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9
<귀환무사 359화>
귀환무사 2부
134화
진영의 가운데서 시커먼 그림자들이 앞으로 날아갔다. 모두 다섯으로 레인을 비롯한 크로우 기사단의 최정예 강자들이 새카맣게 몰려오는 몬스터 대군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막스 황제의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기병!”
처처척!
그의 짤막한 명령에 수만의 기병들이 앞으로 나섰다. 철갑을 두른 전마에 몸을 실은 그들은 집단전에 있어 대륙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제7강습여단의 기마 병단이었다. 요란 제국의 전성기를 연 그들은 돌진 명령만을 기다리며 강렬한 눈빛들을 발산했다.
“후후후…… 저들의 위력을 테세우드, 놈이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막스 황제는 벌써 몬스터 대군의 가운데로 돌진해 들어가는 레인과 기사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저들은 세상이 모르는 자신의 비밀 전력이다.
크로우 기사단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상위 다섯이 그들인데 자신의 사부가 직접 데려와서 양성한 까닭에 자신도 그들의 정확한 경지는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
그가 흡족한 웃음을 지을 때, 레인의 육신이 블랙 오우거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른 넷도 각각이 블랙 오우거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그들은 다른 몬스터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크와 고블린의 머리 위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그들을 바라보며 막스 황제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과연! 대단하구나!”
* * *
크어어…….
자신을 향해 돌진해 들어오는 인간을 발견한 블랙 오우거가 광포한 몸짓을 보이며 주먹을 휘둘렀다. 거대한 통나무를 연상시키는 굵은 팔뚝은 빛살처럼 빠른 속도로 레인의 육신을 향해 뻗어 갔다.
그러나 레인이 더 빨랐다. 허공에서 블랙 오우거의 팔뚝을 발판 삼아 도약한 그의 검이 섬광을 발하며 그어졌다.
퍽!
“크아아…….”
검이 베고 지나간 목이 반쯤 잘라지며 엄청난 양의 핏물을 쏟아 냈다.
쾅!
움켜쥐듯 날아온 블랙 오우거의 창날 같은 손톱에 레인의 갑주 끝 부분이 종이처럼 뜯겨 날아갔다. 레인의 눈동자가 매섭게 빛을 발했다.
“죽어라!”
바람을 일으키며 회전한 레인의 검이 블랙 오우거의 머리를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가공할 위력의 블랙 오우거가 단 두 번의 칼질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진정 가공할 만한 레인의 위력은 요란 진영에 환호성을 일으켰다. 레인의 잿빛 눈동자가 주변을 쓸었다.
다른 크로우 기사 단원들도 각각 맡았던 블랙 오우거의 목을 막 잘라 내고 있는 것이 보이자 그의 눈동자는 하늘로 향해졌다. 동료의 죽음에 화라도 난 것일까? 유유히 허공을 선회하던 블러드 와이번 몇 마리가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레인이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손에 쥐었다. 톱니바퀴처럼 생긴 암기였다.
“드래곤의 뼈로 만든 이것이라면 네놈의 심장을 뚫어 낼 수 있겠지.”
죽은 블랙 오우거의 시신을 밟고 선 레인의 오른손이 강렬한 빛으로 둘러지기 시작했다. 오크와 고블린들은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 주변에 원형이 공간이 생겨났다.
카아아…….
블러드 와이번의 화염이 그곳으로 쏘아졌다.
동시에 레인의 손이 힘차게 허공을 갈랐다. 빛이 번쩍 하더니 그의 손에서 발출된 암기가 굉음을 일으키며 블러드 와이번을 향해 날아갔다.
쾅!
허공에서 강력한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급강하하던 블러드 와이번의 거대한 동체가 휘청거리더니 대지로 떨어져 내렸다. 레인의 육신이 허공으로 쭉 솟아 올라가더니 곧장 꿈틀거리는 블러드 와이번의 육신 위로 떨어져 내렸다.
콰앙!
피와 살이 난무했다. 주변에 몰려 있던 오크와 고블린이 파생된 기운에 휩쓸려 떼로 죽어 나갔다.
“우와아…….”
능선에서 돌격을 준비하고 있던 기마 병단이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질러 댔다. 레인과 기사단원들의 대활약을 흡족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막스 황제의 오른팔이 올라갔다.
두두두두…….
기마 병단이 폭풍처럼 질주를 시작했다.
