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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314화 (312/425)

# 314

<귀환무사 314화>

귀환무사 2부

89화

연소민은 빙그레 웃으며 담대소천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위해서 나선다는 말에 그녀는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좋아요! 허락하겠어요. 담대 숙부가 지휘권을 맡으세요! 대신, 지원군이 올 때까지 이곳을 꼭 막아 주겠다고 약속하세요.”

레이나 공주가 힘주어 말했다.

“노력해 보지…….”

담대소천이 몸을 돌렸다.

마법사들을 앞세운 요란 제국의 기마 병단이 서서히 성곽으로 진군해 오는 것이 보였다.

담대소천이 활을 든 기사를 응시했다.

“그것 좀 빌려 주겠나?”

기사가 활을 건네자 그는 시위를 먹였다. 모두가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성곽에서 요란 제국의 기마 병단까지는 유효 사거리 밖이다.

쏘아 봤자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떨어질 것이 뻔했다.

몇몇은 비웃음마저 비쳤다.

“저, 저기…… 그건 이백 미르까지가 유효 사거린데…….”

활을 건넨 기사가 말을 더듬을 때, 담대소천이 먹인 화살이 날아갔다.

모두의 시선이 날아가는 화살을 따라 이동했다. 모두의 눈이 부릅떠졌다. 날아간 화살은 정확하게 선두에서 달려오던 기사의 목을 뚫었다.

거리는 거의 사백 미르에 달했다.

기사들은 자신들의 활이 언제 이렇게 성능이 좋아졌는지를 의심했다. 담대소천이 청룡언월도를 뽑아 들며 소리쳤다.

“모두 성곽 가까이 붙어서 몸을 낮추고 적의 마법 공격이 끝나기를 기다려라!”

명령을 내린 담대소천은 가투소를 불렀다. 가투소가 빠르게 달려왔다.

다른 기사들과는 달리 가투소는 그들 말이라면 껌벅 죽는 시늉이라도 할 태세였다.

“전령을 다크 영지로 보내. 이곳에서 싸움이 일어났다고 말이야.”

“그곳에는 병력이…….”

“내 벗들에게 전하란 말이다.”

그제야 가투소의 얼굴이 환해졌다. 가투소가 물러가자 그는 왕전과 북궁천소를 돌아봤다. 그의 눈빛을 본 둘이 씩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담대소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기세를 조금은 꺾어 줘야겠지?”

“흐흐! 중원식으로 하지.”

“그럼 내가 선봉인 셈이냐?”

둘이 몸을 돌려 성곽 밑으로 내려갔다. 레이나 공주가 둘에게 물었다.

“어딜 가는 거죠?”

“흐흐! 공주는 구경이나 하시오.”

‘대체 뭘 하려는 거지?’

레이나 공주는 둘과 담대소천을 번갈아 쳐다보며 의아함을 내비쳤다.

그때 요란 제국의 기마 병단이 공격을 시작했다. 하늘을 가득 덮은 마나덩어리들이 불꽃을 일렁거리며 날아들기 시작했다.

“성곽에 바짝 붙어 몸을 낮춰라!”

기사들은 재빨리 몸을 낮추고 방패를 머리 위로 올렸다. 레이나 공주와 연소민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기사들과 섞였다.

콰과과광!

성곽 위는 삽시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화염 계열의 마법은 살상 범위가 상당히 넓기 때문에 비록 방패로 막았다고는 하지만 뜨거운 열기로 인해 상당수가 죽어 나갔다.

“우, 위험합니다!”

누군가가 담대소천을 보며 소리쳤다.

엄청난 폭발이 작렬하는데도 그는 오연하게 선 채 적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청룡언월도가 은은한 울음소리를 냈다.

연소민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저 청룡언월도가 움직이면 그는 무적의 투왕 담대소천으로 변모한다.

그때의 파괴력은 그녀조차도 감히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다.

“이봐요! 미쳤어요?”

레이나 공주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담대소천은 오직 적을 노려보고만 섰다.

그의 주변, 모든 곳에 화염들이 작렬했다. 폭발의 여파로 불에 타서 죽어 간 기사들만 오십 명이 넘었다.

이십여 분이 지나가자 공격이 멈추었다.

