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6
<귀환무사 316화>
귀환무사 2부
91화
도주하던 기사들이 화염에 휩싸여 죽어 갔다. 루안의 얼굴이 붉어졌다. 극한의 살기가 그에게서 뿜어졌다.
주변을 둘렀던 기사들이 흠칫하며 물러설 정도로 대단한 살기였다.
어떤 이들은 오러로 착각을 할 정도였다.
“모두 죽여 주지. 궁극의 화염, 레파온!”
루안의 육신 주변이 시퍼런 광망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미 성곽 위는 전투가 끝나 있었다. 성곽 위로 난입했던 요란 제국의 기사들은 전의를 잃고 항복을 해 버렸다. 모두는 죽은 동료의 시신도 마다한 채, 허공에서 거대한 화염을 만들어 내는 루안을 넋 나간 모습으로 쳐다봤다.
그때였다.
지상에서 누군가가 루안을 향해 날아오르며 소리쳤다.
“멈춰!”
“응!”
루안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오르며 퇴각하는 기사들을 향했던 화염 덩어리가 날아오르는 인물에게로 날아갔다.
콰아앙!
허공에서 가공할 만한 폭발이 일어났다.
지켜보던 모두가 손으로 황급히 눈을 가렸다.
드드드…….
폭발의 여파로 인해 성곽의 가장자리가 폭삭 무너졌고, 가까이 있던 기사들이 폭풍에 휩쓸려 사방으로 곤두박질쳤다.
자욱한 폭연이 모두의 시야를 가렸다.
레이나 공주와 연소민은 초조한 기색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자욱한 연기 때문에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누구지? 저놈은…….”
북궁천소가 레이나 공주에게 물었다.
그의 어조가 반말에다 싸늘함까지 묻어났지만 그녀는 미처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루안이라고, 나를 도우러 온 사람이에요.”
“완전히 미친 새끼군. 전의를 잃고 도주하는 자들을 죽이다니…….”
“예?”
그제야 레이나 공주는 북궁천소를 돌아봤다. 순간 그녀는 흠칫했다.
북궁천소와 왕전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전 같았으면 몰라도 그들의 강력함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꼈던 터라 저절로 긴장감이 몰려왔다.
왕전이 소드 브레이커를 버리고 자신의 대도를 어깨에서 끌러 손에 쥐면서 중얼거렸다.
“무사의 기본을 모르는 새끼는 적이든, 아군이든 두들겨 맞아야지.”
“지금 루안을 두고 하는 말인가요?”
“그렇다.”
왕전의 반말에 레이나 공주의 눈썹이 상큼, 치켜 올라갔다. 그녀가 뭐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루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넌 뭐지? 왜 나를 방해하는 거야?”
허공이 아닌 성곽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담대소천과 루안이 마주 보며 서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일제히 몰렸다. 엄청났던 폭발의 중심에서도 담대소천은 멀쩡했다. 루안 역시 그와 같았다.
담대소천의 얼굴엔 은은한 노기가 떠올라 있었다.
“전의를 잃고 도주하던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에게 살수를 펼치다니, 이것이 케이론이 내세우는 정의인가?”
“정의? 큭! 우습군. 전쟁터에서 정의를 찾다니, 꽤 낭만적인 친구군. 제법 강하던데 어디서 온 누구지?”
“입이 예의를 모르는 놈이군.”
루안의 하대에 담대소천은 청룡언월도를 횡으로 잡아가며 한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한껏 여유를 보이던 루안의 얼굴이 슬쩍 굳어졌다.
담대소천이 말을 이었다.
“무사는 덤비지 않는 약자는 비록 적이라도 해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지금 나와 싸우겠다고?”
“그릇된 네놈의 정신을 제대로 잡아 줄 생각이다. 검을 뽑아라, 금발 머리!”
루안은 대답을 못하고 두 팔을 올리며 어이없다는 시늉을 보였다. 그때 레이나 공주가 그들에게로 달려왔다.
“그만! 싸우지들 말아요!”
왕전과 북궁천소, 연소민도 담대소천의 곁에 내려섰다.
셋을 응시하던 루안의 눈동자가 반짝 빛을 발했다.
‘뭐야! 이놈들도 저놈보다 약하지 않아 보이잖아!’
왕전과 북궁천소에게서 느껴지는 강력함에 루안은 내심 적잖이 놀랐다.
비록 여유를 보이고는 있었지만 승부를 장담하기 힘들 정도로 담대소천은 강했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서 팔짝 뛸 일인데 그와 엇비슷해 보이는 둘이 더 나타나자 놀람은 배가되었다. 그러나 이내 예의 여유로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다.
