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무사-357화 (355/425)

# 357

<귀환무사 357화>

귀환무사 2부

132화

“여기서 시간을 보내다가 텔레포트로 돌아가야겠소.”

“여기가 어딥니까?”

“케논 산맥은 분명한데 워낙 큰 산이라 나도 모르겠소. 삼십 분 정도만 참으시오. 본대로 돌아가 마법 치료를 받으면 속히 나을 것이니까.”

쉐인은 레이놀드 백작의 옆에 앉았다.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한 모금 마시고는 그것을 레이놀드 백작에게 건넸다.

“마나를 속성으로 보충시켜 주는 포션이오.”

그 말에 레이놀드 백작은 빼앗듯 낚아채서는 입으로 가져갔다. 고개를 젖히고 마시려던 레이놀드 백작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저, 저것은……!”

막 눈을 감고 마나를 운용해 보려던 쉐인이 레이놀드 백작의 시선을 쫓아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의 두 눈도 부릅떠졌다.

우거진 숲 사이로 뭔가가 보였다. 산 전체가 꿈틀거리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각종 몬스터들이 어디론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거대한 덩치의 블랙 오우거와 그 위로는 블러드 와이번들이 괴성을 지르며 날갯짓을 해 댔고 십만이 넘어 보이는 오크와 고블린, 그리고 지금껏 케논 산맥에선 나타나지 않았던 트롤까지도 상당수 보였다.

“도대체 저 많은 몬스터들이 어디를 간단 말인가?”

“케논 산맥의 몬스터란 몬스터는 모조리 모인 것 같습니다.”

둘이 있는 곳은 제법 높은 곳이었다.

때문에 능선을 타고 이동하는 몬스터의 진영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두 번 다시 보기 힘든 장관일 수도 있었지만 블랙 오우거와 블러드 와이번의 가공할 위력을 맛본 그들에겐 공포,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그건 제아무리 대마법사라도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레이놀드 백작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쉐인 공! 놈들이 향하는 곳이…….”

“그렇군! 이동 방향이 북쪽이라면 놈들은 요란 제국의 주둔지로 몰려가고 있음이 틀림없소!”

둘의 표정이 대번에 바뀌었다.

원군.

그렇다. 이렇게 되면 몬스터 대군은 케이론에겐 엄청난 힘을 보태 줄 원군이 되는 것이다. 그때 쉐인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쉐인이 다급해졌다.

“움직일 수 있겠소? 최대한 본영으로 이동하다가 마나가 보충되면 텔레포트를 하는 것이 좋겠소. 이 사실을 공작께 최대한 빨리 알려야만 하오. 자칫 출전하다가 저들과 중도에서 만날 수도 있소.”

레이놀드 백작도 그제야 뭔가를 떠올린 듯, 다시 표정이 변했다.

둘은 하늘을 보고 방향을 잡은 후, 빠르게 남동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레이놀드 백작 때문에 속도는 무척이나 느렸다.

“안 되겠습니다. 저는 천천히 뒤따를 테니 공께서 먼저 가십시오!”

“그래도 되겠소?”

“제 걱정은 마십시오! 어서 가십시오!”

“가는 곧장, 마법사들을 보낼 테니, 최대한 안전하게 천천히 오시오. 그럼!”

쉐인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홀로 남은 레이놀드 백작은 인상을 잔뜩 구기며 나무에 등을 대고 앉았다. 멈췄던 각혈이 다시 시작되었다. 시커멓게 죽은 핏물이 입을 통해 토해졌다.

“빌어먹을 새끼들…… 다음에 걸리면 사지를 잘라 주겠다.”

* * *

몬스터들의 대규모 이동을 바라보는 또 다른 인물들이 있었다.

에이미 공주의 텔레포트로 방금 케논 산맥으로 이동한 혁련천후는 새카맣게 능선을 채우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놀랍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지휘하듯 질서정연하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설마 몬스터들이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닐 텐데…….”

조윤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몬스터는 중원으로 치면 짐승,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몬스터들이 대열을 이루고 마치 인간의 군대가 이동하듯 하고 있었으니…….

