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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321화 (319/425)

# 321

<귀환무사 321화>

귀환무사 2부

96화

“마법은 좀 발전하고 있습니까?”

“조금…….”

“아니면 그분께 부탁해 보시지요.”

“그분?”

“진천 님 말입니다. 마법과는 달랐지만 엄청난 능력을 보유하고 계신다고 얼핏 들었거든요. 그분이라면 우드 님의 진전에 상당한 도움이 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눈빛을 반짝거렸던 우드가 이내 우울하게 가라앉았다.

“나 같은 놈에게 시간을 내주실까?”

“하하! 우드 님은 아직 그분들을 다 파악하지 못하셨군요. 비록 무섭긴 하지만 속정은 무척 따뜻한 분들이 그분들입니다. 돌아오시면 부탁해 보세요. 분명 들어주실 겁니다. 이 써튼이 장담합니다! 하하!”

“그, 그럴까?”

“하하! 이제 그만 얼굴을 펴시고 저와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셔 보지요!”

둘이 술잔을 들어 허공에서 잔을 마주쳤다.

탁!

“여기서 뭐 해?”

문이 열리고 카루가가 들어섰다. 손엔 반쯤 먹은 과일을 든 카루가는 술 냄새가 진동을 하자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오래!”

“……!”

“천소 아저씨가 눈썹이 날리도록 뛰어 오래!”

우당탕!

써튼과 우드는 엄청난 속도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정은 개뿔, 여전히 무섭기만 한 그들이었다.

“술 마셨냐?”

“아, 예! 아주 조금 마셨습니다.”

“조금?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그, 그게…….”

써튼은 북궁천소의 물음에 쩔쩔맸다. 우드는 뛰어오면서 마법으로 냄새를 없앴기 때문에 멀쩡했으나 써튼은 얼굴이 제법 붉어져 있었다.

“술 마시러 아르소까지 온 모양이네?”

“아닙니다!”

써튼은 부동자세로 대답했다. 연소민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북궁천소를 가볍게 노려보고는 써튼과 우드에게 앉으라고 말했다.

자리에 앉으려던 우드는 멈칫했다. 반대편에 요란이 앉아 있음을 뒤늦게 본 것이다. 요란은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우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드는 내심 철렁했다.

‘뭐지? 저 웃음은…….’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느낌에 우드는 식은땀마저 흘렸다. 흑마법사는 백마법사의 영원한 천적이다. 눈에 띄면 무조건 죽이고 보는 것이 양측의 입장이었다.

“백마법의 기운이 조금은 남아 있군.”

요란의 중얼거림을 들은 우드는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간신히 의자를 짚고 견뎌 낸 우드는 입술까지 파리하게 떨렸다.

그 앞에 대마법사들도 어찌하지 못한 강력한 존재들이 버티고 섰건만 본능은 어쩔 수 없었다.

“왜 그래?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왕전이 우드를 보며 태연스럽게 말했다.

“앉으시오, 흑마법사 나리!”

요란의 말이 이어졌다.

역시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보다 훨씬 강력한 백마법사임을 뜻한다. 우드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자리에 앉았다.

그는 감히 요란을 마주보지 못했다. 연소민이 우드의 어깨를 가볍게 어루만져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두려워 마세요. 오늘부터 우리와 함께 계실 분이니까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예?”

우드가 연소민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요란이 손을 내밀며 웃었다.

“후후! 요란이오. 백마법사이긴 하지만 그다지 놈들을 좋아하지는 않으니 당신이나 나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하오. 잘 지내봅시다.”

우드는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요란의 손을 잡았다. 지켜보던 북궁천소가 히죽 웃었다.

“벌벌 떨긴…… 앞으로 이 친구에게 마법을 좀 배워 봐. 5클래스라니까 꽤 도움이 될 거야.”

“5, 5클래스!”

“후후! 어설픈 5클래스요. 필요한 게 있으면 성심껏 돕겠소.”

연소민의 옆에 찰싹 붙어 앉은 카루가가 요란을 보며 옹골차게 말했다.

“우드를 괴롭히면 나한테 혼날 거야?”

“하하! 알겠습니다, 왕자님!”

