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무사-319화 (317/425)

# 319

<귀환무사 319화>

귀환무사 2부

94화

“아직 미흡합니다만, 새로운 기술 몇 개 정도는 익혔습니다. 나중에 실전에서 보여 드리지요. 꽤 쓸 만합니다, 하하!”

그는 요즘 마법과 환술을 혼합하여 새로운 공격 무기를 개발 중이었다.

기초적인 마나의 배열 같은 것은 우드에게서 배웠다. 워낙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탓에 마법을 익히고 그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응용하는 속도는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혁련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안하지만 넌 한동안 다른 사람으로 지내야겠어.”

“예엣? 그게 무슨 말씀…….”

“일이 끝나면 정상으로 돌려질 것이다.”

혁련천후가 진천에게 눈짓을 보냈다. 씩 웃은 진천이 보우의 뒷덜미 부근을 가볍게 만지자 보우의 눈빛이 흐릿하게 변했다.

정신을 제압당한 보우는 숨만 쉬는 나무토막과도 같은 처지로 전락했다.

“왕궁 가까운 곳에 방을 잡도록 해 봐. 가급적이면 조용한 곳으로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런데 돈이…….”

혁련천후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돈이 없었다. 어둠의 숲에 갇힐 때, 소지품을 몽땅 털린 것을 깜빡한 것이다.

무심결에 보우를 쳐다보았다. 이내 쓴웃음이 맺혔다. 그도 돈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놈 털까요?”

진천이 물어 온다.

“그게 좋겠군.”

사공진무가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는 둘을 번갈아 응시했다. 진천이 그런 사공진무에게 씩 웃어 주었다.

“다른 방법이 없잖아.”

강도짓을 통해 제법 짭짤한 수입을 올린 진천은 그 돈으로 넓고 깨끗한 객실을 두 개 얻었다.

물론 돈을 강탈당한 사람에겐 자신의 환술을 불어넣어 주는 것으로 보답했다.

아마 그는 죽는 날까지 병에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빼앗긴 금화보다 더욱 소중한 것을 얻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물론 당사자는 그걸 모르지만 말이다.

“그 기운들 말입니다. 정말 드래곤의 힘을 이은 자들이 맞을까요?”

“모르지.”

“솔직히 정점에 오른 마법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지녔을지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대마법사라는 자들만 보더라도 중원에선 절대고수로 불릴 만한 능력입니다. 그런 자들이 숭배하는 드래곤이라면 엄청날 텐데 말입니다.”

“드래곤이 실재한다면 모르겠지만 유적을 얻어 그것을 익힌 자들이라면 두려워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 세상이 대마법사라 칭하는 자들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가 아니겠나.”

듣고만 있던 사공진무가 끼어들었다.

“솔직히 조금은 이상하기도 합니다.”

둘이 그를 돌아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린 사공진무가 말을 이어 갔다.

“그토록 강한 놈들이 왜 노골적으로 기운을 드러내고 있을까요? 상당히 먼 거리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말입니다. 그냥 기운을 감출 수준은 충분할 텐데 말입니다.”

“그렇긴 하군.”

틀린 말이 아니었다.

왕궁에서 제법 떨어진 산의 정상에서 확연히 느껴질 정도의 기운이었다. 그 정도의 고수라면 당연히 기운을 갈무리할 수준은 넘어설 것이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던 혁련천후가 섬광을 발했다.

“그 기운 말이야…….”

“무슨……?”

“유달리 강력했던 기운 말이다.”

“예! 놀랄 정도로 강했던 기운이 하나 있었지요. 한데 그건 왜……?”

“혹시, 그 기운이 드래곤의 레어가 아닐까?”

순간 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다른 기운들은 그곳을 지키는 자들이고 말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럴듯했다.

하지만 이내 사공진무가 미간을 찌푸렸다.

“또 이상합니다. 그곳을 지키는 놈들은 왜 기운을 드러내고 있을까요? 결코 만만치 않은 자들이 분명한데, 꼭 그렇게 힘을 과시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라도 있을까요?”

진천이 대답했다.