“함성!”

담대소천이 짤막하게 명령을 내리자 아르소 영지의 기사들이 일제히 일어서며 악다구니를 썼다.

멈칫하던 가투소의 기사들도 일어서며 적을 향해 목청이 터져라 함성을 질렀다.

“와아악!”

이전처럼 성문을 공격하려던 베린스 공작이 멈칫했다.

성곽 위의 적의 수가 의외로 많았다. 횡으로 늘어선 탓에 시각적으로 더 많아 보였다. 부관이 그에게 재촉했다.

“각하! 허세일 뿐입니다. 돌진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잠시만!”

베린스 공작이 손을 들어 전진을 멈추게 했다. 성문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세 기의 전마가 느릿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 기는 사람이 타지 않고 있었는데, 다른 두기엔 익숙한 모습의 인물들이 앉아 있었다.

베린스 공작은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눈에 익은 자들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항복을 하려나 봅니다. 이거 너무 싱겁게 끝나는군요.”

부관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였다.

성곽 위에서 이 세상의 것과는 다른 갑주를 걸친 자가 뛰어내리는 것이 보였다. 섬뜩한 중병을 비껴든 그가 전마에 올라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자 베린스 공작은 그제야 그들이 누군지 생각해 냈다.

“저, 저자들이 왜 이곳에……!”

“각하!”

그들을 처음 보는 부관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베린스 공작을 쳐다봤다. 부릅떠진 눈이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붉게 충혈마저 보였다.

“서, 성문을 스스로 열다니…….”

신음처럼 말을 내뱉은 레이나 공주는 사색이 되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가투소도, 다른 모든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연소민만이 가볍게 상기된 표정으로 셋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두려움이 생기지 않아. 저분들이라면 일만의 기병도 어쩌지 못할 거야.’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중원에선 무적의 전사들이라 불리는 그들이다. 그들이 걸어온 길은 신화이자 전설이 되어 버렸다.

그녀도 그 전설을 들으며 성장했다. 오늘 그 전설과 신화를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문득 혁련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날 지켜 줘요.’

검을 뽑아 든 연소민은 레이나 공주를 돌아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성을 부탁해요!”

“……!”

무슨 말이냐는 듯 자신을 쳐다보는 레이나 공주를 뒤로하고 그녀는 훌쩍 성곽으로 뛰어내렸다. 휘파람을 불자 성 안에서 백색의 전마가 바람처럼 달려 나왔다.

“저, 저…….”

모든 사람들이 말을 잃었다.

그건 담대소천과 왕전, 그리고 북궁천소도 마찬가지였다. 달려오는 연소민을 보고 셋의 얼굴이 구겨졌다.

담대소천이 중얼거렸다.

“신교주의 딸인 것을 잠시 잊었군.”

신교는 전사들의 대지, 그곳의 주인이 낳은 핏줄이라면 당연히 그녀도 전사의 기질을 타고 났을 것이다.

연소민이 그들의 옆에 전마를 세웠다.

“저도 함께하겠어요.”

“옆에서 떨어지지 말거라.”

“저도 강하니까 염려 마세요.”

연소민은 환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셋이 피식 웃고는 이내 시선을 전방으로 던졌다. 일만에 달하는 기병 앞에서도 그들은 담담했다.

왕전이 목을 이리저리 돌리자 뼈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치고 빠지는 작전으로 나가지. 모든 힘을 다 보여 주면 꽤 번거롭게 될 것 같으니까 적당히 하자고.”

“저놈은 내가 맡지.”

담대소천이 베린스 공작을 가리켰다.

케논 산맥에서 보았던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심호흡을 한 넷은 간격을 넓게 가져가며 베린스 공작의 부대를 향해 서서히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다가오는 모습이 전혀 항복을 하러 온 것으로 보이지 않자 베린스 공작의 부관들이 코웃음을 쳤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들이군. 고작 넷으로 뭘 하겠다는 거지? 설마 놈들이 탄 전마가 최상위 라이트 마법이 걸린 것은 아니겠지?”

“이런 오지에 상위 마법사가 있을 리 없지.”