요란은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처음 카루가가 마계의 왕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본능적으로 그를 공격하려고까지 했었다. 그만큼 백마법사들에게 마계의 존재들은 천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왕전이 카루가를 보며 짓궂게 물었다.

“둘이 싸우면 네가 이기냐?”

“그럼! 지금 한번 싸워 볼까?”

“아닙니다!”

요란이 손을 저으며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헤헤! 무섭지? 그러니까 우드에게 잘해 줘야 해. 알았어?”

“이를 말씀입니까? 형제처럼 지내겠습니다.”

“형제? 와! 그럼 누가 형이야?”

카루가의 뜬금없는 질문에 요란은 우드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굳어 있던 우드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서른아홉 살입니다.”

“마흔 살이니 제가 형입니다.”

“헤헤! 그럼 우드가 동생이네? 참고로 난 오백 살이야.”

천적인 둘은 졸지에 형제가 되어 버렸다.

* * *

케논 산맥의 요란 제국 주둔지는 매우 혼잡스러웠다.

특수전을 목적으로 창설된 제7강습여단의 이만 병력이 새롭게 합류한 탓이다. 그들을 이끌고 온 인물은 요란 제국의 차기 황제가 유력한 황태자 카르스였다.

마스터의 반열에 오를 만큼 강력한 검술을 지닌 카르스는 친위 부대인 아이언 기사단까지 모조리 이끌고 케논 산맥으로 입성했다.

기존의 사령관인 케이시 공작은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지휘권을 내주어야만 했다.

비록 정적의 입장에다 황태자의 숙부인 그였지만 카르스는 엄연한 제국의 황태자. 서열상 그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은 새로운 건물을 건축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마법사들은 텔레포트진을 통해 본국에서 엄청난 물자들을 수송하기 바빴다.

황태자 카르스는 높은 산에 올라 주둔지를 내려다보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하하! 역시 드래곤의 성지라는 전설이 깃든 곳답게 아름답기 그지없구나!”

“천연 광물도 수백 년을 사용하고 남을 만큼 엄청나답니다. 한마디로 금광을 잡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전하!”

아이언 기사단의 단장 폭스 후작이 맞장구를 쳤다.

“저곳에 나만의 궁전을 짓습니다. 황궁보다 더욱 크고 화려한 대건축을 시작할 것이며, 완공이 되면 그곳은 나, 카르스를 경배하는 위대한 궁전이 될 것입니다!”

“저하! 지금은 시기가…….”

“아닙니다! 폐하께서도 승인하신 일입니다! 곧 본토에서 이십만에 달하는 인부들과 기술자들이 이곳으로 몰려올 것입니다. 단장께선 그 전에 케논 산맥의 모든 몬스터들을 처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전하!”

카르스의 눈동자가 야망으로 번득였다.

시원한 바람을 한껏 들이마신 그는 폭스 단장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숙부께선 어쩌고 계십니까?”

“기분이 좋을 리 없지요. 지휘권 이양에다 부대 감찰까지 받게 되었으니…….”

“감찰은 어쩔 수 없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상당한 마법 병단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폐하께서 원하십니다. 감찰은 단장께서 직접 행해 주셔야겠습니다. 물론 지휘권은 폐하의 명으로 보장해 드릴 것입니다.”

폭스 후작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테세우드를 격파한 공로가 있지 않습니까? 부대 감찰보다는 전하의 선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카르스의 시선이 폭스 후작을 향했다.

순간 폭스 후작은 흠칫했다. 그의 눈에 어린 열망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말입니다. 나와 적이 되려고 하는 사람에겐 추호도 자비를 베풀 마음이 없습니다. 그건 숙부라도 마찬가집니다. 그분은 나를 넘어 차기 황제의 위를 노리는 분입니다. 당연히 내겐 정적을 넘어 생사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폭스 후작은 입을 닫았다.

케이시 공작이 차기 황제를 노리는 것은 제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 자신도 아이언 기사단의 단장을 맡기 전에, 한때는 그의 사람이 아니었던가.

바람이 조금 거세졌다.

카르스가 걸친 망토가 심하게 펄럭였다.

“바람이 거셉니다. 그만 군영으로 내려가시지요.”

