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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342화 (340/425)

# 342

<귀환무사 342화>

귀환무사 2부

117화

“이봐! 율튼!”

율튼이 카르스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나지막이 부르짖었다.

“전하! 놈은 반드시 잡아야 하는 놈입니다. 놈은 지난날, 케논 산맥에서 본 제국의 마법 병단을 처참하게 도륙했던 놈들과 한패입니다!”

“뭣이!”

카르스가 크게 놀랐다.

폭스 후작과 크루즈 백작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경악했다. 그 사건은 이미 요란 제국에 파다하게 퍼진 상태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대부분은 믿지 않았다. 대마법사와 마법 병단의 공격을 뚫어 내고 도주할 인간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때 당신의 공격을 막아 내고 도주했다는 그놈들……!”

“그렇습니다. 틀림없는 그때 그놈입니다.”

그제야 낯빛이 정색으로 돌아온 카르스와 폭스 후작의 시선이 빠르게 혁련소를 찾았다. 율튼이 고개를 저으며 다소 맥 빠진 것처럼 힘없이 중얼거렸다.

“도주했습니다.”

혁련소가 섰던 자리엔 가볍게 흔들리는 나뭇잎만이 보일 뿐이었다.

“어이가 없군. 그 거리에서의 기습을 피해 내다니, 그것도 대마법사가 펼친 기습을 말이야.”

카르스는 진정, 어이가 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당연한 반응이다. 자신의 눈에는 그저 그런 기사 정도로만 보였었다.

혹시 몰라 마나를 측정해 봤지만 느껴지는 정도는 아이언 기사 단원들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자가 율튼의 공격을, 그것도 엄청나게 가까운 거리에서의 기습을 피해 냈으니…….

“앗! 저, 저깁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모두의 시선이 소리친 기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곳은 숲에서 가장 큰 나무의 꼭대기였다. 그곳에 혁련소가 있었다. 카르스 일행을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운이 좋은 놈들이군. 아버지와의 제약만 아니었다면 네놈들을 모조리 죽였을 텐데…… 좋아! 요란의 황태자라고 했지? 너, 조만간 내가 직접 찾아가 주지. 그리고 마법사 늙은이!”

혁련소의 싸늘한 눈동자가 율튼에게로 향했다.

“나를 다시 만나기 전에 스스로 죽는 것이 좋을 거야, 늙은이!”

“놈!”

율튼의 육신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올랐다.

그의 손에는 마나로 형성된 거대한 랜서가 쥐어져 있었다. 마법 병단이 그의 뒤를 쫓아 날아올랐다.

“율튼 공을 도와라!”

카르스의 명령에 기사들도 일제히 숲으로 뛰어들었다.

숲으로 뛰어드는 마법사들과 기사들을 보면서도 혁련소는 차갑게 웃었다.

“후후! 오늘은 이만 돌아가지. 재회의 그날을 기대해도 좋을 거야, 잘난 황태자 나리.”

“닥쳐!”

카르스는 대답 대신 검을 힘껏 집어던졌다.

전력으로 던진 검이 엄청난 속도로 혁련소가 섰던 나무에 도달했을 때, 혁련소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그가 사라지자 카르스는 신경질적으로 땅을 걷어찼다.

“젠장! 요즘 들어 놀랄 일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카르스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숲으로 들어갔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돌아왔다. 카르스의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오우거도 놓친 것이냐?”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아무래도 놈이 공간 이동이 가능한 마법사인 듯합니다.”

크루즈 백작의 말에 카르스는 율튼을 돌아봤다.

율튼의 얼굴은 낭패함과 혼란스러움으로 뒤섞여 있었다. 초월의 현자라는 대마법사는 좀처럼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지 않는다. 정신적 수양과 능력이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율튼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

뭔가 말을 하려던 카르스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때 율튼이 말했다.

“황궁을 다녀와야겠습니다.”

“갑작스럽게 황궁은 왜……?”

“일이 생겼습니다. 그럼!”