“혹시 모르지. 기운을 갈무리하는 방법을 모른다거나, 아니면 특수한 능력을 지닌 자들일 수도 있겠지. 아무튼 그곳으로 들어가 보는 것 외엔 방법이 없겠습니다.”

“칠 일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다른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고, 진천, 너는 아르소와 수시로 연락이 가능하게끔 해 봐.”

“그거야 어렵지 않지요, 하하! 당장 나가서 새 한 마리를 잡아 오겠습니다.”

“서둘러.”

“알겠습니다.”

진천이 서둘러 밖으로 나가자 혁련천후는 사공진무를 보며 다른 말을 했다.

“어차피 검술 대회에서 왕궁으로 들어갈 사람은 둘뿐이니 진천과 내가 검술 시합에 출전할 것이다. 넌, 그동안 다른 신분을 찾아서 함께 들어갈 방안을 마련해 봐.”

“그냥 몰래 들어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

“알겠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나가서 술 좀 사 와.”

“넵!”

술이라는 말에 사공진무는 번개같이 밖으로 나갔다. 혁련천후는 창가에 서서 밖을 내려다보았다.

조용한 곳을 고른다고 골랐지만 여전히 밖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제법 늦은 시각임에도 거리는 불꽃으로 휘황찬란했다.

용하게도 어디서 잡았는지 하얀 새 한 마리를 쥐고 뛰어 오는 진천이 보였다. 독수리처럼 매섭게 생긴 새였다. 진천의 환술이 심어지면 훌륭한 통신 수단이 될 것이다.

통신석을 구할까를 생각했었지만 그건 정해진 위치에서나 가능했다. 하지만 새는 다르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커다란 술통을 통째로 들고 오는 사공진무가 보이자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이젠 가족 이상의 존재로 발전한 그들이다.

그들이 있어 좋았다.

제6장 검술 대회에 출전하다

금화 천 크로!

검술 대회에 걸린 우승자의 상금이었다. 물론 그것보다는 왕실 기사단에 든다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지만 금화 천 크로는 대저택을 두 채나 살 수 있는 거금이었기에 검술 대회의 출전자들은 나날이 홀베른의 수도로 몰려들었다.

게다가 며칠 전, 모든 이들을 들뜨게 만든 일이 홀베른의 왕궁에서 벌어졌다.

우승자가 미혼자일 경우, 본인이 원한다면 공주와 혼약을 시키겠다고 왕이 직접 공표한 것이다.

홀베른 전체가 들썩거렸다.

소식은 진천과 사공진무에게도 들어갔다. 진천은 희희낙락이었고 사공진무는 검술 대회에 출전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홀베른의 공주는 엄청난 미모를 지닌 것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까닭이다.

홀베른의 수도는 각지에서 몰려든 출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상점들은 넘쳐 나는 손님들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대부분이 구경을 위해 타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이었다.

출전자들은 당장 내일로 다가온 대회 탓인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 대회장에 마련된 지정된 장소에서 참가 수속을 밟기에 여념이 없었다.

혁련천후와 진천도 그곳에 있었다. 둘은 금발에 벽안으로 변장을 하고서 순서를 기다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순서가 돌아오자 둘은 검사관 앞에 섰다.

검사관의 찢어진 눈이 둘의 전신을 훑었다.

“어디서 오셨소?”

“케이론!”

차가운 대답에 검사관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혁련천후를 올려다보았다. 혁련천후는 피하지 않고 더욱 차가운 시선을 그에게 주었다. 움찔한 검사관이 다시 물었다.

“작위가 있으시오?”

“남작!”

“거, 말이 너무 짧으신 양반이군. 여기다 이름과 나이를 적고 저쪽에서 1차 시험을 치르면 되오! 통과하면 그곳에서 다음 시험을 알려 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냉큼 보따리를 싸서 고향으로 돌아가면 되오!”

혁련천후는 검사관이 건넨 종이를 건네받고는 앞으로 나갔다. 뒤이어 진천이 검사관 앞에 섰다.

“어디서 오셨소?”

“케이론!”

검사관의 눈이 또 찢어졌다.

“작위가 있으시오?”

“없어!”

“없어? 없는데 반말이야? 이 자식이 출전하기도 전에 내 손에 죽어 볼래?”