* * *
“틀림없습니다! 방금 놈이 펼쳤던 무공은 신교의 장로들이 익힌다는 아수마공의 최강 초식인 폭렬탄강이었습니다!”
“소천이 싸웠다는 놈들이 저놈들과 한패였던 모양입니다.”
조윤과 흑야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격앙된 목소리를 뱉어 냈다.
혁련천후의 눈동자에 섬광이 돌았다.
“난입해서 놈을 잡아 오겠습니다!”
흑야가 움직였다. 그러나 혁련천후가 그를 제지했다.
“기다려.”
혁련천후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전장을 직시했다.
그들은 지금 평원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서 있었다. 레인의 가공할 무위를 눈으로 확인한 그들은 레인이 중원에서 온, 신교의 인물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블러드 와이번을 처치할 때 펼쳤던 무공이 그것을 증명했다.
“케이론을 기다리십니까?”
“머리가 있다면 이런 호기를 놓칠 리 없겠지.”
레이놀드 백작에게 들은 말이 있었다. 대마법사 쉐인이 몬스터의 준동을 알렸다면 테세우드 공작은 몬스터들과 요란 제국 간의 싸움이 끝날 때를 노려 대군을 몰고 케논 산맥을 넘어올 것이다. 아니, 어쩌면 마법 병단은 벌써 도착해서 전장을 살펴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면 그때 전장으로 난입한다.”
“……!”
“우선적으로 저놈들을 먼저 잡는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요란의 황제까지!”
혁련천후는 일말의 감정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이 전쟁은 오직 아들을 찾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었다. 누가 이기든 자신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아들을 찾고 아내들을 부활시키면 그땐 중원으로 돌아가면 그뿐인 것이다.
콰과광!
요란 제국의 기마 병단과 몬스터들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들이 선 절벽까지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충격파가 발생했다.
레인을 비롯한 크로우 기사단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흑야와 조윤과는 달리 혁련천후는 전마에 올라 전장을 바라보는 막스 황제를 응시했다. 워낙 화려한 갑주에다 주변을 늘어선 철통 같은 경호에 ‘내가 황제다’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전장에서, 그것도 승리를 확신하는 전투가 아니면 대부분의 수장들은 드러내기를 꺼린다. 자칫 적의 집중공세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면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요란 제국의 막스 황제는 케이론 제국과의 전쟁에서 자신들이 승리할 것을 확신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때 요란 진영을 날카롭게 살펴보던 혁련천후의 눈동자에 이채가 맺혔다.
‘이상한 놈들이군.’
그는 막스 황제의 주변을 늘어선 자들 중, 시커먼 로브를 걸친 자들에게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법사들에 대한 막연한 감정이 아니었다.
“주공! 케이론입니다.”
조윤의 나지막한 말에 혁련천후는 시선을 돌렸다.
그들이 선 뒤쪽으로는 강이 흐르고 있었고 그 너머가 케이론의 영토였는데, 그곳에 케이론의 대병력이 새카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어림잡아 이십만은 넘어 보이는 대군이었다. 몬스터와의 전쟁을 지켜보던 막스 황제도 그것을 보았는지 갑자기 요란 진영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케이론이 작정하고 나섰군요. 뒤를 보니 최소 삼십만입니다.”
그랬다.
병력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선두에 선 마법 병단의 수도 케이론에 비해 훨씬 많아 보였다. 혁련천후가 숲을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저기 저놈들 중 하나만 생포하는 쪽으로 해 봐.”
“마법사들이 아닙니까?”
“기분이 묘해…….”
“알겠습니다.”
혁련천후가 막스 황제의 주변을 늘어선 마법사들을 가리켰다. 조윤과 흑야의 눈이 매서운 빛으로 번뜩였다. 에이미 공주는 여전히 셋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정신을 가다듬기에 여념이 없었다.
설마 이런 무지막지한 방법을 쓰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던 그녀였다. 물론 요란의 전력을 최대한 줄여 놓으면 그것으로 이득이다. 어차피 자신들은 요란 제국의 심장부로 곧 쳐들어가야 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여전히 그녀로선 이해 불가였다.
가볍게 한숨지은 그녀는 빠르게 셋을 따라붙었다.
영지 아르소는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수십만에 달하는 대군의 이동 길목에 놓인 그곳은 태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한 먼지가 영지, 전체를 덮고 있었다.
