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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249화 (247/425)

# 249

<귀환무사 249화>

귀환무사 2부

24화

“그게 무슨 소리죠?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이 있단 말인가요?”

“아니오. 배가 고파서 헛소리가 나온 모양이오.”

자신의 입을 원망한 혁련소가 벌떡 일어섰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짐승이라도 있는지 살펴보고 오겠소.”

“함께 가겠어요!”

혼자 있기가 무서웠던 연소민이 재빨리 따라붙었다. 내심 고소를 지은 혁련소는 기감을 열어 주변의 모든 기운을 살폈다.

우측에 형성된 수림에서 미세한 기운이 포착되었다. 혁련소의 육신이 벼락같이 수림으로 날아들었다.

찍!

“어머!”

쥐가 비명을 지르며 튀어나오자 연소민이 그 자리에서 팔짝 뛰며 기겁을 했다.

역시 쥐는 천하에서 제일 무서운 동물이다. 호랑이를 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무림의 여고수가 사색으로 변했다.

“분명 쥐의 기운은 아니었는데…….”

혁련소가 눈을 가늘게 하고서 수풀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연소민도 함께 그곳을 응시했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혁련소는 암벽에 등을 기대고는 털썩 주저앉았다. 연소민도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시간이 지나가자 여명이 떠오기 시작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절벽 사이로 태양이 스며들자 오히려 밤보다 더한 스산함을 자아냈다. 잠시 졸았던 둘은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다.

그들이 앉았던 앞쪽에 제법 큰 연못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핏물처럼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혁련소는 붉은 연못을 주의하라는 흑야의 말을 떠올리고는 조심스럽게 연못으로 다가갔다.

연못은 진정 피처럼 붉었다.

“으스스한 곳이에요. 무슨 연못이 핏물처럼 생겼데?”

“그리게 말이오.”

혁련소가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주워 와 연못으로 던졌다. 지켜보던 둘의 얼굴에 극도의 놀람이 떠오른다.

“중수(重水)!”

“놀랍군요. 전설에나 전해지던 중수가 실제로 있었다니…….”

연소민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나뭇가지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연의 법칙을 무시한 현상에 둘은 혈지를 한동안 뚫어져라 연못만을 쳐다봤다.

“응!”

혁련소의 고개가 벼락같이 뒤로 돌아갔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니오. 피곤해서 헛것이 자꾸 느껴지네.”

분명 묘한 기운이 주변을 감도는 것을 느꼈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주변을 유심히 살폈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라곤 보이지 않자 혁련소는 다시 연못으로 시선을 돌렸다.

“상당히 넓은데…… 뭔가 지리적으로 맞질 않잖아!”

그랬다.

자신들이 서 있는 이곳은 꽤 협소한 협곡이라고 봐야 했다.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곳인데 연못은 좁고 긴 형태가 아니라 둥글고 넓은 형태였다.

마치 연못이 있는 공간만 따로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왜 이곳을 조심하라고 하셨지?’

호기심이 강렬하게 생겨났다. 단순히 중수라서 그랬다고 보기엔 미심쩍었다.

제아무리 중수라도 혁련소 정도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물론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자신의 숙부가 위급한 상황에도 그 말을 건넸다면 분명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때 그들의 뒤쪽으로 시커먼 그림자가 나타났다.

“물러서!”

“헉!”

“어머!”

채챙!

놀란 둘이 빠르게 몸을 돌리며 검을 뽑았다.

“스물이 넘은 놈이 무슨 호기심이 그리도 많아.”

흑야였다.

놀람에서 반가움으로 바뀌던 혁련소의 얼굴이 다시 놀람으로 물들었다.

흑야의 전신이 피로 흠뻑 적셔져 있었기 때문인데, 지금도 가슴 어름에서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오고 있었다.

혁련소는 흑야가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 것과는 상관이 없는 존재로만 여겼지 않은가.

“지혈부터 하십시오.”

“괜찮다.”

손으로 가슴 부근을 몇 번 찌르자 선혈은 이내 멈추었다.

다소 창백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던 그가 혁련소에게 물었다.

“별일 없었나?”

“별일이 있을 리 있겠습니까. 쥐새끼만 살고 있던 걸요.”

연소민이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금창약입니다. 이거라도 바르세요.”

비상시를 대비해서 소지했던 금창약을 꺼내 놓자 흑야는 거침없이 웃옷을 벗어젖혔다.

어깨에서 가슴까지 길게 그어진 상처가 흉측하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연소민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릴 정도로 상처는 깊었다.

“세상에 숙부를 그 지경으로 만들 자가 있었습니까?”

“세상은 넓다. 나중에 더 강해진다고 해도 이 점을 명심하는 것이 좋을 거다.”

상처 부위에 가루로 만들어진 금창약을 뿌리면서도 표정의 변화라곤 전혀 없었다.

상당한 통증이 동반되는 것이 소염을 목적으로 한 금창약이다. 하지만 흑야에겐 그저 가려운 정도로밖엔 여겨지지 않는 모양이다.

찌이익!

장포의 끝부분을 찢어 상처를 동여맨 흑야는 다시 웃옷을 걸치고는 걸음을 놓았다.

혁련소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본다.

“따라와.”

“어딜 가십니까?”

“가 보면 안다.”

셋이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었을 때였다.

스으으…….

연못의 수면 위로 짙은 안개와도 같은 기운이 스멀거리며 솟아올랐다.