“오늘 같은 날은 술이 최고지요. 오늘은 아이언 기사단과 함께 연회를 갖겠습니다.”

“그리 전하겠습니다.”

둘이 몸을 돌려 밑을 향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자들이 있었다. 붉은 광채가 감도는 적주를 걸친 그들은 황태자 카르스를 이십사 시간 호위하는 아이언 기사단의 단원들이었다.

그들의 강력함은 전 대륙에 걸쳐 소문이 나 있었지만 정확한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누군가 폭스 후작에게 물었다.

“저희들도 마십니까?”

“그래, 오늘만큼은 특별히 허락하겠다. 단 적당히들 즐기라고.”

“감사합니다, 단장님.”

폭스 후작은 단원들을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오직 이들만이 자신의 모든 것이었다. 이들이 없으면 자신도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

해서 모든 정성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어쩌면 그에게는 이들이 황태자보다 더 소중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 * *

벌컥!

케이시 공작은 독한 럼주를 물처럼 마셨다.

“지휘권을 그런 애송이에게 넘기라고? 빌어먹을! 나이가 들더니 머리가 어떻게 되기라도 했단 말인가!”

쾅!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친 그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연신 씩씩거렸다. 대마법사 율튼이 옆에서 난감한 표정으로 케이시 공작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고정하십시오. 기회는 언제든지 또 오게 마련입니다. 자중하시고 기다리는 것이…….”

“테세우드, 놈이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성싶소? 보나마나 대군을 몰고 이곳으로 진격해 올 것이오. 보초를 서는 일반 병사도 예상하고 있는 일이 아니오? 그런데 황실에서 화초처럼 살아온 애송이가 과연 테세우드의 상대가 된다고 보시오? 어림도 없소!”

“각하……!”

“폐하의 명이니 어쩔 수 없이 따르겠소만, 전쟁이 터지면 1군단은 별도로 움직일 것이니 공께서도 그렇게 알고 준비하시오!”

율튼이 크게 놀라 눈을 부릅떴다.

“각하! 그건 황명을 어기는 것입니다! 어쩌시려고…….”

“그럼, 저 소중한 부하들을 모조리 죽음으로 내몰란 말이오? 저 애송이가 이삼십만의 대군을 통솔할 수 있다고 보시오? 지금껏 황궁에서 고작 서른 명에 불과한 아이언 기사단과 노닥거렸던 것이 전부인 놈에게 세 개 군단에 달하는 병력을 맡긴다면 저, 늑대 같은 테세우드가 좋아서 춤을 출 것이오!”

케이시 공작은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했다. 오히려 말을 꺼내니 분기는 더욱 거세졌다. 그런 케이시 공작의 속내를 이해하는 율튼은 착잡함을 금치 못했다.

지휘권이 카르스에게 넘어가면 자신도 그의 명령을 받아야 한다. 케이시 공작만큼이나 율튼도 카르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각하! 일단은 분을 삭이시고 기회를 기다려야 합니다. 저들은 황명을 업은 자들입니다. 자칫 정적들에게 각하를 공격할 명문을 줄 수도 있으니 제발 자중하십시오.”

“빌어먹을!”

쾅!

율튼의 말이 옳았다.

황명을 거슬린다는 인상을 심어 주면 자신과 반대편에 있는 정적들이 벌 떼처럼 들고 일어날 것이 뻔했다. 케이시 공작은 자신의 형이자 황제를 떠올렸다.

‘두고 봅시다! 누가 이기는지…….’

뿌드득!

그때였다.

“각하! 긴급 전령입니다!”

“무슨 일이냐?”

“케이론이 대군을 움직이고 있다는 보고가 곳곳에서 날아들고 있습니다.”

케이시 공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율튼이 재빨리 통신석을 켰다. 통신석 안의 인물이 부동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잡혔다.

케이시 공작이 물었다.

“누군가?”

“울프 여단의 맥나라마 백작입니다! 각하!”

“보고하라!”

다소 짜증이 섞인 케이시 공작의 명령에 맥나라마 백작은 지체 없이 말을 늘어놓았다.

“케논 산맥과의 접점 지역으로 적의 세 개 군단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적의 사령관은 테세우드 공작으로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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