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무사-365화 (363/425)

# 365

<귀환무사 365화>

귀환무사 2부

140화

“어둠의 힘이라면…….”

“감당키 어려운 강력한 존재가 이곳으로 오고 있소. 서둘러 이곳을 떠나야 하오, 후작!”

“……!”

마법사는 평원의 끝을 응시했다.

어둠이 밀려든 그곳은 전장의 참혹함과는 거리가 먼 고요함이 깔려 있었다. 그곳을 바라보는 마법사들의 눈이 은은한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결정을 망설이는 루턴 후작에게 그가 다시 말했다.

“우린 켈베로스 님께 가야 하오. 그럼 먼저 가겠소.”

그가 몸을 날리자 다른 마법사들도 뒤를 따라 북쪽으로 사라졌다.

“각하! 두려움을 모른다는 저분들이 저렇게 말씀하셨다면 속히 퇴각하셔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각하! 몬스터 토벌은 더 이상 무의미합니다. 퇴각해서 전열을 가다듬은 다음 케이론과의 다음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좋다! 본토로 퇴각한다!”

부관들이 다급하게 재촉하자 루턴 후작은 어쩔 수 없이 퇴각 명령을 내렸다. 마법사가 거론했던 존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여기서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전력을 손실하면 그 자체로 막대한 손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십만에 달하는 대군이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몬스터들은 여전히 그들을 향해 포효를 터뜨리며 달려들었다.

퇴각 명령이 내려졌지만 몬스터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들이 요란 제국의 본토로 향하는 길목을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밀집 대형으로 중앙을 돌파한다!”

기마 병단이 거대한 창날의 모양으로 진형을 이루며 돌진해 들어갔다.

제7강습여단의 진정 위력적이었다. 만약 그들이 몬스터들과 싸우느라 전장에서 이탈하지만 않았다면 케이론 제국과의 전투는 승패가 바뀌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들의 파괴력은 상상을 불허했다.

* * *

쾅!

파츠츠츠…….

흑야와 카르스의 격돌은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조윤은 폭스 후작의 목을 베고 크루즈 백작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목이 날아갔던 폭스 후작이 다시 일어나 그에게 달려들었다. 벌써 수차례, 같은 현상이 반복되자 조윤은 서서히 지쳐갔다.

카르스도 마찬가지였다. 흑야의 검이 목을 베고 지나가도 그는 멀쩡했다. 흑야 역시 내공의 한계점에 이르고 있었는지 호흡이 다소 거칠어져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들! 불사의 몸을 지녔단 말인가?”

“그런 모양이다!”

[이쪽으로 피하세요.]

둘의 귓속으로 아름다운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에이미 공주의 목소리였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둘은 강력한 공격을 퍼붓고는 뒤쪽 숲으로 빠르게 물러났다. 카르스 일행은 잠시 그들을 쳐다보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저들은 암흑 마갑에 영혼을 봉인한 어둠의 기사들이에요. 암흑 마갑을 파괴시켜야만 저들을 소멸시킬 수 있어요.]

[젠장! 진즉에 알려 줄 것이지…….]

[……!]

[마갑을 파괴하는 방법은 알고 있느냐?]

[저들의 심장 부근을 보세요. 그곳에 마계의 꽃이 새겨져 있어요. 그곳을 부수는 것만이 저들을 소멸시킬 수 있어요.]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을 고쳐 잡은 둘은 다시 카르스와 둘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조윤이 뒤쪽 숲을 돌아봤다.

“언제까지 숨어 있을 거냐? 힘 좀 보태지?”

쑥!

“죄송해요.”

에이미 공주가 숲에서 나왔다. 손에 쥐어진 작은 검에서 아름다운 빛이 발산되고 있었는데 그것을 본 카르스가 흠칫했다. 조윤이 크게 호흡을 하면서 셋을 향해 이죽거렸다.

“개자식들! 이제 다 뒤졌어.”

“저놈부터 처치하지. 살려 두면 꽤 골치 아픈 놈이 될 거야.”

흑야가 카르스를 가리켰다.

“어디서 저런 엄청난 놈이 튀어나온 거야?”