율튼은 카르스가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텔레포트를 펼쳐 사라졌다. 마법 병단도 모조리 그와 함께 사라졌다.

폭스 후작이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경솔한 행동입니다. 이곳에서 텔레포트를 펼치면 케이론에 마나의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놈들이 공격을 가해 오진 못할 것입니다.”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저쪽엔 쉐인이 있습니다. 그자가 있다면 케이론은 충분히 딴 마음을 먹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르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텔레포트를 시전하면 엄청난 마나가 소요된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주둔한 케이론 제국의 군영에 있는 대마법사 쉐인이라면 마법 병단, 전체의 부재는 둘째쳐도 적어도 율튼이 빠져나간 것 정도는 충분히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대마법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이번의 경솔한 처사는 결코 묵과해선 곤란합니다! 어차피 차후, 케이시 대공과의 한판 승부 때 우리에겐 크나큰 짐이 될 자가 아닙니까?”

폭스 후작은 목을 문 투견처럼 율튼의 처사를 물고 늘어졌다.

“일단 군영으로 돌아가서 경계를 강화시키고 적진에 저격병들을 보내어 만약을 대비해야겠습니다. 율튼의 처벌 문제는 차후, 천천히 처리하도록 하지요.”

카르스는 빠르게 군영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가지 못하고서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사라졌던 블랙 오우거들이 그들의 이동 방향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것이다.

“크르르…….”

입가에 침을 주르륵 흘리며 인간을 노려보는 오우거들은 광기에 물들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오크와 고블린이 보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카르스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하필이면…….”

율튼과 마법 병단이 없으면 블랙 오우거는 상당히 버거운 상대다. 게다가 크로우 기사단마저 없었다.

“수가 너무 많습니다! 길을 뚫어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사들은 전하를 보호하라!”

아이언 기사단과 제후국의 기사들이 빠르게 카르스의 앞을 막아섰다. 사건이 연속적으로 이어지자 기사들은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쿵! 쿵!

블랙 오우거들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카르스는 머리를 굴렸다. 작정하고 싸운다면 어찌어찌 상대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한 놈에게 공격을 집중하고 틈을 노려 최대한 빠르게 군영으로 이동한다!”

결국 도주하기로 작정한 카르스는 그렇게 명령을 내렸다.

기사들이 일제히 검에 오러를 둘렀다.

가공할 기운이 주변을 몰아쳤다. 다가들던 블랙 오우거들도 잠시 흠칫하더니 이내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크아아…….”

“공격!”

카르스가 외치자 모두는 가장 선두에서 달려드는 블랙 오우거를 향해 일제히 검을 뻗었다. 주변 공간이 소용돌이치면서 오러의 향연이 펼쳐졌다.

콰앙!

마스터급에 이르는 기사들의 집단 공격은 무시무시했다. 그토록 광포했던 블랙 오우거의 상반신이 걸레처럼 찢겨지며 피를 뿌렸다. 인간이라면 겁을 먹고 물러날 정도의 광경이건만 블랙 오우거들은 더욱 사나운 흉성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우욱!”

제후국의 기사 하나가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다른 블랙 오우거의 주먹에 스친 것이다. 스친 것만으로도 흉갑이 종잇장처럼 뜯겨지며 날아갔다.

스친 오른팔은 뼈가 으스러져 허수아비처럼 너덜거렸다.

“다시 한 놈에게 집중해라!”

기사들이 전열을 뒤쪽으로 슬쩍 물렸다.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한 방에 죽일 수 없었기에 최대한 가속을 붙여서 강력한 공격을 쏟아 낼 심산이었다.

“우측을 돌파한다! 하나가 쓰러지면 그곳으로 전력질주 한다! 공격하라!”

이번엔 가장 우측의 오우거가 목표 대상으로 정해졌다. 그곳이 뚫리면 곧장 내리막길이다. 오우거는 내리막길에서 움직임이 둔하다.

크르르…….

눈치라도 챈 것일까? 다른 블랙 오우거들이 우측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카르스의 얼굴에 다급함이 어렸다.

