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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286화 (284/425)

# 286

<귀환무사 286화>

귀환무사 2부

61화

퍽! 퍽!

마법사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그들의 마법 공격은 나타난 자들의 육신 근처에도 못 가고 소멸되었다. 저 정도면 대마법사가 몇 년 동안 혼신의 힘을 기울여 제조한 마법 갑옷에 버금가는 방어력이었다.

기사들이 허공에 뜬 자들을 향해 공격을 펼쳤지만 그들의 움직임이 몇 배는 더 빨랐다.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방향을 틀어 대는 그들을 요격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마법사들이 뿌린 핏물이 비처럼 대지 위로 떨어져 내렸다.

“피해!”

케이시 공작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저대로 두면 모조리 몰살이다. 지금 그의 눈에는 세상에 셋뿐인 대마법사 율튼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라면 그 정도의 위기는 극복할 능력이 있었다.

물론 케이시 공작도 그 정도는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자들의 가공할 힘에 당황해 버린 그는 율튼의 위대한 마법 능력까지도 순간적으로 잊어버린 것이다.

‘위험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강력한 마나의 소용돌이가 느껴졌다.

그것이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것을 느낀 그는 최대한의 힘으로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콰앙!

그가 섰던 자리에 강력한 기운이 떨어졌다.

주변에 있던 기사들이 영문을 모르고 죽어 나갔다. 그 엄청난 파괴력에 케이시 공작은 입이 벌어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케이시 공작은 자신을 노려보는 존재를 보았다. 죽은 듯, 늘어진 청년을 품에 안고 자신을 노려보는 그의 눈동자가 불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조만간 돌아와서 지옥을 보여 주겠다.]

“욱!”

귓속을 파고드는 충격에 케이시 공작이 비틀거리자 기사들이 황급히 그에게로 달려왔다.

전신이 시커멓게 그을린 처참한 모습의 율튼 대마법사가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케이시 공작에게로 다가왔다.

“각하! 괜찮으십니까?”

고통으로 잔뜩 인상을 찌푸린 케이시 공작은 마나를 끌어올려 갑주에 방어막을 두르고는 안정을 되찾았다. 귀를 송곳으로 찌르듯 고통을 주었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율튼 대마법사의 처참한 몰골을 보고는 망연자실, 넋을 놓았다.

그는 율튼이 공격받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오로지 공격만을 했을 뿐이었다.

“파생된 기운만으로 대마법사를 이 지경으로 만들 수 있다니, 도대체…….”

주변을 살펴보니 자신에게 덤비던 금발과 흑발의 청년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허공으로 던졌을 때, 마법사들을 일방적으로 도살하던 존재들도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이게 말이 되느냐…….”

한순간 케이시 공작의 모든 두뇌가 정지되었다.

피를 뿌리며 죽어 간 마법사들도, 간신히 바닥으로 내려선 대마법사 율튼도, 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케이론입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엄청난 피해로 인해 패닉 상태로 빠져들던 케이시 공작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율튼이 산맥의 초입에 펼쳐진 평원을 가리켰다.

그곳에 자신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고 있는 자가 있었다. 테세우드 공작이었다. 그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모두 보았을 거란 생각이 들자 케이시 공작의 얼굴이 참담하게 구겨졌다.

“놈이 모든 것을 목격했습니다.”

“젠장!”

좀처럼 하지 않는 욕설이 케이시 공작의 입에서 쏟아졌다.

* * *

“각하! 각하!”

케이시 공작은 율튼이 몇 번을 부르고서야 상념에서 깨어났다.

율튼의 얼굴에 어린 다급함을 본 그는 직감적으로 케이론 제국의 공격을 예감했다.

“케이론 제국의 1군단 병력이 이십 분 거리에 들어섰다는 보고입니다!”

“이십 분 거리?”

“그렇습니다! 요격이 불가능한 거립니다. 지원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이곳에서 적을 맞아 싸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놈의 부대를 모조리 끌고 온 것이오?”

“그렇습니다! 십만을 상회하는 병력입니다.”

“역시 기회를 놓치지 않는군. 교활한 놈!”

케이시 공작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겨났다.

예상대로였다. 자신의 마법 병단이 엄청난 피해를 입는 것을 보고서 그냥 보고 있을 테세우드가 아님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대규모 전투가 목전에 닥치자 혼란스러웠다.

그는 빠르게 자신의 군단 전체를 둘러보고는 물었다.

“마법 병단이 도착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요?”

“텔레포트의 좌표를 불러 줬으니 그들보다 먼저 이곳에 당도합니다.”

“좋소! 그럼 이곳에 방어진을 펴고 놈들이 오기를 기다립시다! 베린스 공작을 불러오너라!”

율튼의 의견에 따르기로 결정을 내린 케이시 공작은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잠시 후, 베린스 공작이 뛰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그대는 병력 오만을 이끌고 저쪽으로 이동해 명령을 기다려라.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는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움직이지 마라! 알겠느냐?”

“적의 측면을 노리실 생각이십니까?”

“그렇다! 서둘러라!”

베린스 공작이 허리를 굽히고는 빠르게 돌아갔다.

혁련천후와 그 일행에 대한 충격을 지워 내자 그의 냉철함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율튼은 그런 케이시 공작을 바라보니 마음이 놓였다.