“이놈은 누구지?”
담대소천이 레이나 공주에게 물었다.
루안의 눈동자에 새파란 광망이 어렸다. 자신에게 반말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너, 입조심해야지. 감히 공주에게 반말로 지껄이다니…….”
“착각하고 있군. 우린 케이론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다.”
“뭐야?”
다시 싸울 분위기가 조성되자 레이나 공주가 언짢은 기색을 그러내며 소리쳤다.
“그만들 해요! 같은 편끼리 왜 이래요!”
“같은 편?”
왕전이 삐딱하게 되물었다. 연소민이 말렸으나 그는 루안을 노려보며 다가섰다.
“우린 케이론을 도운 게 아니야. 이 아이를 도왔을 뿐이지. 그러니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와 같은 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음을 알아 두라고, 공주!”
“이봐! 너희들, 죽고 싶어!”
루안의 얼굴이 붉어졌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그였지만 레이나 공주를 함부로 대하는 셋의 태도에 얼굴까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다른 이들을 몰랐지만 루안은 화가 나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레이나 공주는 루안을 말렸다.
“루안도 그만해요. 이들 덕분에 아르소를 지켜 냈어요.”
“건방지잖아!”
반대로 연소민은 왕전과 북궁천소를 말리느라 땀을 흘렸다. 그녀의 간곡한 만류 덕분에 사고는 터지지 않았다. 평소의 성격으로 보아 지금까지 주먹을 날리지 않은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담대소천이 몸을 돌렸다.
“술이나 마시자.”
“나중에 찾아뵐게요.”
연소민은 레이나 공주에게 옅은 미소를 보여 주고는 셋과 함께 성으로 들어갔다.
제5장 드래곤 사냥꾼
아르소의 기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우와!”
“영주님! 만세!”
연소민과 담대소천 등을 향한 함성이었다. 가투소를 비롯한 1군단 소속의 기사들도 검을 하늘로 치켜 올리며 경의를 표했다.
일만에 달하는 적의 기마 병단으로 돌진해 들어갔던 그들의 용맹스러움은 이미 기사들의 가슴속, 깊숙이 새겨져 있었다.
담대소천 등을 고깝게 여겼던 기사들도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질러 댔다.
“지금부터는 그대가 인솔하도록!”
담대소천은 가투소에게 지휘권을 넘겨주었다. 함성 소리가 다시 터졌다.
레이나 공주와 루안이 뒤이어 들어섰기 때문이다. 레이나 공주는 꽤 상기된 얼굴로 기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공주마마! 만세!”
믿기지 않는 승전이었다. 십분지 일의 병력 차이를 극복해 낸 것이다. 물론 성곽에서의 난전으로 아군도 반수 이상이 목숨을 잃었지만 기사들은 승전에 대한 기쁨으로 열광했다.
몇몇 기사들만이 죽은 동료들에 대한 슬픔으로 고개를 숙였다. 담대소천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주변을 쓸어 보고는 전마에 몸을 실었다.
“성으로 돌아가야겠다.”
“제가 모시겠어요.”
“영, 찝찝하군. 이놈들, 이런 놈들이었나?”
왕전의 얼굴도 꽤 불편한 기색이다. 환호하는 기사들을 보며 혀를 찬 그들은 전마에 몸을 실고는 연소민의 성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이봐요! 승전을 축하하는 술이라도 마셔야죠!”
레이나 공주가 소리쳤다.
“너희들이나 배 터지게 마셔라. 우린 간다!”
“기분들이 별로신가 봐요. 먼저 갈게요.”
셋이 전마를 몰아가자 연소민은 레이나 공주에게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레이나 공주는 그들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빛이 역력했다.
사실 도주하는 적을 사살했던 루안의 태도는 케이론의 입장에선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포로가 아닌 전투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적의 기사들. 죽일 수 있을 때, 죽이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담대소천 등은 달랐다.
그들이 살아온 강호는 무사들의 세계. 비록 적수라도 최소한의 무도는 지키며 살아가는 곳이 그곳이며 더욱이 그들은 천하의 정점에 오른 신마성의 주축 고수들이었으니 누구보다 그러한 것들을 중요하게 여겼다.
살아온 환경의 차이가 갈등으로 빚어진 것이라고 봐야 했다.
사라져 가는 그들을 바라보는 레이나 공주의 표정이 묘했다.
