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8
<귀환무사 358화>
귀환무사 2부
133화
혁련소를 찾으면 곧장 요란 제국의 모처에 있는 고룡, 트로이안의 심장을 얻는 것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언제나 시커멓게 죽은 케논 산맥의 하늘이 지금은 자신의 속내와 같았다. 자꾸만 꼬여가자 은근한 분노마저 일었다.
흑야와 조윤은 말없이 혁련천후를 응시했다. 에이미 공주도 마른침을 삼키고는 혁련천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상념에 잠긴 듯 보였던 그가 몸을 돌려 흑야와 조윤에게 말했다.
“몬스터가 몰려간 곳이 요란 제국의 군사들이 주둔한 곳이라 했나?”
“그렇습니다만…….”
혁련천후가 흑야를 보며 말했다.
“일단 놈들을 먼저 해결해야겠어.”
“크로우 기사라는 놈들을 말입니까?”
“중원에서 넘어온 것이 확실하다면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 넘어온 놈들인지 알아 봐야겠어. 그리고 방법까지…….”
“소를 먼저 찾아야지 않습니까? 그리고 주공께선 사람을 죽여선 안 되는 제약이…….”
흑야의 말에 혁련천후의 얼굴 근육이 살짝 움직였다.
“그 아이가 천살강기를 잃어버린 듯하군. 그렇다면 스스로 다크 영지로 오는 것을 기대할 수밖에…… 그리고 그깟 제약 따윈 이미 사라졌다.”
혁련천후가 등을 돌려 성큼 걸었다.
조윤과 흑야는 서로를 마주 보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혁련천후의 심정이 어떠한지 둘은 충분히 짐작했다.
[화가 나신 것 같은데…….]
[번번이 일이 꼬이니 그러실 수밖에…….]
[성주님께서 뛰시는데요?]
갑작스럽게 에이미 공주가 전음에 끼어들자 둘은 화들짝 놀랐다. 설마 그녀가 전음을 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조차 못했던 둘은 엉겁결에 혁련천후를 돌아봤다.
그녀의 말대로 벌써 그는 새카만 점으로 변해 있었다.
쾅!
셋의 육신이 쏘아진 화살처럼 날아갔다.
* * *
드드드드…….
대지가 은은한 울음을 토해 냈다. 경계를 서던 요란 제국의 병사들은 대지를 새카맣게 물들이며 다가오는 몬스터 대군을 발견하고는 곳곳으로 통신을 타전하기에 급급했다.
“몬스터가 몰려옵니다! 십만이 넘어가는 엄청난 숩니다!”
“블랙 오우거와 블러드 와이번도 섞여 있습니다! 우측 결계가 무너져 일차 경계망이 돌파당했습니다!”
쾅!
블러드 와이번의 화염 공격으로 결계는 손쉽게 무너졌다. 그곳을 통해 몬스터들이 물밀듯 밀려들어 왔다. 가장 일선을 경계하던 소수 병력은 맞서 싸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서 속수무책으로 뒤로 밀렸다.
“으악!”
“후, 후퇴하라! 본진으로 후퇴하라!”
수천에 이르는 병사들은 죽을힘을 다해 뒤쪽으로 후퇴했다. 그러나 그들보다 블러드 와이번이 더욱 빨랐다. 순식간에 갑주조차 녹여 버리는 화염 덩어리가 그들을 덮쳤다. 참혹한 비명이 곳곳에서 울렸다.
부상을 입고 꿈틀거리는 병사들에겐 고블린들이 떼로 달려들어 육신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미처 후퇴하지 못한 병사들은 오크의 칼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끄으…….”
경계를 책임지던 제7강습여단의 천인장 로송크 자작은 자신의 가슴을 뚫고 삐져나온 검을 내려다보며 공포에 젖은 비명을 흘려 냈다.
“후후후…….”
천천히 고개를 돌린 로송크 자작의 눈에 칙칙한 죽음의 향기를 뿌려 대는 인물들이 보였다. 회색빛 투구에 혈광으로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지닌 그들은 자신의 죽음을 바라다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데, 데스 킹…….”
그 말을 끝으로 로송크 자작은 고개를 꺾었다.
“인간 마법사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폭스 후작이 평원의 끝을 가리켰다. 카르스의 잿빛 눈동자가 그곳으로 향해졌다.
수백에 달하는 마법사들과 십만이 넘어가는 대군이 폭풍처럼 짓쳐들어오는 광경이 그의 눈에 잡혔다. 카르스의 입가가 올라갔다.
“후후후! 죽음의 향연이 시작되는군. 모두 저곳을 향해 돌진하라! 미개한 인간들에게 마계의 위대함을 보여 주리라!”
그의 말이 떨어지자 옆에 섰던 크루즈 백작의 입에서 괴이한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몬스터들이 일제히 평원의 끝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 * *
막스 황제는 눈을 부릅떴다.
시야를 새카맣게 채워 버린 몬스터 대군은 잠깐이나마 그에게 긴장감을 솟아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가 누군가? 평생을 전장에서 살아온 그다.
“감히! 몬스터 따위가…….”
“폐하! 기병으로 모조리 쓸어버리겠습니다!”
“마법 병단의 화염 공격으로 모조리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겠습니다!”
참모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일 때, 크로우 기사단의 단장, 레인이 나섰다.
“저놈들을 먼저 처치해야 합니다.”
그는 몬스터 대군의 곳곳에 우뚝 솟은 탑처럼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며 돌진해 오는 블랙 오우거를 가리켰다. 그리고 눈으로는 하늘의 지배자, 블러드 와이번을 가리켰다.
막스 황제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놈들은 레인, 그대에게 맡기겠다! 놈들이 쓰러지면 그때 기병으로 쓸어버릴 것이다!”
레인이 허리를 숙여 보이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막스 황제는 병력의 이동을 멈추고 평원의 능선에 포진했다. 몬스터 대군의 출현 소식을 접한 그는 주둔 병력의 절반인 십오만을 직접 이끌고 나선 상태였다.
“폐하! 몬스터들 사이에서 인간이 보입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인간이……?”
“인간이 몬스터와 함께할 순 없습니다! 저들은 데스나이트가 분명합니다!”
“데스나이트가 있다면 다른 마계의 존재도 있을 것이다! 철저히 살피고 포착하라!”
막스 황제의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몬스터 대군의 가운데에 기사로 보이는 인간 셋이 보였는데, 그들이 데스나이트라면 어딘가에 그들을 소환한 마계의 상위 존재가 있을 것이다. 데스나이트는 흑마법에 영혼을 저당 잡힌 죽은 기사들. 당연히 그들과 계약한 존재를 찾아야만 했다.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