놀랍게도 그 기운은 서서히 사람의 형상으로 바뀌어 가더니 이내 머리에서 발끝까지 검은 천을 뒤집어쓴 사람이 수면 위에 나타나 있었다.

사악한 기운으로 번득이는 인물의 눈동자가 일행이 사라져 간 방향을 응시하며 섬광을 발했다.

“놀랄 만한 기운을 지닌 자로군.”

어색한 중원어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턱 아래로 자란 수염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저 정도면 제국의 초인들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과연 이 세상엔 저 정도의 강자들이 얼마나 더 있단 말인가?”

부글부글!

그가 선 수면이 끓기 시작했다.

가늘게 흔들리던 인물의 눈동자에서 강렬한 빛이 발산되었다.

“시간이 되어 가는군. 곧 있으면 문이 열린다. 그 안에 저 아이를 이곳으로 유인해야 한다.”

스르륵!

인물의 육신이 그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제7장 의문의 기운

걸음을 옮기던 흑야가 고개를 돌렸다.

따라오던 둘도 덩달아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여전히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일입니까?”

“……!”

흑야의 눈이 날카롭게 주변을 살피며 돌아갔다.

‘분명 기척이 있었는데…….’

갸웃거린 그가 다시 몸을 돌려 걸음을 놓았다.

혁련소도 뒤를 돌아보고는 이내 뒤를 따랐다. 셋은 한참을 걸었다. 절벽 아래에 이토록 넓고 긴 공간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나타나 있었다.

“진법이군요!”

혁련소가 뭔가를 짐작한 듯 물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흑야가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금을 더 걸어가자 커다란 바위가 나타났다.

흑야가 손을 들어 바위의 어딘가를 툭 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바위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엇!”

“내 발걸음만 따라와.”

흑야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둘도 조심스럽게 그가 밟은 곳만을 따라서 밟고 걸었다. 그러기를 일각 정도가 흘렀을까.

혁련소와 연소민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벌렸다.

거대한 전각이 구름을 두르고 우뚝 솟아 있었다.

도저히 천 길 낭떠러지 안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전각은 크고 웅장했으며 높았다.

혁련소는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저곳이 본 혁련가의 본가였구나.’

말로만 들었던 선조들의 고향에 자신이 온 것이다.

비록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곳에 왔다는 자체만으로 흥분되었다.

“놀랍군요. 도대체 저 전각은…….”

연소민이 신기하면서도 놀랍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흑야가 전각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는데, 순백색의 비둘기였다.

“전서구를 지니고 다녔습니까?”

“만약의 경우를 위해서였지, 지금이 그 만약의 경우이고…….”

천 조각에 뭔가를 쓴 그는 전서구의 다리에 그것을 묶고는 하늘로 날려 보냈다.

날아가는 비둘기를 쳐다보던 혁련소가 배를 쓰다듬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뭐, 먹을 것 좀 없습니까?”

피식!

흑야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그가 턱으로 구석진 곳을 가리켰다.

“저쪽에 가면 건량이 있을 테니 찾아 봐.”

그 말에 연소민이 눈을 반짝였다.

긴장감이 풀어지자 시장기가 엄습했던 까닭이다.

혁련소가 부리나케 달려가 손에 뭔가를 잔뜩 집어 들고 돌아왔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이런 비상식량이 있을 줄은 몰랐군요. 혹시 가끔 이곳에 들르시는 것, 아닙니까?”

“가끔씩…….”

“예? 정말요?”

“돌아가면서 이곳엘 들렀지. 지켜야 할 것도 있고 확인해야 할 것도 있어서…….”

“그게 뭡니까? 아니, 왜 저만 그걸 모르고 있었죠?”

혁련소가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건량 하나를 입에 넣은 흑야가 뒤로 몸을 누이며 말했다.

“나중에 때가 되면 다 알게 된다. 그래서 미리 말해 주지 않았지. 섭섭하면 주공께 따져라.”

뒤로 눕던 흑야가 튕기듯 일어섰다.

잘못 몸을 움직여 상처 부위가 도로 터져 버린 것이다. 천을 풀어 금창약을 더 바르고는 단단히 동여맨 그는 조심스럽게 몸을 누였다.

“언제 나가야 할지 모르니 눈 좀 붙여.”

그러고는 눈을 감았다.

연소민이 눈짓을 하며 혁련소를 잡아끌었다.

수면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둘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 * *

“이곳과 관련이 있었군요.”

“가문이 선조들이 계셨던 본가고만 들었소. 물론 나도 오늘 처음 와 보는 것이오.”

“천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았던 적이 없다고 알려진 곳인데, 이곳에 가문이 존재했었다니, 도대체 당신의 정체가 뭐예요?”

연소민의 얼굴은 궁금함으로 가득했다.

혁련소가 건량을 씹으며 우물거렸다.

“그냥 무진의 친구요. 딱히 내세울 만한 것도 없소.”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요? 당장 저분만 하더라도 오대세가의 가주들보다 더한 분이거늘, 빨리 말해 줘요. 누구신가요? 아니, 어디서 왔어요?”

당차게 물어 오는 그녀에게 혁련소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해 봤자 득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모두가 신마성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특히 마도나 사파의 인물들은 오히려 이를 갈며 때를 기다릴 정도로 신마성을 증오한다.

물론 그 이면엔 항거할 수 없는 공포도 공존했다.

연소민도 어쩌면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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