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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248화 (246/425)

# 248

<귀환무사 248화>

귀환무사 2부

23화

“저걸 믿고 반란을 일으킨 모양입니다!”

“그렇겠군.”

셋은 빠르게 방향을 바꿔 가며 최대한의 속도로 달렸다. 그러나 어찌 인간이 독수리의 빠름을 넘어서겠는가. 그들이 이동하는 앞쪽으로 불줄기가 후드득 쏟아졌다.

콰과광!

평원이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지며 불기둥들이 수십여 장의 길이로 솟아올랐다.

뜨거운 열기가 셋의 얼굴을 태워 버릴 듯, 강렬하게 다가왔다.

“뭔가 알고 있는 것이 없소?”

“없어요! 저도 저런 게 있는 줄은 몰랐어요!”

교주의 딸인 연소민이 몰랐다면 말 다한 것이다. 체념한 혁련소는 흑야에게 물었다.

“저곳으로 내려가실 생각입니까?”

“현재로썬…….”

공중 공격을 벗어날 방도가 없었으니 방법은 금역으로 내려가는 것뿐이다.

하지만 흑야는 뭔가를 찾으며 천장단애의 주변을 계속 돌았다. 혁련소가 하늘을 힐끗 쳐다보고는 그에게 말했다.

“떼거리로 몰려옵니다! 당장 내려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뛰어내리면 생사를 장담 못해! 길을 찾아야 한다!”

“절벽에 길이 있단 말입니까?”

“있다!”

흑야가 갑자기 방향을 우측으로 틀었다. 둘도 황급히 방향을 바꾸어 그의 뒤를 쫓았다.

공격을 퍼붓던 독수리들이 그들의 궤적을 쫓아 방향을 트는 시간은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상당한 속도로 직선을 날다가 급히 방향을 바꾸는 것은 상당히 힘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독수리들은 이내 그들이 질주하는 상공을 날고 있었다.

“또 옵니다!”

“저쪽으로!”

“어머!”

콰르르르!

상당히 가까운 뒤쪽에서 화염이 솟아오르며 주변을 밝혔다. 동시에 어둠을 가르고 날아드는 암기들이 섬뜩한 파공성을 울렸다.

따다다당!

호신강기를 뚫지 못한 암기들이 울음을 터뜨리며 사방으로 튕겨 날아갔다.

흑야의 얼굴이 지독한 살기를 품어 내기 시작했다. 큰 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상황이 시간이 갈수록 위험한 지경으로 바뀌어 가자 내면에 잠재되었던 광포함이 서서히 그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수십 개의 불꽃이 자신들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독수리가 불꽃을 뿜어내는 일은 전설에도 없는 괴사. 당연히 사람이 독수리의 등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만큼 독수리는 거대했다. 흑야의 손이 벼락처럼 하늘로 뻗어졌다.

끼아악!

“으악!”

소리도, 형체도 없는 무엇인가가 가장 선두에서 비행하던 독수리의 가슴을 그대로 뚫어 냈다.

불꽃이 사라지며 독수리와 사람이 추락하며 만들어 낸 둔탁한 소음이 사방을 울렸다.

혁련소가 흑야를 쳐다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즉에 죽여 버리지 그랬습니까!”

“쉽지 않아!”

“쩝!”

그들의 앞에 거대한 암벽이 나타났다.

흑야의 육신이 빠르게 암벽을 타고 뒤쪽으로 돌아갔다. 혁련소가 뒤를 돌아봤다.

어둠 속에서 시커먼 그림자들이 자신들을 향해 빠르게 날아들고 있었다. 상당한 속도였다.

그만큼 추격하는 자들이 고수라는 반증이다.

“젠장!”

혁련소는 연소민의 손을 잡고는 빠르게 암벽 뒤쪽으로 돌아갔다.

암벽이 위치한 곳은 절벽의 끝부분이었다.

미세하게 물 흐르는 소리가 절벽 밑에서 들려왔다. 흑야가 절벽의 끝에 서 있었다.

“여기서 뛰어내린다.”

“예?”

“이곳이 가장 낮은 곳이다. 죽지는 않으니 서둘러!”

흑야가 성큼 걸어왔다. 혁련소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함께 뛰어내릴 생각이 아니군요.”

“난, 놈들을 처리해야지.”

“위험합니다! 상당히 치밀하게 준비한 놈들입니다. 그냥 이곳에 은신했다가 기회를 보는 것이…….”

흑야가 차갑게 웃었다.

“내 성격에 그런 건, 안 어울려. 걱정 말고 뛰어내려. 혹시, 붉은 연못을 보게 되면 절대 그 안으로 들어가선 안 된다는 것만 명심해. 간다!”

그 말만을 남기고 흑야는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뒤이어 비명과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가 제대로 나셨군.”

“위험하실 텐데…….”

“걱정하지 않아도 될 분이니 그만 갑시다.”

연소민이 굳은 얼굴로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늘도 저분을 어찌할 순 없소. 그러니 우린 그냥 뛰어내립시다!”

“도와야 하지 않아요?”

“우리가 이곳에서 사라져 주는 게 돕는 거요.”

혁련소가 연소민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고는 절벽 밑으로 몸을 날렸다. 놀라서 비명을 지르려는 그녀의 입이 뭔가로 막혔다.

따뜻한 그것은 혁련소의 입술이었다.

황급히 밀어내려 했지만 이미 온몸에서 힘이 쫙 빠져나간 뒤였다.

쐐액!

귓속으로 들려오는 바람을 찢는 소리는 자신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내공을 끌어올려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합시다!”

탓!

혁련소의 말에 연소민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떨어지는 속도가 확실히 느려졌다. 혁련소가 검을 뽑아 벽으로 뻗었다.

