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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284화 (282/425)

# 284

<귀환무사 284화>

귀환무사 2부

59화

지금 요란 제국의 본진을 흔들고 있던 자들의 수준이라면 무조건 자신의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는 게 당연했다.

적이든 아군이든 주요 인물들에 대한 모든 정보는 자신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쉐인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설마 저들이 순수한 인간의 마나만으로 움직인다고 여기십니까? 당연히 그건 불가능합니다. 아마도 마법에 의해 순간적으로 잠력을 격발시켜 능력을 배가시키는 방법을 사용했겠지요. 아마 저들에게 그러한 마법을 심어 준 자가 저쪽 어딘가에 은신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자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굳어졌던 테세우드 공작의 얼굴이 다소 밝아졌다.

쉐인은 테세우드 공작을 보며 다소 의아한 빛을 보였다. 필요 이상으로 그가 긴장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공께서 작전을 짜 보십시오! 저들이 다치기 전에 우리가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단은 최대한 가까운 거리까지 은밀하게 접근한 뒤에 제가 마법으로 저들을 돕겠습니다. 각하께선 혹시 모를 적의 저격수들만 막아 주시면 됩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테세우드 공작은 명령을 내리기 위해 기병들을 돌아보았다. 그때 그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응!”

마법경을 눈에 대고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몸을 떨고 있는 레이놀드 백작을 본 것이다.

담력이 좋아 어지간해선 놀라지 않는 레이놀드 백작이다. 그는 레이놀드 백작도 요란 제국의 군단을 휘젓고 있는 자들이 자신처럼 순수한 인간의 마나로만 싸운다고 여긴 모양이구나라고 생각하고는 가볍게 웃으며 레이놀드 백작의 어깨를 쳤다.

“이봐! 레이놀드! 이동한다!”

“예, 예!”

마법경을 눈에서 떼는 레이놀드 백작의 얼굴이 참으로 묘하게 구겨져 있음을 본 테세우드 공작은 껄껄 웃고는 말머리를 능선 쪽으로 돌렸다.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대마법사께서 공격 가능한 지점까지 이동한다! 출진!”

전마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레이놀드 백작도 전마의 엉덩이를 걷어차 속도를 내었다. 그런 그의 얼굴은 참으로 묘했다.

마치 정령에 홀린 것처럼 눈의 초점이 다소 흐릿하게 변해 있었다.

그는 보았었다.

요란 제국 1군단의 중심을 가로지르던 셋 중에 가장 선두에서 달려가던 자가 보였던 무지막지한 광경을 말이다.

앞을 막아서던 기사들이 전마와 통째로 하늘로 솟구치며 핏물로 화해 사라져 가던 그 광경은 소설책에서도 보지 못했던 가공할 광경이었다.

어림잡아 열 기는 되어 보였다. 핏물로 화해 사라져 버린 머릿수가 말이다.

‘그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

레이놀드 백작은 자신이 헛것을 본 것이라고 스스로 자위하며 부대의 앞으로 전마를 몰아갔다.

그는 테세우드 공작과 대마법사 쉐인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고개를 저었다.

‘과연 대단하신 분들이다. 그런 자를 보고서도 담담하시다니…….’

불행히도 레이놀드가 목격한 광경은 테세우드 공작과 대마법사 쉐인은 보지 못했다.

* * *

아르소의 영주, 아리안을 태운 전마는 바람처럼 달렸다.

세 시간 전에 케논 산맥의 초입에 다다른 그녀는 뱃길에서 흑안의 마검사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자들을 보았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는 무작정 케논 산맥의 외곽으로 전마를 몰았다.

두두두!

최고의 혈통을 자랑하는 베인스 종마의 속도는 상상을 불허했다.

마법이 실린 전마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아리안을 케논 산맥으로 이끌고 있었다.

질주하는 아리안의 머릿속은 무척 복잡했다.

