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무사-311화 (309/425)

# 311

<귀환무사 311화>

귀환무사 2부

86화

“알겠습니다! 죽지 않을 만큼만 주물러 주겠습니다.”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인물이 험상궂은 웃음을 지으며 성큼 진천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진천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우리를 주물러 주러 왔다고?”

“어쭈? 이 새끼, 주둥아리 건방 좀 보게.”

“요즘 들어 몸이 근질거렸는데 잘됐네. 좀 주물러 줄 수 있겠냐?”

자신들의 험악함을 보고도 능글거리는 진천의 태도에 나섰던 인물은 어이가 없어 자신의 동료들을 돌아봤다. 이내 험악한 말들이 쏟아졌다.

“조져 버려!”

“알았어!”

그가 몸을 돌렸다.

동시에 퍽 하면서 수많은 별이 보였다. 커다란 덩치가 붕 뜨더니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지켜보던 동료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진천이 오른손을 주무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거 완전히 돌대가리잖아. 아이고, 손이야!”

“자근자근 밟아 주마! 새끼!”

짐짓 아픈 시늉을 해 대는 그를 보며 쓰러진 자들의 동료들이 몰려들었다. 진천의 입가에 걸린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빠드득!

꽉 쥐어진 주먹이 섬뜩한 소리를 울렸다.

* * *

죽도록 구타를 당한 사람이 보이는 반응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고개조차 들지 못할 정도로 두려움에 빠지는 것이다.

진천에게 없던 먼지까지 나도록 두들겨 맞은 이들은 후자에 속했다.

어둠의 숲의 한 구역을 차지하고 떵떵거리며 살아왔던 그들은 진천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일일이 머리를 쿡쿡 찌르며 깔깔거리는 카루가의 장난마저도 그들은 그저 두려울 뿐이었다.

“헤헤! 머리가 돌보다 딱딱하다.”

“망치로 두들겨 봐라. 머리가 터지나 망치가 깨지나 한번 보자.”

“응! 그거 재밌겠다. 내가 망치 가져올게.”

고개를 처박은 모두가 사색이 되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어른 머리통만 한 망치를 들고 카루가가 돌아왔다. 마침 고개를 슬쩍 들었던 자가 그걸 보고는 입에 거품을 물었다.

“헉!”

“헤헤! 누구부터 할까?”

“사, 살려 주십시오!”

모두의 손바닥에 불이 났다.

우드는 고개를 돌리고 웃음을 참기 바빴다. 사공진무도 빙그레 웃으며 카루가의 장난을 지켜보았다.

그때 혁련천후가 입을 열었다.

“장난은 그만하고 본론에 들어가지.”

“알겠습니다.”

진천이 카루가의 목덜미를 잡아 뒤로 당기고는 앞으로 나섰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거짓으로 대답하면 저 아이를 말리지 않을 것이야. 그러니 생각들 잘하고 대답하도록!”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이곳에 드래곤 사냥꾼이 있다고 들었다. 맞나?”

“드래곤 사냥꾼? 아! 보우 님 말씀이시군요! 보우 님은 지금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진천을 비롯한 모두의 눈가가 치켜 올라갔다.

“그게 무슨 소리지? 그자가 이곳에 없다니, 그럼 어디 있단 말이냐?”

“케이론 제국으로의 이송을 위하여 다른 곳으로 수감되었습니다.”

그 말에 모두의 얼굴이 구겨지자 우드는 내심 심장이 철렁했다. 자신 때문에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닌가. 그는 재빨리 끼어들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요란 제국의 죄수가 왜 케이론 제국으로 이송된단 말이오?”

“그거야 저희들도…… 다만 경비 기사들끼리 그렇게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습니다.”

혁련천후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차갑게 물었다.

“어디냐, 그곳이!”

“어둠의 숲, 북쪽에 요란 제국으로 향하는 텔레포트진이 설치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그곳에 계실 것 같습니다.”

혁련천후가 우드를 돌아봤다.

텔레포트진이 무엇인지 눈빛으로 묻는 것임을 직감한 우드는 재빨리 대답했다.

