규했다.

곳곳에서 울부짖는 자들도 생겨났다. 이건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 도살에 불과했다. 그것을 요란의 기마병들은 너무 늦게 깨달았다.

싸울 의지를 상실한 요란의 기마병들은 오직 살기 위해 평원의 사방으로 흩어졌다. 운이 없게 좌우로 달려 나간 자들은 데얀과 케니언 크로우 기사단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가인과 카츄의 공격이 더욱 그들에겐 공포였다.

“또, 또 온다!”

“으악!”

검을 휘둘러 막으면 검을 자르고 들어와 육신을 베었다. 마스터급이라면 방어가 가능한 정도였지만 일개 기병단에 마스터급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들을 살릴 것은 오직 전마의 속도뿐이었다.

죽을힘을 다해 말의 엉덩이를 걷어차자 거리가 조금씩 벌어졌다. 상대적으로 앞을 달려가는 기마병들은 비로소 목숨을 잃을 위기에서 벗어난 것에 안도하며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죽음의 손길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헉! 적인가? 아니면 아군인가?”

그들이 질주하는 평원의 능선에 일단의 기마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당연히 요란 제국의 기사들에겐 적일 수밖에 없었다.

수가 수백에 불과했지만 이미 전의를 상실한 자들에겐 천만 대군만큼이나 두렵게 다가왔다.

“도주는 불가하다! 전마를 버리고 항복하는 자들은 목숨은 살려 줄 것이다! 선택은 단 한 번뿐임을 명심하라!”

룻거 후작이었다.

핏빛 갑주를 걸친 그의 어깨에는 한쪽엔 검이, 다른 한쪽엔 거대한 활이 메어져 있었고 전마의 옆구리엔 역시 거대한 화살이 잔뜩 걸려 있었다.

확성 마법을 통해 요란 제국의 기사들에게 똑똑히 전달된 그의 투항 권고에 곳곳에서 항복을 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그러나 상당수는 여전히 머뭇거렸고, 그중엔 싸우자고 소리치는 자도 있었다.

룻거 후작이 활을 끌어 화살을 메겼다.

팡!

공간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이 가장 끝 부분에서 싸우자고 소리치던 자의 육신을 꿰뚫었다. 그 정도는 어지간한 궁술의 고수는 다 할 줄 아는 정도다.

하지만 룻거 후작의 화살을 달랐다.

“으아악!”

화살에 명중당한 기사의 육신이 한참을 날아가 떨어졌다. 그 가공할 광경에 머뭇거렸던 자들이 떨어지듯 바닥으로 내려서더니 검을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룻거 후작의 눈이 섬광을 발했다.

“단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전원 투항했습니다!”

허공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룻거 후작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공으로 시선을 던졌다. 오십 미르 간격으로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인물들, 바로 홀베른이 자랑하는 최강의 마법 병단이 그들이었다.

신비에 가려진 그들의 전력 때문에 그 어떤 나라도 요란을 침범하는 것을 망설였다. 총인원 오십 명 중에서 고작 다섯만이 왔을 뿐인데도 그 넓은 평원을 전부 감당한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 * *

“모두 삼천오백 명이 항복해 왔습니다.”

혁련천후는 룻거 후작의 보고를 받았다.

그는 첨탑에서 밑을 내려다보았다. 왕궁의 반대편 평원에 포로로 잡힌 요란 제국의 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결계가 그들을 가두어 놓고 있었는데 경계병은 아무도 없었다.

살짝 닿기만 해도 그대로 녹아드는 초강력 결계가 처져 있던 까닭이다.

“빠져나간 자들은 없느냐?”

“없습니다.”

“좋아. 이들이 돌아가지 않으면 다른 전투 부대를 보내거나 아니면 전 병력이 곧장 이곳으로 향할 수도 있다. 정보에 만전을 기하도록!”

“예! 전하!”

“그리고 마법 병단에게 적의 척후병들을 한 놈도 놓치지 말고 사전에 차단하라고 전해. 인원이 부족하면 케니언 크로우 기사단을 전원 데려가도 좋다!”

룻거 후작이 깊숙이 허리를 굽혔다.

“마법 병단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심려 놓으십시오!”

“흠……!”

혁련천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등을 돌렸다. 룻거 후작이 재빨리 따라붙으며 물었다.

“진무 공께서 설치 중인 진법이 내일 중이면 완성될 것 같습니다. 하오면 선공을 강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다. 당분간 놈들의 선봉 부대만 요격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한꺼번에 모조리 몰려오겠지. 그때, 전차 부대를 투입할 것이다.”

룻거 후작은 혁련천후를 존경에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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