몬스터의 이동을 말없이 바라보던 혁련천후의 눈동자가 살짝 빛을 발했다.

“사람이 있군.”

“예? 사람이 있다니요?”

혁련천후가 턱짓으로 몬스터 대군의 선두 부근을 가리켰다. 순간 조윤과 흑야의 눈동자도 빛을 발했다. 둘은 즉시 내공을 끌어올려 안구에 힘을 주었다.

과연 새카맣게 밀려가는 몬스터들의 선두에 말을 탄 세 명이 보였다.

“그렇군요. 셋입니다. 저들이 몬스터들을 지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간의 말을 듣는 몬스터라…….”

중얼거린 혁련천후가 에이미 공주를 돌아봤다. 뭔가 물으려던 그는 그녀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이자 흠칫했다.

“왜 그러느냐?”

“저들 중 하나에게서 킹 데스나이트의 기운이 느껴져요.”

“뭐 하는 놈이냐?”

“죽은 자들의 왕이라 불리는 마계의 존재랍니다. 칠백 년 전에 벌어졌던 몬스터 대전에서 소멸되었다고 전해졌었는데 어떻게 다시 강림했는지 의문이군요.”

전방을 슬쩍 돌아본 혁련천후가 다시 물었다.

“강한 놈인가?”

“마계의 황족들을 제외하곤 가장 강력한 존재라고 보면…….”

“데얀보다 강한가?”

“데얀이 갑주를 입고 싸운다면 비슷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데얀이 훨씬 못 미친다고 보는 것이…….”

에이미 공주는 말을 잇지 못했다.

혁련천후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의아한 표정으로 혁련천후를 응시하는 그녀의 어깨를 조윤이 툭 쳐 주었다.

“그 정도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가자!”

“별것도 아니군. 이름만 거창해 가지고는…….”

조윤과 흑야도 혁련천후의 뒤를 따랐다. 에이미 공주는 셋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강림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공포로 몰아갈 킹 데스나이트도 저들에겐 그저 오우거 정도로만 여겨진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하긴 맨주먹으로 데얀을 눕힌 분이니…….’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인 그녀는 몬스터들을 한 번 돌아보고는 빠른 걸음으로 셋을 쫓았다.

제3장 다시 나타난 몬스터의 준동

레이놀드 백작은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에 빠르게 몸을 숨겼다.

동시에 전방 숲속에서 사람이 모습을 나타냈다. 흑발을 늘어뜨린 얼음처럼 차가운 사내의 모습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분명 낯이 익은 사내였다. 그러나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때 사내의 뒤쪽에서 셋이 더 모습을 나타냈다. 순간, 레이놀드 백작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저자는 다크 영지의 그…….’

그는 흑야를 기억했다.

지난날, 아르소의 평원에서 그를 본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오시지.”

차가운 음성이 레이놀드 백작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는 자신이 발각되었음을 깨닫고는 성큼 나섰다. 자신은 백작이고 저들은 자신보다 하위 계급이라는 것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였다.

레이놀드 백작이 모습을 드러내자 흑야의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자넨 다크 영지의 근위장이 아닌가? 내가 누군지 기억하겠지?”

흑야는 어이가 없어 조윤을 쳐다봤다. 어이없기는 레이놀드 백작도 마찬가지였다. 백작인 자신을 보고도 고개조차 숙이지 않다니…….

“이봐! 나를 카티르 평원까지 호위해 줘야겠어. 그래 줄 수 있겠지?”

혁련천후가 흑야를 돌아봤다.

눈빛은 뭐하는 놈이야? 라고 묻고 있었다. 흑야가 슬쩍 미간을 찌푸리고는 레이놀드 백작을 향해 말했다.

“돼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돼, 돼지?”

“여긴 돼지, 네겐 적진이 아닌가?”

레이놀드 백작의 얼굴이 삶은 돼지처럼 붉어졌다. 아무리 부상을 입은 몸이라지만 변방의 기사 정도는 일검에 죽일 수 있을 정도의 힘은 남아 있었다.

그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입을 열 때 혁련천후가 말했다.