“오고 갈, 지역 간에 미리 이동 마법진을 설치해 놓으면 대마법사가 없더라도 공간 이동이 가능한 것이 텔레포트진입니다. 그런데 믿기지 않습니다. 적대국인 양국이 텔레포트를 공유하고 있었다니…….”

진천이 나섰다.

“그럼 그곳에서 케이론 제국으로 이동할 수 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곳이 어디냐?”

“저쪽으로 이십 분을 걸어가면 커다란 건물이 있습니다. 그 안에 텔레포트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몸을 일으킨 혁련천후는 곧장 장한이 가리킨 곳으로 걸음을 놓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눈으로 카루가와 우드를 불렀다.

“너희들은 다크 영지로 돌아가라.”

우드가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카루가는 벌써 울상이 되었다.

“너는 마나를 잃지 않았으니 우드를 데리고 갈 수 있을 것이다. 곧 따라갈 것이니 먼저 가 있어라.”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진천이 카루가를 달랬다.

“나중에 죽이는 선물을 줄 테니 먼저 가 있어.”

울상이 된 카루가를 뒤로하고 셋은 모습을 감추었다. 우드가 카루가를 달랬다.

“가시죠, 왕자님!”

“알았어. 그런데 이놈들은 어떻게 해? 죽일까?”

“헉!”

장한들이 거품 무는 소리가 확연하게 들렸다. 우드는 빙그레 웃었다.

“그냥 정신만 잃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았어.”

카루가는 놓았던 해머를 다시 잡고는 장한들 쪽으로 걸어갔다.

방법은 간단했다. 그가 해머를 들어 올리자 모두는 거품을 물고 정신 줄을 놓아 버렸다.

* * *

두꺼운 벽돌을 겹겹으로 쌓아서 지은 건물은 수백의 기사들이 중무장을 한 채,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다. 로브를 걸친 마법사들도 열 명가량 있었다.

경공으로 빠르게 도착한 셋은 건물의 곳곳을 살폈다.

“제법 삼엄하군요.”

“그냥 때려 부술까요?”

“그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진천! 가서 알아보고 오너라.”

진천이 은밀하게 건물을 향해 다가갔다.

제아무리 수백의 기사들이 눈을 부릅뜨고 경계를 선다고는 하지만 진천의 기척을 감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별 무리 없이 기사들의 지척까지 숨어든 진천이 환술을 이용하여 바깥쪽을 경계하던 기사 한 명을 소리 없이 제압했다.

비밀을 알아내는 거야 진천의 환술이면 어렵지 않다. 예상대로 진천이 빠르게 돌아왔다.

“저 안에 있답니다. 이곳 시간으로 반 시간 후면 떠난다고 하니 서둘러야겠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경계병들을 제압해야 한다. 만약 이곳에 우리가 모르는 마법사들이 주둔하고 있다면 벗어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니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고개를 끄덕인 진천과 사공진무가 좌우로 흩어지더니 다시 건물 쪽으로 은밀하게 다가갔다.

혁련천후는 움직이지 않았다.

둘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건물의 주변을 살폈다. 건물 좌측에서 마법사로 보이는 자들이 걸어 나왔다.

혁련천후의 눈동자는 이내 차가움으로 물들어 갔다. 지금껏 마법사에 대한 반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보면 살기부터 생겨나는 것은 여전했다.

“으아악!”

그의 눈에 피를 뿌리며 날아가는 마법사들이 보였다.

진천과 사공진무의 솜씨였다. 마법사에 대한 악감은 그들도 결코 그에 못지않았기에 살수부터 펼치고 본 것이다.

“적이다!”

“마법사들을 보호하라!”

단단해 보였던 경계망이 삽시간에 혼란스러워졌다.

기사들이 마법사들을 에워싸며 움직였지만 이미 그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한 뒤였다.

기사들이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그들을 향해 진천이 빠르게 움직였다. 사공진무는 반대쪽에서 주특기인 진법을 활용한 술법을 펼쳤다.

마법사들의 마법 공격과는 판이한 형태의 환술이 기사들을 빠른 속도로 무너뜨렸다.