기마병들이 지나간 들판은 개간이 필요할 정도로 손상을 입었고 간혹 병사들이 들이닥친 술집이며 상점들은 상당한 양의 물품을 강제적으로 헐값에 팔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한 것은 대규모 전면전이 벌어지면 케논 산맥과 가까운 이곳까지 전쟁터로 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자국의 병사들이 출전함에도 영지민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집안에서 나오지 못했다. 이래서 전쟁이 무서운 것이다.
특히 아르소나 다크 같은 변방의 영지민들은 더더욱 그렇다. 사실 이들에겐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불필요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적군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아군도 이들을 자국민으로 보기보다는 물품 조달에 필요한 소모품으로 여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병력들의 행렬을 성곽에서 내려다보는 연소민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그녀의 옆에 선 집사 쉘트는 분노를 표출하기에 바빴다.
“저자들이 과연 우리를 케이론의 백성으로 여기기는 하는지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대부분의 상점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전쟁이니까요…….”
“전쟁이 무엇입니까? 자국민들을 적에게서 보호하기 위한 행위가 아닙니까? 그런데 저들은…….”
쉘트는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화가 나 있었다.
“그래서 이들을 데려가려는 것이에요. 물론 원하는 분들에 한 해서지만…….”
“이렇게 되면 모두가 서로 가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잘되었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홀베른의 영화는 전 대륙에 소문나지 않았습니까?”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해요. 잘못하면 반역 행위로 몰려 화를 입을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 저녁에 모든 영지민들을 성안으로 모이라고 해 놓았습니다. 영주께서 직접 설명을 드린다면 모두가 흔쾌히 따라나설 것입니다.”
연소민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군의 행렬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때 그녀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군의 행렬이 도중에 흩어지고 있었는데, 수십 기의 기마들이 누군가를 쫓는 광경이 눈에 잡혔다. 놀라운 것은 기마병들이 쫓고 있는 게 사람이었는데 쫓기는 사람은 말을 타고 있지 않았음에도 기마병들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그녀는 호기심이 일면서도 가슴 한쪽이 아리하게 저려옴을 느꼈다. 스스로도 그러한 반응이 의아했다.
그녀는 내공을 끌어올려 시야를 밝게 했다. 그러나 워낙 먼 거리였던 탓에 형태만 간신히 보일 뿐이었다. 추격전이 벌어지면서 일어나는 먼지로 보아 자신이 있는 성과는 반대편으로 향함을 알 수 있었다. 그곳은 다크 영지로 향하는 방향이었다.
* * *
“빌어먹을 자식들! 끝까지 쫓아오네?”
혁련소는 어이가 없었다.
그는 지금 케이론 제국의 기사들에게 쫓기는 중이었다. 이유는 자신이 찬 검을 그들이 탐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압수하고자 달려드는 기사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 그는 번거로움을 피해 도주를 택한 것이다.
금방 포기할 줄 알았던 그들이 끝까지 쫓아오자 혁련소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뒤를 돌아보니 대략 십여 기로 보였다.
“내가 왜 도망을 가야 하는 거지?”
그가 걸음을 뚝 멈추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쫓아오는 기사들을 노려보았다. 기사들도 고삐를 당겨 전마를 세웠다.
“무릎을 꿇어라!”
“무릎을 꿇어라!”
혁련소가 자신을 그대로 흉내 내자 기사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기사들은 빠르게 혁련소의 사방을 에워쌌다.
“감히 제국의 기사들을 농락하고 도주하다니, 네놈의 간이 얼마나 큰지 보겠다.”
“아주 지랄들을 하셔. 제국의 기사는 강도짓을 해도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닥쳐라! 지금은 전시다. 당연히 기사들이 요구하면 평민들은 검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이라도 내주어야 하거늘, 감히 도주를 하다니…….”
기사는 짐짓 호통을 쳤다.
혁련소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싼 기사들을 느릿하게 돌아봤다.
‘흠씬 두들겨 패 주고 아르소에나 들렀다 갈까?’
저 멀리 보이는 아르소의 성곽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아리안이 떠올랐다. 지난날, 그녀에게서 느꼈던 묘한 분위기…….
‘더 예뻐졌겠지? 좋아! 가서 술이나 한잔 얻어먹어야겠다.’
혁련소가 혼자 히죽거리자 기사들은 대뜸 고함을 질렀다.
“무릎을 꿇지 않으면 목을 베겠다! 이놈!”
“무릎을 꿇지 않으면 목을 베겠다! 이놈!”