“케이론의 기사였나?”

“기, 기사라고?”

“부상당한 몸으로 여기 있으면 죽는다. 기어서라도 얼른 돌아가야 할 거야.”

혁련천후가 등을 돌리자 조윤이 묻는다.

“이대로 두면 죽을 것 같습니다만…….”

그 말에 레이놀드 백작이 더 놀랐다. 죽긴 누가 죽는단 말인가? 부상을 입었지만 몬스터 정도는 충분히 처치할 능력은 되었고, 또 조금 있으면 쉐인이 보낸 마법사들이 자신을 구하러 올 텐데 말이다.

이번에도 그보다 흑야의 말이 더 빨랐다.

“미련한 놈이군. 죽어 가면서도 가만히 있다니…….”

“죽긴 누가 죽는단 말이냐? 그리고 말투가 그게 뭐지? 감히 백작인 나를 능멸하는 것이냐?”

“백작은 개뿔…….”

정상으로 오르려던 혁련천후가 나지막이 말했다.

“상태를 살펴봐.”

조윤이 다가왔다. 레이놀드 백작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네 몸속에서 칙칙한 죽음의 냄새가 느껴지거든. 그러니 가만히 있어라, 돼지 백작!”

조윤이 손을 슬쩍 휘젓는 시늉을 하자 레이놀드 백작은 자신의 육신이 목석처럼 굳어짐을 느꼈다. 손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손까지 신경이 전해지지 않았다.

크게 놀란 그가 소리쳤다.

“이놈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난, 케이론 제국의 백작이란 말이다!”

“백작이고 나발이고, 가만히 있어 봐.”

조윤이 손바닥을 펼쳐 레이놀드 백작의 명치 부근에 갖다 대었다. 뜨거운 기운이 몸 안으로 밀려오자 레이놀드 백작은 통증에 인상을 그렸다.

조윤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주공! 이상합니다!”

그 말에 혁련천후와 흑야, 에이미 공주가 곁으로 다가왔다. 조윤이 일어섰다. 눈빛은 직접 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혁련천후가 손을 뻗어 레이놀드 백작의 명치에 대었다.

순간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너무나도 익숙한, 하지만 결코 이 세상에 있어선 안 될 기운이 레이놀드 백작에게서 느껴졌다. 이내 그의 눈동자에 한기가 돌았다.

“누구에게 당한 부상이지?”

“……!”

“말해라. 너를 이렇게 만든 놈들이 누군지를…….”

차가운 기운에 소름이 돋은 레이놀드 백작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요란 제국의 기사들에게 당했다. 그런데 그게 왜……?”

레이놀드 백작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는지 표정이 꽤 굳어져 있었다.

“우리처럼 흑발에 흑안을 지녔던가?”

“그건 자세히 보지 못했다.”

“자세히 말해라. 네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모든 것을 말이야.”

레이놀드 백작은 혁련천후의 눈을 정면으로 보고는 몸을 흠칫 떨었다.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피어나는 강렬한 기운은 저절로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여기서 대답하지 않으면 자신은 죽을 거란 직감이 뇌리를 때리자 저절로 입이 벌어지며 술술 말이 흘러나왔다.

* * *

옹고르 분화구에 다다른 혁련천후는 천살강기의 흔적을 찾아 곳곳을 누볐지만 전혀 찾아내질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표정이 썩 좋질 않았다.

카루가는 분명 칸빌이라는 존재가 이곳에서 강림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혁련소도 이곳에 왔을 것이고 당연히 천살강기의 흔적이 느껴져야만 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조금 더 찾아보시지요.”

조윤이 다가오며 위로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에이미 공주 역시 자신의 특별한 능력으로 넓은 공간을 샅샅이 감지했다. 그녀는 혁련천후에게서 천살강기의 기운을 조금 익히고는 그것을 바탕으로 혁련소의 기운을 감지하는 것에 열중했다. 그러나 혁련천후가 느끼지 못하는 것을 그녀가 느낄 리 만무했다.

‘천살강기를 잃어버린 건가?’

초조함이 더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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