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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246화 (244/425)

# 246

<귀환무사 246화>

귀환무사 2부

21화

쐐액!

흑야의 검이 공간을 찢어발기며 직선거리를 날아갔다. 그 강맹함에 쌍검을 든 노인이 감히 맞설 생각을 접고서 뒤로 물러났다.

그것이 흑야에게 몸을 뺄 기회를 주고 말았다. 허공으로 튀어 오른 그의 육신이 상대적으로 약한 자들의 가운데로 스며들었다.

결코 약하지 않았던 자들이 속절없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분노한 노인들이 그를 덮쳤지만 그는 이미 먼 거리 밖을 달리고 있었다.

“놈들이 사라졌습니다!”

“빌어먹을!”

혁련소와 연소민의 이동 방향을 빛의 폭발 때문에 놓쳐 버린 그들이었다.

바득 이를 간 그들은 이내 흑야의 뒤를 쫓았다.

* * *

팟!

우거진 산림 속으로 되돌아 들어온 혁련소와 연소민은 곧장 북쪽을 향해 달렸다.

기감을 열어 뒤를 살폈으나 걸려드는 기운은 전무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은 둘은 쉬지 않고 북쪽을 향했다.

“본단보다 지부에 더 강한 자들이 있다니, 뭔가 잘못된 것 같소.”

“관서지부의 고수들이에요!”

“관서든 관동이든 거꾸로 된 인력 배치가 아니오. 아니면 관서지방을 삼킬 생각이라도 했던 것이오?”

“그건 저도 몰라요.”

혁련소는 조금 전, 두 노인의 경지를 새삼 떠올렸다. 일대일로는 자신이 감당 못할 고수들임이 틀림없었다. 그 정도면 교주 연유극과 비슷한 수준으로 봐야 했다. 그런 엄청난 강자들이 고작 일개 지부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빚은 차후에 수십 배로 갚아 준다.”

태어나서 이렇듯 도주하기는 처음이다.

은근히 수치심이 생겨났다. 그는 연소민을 돌아봤다. 그녀의 호흡이 다시금 거칠어지고 있었다.

붉어진 뺨이 무척이나 고혹적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빨리 갑시다.”

“뭐 하는 짓이에요!”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잖소!”

혁련소는 그녀의 손을 이끌고는 거침없이 속도를 높였다. 그러기를 반나절이 지났을까?

둘은 끝이 보이지 않는 천장단애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혁련소의 얼굴이 꽤 상기되어 있었다.

‘이곳이 가문의 뿌리가 잠들어 있는 곳이구나.’

위대한 혁련 가문이 시작된 곳, 그곳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저 안에 불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자신의 아버지와 그보다 더한 무적의 고수였던 증조부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심하게 요동쳤다.

다가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무지 깊구나. 저길 어떻게 내려간단 말이지?’

난감하고도 당혹스러웠다.

숙부는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훤히 노출된 평지가 아닌 저 깊숙한 밑이 분명했다. 연소민이 의아한 눈초리로 그를 돌아봤다.

“왜 그러세요?”

“우린 지금 무척 난감한 상황에 빠졌소.”

“그게 무슨 소리죠?”

“흠! 그게 말이오. 흠! 지금 우리는 저 밑으로 내려가야만 하오. 뭐, 이곳에서 놈들과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면 내려가지 않아도 되지만 당신 때문에 그럴 수도 없고…….”

“제가 방해가 되었군요.”

연소민이 대번에 우울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런 반응에 혁련소는 머쓱한 표정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게 그렇게 되나…….’

경솔했던 입을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잠시 그녀의 표정을 살핀 혁련소가 눈을 반짝 빛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 *

흑야는 자신의 뒤를 추격해 오는 신교의 고수들을 돌아왔다.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특히 적발을 휘날리며 가장 선두에서 날아오는 노인은 전신에 은은한 적광을 두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괴이했다.

‘마공을 익힌 놈이군. 저런 놈이 지금껏 본성의 첩보에서 비껴나 있었다니…….’

그가 몸담고 있는 성의 첩보력은 개방의 몇 배를 능가한다.

고금최강의 환술을 지닌 존재가 그것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 수법은 전통의 전서구는 어린아이들의 장난으로 여길 만했다.

그런 존재의 눈에서 완벽하게 비껴나 있었다면 상당한 준비를 했거나 아니면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의 고수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당장 느껴지는 기운은 자신의 적수가 아니었다.

암습을 한다면 일도양단이 가능할 것이며 전면전을 벌인다면 두 시진 정도면 모조리 죽여 버릴 수 있으리라.

흑야는 달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울창한 수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좋군!’

수림 속으로 들어서자 행동반경이 상당히 좁아졌다. 물론 이런 환경은 그에게 상당히 유리함을 가져다준다. 은신하고서 암습을 한다면 자신의 검을 피할 자, 세상에 단둘뿐이다.

자신의 주인이 하나요, 그보다 더한 주인의 조부가 그랬다.

‘어차피 놈들은 끝까지 쫓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머리수를 줄여 놓는 것이 좋겠지.’

생각은 이내 행동으로 옮겨졌다.

“놀라운 놈이군! 순식간에 기척을 감추다니…….”

신교의 고수들이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느껴지는 기척은 동물의 그것뿐이었다. 쌍검을 든 노인이 살벌하게 외쳤다.

“놈을 잡아 반드시 정체를 알아내야 한다! 모두 세 명씩 조를 이루어 수색하며 전진한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신교의 고수들은 조를 이루어 사방으로 산개했다.