검사관이 옷소매를 걷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솥뚜껑만 한 주먹을 진천의 코앞에 들이밀고는 콧김을 씩씩 뿜어댔다.

진천은 장난기가 발동했지만 혁련천후는 그에게 빨리 오라는 눈짓을 보냈다.

진천은 눈에 매서운 기운을 담고 검사관을 직시했다. 움찔한 검사관은 둔한 몸뚱이를 다시 의자에 앉혔다.

“여기다 이름과 나이를 적으시오, 크흠!”

“미혼은 따로 적어야 하나?”

“거기에 기재란이 있지 않소!”

진천은 미혼란에 유달리 진하게 표시를 했다.

* * *

혁련천후와 진천은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출전하는 바람에 1차적으로 걸러 낼 목적으로 만들어진 관문은 울타리가 처진 둥근 원형의 경기장에서 괴상망측하게 생긴 몬스터와 싸우는 것이었다.

이기면 통과, 지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겁을 먹고 포기하면 살 수는 있었다.

“저게 오크라는 거군요.”

진천이 흉측한 몰골을 한 몬스터를 가리키며 눈살을 찌푸렸다. 일그러진 얼굴만 제외하면 사람과 별단 다를 바 없었다.

견갑에 흉갑까지 두른 오크는 커다란 덩치에 베틀액스를 두른 청년과 싸우고 있었다.

“오크 주제에!”

퍽!

싸움은 간단하게 끝났다.

청년의 무지막지한 공격이 오크의 가슴에 작렬하자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죽어 버렸다.

청년은 오크의 시신에 침을 뱉고는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는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뒤이어 다른 출전자가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새로운 오크는 경기장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출전자에게 달려들었다. 이번 싸움은 꽤 치열했다. 십 분 가까이 이어진 치열한 싸움에서 승자는 출전자였다.

줄지어 선 출전자들이 속속들이 경기장으로 투입되었고, 그때마다 새로운 오크들도 경기장 좌측에 마련된 입구를 통해 나왔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출전자들이 이겼다. 오크가 비록 흉악스럽기는 하나 제대로 검술 수련을 받은 검사들을 이겨 내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진천은 발길질 한 번에, 혁련천후는 주먹질 한 번에 오크를 기절시켰다.

수준이 떨어지는 출전자들을 솎아 내려던 주최 측은 새로운 방법을 들고 나왔다.

바로 트롤을 이기는 사람이 다음 회전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방법이었다.

경기장을 지켜보던 출전자들 중, 상당한 인원이 기겁을 했다.

크어어!

무시무시한 트롤이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혁련천후와 진천은 트롤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트롤의 기세에 놀란 것은 아니라 거대한 덩치와 흉측하게 생긴 몰골 때문이었다.

“오호! 저런 몬스터도 있었군요. 꽤 무식하게 생겼습니다.”

“상당수 출전자들이 스스로 물러나겠군.”

혁련천후의 말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삼백 명에 달하던 출전자들 중, 백여 명이 출전 포기를 선언하고 물러섰다. 트롤은 어지간한 기사들도 이겨 내기 힘든 강한 상대였기 때문이다.

기상천외한 대회 방식에 성토를 하는 자들도 많았지만 더 많은 이들이 흥미를 보였다.

“미친놈들! 트롤을 이기면 오우거라도 내보내겠다는 거야?”

“출전자들의 목숨 따윈 아무렇지 않다 이거지? 국왕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자식들아! 귀족 작위에 왕실 기사단, 그리고 공주를 아내로 맞는 것이 쉬운 줄 알았냐? 오우거가 아니라 와이번이라도 맞서 싸워야지!”

“너나 싸워라! 난 목숨이 더 소중해.”

출전자들이 저마다 제 목소리를 내며 웅성거렸다.

잠시 후, 북소리가 들리며 트롤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진천이 가장 먼저 경기장으로 들어설 차례였다.

“적당히 힘을 감춰라.”

“하하! 알겠습니다.”

진천은 여유로운 태도로 경기장으로 어슬렁거리며 들어섰다. 침을 질질 흘리며 진천을 노려보는 트롤의 눈동자는 섬뜩하게도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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