“저놈들, 아는 놈들이었군. 누구지?”
“아르소의 영주, 아리안의 의숙부들이에요. 셤서라는 곳에서 왔다고 하더군요.”
“셤서? 그런 곳도 있었나?”
“이 넓은 대륙에 우리가 모르는 곳은 얼마든지 있어요. 저쪽으로 가요. 목숨을 걸고 성을 지켜 낸 기사들에게 술과 음식이라도 내려야겠어요.”
레이나 공주가 루안의 팔을 끌었다.
루안은 끌려가며 물었다.
“이길 줄 알고 미리 술이라도 사 온 건가? 이런 전장에서 술과 음식이라니…….”
“내게 그런 예지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레이나 공주는 자신의 전마에서 가죽 주머니를 꺼내 들며 씁쓸하게 웃었다. 루안의 눈동자가 반짝 빛을 발했다.
“오호! 그것을 아직도 지니고 있었군.”
“당신이 제게 처음 준 선물인데 당연히 지니고 있어야죠. 이 안에 수백 명이 먹고도 남을 술과 음식이 있어요. 사실 주변의 가난한 영지민들에게 나눠 주려고 담아 두었는데…….”
가죽 주머니는 루안이 레이나 공주가 열다섯이 되던 해의 생일날에 선물로 주었던 이동식 인벤이었다.
루안이 입맛을 다셨다.
“좋아! 놈들 때문에 기분이 별로였는데 술로 기분이나 풀어야겠어.”
“조금만 마셔요. 기사들이 마실 것도 모자라니까…….”
“쩝! 그러지.”
* * *
쾅!
“으윽!”
답답한 신음을 흘리며 뒤로 밀려난 아이작의 입가로 가느다란 핏줄이 비쳤다.
다른 기사들은 이미 바닥에 쓰러져 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검을 고쳐 잡으려던 아이작이 더 이상 견뎌 내지 못하고서 앞으로 꼬꾸라졌다. 혁련천후의 시선은 보우를 향했다.
“이제 우리를 그곳으로 안내해라.”
보우는 바닥에 쓰러진 기사들을 쳐다보며 씁쓸함을 비추었다. 그는 금발 여인을 흘끗 쳐다본 뒤, 혁련천후에게도 힘없이 걸음을 옮겼다.
“잠깐만!”
여인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혁련천후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들이 진정, 소문의 그 흑안의 마검사들이 분명한가요?”
오직 자신만이 멀쩡하게 서 있었지만 그녀는 당당한 태도로 그를 대했다.
“그게 네게 중요한 일인가?”
“그래요. 진 빚은 갚아야 하니까요.”
“후후! 빚이라…….”
보우는 근심스러운 눈으로 여인을 응시했다. 자칫 이들이 그녀를 죽이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그녀는 평범한 여인이 아니다.
죽어선 절대 안 될 신분이다.
“다크 영지라고 들어 보았나?”
“다크 영지? 케이론인가요?”
“우린 그곳에 머물지. 물론 때가 되면 떠날 테지만…… 빚을 갚고 싶다면 그곳으로 언제든 오면 된다.”
“왜, 나를 죽이지 않는 거죠?”
“죽여야 하나?”
“……!”
혁련천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차후, 복수를 꿈꾸고 찾아온다면 그때 죽여 주지.”
그 말을 끝으로 혁련천후는 보우의 어깨를 잡아끌고 기이한 기운으로 요동치는 텔레포트진으로 들어섰다.
진천과 사공진무 역시 여인에게 눈을 찡긋거리고는 진 안으로 들어섰다.
“허튼수작을 부리면 넌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혁련천후의 싸늘함에 진저리를 친 보우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주문 같은 것을 외웠다. 셋의 얼굴이 다소 긴장감을 보였다.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험을 다시 겪게 되는 것 때문이다.
제아무리 천하를 일통했던 혁련천후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었다. 보우의 주문이 끝났다.
눈을 감은 보우는 체념을 한 듯 좌우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
“뭐야? 아무런 반응이 없잖아!”
진천이 보우를 노려보며 물었다.
눈을 뜬 보우도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사공진무가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자 보우는 황급히 다시 주문을 외웠다.
한쪽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여인의 눈빛이 묘했다.
“됐습니다!”
그들이 들어선 공간이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여인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 * *
일행이 이동된 곳은 예상과는 달리 번화한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자그마한 산의 깊숙한 곳이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장대한 케논 산맥은 아닌 듯 보이자 진천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이봐! 여긴 케논 산맥이 아니잖아! 너, 개수작을 부렸지?”