“뭘 꾸물거리는 거야! 어서 놈에게 퍼부으란 말이다!”

쾅!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우측을 막아섰던 블랙 오우거의 육신에 기사들의 연합 공격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은 전처럼 한 방에 끝나지 않았다. 오른 팔만 잘라 내는 데 그쳤다.

달려드는 다른 오우거들을 의식한 나머지 마나가 흐트러진 기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팔 하나가 잘려 나간 블랙 오우거가 광포한 몸짓을 보이며 괴성을 질러 댔다.

무차별적인 팔의 휘두름에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산산조각으로 날아갔다. 그때 팔이 잘려 나간 오우거의 육신이 휘청거리더니 왼쪽으로 기우뚱거렸다.

다가들던 다른 오우거들이 피하느라 주춤하자 공간이 생겼다.

“뛰어!”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카르스가 먼저 몸을 날렸다.

뒤이어 폭스 후작과 크루즈 백작을 비롯한 기사들이 바닥을 차고 올랐다.

“이런, 젠장맞을! 으악!”

퍽!

뒤쪽에서 처참한 비명이 울렸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기사들 몇이 오우거에 둘러싸였다. 용맹하게 싸웠지만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카르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군영이 있는 곳으로 질주했다.

폭스 후작과 크루즈 백작이 그의 좌우를 호위하며 달렸다. 간혹 숲에서 튀어나오는 고블린과 오크들은 여지없이 둘의 칼날 아래 피를 뿌렸다.

그때였다.

카르스는 문득 머리 위쪽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황급히 고개를 든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와이번이다! 피해라!”

거대한 화염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콰앙!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고서야 간신히 화염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카르스는 하늘을 쳐다보며 경악에 빠졌다. 폭스 후작이 부르짖듯 소리쳤다.

“전하! 놈들이 모조리 몰려왔습니다.”

하늘엔 블러드 와이번들이 떼로 몰려 있었다.

모두는 재빨리 숲으로 몸을 숨겼다. 카르스는 혼란에 빠졌다. 뒤를 돌아보니 숲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볼 것도 없이 블랙 오우거가 쫓아오는 것이다. 카르스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저쪽으로 간다!”

“전하를 호위하라!”

모두는 숲 밖으로 벗어나지 않았다. 나가는 순간, 블러드 와이번의 엄청난 화염 공격을 받을 것이다. 기사들은 검을 휘둘러 나뭇가지들을 베어 내며 빠르게 전진했다.

쿵! 쿵! 쿵!

블랙 오우거의 진동이 점점 가깝게 다가왔다. 카르스는 초조했다.

“하필이면 율튼이 없는 이때에…….”

그가 있었다면 최소한 자신만이라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순간 이동으로 도주하면 그뿐이 아닌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돌아가면 대마법사고 나발이고 목을 날려 버리겠다! 빌어먹을!”

“전하! 저쪽이 좋겠습니다!”

폭스 후작이 방향을 반대편 우측을 가리켰다. 카르스는 그들이 이끄는 대로 방향을 바꿨다. 창공을 비행하는 와이번들이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지상을 샅샅이 살폈다. 언제라도 목표물이 나타나면 화염을 뿜을 태세였다.

블랙 오우거들의 지축을 흔드는 진동이 더더욱 크게 느껴지자 모두는 이를 악물고 질주했다. 작정하고 도주하면 제아무리 블랙 오우거라도 그들을 잡지는 못한다. 마스터급 기사들의 기동력은 달리는 말보다 빠르다.

물론 마나가 얼마까지 지속되느냐가 관건이었다.

제6장 황태자 카르스의 고립

레이나 공주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는 난생처음 보는 엄청난 괴물도 괴물이지만 왕전을 비롯한 넷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보면 볼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은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무지막지한 괴물과 맞서, 그들은 엄청난 위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케이론에서 강자에 속하는 헤론 후작이 고개를 저을 정도로 강력함을 뽐내는 괴물을 향해 그들은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그 용맹함이 눈부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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