“이런 망할 새끼!”
“이런 망할 새끼!”
더 참지 못한 기사가 전마에서 뛰어내렸다. 다른 기사들은 혁련소가 도망치지 못하게 사방을 차단했다.
“이봐! 네놈들의 적은 요란이잖아. 불쌍한 백성들을 괴롭혀서야 어디 기사란 말을 들을 수 있겠어? 머리에 똥만 찬 자식들아!”
“죽엇!”
기사의 검이 제법 강력한 기운을 뿌려 대며 날아들었다. 목 근처까지 검이 날아들었음에도 혁련소는 피하거나 막을 생각을 안 했다. 아니, 기사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모두가 피를 뿌리며 날아가는 머리를 생각하고 있을 때, 깡! 하는 금속성과 함께 검을 휘둘렀던 기사의 육신이 자신이 타고 왔던 전마에게로 날아가 부딪혔다.
“욱!”
“아프지?”
모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혁련소와 쓰러진 기사를 번갈아 쳐다봤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선 혁련소. 날아든 검을 손가락으로 쳐 낸 것이다. 불행이라면 기사들이 그것을 보지 못한 것에 있었다.
마법을 쓴 것이라 여긴 기사들이 대노하며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눈깔은 멋으로 달고 다니는 놈들이군, 쯧쯧쯧!”
* * *
혁련소와 기사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곳에서 약 백 미르 정도 떨어진 장소에 은은한 진동이 생겨났다.
우우웅…….
공간이 진동하며 마나의 소용돌이가 요동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어지간한 텔레포트를 상회하는 상당한 양의 마나였다. 작은 빛의 폭발이 일어나며 사람의 형상이 그곳에 나타났다. 검다 못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색갑주를 걸치고 어깨까지 늘어진 핏빛 머리카락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인물은 주변을 돌아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후후후…… 예상보다 빨랐어. 몇 개월은 걸릴 줄 알았는데, 놈들의 힘이 생각보다 괜찮았어.”
붉은 광망이 번뜩이던 눈동자가 이내 새카만 흑색으로 변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혁련소와 기사들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슬쩍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기운은……!”
갸웃거림은 상당한 놀람으로 번져 갔다.
다시 붉은색으로 돌아온 눈동자가 혁련소에게 고정되었다.
“후후! 여기 있었군. 이계의 애송이!”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것은 꽤 섬뜩한 느낌을 발산했다. 혁련소를 알고 있었던 자였을까? 그는 성큼성큼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 * *
혁련소는 문득 뒤쪽에서 묘한 기운이 느껴지자 무심결에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악한 미소를 머금고 다가오는 인물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익숙한 기운인데? 누구지?’
그랬다.
분명 익숙한 기운이 인물에게서 느껴졌다. 그러나 얼굴은 처음 보는 자였다.
그런데 그자가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기사들의 검이 섬뜩한 소리를 울리며 혁련소의 주변을 날아다녔지만 그는 여유롭게 피해 내면서 다가오는 인물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때 혁련소의 눈이 부릅떠졌다.
“피해!”
쾅!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혁련소에게 달려들었던 기사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서 산산조각으로 찢겨져 날아갔다. 폭발이 일어난 곳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고 그곳에 사람과 전마의 파편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후후후! 또 보는군, 애송이!”
“미친놈! 넌 누구지?”
“역시 날 알아보지 못하는군. 그건 내가 그만큼 완벽한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뜻하는 거고 말이야. 이거 기분 죽이는데?”
“누구냐니까? 미친 자식아!”
혁련소가 검을 뽑았다. 상대가 검을 뽑지 않으면 상대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강자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두려움 따윈 없었다. 다만 그가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한 것에 대한 분노가 일었다.
“죽으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상대가 지독한 살기를 드리우자 혁련소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자신을 압박해 들어오고 있었던 까닭이다.
“힘을 얻은 나의 첫 제물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알고 죽어라, 애송이!”
“과연 그럴까?”
치르륵!
혁련소의 검이 강렬한 마기를 품었다. 그것을 본 인물의 눈동자에 탐욕이 어렸다.
“후후! 네놈의 힘마저 내 것으로 만든다면 차원에서 나를 당할 자 아무도 없겠구나. 좋아! 네놈을 새로운 데스 킹으로 만들어 주마. 카르스, 놈보다 훨씬 훌륭한 수족이 되기에 충분하겠어, 후후후!”
‘데스 킹! 그렇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