다크 영지의 영주 혁련소의 얼굴이 좀처럼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눈에 익었어. 그땐 몰랐지만 분명 언젠가 보았던 사람이야. 틀림없어!’

그를 본 이후로 그의 영상이 좀처럼 지워지지가 않았다.

‘찾아야 해! 무조건 그들을 찾아서 알아봐야 해!’

테세우드 공작의 마법사들을 살해한 죄목으로 체포령이 내려졌다는 인물들, 흑발에 흑안을 지녔다는 그들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문 그녀는 전마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걷어차며 속도를 높였다. 막연한 질주였다.

그들이 이곳으로 갔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그녀는 영지까지 포기하고 달려왔다.

하지만 그 막연함에 기대고 싶을 만큼 그녀는 자신의 비밀을 밝혀야겠다는 욕구가 너무나도 컸다.

거대한 절벽을 돌아가던 그녀가 갑자기 전마의 고삐를 당겼다.

히히힝!

전마가 앞발을 들고서 질주를 멈췄다.

파파파팍!

그녀가 달려가던 이십 미터쯤 전방에 수백 발의 화살이 땅으로 떨어졌다. 아리안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검을 뽑아 들었다.

챙!

대번에 사나운 기세로 돌변한 그녀는 날카로운 빛으로 화살을 날린 자들을 찾았다.

마나를 운용해 좌우 숲속까지 기감을 열었지만 걸려드는 것은 짐승들의 기운뿐이었다.

그때 또다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울리며 화살이 날아왔다.

이번에 더욱 많은 화살들이 그녀의 전방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는 화살을 응시하던 아리안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건 나를 조준해서 발사한 화살이 아니다. 상당히 먼 곳에서 날아온 것들이야.’

그랬다.

화살들이 힘이 없었다.

그녀는 마나를 극도로 끌어올려 다시 주변을 감지했다. 그러자 희미하게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싸우는 소리잖아.’

전방에서 싸우는 소리가 감지되었다.

전마의 속도로 달린다면 금방 도착할 거리였다. 그녀는 순간 갈등했다.

자신과 상관없는 싸움 때문에 시간을 소비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지만 본능은 전투 현장으로 자신을 유혹하고 있었다.

제국 최초의 여마스터가 그녀다.

전투에 대한 호기심은 마스터들의 본능이다.

아리안의 눈에 섬광이 돌았다.

“이랴하!”

전마가 바닥을 박차고 다시 질주를 시작했다. 방향은 싸우는 소리가 들려온 곳이었다. 뽑아 든 그녀의 검이 눈부신 광채를 뿜어냈다.

* * *

쾅!

거대한 나무가 박살이 나며 쓰러졌다.

뒤이어 여섯 개의 그림자가 그 자리를 바람처럼 가르고 지나갔다.

담대소천과 왕전 등은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박살 내며 질주했다.

천살강기의 기운을 느낀 것이다. 그것이 느껴졌다면 자신들의 주인이 싸우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무조건 그곳으로 가야만 하는 것이 그들의 숙명이다.

가장 뒤쪽에 우드가 써튼의 팔을 잡고 달려오고 있었다. 마법의 힘으로 속도를 내었지만 앞을 질주하는 존재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쾅! 우지끈!

박살이 나며 쓰러지는 거목들이 우드와 써튼을 덮쳤지만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우드는 그들을 쫓았다.

“우…….”

써튼은 듣도 보도 못한 광경에 넋이 반쯤 나간 모습이다.

자신이 수십 번 칼질을 해야만 가능한 거목들이 그들의 손짓 한 번에 그냥 무너져 내린다.

그것도 격타당한 부분은 아예 가루로 변한 채 말이다.

놀랍기는 우드도 마찬가지였다. 뒤를 따르면서 그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바빴다.

지금 자신들은 상당한 거리를 질주했다. 질주의 이유도 우드는 알고 있었다. 출발하기 전에 그들의 대화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건 말이 안 돼…….’