“살수였나?”

“살수라면 결코 그 정도의 힘을 지닐 순 없다. 특이한 무공을 익힌 놈이 맞을 것이다.”

“천하에 저 정도의 고수라면 교의 첩보망에 벌써 들어왔을 텐데…… 분명 놈은 처음 보는 놈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적발 노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그곳에서 나온 놈은 아니겠지?”

“그곳이라면…… 젠장! 심장 떨리는 소릴랑 그만해라!”

적발 노인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시늉을 했다.

그들이 거론한 그곳은 천하를 관조하는 괴물 같은 존재가 그 위대한 육신을 웅크리고 있는 곳이다.

검을 들고 살아가는 자들이라면 절대 적이 되고 싶지 않은 존재…… 둘은 한차례 몸을 떨었다.

섬광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신교의 고수들은 신중하게 전진했다.

이상하게도 새나 풀벌레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서걱!

섬뜩한 소음이 울리며 가장 우측을 전진하던 자의 목이 느닷없이 피를 뿌리며 날아올랐다.

비명도 없었다. 그리고 사람의 그림자도 없었다. 피를 뒤집어쓴 자들이 기겁을 하고서 주변으로 예측 공격을 퍼부었다.

“여기다!”

콰지지직!

난무하는 검강들이 주변을 모조리 초토화시켰지만 흑발 사내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적발 노인이 빠르게 그곳으로 날아갔다.

“여우 같은 새끼!”

이를 갈았지만 보이지 않는 적을 찾아낼 방도가 없었다.

서걱!

이번엔 좌측에서 소음이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두 고수의 얼굴이 흉악스럽게 구겨졌다. 이번에 비명뿐만 아니라 핏물조차 튀지 않았다.

그것은 완벽한 궤적에 의한 살인을 뜻한다.

“비켜!”

두 노인이 버럭 고함을 지르며 좌측으로 빛살처럼 날아가며 손을 휘저었다. 무지막지한 기운들이 목이 잘린 자의 주변으로 날아갔다.

콰과과광!

장정의 허리둘레만 한 거목들이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을 덮었다. 뒤이어 다른 자들의 검강이 최초 공격 지점의 주변을 쓸었다.

콰지지직!

그들의 합공은 무시무시했다. 인간이라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고 확신할 만큼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사방을 가리며 솟아오른 나뭇가지들과 흙먼지가 가라앉기까지는 대략 일각이 지나갔다.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던 적발 노인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런 개새끼를 봤나!”

핏물 한 방울도 없었다. 또다시 실패한 것이다.

강한 자들은 실패 뒤에 따르는 분노도 더 컸다. 둘은 농락당하는 기분이 들자 눈을 번득이며 주변을 살폈다.

“젠장! 모두 한곳으로 모여서 전진한다!”

더 이상의 피해가 두려웠던 신교의 고수들은 이내 둥근 방진으로 뭉쳐 전진을 시작했다.

방진은 사방을 경계할 수 있는 최상의 방어진이다. 그 옛날 촉한의 제갈무후도 소수의 병력으로 적을 상대할 때, 애용했었다고 전해질 만큼 수비력에 있어서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방진이다.

그러나 그들이 찾은 존재는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선 존재였다. 방진의 뒤쪽 중앙을 밟고 섰던 자가 목을 부여잡고 털썩 쓰러졌다.

이번엔 베기가 아닌 찌르기에 당한 것이다. 잡은 두 손 사이로 붉은 선혈이 꾸역꾸역 솟아나는 것을 보며 쌍검을 든 노인이 발작을 일으키듯 소리쳤다!

“이놈! 모습을 나타내어라!”

사위는 지독한 적막만이 흐를 뿐이었다.

신교의 고수들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건 마치 귀신과 싸우는 기분이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최소한 손을 쓸 때, 기척이라도 느껴졌어야 했지만 그것조차 없었으니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두 노인을 제외한 다른 자들이 서서히 두려움이란 감정을 품기 시작했다.

그들도 어지간한 고수들이기에, 결코 적이 자신들이 상대할 수준이 아님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사지를 썰어 젓을 담그고 말겠다! 망할 새끼!”

적발 노인이 바드득 이를 갈았지만 그 역시 마땅한 방도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자신을 하늘처럼 여기는 수하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돌아가면 목숨을 건질 순 있다.”

어디선가 얼음처럼 차가운 음성이 그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닥쳐! 개새끼야!”

적발 노인이 거친 욕설을 쏟아 냈다.

그러나 음성이 들려온 곳으로 공격을 하지는 않았다. 해 봐야 실패할 것이 당연하기에 괜한 진력의 소모를 아꼈다.

“네놈들이 두려워 도주한 것이 아니다. 여기까지는 그저 사소한 다툼 정도로 여겨 줄 수 있다. 살아서 돌아가고 싶다면 여기서 걸음을 돌려라!”

“개소리 그만 하고 모습을 드러내라!”

으드득!

두 노인의 이가는 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흑야는 신교의 고수들과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몸을 은신하고 있었다.

그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귓속을 파고들 정도의 거리에서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군. 서둘러야 한다.’

그는 혁련소가 걱정되었다.

‘다음에 모조리 죽여 주마.’

육신이 소리 없이 그 자리를 벗어났다.

방향을 틀어 금역이 있는 북쪽으로 새처럼 빠르게 이동했다.

산악 지역을 벗어나면 천산의 끝자락이 보이고 그 밑에 천년금역이 존재했는데, 그곳까지 가려면 적어도 반나절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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