하지만 마법사들과는 달리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다.

짧은 시간에 기사들은 사공진무가 펼친 진법 안에 갇혀 버렸다. 그들은 지금 난생처음 보는 풍경에 정신을 놓을 지경이었다.

사공진무가 중원의 풍경을 진법 안에 심어 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교의 험악한 살인귀들마저 환영으로 뿌려 놓았기 때문에 검을 뽑아 들고 환영에 대항하는 기사들도 있었다.

몇은 벌써 정신 줄을 놓아 버린 듯, 쓰러져서 꼼짝을 하지 않았다.

허둥거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혁련천후는 그제야 걸음을 놓았다.

“최악의 범죄자들을 수감한다는 곳치고는 너무 쉽습니다.”

“마나홀을 너무 믿었겠지.”

혁련천후는 거침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진천이 뒤를 따르고 사공진무는 진법에 몇 가지 장치를 더 심은 후에 안으로 들어갔다.

* * *

챙!

“누구냐!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서는 것이냐!”

낯선 자들이 들어서자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그들은 아직도 바깥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는 듯했다. 워낙 신속하고 조용하게 일이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혁련천후는 건물 안의 사람들을 느릿하게 쓸어 봤다. 갑주를 걸치고 검을 든 기사들이 스물에 마법사 여섯, 그리고 죄수복을 걸친 자들이 다섯이 보였다.

진천이 죄수들을 보며 나지막이 소리쳤다.

“보우라는 자가 누구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제야 사태 파악이 된 듯, 그들은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 혁련천후와 둘은 죄수 복장을 하고 있다.

죄수가 이곳을 어른거리면 즉참이 가능하다. 당연히 기사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 그들이 이곳까지 들어왔다면 그들을 피해서 들어왔거나 싸워서 뚫고 들어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사들의 눈을 피해서 들어오기란 더더욱 불가능했다. 입구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깥을 지키는 기사들을 뚫고 들어왔단 것을 뜻한다.

“사태 파악이 이제야 된 모양이군. 네놈들이 바깥을 지키던 놈들보다 더 강하다면 덤비고 그렇지 않다면 알아서 기어야겠지? 그렇지?”

사공진무의 눈가에 슬쩍 살기가 감돌았다. 일부러 표출한 것이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기사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그러나 검을 쥔 손이 가늘게 떨리는 것으로 보아 극도의 긴장을 느끼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혁련천후가 앞으로 나서며 차갑게 물었다.

“보우가 누구냐?”

여전히 죄수들은 대답이 없다. 그때 마법사들이 느닷없이 공격을 펼쳐 왔다.

진천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걸린 것은 마법사들이 발출한 마나 덩어리가 지척까지 날아왔을 때였다. 그의 육신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퍽! 퍽!

둔탁한 소음이 다섯 번에 걸쳐 울렸다.

동시에 마법사들의 육신이 힘없이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기사들과 죄수들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하나 남은 마법사 역시 쓰러진 동료들과 진천을 번갈아 쳐다보며 창백하게 변했다.

“보우가 누구냐? 나서지 않는다면 너흰 죽는다.”

혁련천후가 다시 물었다.

그때 초라한 행색의 왜소한 인물이 입을 열었다.

“찾는 이유부터 말해 주시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돌아갔다. 비쩍 말라 앙상한 광대뼈가 드러난 인물은 눈빛만큼은 살아 있었다.

“네가 드래곤 사냥꾼이라는 그잔가?”

“찾는 이유가 무엇이오?”

“맞는 모양이군.”

혁련천후가 뒤로 물러서며 진천과 사공진무에게 눈짓을 보냈다. 둘이 성난 호랑이처럼 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애초부터 그다지 강한 기사들이 아니었기에 그들은 순식간에 제압당해 쓰러졌다.

두 발로 선 자들은 마법사 하나와 죄수들뿐이었다.

“케이론으로 가는 이유는?”

혁련천후가 마법사를 보며 묻자 마법사는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두려움 때문에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진천이 다가서자 마법사는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며 식은땀마저 흘려 냈다.

사공진무가 보우를 끌고 혁련천후에게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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