“텔레포트진은 지정된 장소로만 이동이 가능한 법이오.”
“그러니까, 우리가 타고 온 진은 케논 산맥이 아닌 이곳으로 지정되어 있었단 말이야?”
“그렇소.”
진천의 얼굴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그 말을 왜 지금 하는 거지? 분명 케논 산맥으로 가자고 했을 텐데?”
진천에게 멱살을 잡힌 보우의 육중한 몸이 허공에 떴다. 혁련천후가 보우에게 물었다.
“왜 이랬지? 말해라.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면 드래곤의 레어를 포기하겠다.”
그것은 곧 보우를 죽이겠다는 말과 같았다.
보우는 그가 결코 협박에만 그치지 않음을 본능적으로 짐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겪어 본 보우는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직선적이고 단순하다는 것, 반대로 수틀리면 뒤돌아보지도 않는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보우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걸 놓아주시오.”
진천이 눈을 부라리고는 멱살을 놓아주자 보우는 다시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래곤의 마법 때문이오?”
“넌 그저 그곳으로 우릴 데려가면 그뿐이다.”
“이유 정도는 알려 줘도 될 것 같소만…….”
혁련천후의 눈매가 슬쩍 가늘어졌다.
“볼일이 끝나면 널 죽일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군.”
“……!”
“약속하지. 네가 우릴 그곳에만 데려가 준다면 너를 그냥 보내 주겠다.”
보우의 얼굴에 자조가 어린다. 그는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독한 연기가 그것을 통해 흘러나왔다.
“모두가 당신처럼 그렇게 말을 하더군요. 제국의 황제도, 공국의 왕들도 하나같이 안심해라, 나를 믿어라…….”
“……!”
“하지만 정작 때가 되니 나를 죽이려고만 했소. 다른 자들과 레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싫어서 말이오. 물론 나도 바보가 아니오. 당연히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아이아스의 레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적은 없었소.”
혁련천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난 그자들과 반대야.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죽고, 그 반대면 살 수 있다.”
“데려가겠소. 어차피 드래곤의 레어를 찾는다고 해도 당신들이 얻어 낼 것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진천이 끼어들었다.
“주공! 놈의 뇌를 제압하고 움직이시죠. 아무래도 믿을 만한 놈이 아닙니다.”
말을 하는 그의 손은 벌써 하얀빛으로 둘러져 있었다.
필요한 정보만을 지닌 부분적인 백치로 만들어 버리는 환술이 진천에겐 다양했다.
보우의 태도를 미심쩍게 여긴 진천은 혁련천후가 허락만 한다면 당장에 환술을 시전할 생각이었다. 혁련천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다! 그냥 출발한다.”
“주공!”
혁련천후는 보우에게 시선을 주었다.
“내 믿음을 깨지 않기를 바란다, 사냥꾼!”
진천의 손을 쳐다보며 침을 삼키던 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천이 그런 보우에게 다시 으르렁거렸다.
“수작을 부리면 네놈을 살아 있는 강시로 만들 테니 알아서 해!”
보우가 강시를 알 턱이 없다.
하지만 그의 손에 떠오른 기운만으로 그는 심상찮음을 직감하고는 서둘러 걸음을 놓았다. 사공진무가 다소 의아한 빛을 보였다.
“드래곤의 레어는 케논 산맥에 있다고 들었는데 왜 이곳으로 온 거야? 그건 말해 줘야지!”
“드래곤의 레어만 찾으면 될 것 아니오. 데려다줄 테니 따라오기나 하시오.”
“어라! 저거 태도 좀 보게?”
겁을 집어먹으면서도 보우의 말투는 불량했다.
아마 천성이 그런 듯 싶었다. 사공진무는 보우의 옆을 바짝 붙어서 걸었다.
잠시 후, 일행은 도시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혁련천후의 눈썹이 슬쩍 꿈틀거렸다.
“저 도시에 있다는 것은 아니겠지?”
“저곳에 있소.”
“……?”
모두가 보우를 돌아봤다.
눈매가 가늘어진 진천이 다시 손에 환술의 기운을 품었다. 보우가 말을 이었다.
“케논 산맥에 드래곤, 아이아스의 레어가 있다는 것은 헛소문이오. 전설에 나오는 대부분의 드래곤들이 깊은 산맥에 자신의 레어를 짓고 던전을 만든다고 알려졌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추측했을 뿐이오. 아이아스는 다른 드래곤들과는 다른 존재였소.”
“계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