최상위 계열의 라이트 마법을 걸면 전마는 하루에 수백 킬로미르를 달릴 수 있게 된다. 지구력뿐만이 아니라 속도역시 보통의 전마보다 두세 배가 빨라진다.

그런 전마를 이용해 치고 빠지는 유격전을 펼치는 것은 그다지 생소한 것이 아니다. 마스터급의 강자들이 적의 수가 많을 때 종종 애용하는 전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북단 변방인 이곳에 마스터가 있을 리 만무했다. 영주, 아리안이 제국 최초의 여마스터라 소문났지만 그것도 케이론에서만이다.

요란 제국에서 그것을 믿는 자들을 거의 없었다.

베린스 공작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만 명 대 네 명이다. 게다가 하나는 여인이다. 그럼에도 망설여진다.

“각하!”

부관들이 재촉했다.

누구보다 집념을 보였던 그가 아르소의 본성을 코앞에 두고 머뭇거리자 부관들을 비롯한 기사들은 다소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그때였다.

“엇!”

누군가의 입에서 놀란 음성이 터져 나왔다.

“저, 저게 뭐냐?”

“엄청난 도약이다!”

무시무시한 중병을 비껴든 적의 장수가 허공으로 날아오르자 요란 제국의 기사들은 놀란 눈으로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 높이가 실로 대단하자 베린스 공작의 얼굴에 떠오른 불안감이 짙어졌다.

“오, 온다!”

삼십 미르를 떠올랐던 담대소천이 대열의 선두에 늘어선 마법 병단을 향해 곧장 떨어져 내리자 선두에 늘어선 기사들에게서 동요가 일어났다.

마법사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떨어지는 속도는 만고불변의 법칙인 관성을 무시한 상상 불허의 속도였다.

콰앙!

“우아악!”

처참한 비명이 곳곳에서 터졌다.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며 육신의 파편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그게 신호였다.

왕전과 북궁천소가 전마를 박차고 기마 병단의 가운데로 날아서 떨어졌다.

연소민도 뒤를 따랐다. 단 한 번의 공격에 마법사 여섯이 핏물로 변해 날아갔다.

놀람을 넘어 황당함마저 비추던 기사들이 재빨리 전투태세로 돌입했다. 놀라울 정도의 반응속도였다.

그들도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었던 것이다.

빠르게 공격 범위 밖으로 전마를 물리고는 대열을 갖추었다.

“천인장, 넷은 성곽을 공격하라!”

베린스 공작의 명령이 드디어 떨어졌다.

수를 믿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레이나 공주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평소의 우아하고 품격 넘치던 그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절로 꽉 쥐어진 주먹은 이미 흥건하게 땀으로 적셔진 상태였다.

“믿을 수 없어…….”

그들이 강하다는 것은 대략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저건 그냥 강한 정도가 아니라 초인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놀라워, 정말 놀라워…….”

놀란 목소리가 저절로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적들의 일부가 들이치고 있습니다!”

가투소의 다급한 목소리에 레이나 공주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그녀의 눈에 성곽으로 달려드는 수천의 기마병들이 보였다.

‘일부를 빼돌릴 생각을 하다니, 무시 못 할 자가 적을 이끌고 있어.’

그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어 각오를 다졌다.

지금 아군의 수는 천 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성곽을 끼고 있기 때문에 쉽게 돌파를 당하지 않을 자신이 그녀에게 있었다.

“적의 마법 병단이 큰 피해를 입었으니 성문 위쪽에 궁병들을 배치하고 물러서지 말고 자리를 지키세요!”

그녀는 스스로 지휘를 자청했다.

애당초 가투소에게 넘기려던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질주해 들어오는 기병들에게로 날아갔다. 그러나 생각보다 적은 수만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부분의 화살들은 기사들의 방패에 모조리 튕겨 나갔다. 쏜 자들의 마나가 요란 제국의 기사들보다 약했기에 방패를 뚫어 내는 화살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눈먼 화살에 쓰러지는 기사들의 수도 조금씩 늘어났다.

그들이 성곽까지 질주해 들어오는 동안 아리소의 기사들은 세 번의 화살 공격을 할 수 있었다.

대략 이백에 달하는 요란 제국의 기사들이 쓰러졌지만 남은 수는 여전히 아르소의 병력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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