“조금 전까진 허접한 놈이었어. 늙은 마법사의 힘을 먹기 전까진 말이야.”

“조심하세요. 지금 저자의 힘은 죽은 기사들의 왕이라는 킹 데스나이트에 버금가니까…….”

“그러니까, 왜 지금껏 그런 걸 알려 주지 않았냐고. 숨어서 구경만 하니 재밌더냐?”

“죄송해요.”

* * *

카르스와 룻거, 크루즈의 영혼이 깃든 데스나이트들이 조금 이상했다. 흑야와 조윤이 다가오고 있었음에도 그들은 북쪽으로 시선을 던져 놓고 있었다.

흑야의 눈초리가 매섭게 올라갔다.

“그럴 여유가 없을 텐데?”

그래도 그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죽여 달라고 목을 내미는군.”

흑야가 검을 움직이려고 할 때, 조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저게 뭐지?”

그가 북쪽을 가리켰다. 어둠이 완연하게 깔린 북쪽 평원에 불꽃이 나타났다. 불꽃은 엄청난 속도로 그들이 선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불꽃이 나타나자 평원 곳곳에서 몬스터들의 괴성이 울렸다. 제7강습여단의 기마병들과 난전을 벌이던 몬스터들의 몸놀림이 더욱 광포하게 변해 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죽은 몬스터들이 벌떡 일어서고 있었다. 그중엔 크로우 기사단들에 의해 죽어 버린 블랙 오우거와 블러드 와이번도 포함되어 있었다. 믿기지 않는 광경에 요란 제국의 기사들은 경악했다.

블랙 오우거와 블러드 와이번이 살아난다면 퇴각은 고사하고 목숨마저 위태롭게 되는 것이다.

그때였다.

카르스와 폭스 후작, 그리고 크루즈 백작의 육신이 날아오는 불꽃을 향해 쏘아졌다. 돌연한 상황에 조윤과 흑야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에이미 공주의 뾰족한 음성이 둘의 귓속을 울렸다.

“상왕 전하가 오셨어요!”

“뭣이? 주공께서……!”

“저기, 저기 오시는군요!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죠?”

그녀는 불꽃과 혁련천후의 중간 지점을 가리켰다. 둘의 눈에 그제야 혁련천후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앞을 달리는 혁련소의 모습도 보였다.

“닮았어요! 상왕 전하와 무척 닮은 사람이군요.”

그때 그녀의 옆에서 광풍이 일어났다.

쾅!

그녀는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자 가녀린 육신을 휘청거렸다. 흑야와 조윤이 엄청난 속도로 혁련천후를 향해 날아가고 있음을 본 에이미 공주는 흐트러진 머릿결을 고치고는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대마법사나 가능할 법한 순간 이동으로 사라진 것이다.

[흑야, 조윤! 소민이 놈에게 잡혀 있다. 놈을 잡아라!]

공간을 가르며 질주하는 흑야와 조윤의 귓속으로 혁련천후의 전음이 울렸다. 둘의 육신이 허공에서 급격하게 방향을 틀더니 불꽃을 향해 돌진했다.

[에이미! 은발 청년의 움직임을 저지할 수 있겠느냐?]

눈 깜빡할 사이에 흑야와 조윤의 곁을 날아가던 에이미 공주의 귓속으로도 혁련천후의 전음이 울렸다.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능력으로 파악된 혁련소의 힘은 엄청났다. 자신의 특수한 능력으로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 혁련천후의 음성이 다시 들렸다.

[저 아이는 내 아들이다! 그의 움직임을 묶어라! 에이미!]

에이미 공주의 큰 눈이 더욱 커졌다. 재고 말 것이 없었다. 그녀의 가냘픈 육신이 이내 빛으로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눈부신 빛은 이내 평원 전체로 번져 갔다. 빛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치열하게 싸우던 몬스터들이 눈을 가리며 뒤로 물러나기에 급급했다.

요란 제국의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빛을 정면으로 받은 전마들이 넘어지는 바람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사들도 속출했다.

“비켜! 비키란 말이다!”

분노에 찬 혁련소의 음성이 평원을 울렸다.

혁련소의 육신이 빛으로 뛰어들었다. 아니 그가 질주하는 방향을 에이미 공주가 막아선 것이다.