질주해 온 거리를 대략 감안하면 거의 수 킬로미터에 달했다.

그렇다면 그 엄청난 거리에서 기운을 감지했다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머릿속에 든 지식으로는 불가능한 거리였다.

“어! 위험해요!”

“힉!”

잠시 상념에 잠겼던 우드는 거대한 나무가 자신들을 덮쳐 오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방향을 틀어 피할 수 있었다.

그 짧은 순간에 앞을 달려가던 존재들과 엄청난 거리로 벌어지자 둘은 낙담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으합!”

우드는 생애 최고의 속도로 달렸다.

“주공의 것만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이건…….”

“소아의 것이다!”

“으하하하! 드디어 놈을 찾았구나!”

모두가 격동의 빛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하나의 기운이 줄어들고 있다!”

“소아의 것이다! 소가 위험하다!”

“서둘러!”

스르릉!

채채챙!

달려가며 모두는 자신들의 병기를 뽑아 들었다.

* * *

쾅! 쾅! 쾅!

케이시 공작은 뒤쪽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폭발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군단의 본영에 피안개가 생겨나고 있었다.

“저게, 뭐다요!”

자신도 모르게 감추고자 했던 사투리가 튀어나올 정도로 그는 경악했다.

대마법사 율튼의 마법 공격을 감상하고 있던 소리아노도 뒤늦게 그 광경을 보았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존재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앞을 가로막는 기사들이 전마와 함께 허공으로 솟구치며 피를 뿌려댄다.

“이쪽으로 옵니다! 각하!”

케이시 공작은 믿기지 않는 광경에 잠시 넋을 놓았다.

하나가 아니었다.

자신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자의 뒤쪽에 둘이 더 있었다. 피안개는 둘에게서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의 수하들이 흘린 피로 만들어진 피안개였다.

“케이론의 놈들이구나!”

케이시 공작은 이를 갈았다.

그는 케이론 제국의 테세우드 공작이 보낸 자들이라 여겼다. 그 생각을 깨준 것은 다름 아닌 소리아노였다.

“케이론에 저만한 강자는 테세우드, 하나뿐입니다!”

“그렇지! 그럼 저놈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그러는 와중에도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케이시 공작은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대마법사 율튼을 찾았다.

마지막 한 방을 위한 거대한 마법 공격이 막 지상으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율튼과 모든 마법 병단의 마법사들이 거대한 마나의 구슬을 만들어 카루가의 숨통을 끊어 놓기 위해 손을 뻗었다.

콰오오…….

대지를 찢는 굉음이 모두의 귀를 막게 만들었다.

* * *

혁련천후는 두 눈을 부릅떴다.

거대한 빛의 구슬이 아들이 있는 곳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자신이 겪었던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힘이 구슬에 담겨 있음을 깨달은 그는 선천진기까지 끌어올려 바닥을 차고 올랐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늦으면 아들이 죽을 수도 있다.

‘견뎌 내라, 아들아…….’

쾅!

케이시 공작은 자신들의 머리 위를 넘어가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경악했다.

소리아노가 기사들에게 공격을 명령했다. 기사들이 검을 버리고 석궁을 들었다.

모든 기사들이 자신들의 머리 위를 넘어가는 존재를 향해 석궁을 겨누었다.

그러나 그들은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개자식들!”

“비켜!”

콰지지직!

진천과 사공진무가 그들을 휩쓸었다.

“우아악!”

파괴적인 기운에 휩쓸린 기사들의 육신이 피를 뿌리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 세상에서 오러라고 부르는 검강이 뇌전처럼 번뜩이며 사방을 난무했다.

“으헉!”

소리아노가 엉겁결에 검으로 그들을 베었지만 검과 함께 소리아노의 육신이 대열의 외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케이시 공작은 느닷없는 상황에 경악하면서도 검을 뽑아 자신의 주변을 오러로 둘렀다.

과연 요란 제국 최고의 무인다운 빠른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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