콰지지직!

“보고만 있지 말고 같이해요!”

연소민이 그제야 그의 뜻을 짐작했다.

그녀도 재빨리 검을 뽑아 혁련소와 같은 방법을 취했다. 그러자 확실히 떨어지는 속도가 느려졌다.

이 정도면 천 길 절벽이라도 무사할 정도의 속도였다.

혁련소가 위를 올려다봤다.

만월이 자신들을 내려다보며 웃는 듯, 무척이나 크고 밝았다. 숙부가 싸우는 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바닥이 보여요!”

희미하게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당한 빠르기로 흘러가는 물줄기와 암벽 곳곳에 생겨난 작은 수풀들은 묘하게도 모두 붉은색이었다.

둘은 곧 바닥에 무사히 발을 내디뎠다.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달빛에 비쳐 절벽의 끝부분이 희미하게 보였다. 엄청난 높이의 절벽을 뛰어내린 것에 절로 소름이 돋아났다.

혁련소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모든 것이 생소하고 신기했다. 하지만 지금 그걸 느낄 겨를은 없었다.

“저쪽으로 가 봅시다!”

“무턱대고 가면 어떡해요?”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소!”

연소민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연소민의 고운 아미가 살짝 올라갔다.

“이젠 손을 잡는 것쯤은 아주 마음대로 하시네요?”

“……!”

“저쪽으로 가요!”

둘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발밑을 흐르는 물줄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붉었다. 마치 사람의 핏물과도 같은 물줄기를 보며 연소민은 어깨를 가늘게 떨었다.

‘이곳 어딘가에 가문의 본가가 있다. 잘됐군. 기왕 이렇게 된 거, 그곳이나 찾아봐야겠다.’

혁련소는 주변을 살피며 눈에 내공을 실었다.

그러나 시야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한밤중이라도 내공을 끌어올리면 대낮처럼 환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지 못했다.

‘뭐지? 시야가 전혀 밝아지지 않잖아.’

미끈!

“어멋!”

발이 미끄러져 휘청거리자 비명은 연소민이 질렀다. 간신히 중심을 잡아 물줄기로 떨어지는 것을 피한 혁련소는 미안하다는 시늉을 해 보이고는 다시 앞으로 걸었다.

연소민이 조금은 겁먹은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이상하군요. 내공과 상관없이 시야가 일정해요. 마치 안개가 덮은 것처럼…….”

“산 사람은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소문난 곳이 이곳이오. 이상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겠소.”

꽉!

연소민이 자신도 모르게 혁련소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천년금역에 대한 강호의 소문을 새삼 떠올린 그녀는 바싹 몸을 밀착시켰다.

둘이 한 몸이 되어 일각 정도를 걸었을 때였다.

좁고 습했던 계곡이 사라지고 상당한 넓이의 분지가 나타났다.

“밝아졌어요!”

탁했던 시계가 걷히자 대낮처럼 주변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분지는 절벽 밑이라고 보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넓이였다. 우거진 수림도 놀라울 정도였다.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저런 수림이라니, 놀랍군요.”

“그러니까, 천년금역이 아니오. 비정상이 정상이라 생각하시오.”

둘은 빠르게 분지를 가로질러 걸었다.

‘뭐야? 가문의 본가가 어디 있단 말이지?’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 사는 집이라곤 보이질 않았다. 아니, 살았다는 흔적조차 없었다. 연소민이 혁련소를 보며 물었다.

“뭘 그리 찾으세요?”

“아, 아니오! 그냥 신기해서…….”

“너무 멀리 가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그분이 오신다고 했잖아요.”

“괜찮소. 살아만 있으면 어디에 있다 한들 찾아오실 분이오. 그러니 구경이나 좀 합시다.”

“천하태평이군요.”

연소민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천하태평이 아니라 담대한 거요. 사내가 고작 이런 일 따위에 호들갑을 떨 수는 없지 않겠소.”

혁련소는 여전히 주변을 살폈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이 살았다면 이곳에 그 흔적이라도 있어야 했다.

다른 곳은 모두 깎아지른 절벽이고 시뻘건 연못과 역시 시뻘건 물줄기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살펴봐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없었다.

‘설마, 이십 년 만에 먼지로 사라진 것은 아닐 테고…… 진법이라도 펼쳐져 있단 말인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혁련소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여덟 명의 숙부들 중, 한 존재가 문득 떠올랐다.

‘사공 숙부가 있었지! 분명 사공 숙부의 진법이 이곳을 보호하고 있을 거야.’

혁련소의 얼굴이 갑작스럽게 밝아지자 연소민의 이마에 주름이 생겨났다.

“이곳으로 떨어진 게 그렇게 좋은가 보죠?”

“내가 언제 좋다고 했소?”

“얼굴이 그렇게 말해 주네요. 뭐가 좋아서 싱글거리죠?”

혁련소는 연소민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조금 전의 두려운 기색을 걷어 낸 그녀는 예의 차가움으로 돌아가 있었다.

북해의 얼음을 연상시키는 차가움은 그 고고함을 더욱 돋보이게 해 주었다.

“무슨 짓이죠?”

혁련소가 갑자기 말없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연소민은 주춤 뒤로 물러섰다.

혁련소는 연검을 손까지 올린 그녀를 보고는 어이없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좀 쉽시다. 죽기 살기로 뛰었더니 무척 피곤하군…… 배고프지 않소?”

“……!”

안 고플 리가 있나. 하루를 꼬박 추격을 피해 뛰었으니 뱀이라도 뜯어먹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차마 그렇다고 답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자니까…….

혁련소가 주변을 흘긋거렸다.

“짐승이라도 있으면 사냥이라도 하지. 이거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온 거야? 설마 거짓말을 한 건 아닐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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