번쩍!

한순간 평원 위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 * *

에이미 공주의 마법은 기존의 마법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그녀는 홀베른 왕국이 수백 년을 공들여 만들어 온 신비한 마법의 정수를 한 몸에 지니고 있었는데, 그 위력은 대륙의 대마법사들에 버금가는 놀라운 것이었다.

그런 에이미 공주가 자신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혁련소의 육신을 제어해 나갔다. 평원을 대낮처럼 밝힌 강렬한 빛은 그녀가 시전한 마법의 부산물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위력만으로도 요란 제국의 기사들과 몬스터 간의 전투가 중단되었다. 일시적으로 모든 이들의 시력을 앗아 간 까닭이다.

‘너무 강해! 이 사람…….’

에이미 공주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혁련소는 그녀 이상으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가 펼친 마법장이 혁련소의 주변 공간의 중력을 수배로 증가시켰음에도 그를 제어할 순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가녀린 육신이 조금씩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역할을 다했다. 혁련천후가 따라잡을 시간을 벌어 준 것이다. 혁련천후는 혁련소의 앞을 막아섰다.

분노로 충만했던 혁련소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는 그대로 검을 뻗었다.

“정신 차려라! 소!”

퍽!

혁련천후의 주먹이 더 빨랐다.

혁련소의 육신이 허공에서 휘청거리더니 이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때리는 순간 천살강기로 혁련소의 내부를 보호한 혁련천후는 의식을 잃은 아들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여기 있었느냐?’

만감이 교차했다.

그리고 점점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 나갔다. 드디어 아들을 찾은 것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와 단 하루라도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다.

눈을 뜨고 살아가는 시간은 오직 아들에 대한 생각만으로 지새웠던 세월이었다. 그 모든 아픔과 괴로움이 지금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 * *

조윤의 창이 칸빌의 다리를 꿰뚫었다.

“크으……!”

칸빌의 육신이 크게 휘청거렸다.

연소민에 의해 팔 하나를 잃어버린 탓에 방어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던 칸빌은 너무나도 쉽게 연소민을 품에서 놓아 버렸다. 추락하는 연소민을 흑야가 안아 들었다.

“조심해라!”

조윤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흑야는 허공을 차고 혁련천후가 있는 곳으로 쏘아져 날아갔다. 거의 동시에 그가 떠 있던 공간에 카르스의 검이 떨어졌다.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 조금만 늦었다면 꽤 위험했을 상황이었다.

조윤이 창을 던져 흑야를 추격하려던 카르스를 노렸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굉음처럼 울렸다. 카르스는 추격을 포기하고 몸을 틀어 창을 피해야만 했다.

“크아아…….”

칸빌이 다리를 부여잡고 고통에 찬 절규를 터뜨렸다.

놀랍게도 그는 인간처럼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더욱이 조윤과 같은 고수들의 내공은 특별한 기운이 포함되어 있다.

내부를 파고들면 혈액을 응고시키는 것이 그것인데, 칸빌도 비록 검은색이지만 피가 흐르는 생명체였기에 내부가 얼어가는 극한의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칸빌이 약했더라면 고통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느낄 틈도 없이 죽었을 테니까…….

“크으……! 돌아와라!”

조윤을 향해 돌진하려던 카르스와 둘을 칸빌이 불렀다.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셋은 돌진을 포기하고 칸빌의 옆에 나타났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혼을 계약한 칸빌의 명령은 절대적으로 따라야 한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칸빌을 카르스는 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결코 상위 존재를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나를 마계로 인도해라! 카르스!”

“저놈들을 내버려 두고 말입니까?”

“내가 고통에서 벗어나 돌아오면 그때 모조리 소멸시켜도 늦지 않다. 서둘러라! 카르스!”

칸빌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소멸을 면하기 위해 다급해진 그는 카르스가 자신의 명령에 이의를 표했음을 느끼지 못했다.

카르스는 절대 칸빌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계약자다. 다만 그가 칸빌보다 강하다면 계약을 무시하고 힘으로 종속 관계를 바꿀 수는 있다. 그들에겐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지만 지금 칸빌에겐 그런 것을 느끼거나 할 상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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