“차라리 잘되었소. 놈은 본 제국에 텔레포트를 운용할 수 있는 마법사가 율튼 공, 당신뿐이라 알고 있을 것이오. 당연히 마법 병단의 지원이 불가능하다 여기고 방심하고 있을 게 분명하오. 다시 통신을 보내시오! 더 많은 마법사들을 보내라고 말이오! 이번 기회에 놈의 콧대를 완전히 밟아 줘야겠소!”

케이시 공작의 음성에 힘이 실렸다.

“그리하겠습니다.”

율튼은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군막으로 돌아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케이시 공작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율튼의 전신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양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율튼은 상당한 마나를 손실한 상태였다.

카루가와 함께 있던 흑발의 존재들을 상대할 때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뛰어들었던 흑발 사내와의 단 일합으로 그는 마나의 팔십 퍼센트를 손실해 버렸다.

그러고도 그들을 모조리 놓친 것이다.

‘이 일을 황제께 무어라 보고를 해야 할지…….’

죽은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빠른 시간에 보충이 가능한 부분이다.

요란 제국은 엄청난 인적 자원을 발굴하여 끊임없이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족으로 의심이 되는 흑발 사내들과의 싸움에서 잃어버린 전력이 비록 크나큰 손실이기는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보충이 가능한 전력이다.

하지만 정보에 없던 새로운 적의 출현이 마음에 걸렸다.

그 정도의 강자들이 케이론 제국의 인물들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근소하게 우위에 섰던 힘의 균형이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자신의 조국이 약세로 돌아설 수도 있는, 실로 크나큰 문제였다.

‘그들이 만약 케이론의 인물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불러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전면에 나서면 나의 입지가 좁아진다.’

요란 제국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강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케이시 공작도 모른다. 오직 황제의 명령만을 따르는 그들은 하나하나가 자신도 무시 못 할 강자들이다. 그런 강자들이 서른에 달한다.

크로우 기사단.

요란 제국 최고의 비밀이 그들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자신의 직속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강력한 무력으로 제국의 이인자로 올라선 자신에게 그들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당연히 정적들은 그들과 연계하려 들 것이고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인 많은 귀족들도 흔들릴 게 뻔했다.

그것이 케이시 공작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그때 부관 한 명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각하! 본국에서 마법 병단이 도착했습니다!”

부관의 보고에 케이시 공작은 상념을 떨쳐 내고 어금니를 깨물었다.

‘일단은 테세우드, 놈부터 쳐부수는 것이 우선이다. 나의 1군단이 제국 최강임을 보여 주마!’

* * *

카루가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는 얼굴을 무릎에 묻었다.

분노할 때와 그러지 않았을 때의 카루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과 분위기를 보인다. 지금도 영락없는 어린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 옆에서 우드가 그를 달래 주고 있었다.

고개를 든 카루가는 좌측의 조그마한 건물을 쳐다보았다. 지금 그 안에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모여 있다.

“무서워…….”

마계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들은 사납고 무서웠다. 특히 자신에게 잘해 주었던 혁련소와 무척 닮은 혁련천후는 감히 정면으로 쳐다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괜찮을까?”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우드가 카루가에게 공경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다른 이들이 보면 의아할 광경이겠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우드는 흑마법사로 변환하면서 마계의 황족과 계약을 맺었다.

카루가가 마계의 왕자라면 당연히 우드는 그를 왕자로 모셔야 한다.

“나를 구하려다 그렇게 된 거야. 나를 구하려다…….”

무릎에 얼굴을 묻으며 중얼거리는 카루가를 우드는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처음 그가 마계의 왕자임을 알아보고는 얼마나 놀랐던가? 죽음이란 단어와 가장 친숙한 존재들이 마계의 존재들이며, 파괴와 살상을 삶의 즐거움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루가는 달랐다.

그의 눈동자는 조금의 혼탁함도 느껴지지 않는 순백의 순수함으로 가득했다. 선과 악의 기준이 모호해질 정도였다.

“그분을 좋아하셨군요.”

우드가 물었다. 카루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왕자님께서 그분을 구해 주시면 되지 않습니까?”

“뭐?”

반사적으로 카루가의 얼굴이 발딱 세워졌다. 우드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분은 백마법에 당했습니다. 치료를 하려면 그분의 몸에 심어진 기운보다 더 강한 기운이여야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대마법사보다 강한 마법사는 없으니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치! 지금 장난치는 거다?”

흥분하자 다시 말이 꼬이는 카루가, 우드는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백마법과 상극인 흑마법은 가능합니다. 물론 대마법사 율튼보다 더 강한 힘을 지닌 존재가 계셔야지요. 마계엔 그런 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카루가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그런 존재라면 마계에 수두룩했다.

하지만 이내 풀죽은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마계의 존재들은 앞으로 수백 년 동안은 인간 세상으로 강림하지 못해. 나는 특별한 경우라서 왔지만…….”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고쳐?”

“그곳으로 보내시면 되지요. 저분을 말입니다.”

풀죽었던 카루가가 다시 고개를 들고 눈을 반짝 빛냈다.

“그렇구나!”

“하하! 왕자님께선 마계의 황족이시니 계약을 맺지 않고서도 저분을 그곳으로 보내실 수 있으니 방법은 찾았군요. 다만 다른 한 분이 조금은 고생을 하셔야 하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합니다만…….”

우드가 웃자 카루가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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