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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242화 (240/425)

# 242

<귀환무사 242화>

귀환무사 2부

17화

“그건 그렇고, 분위기가 제법 심상치 않습니다.”

“반대하는 자들 말이야?”

“예, 느낌에 오늘 내일, 아마 뭔가 벌어져도 크게 벌어질 것 같습니다. 이거, 저를 죽이러 떼거리로 몰려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탁!

흑야가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창가로 걸어갔다. 창문을 열어 밖을 응시하던 그가 이채를 발했다.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더니.”

“그녀가 오고 있습니까?”

“그래.”

혁련소가 재빨리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려다보았다. 비단을 하늘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이곳을 향하는 연소민이 보였는데, 표정이 꽤 화가 난 듯 보였다.

혁련소가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화가 잔뜩 난 듯 보이는데, 내가 뭘 잘못한 거라도 있나?”

“그 소식을 들었겠지. 너와 혼인을 올린다는 것.”

“에이, 설마요. 연 교주가 그녀에게 말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겠습니까?”

“그 설마는 항상 어디서나 일어나는 법이다.”

흑야가 몸을 일으켰다.

“가시게요?”

“원하는 거, 아니었나?”

“계셔도 됩니다.”

“싫다.”

그 말을 남기고 흑야가 사라졌다.

언제나 봐 왔지만 그의 신법은 그야말로 귀신같았다. 혁련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한 뒤, 자리에 앉아 연소민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연소민이 들어섰다.

그녀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리고 무척 화가 나 있었다.

“웃기는 말을 들었어요.”

“뭐가 말이오?”

“당신과 나의 혼인에 대해 말이 돌더군요.”

“그게 왜 웃기는 말이오?”

혁련소의 능청스러운 태도에 연소민의 고운 아미가 사납게 올라갔다.

그녀는 허리에 손을 얹고 혁련소를 똑바로 쳐다봤다. 혁련소도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아버지나 당신에겐 별일 아닐지 몰라도 난, 달라요. 내 인생을 추악한 권력 싸움에 저당 잡히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어요!”

“사실, 나도 의외였소.”

“지금이라도 철회하세요.”

혁련소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되면 교주님이 무척 곤란해질 것이오. 당장 아침에 그 늙은이들과 그 일을 가지고 한바탕 소란을 피웠는데 말이오.”

“상관없어요! 어차피 당사자인 당신의 뜻이 중요한 법! 철회해 주세요.”

“……!”

의외의 상황에 혁련소는 순간 당황하고 있었다.

책이나 옛날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런 정략적인 결혼은 거의 대부분이 이루어졌었다.

간혹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전이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어쩔 수 없이 시집을 가고 장가를 가게 되는 것으로 결말이 났었다.

지금처럼 눈에 불을 켜고 철회해 달라는 경우는 그 어떤 책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난 그저 당신 부친의 뜻이 너무 간곡해서 수락했을 뿐이오.”

“당신 마음이 어떤지 내 알 바 아니에요. 공식적으로 당신과 나의 혼인이 교내에 알려지는 것이 용납할 수 없을 뿐이지요. 그러니 당신이 스스로 철회를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내겐 중요한 일이니 그렇게 해 주세요.”

연소민은 단호했다.

혁련소는 그녀를 보며 내심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그녀가 자신과의 혼인을 이토록 강경하게 반대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그녀의 말처럼 공식적으로 철회를 한다면 연유극이 무척 곤란해지리란 생각에서다.

‘거, 되게 매몰찬 여자군. 그냥 슬쩍 눈감고 지나가면 될 것을…….’

그는 잠시 말없이 연소민을 응시했다. 한기를 풀풀 풍기는 그녀를 보니 문득 연무진이 떠올랐다.

교의 생활을 무척이나 힘들어 했었던 그가 다시 한 번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혁련천후가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내가 무진에게 교주의 자리를 넘겨줄 때까지, 그때까지는 소저의 뜻을 따를 수 없소. 물론 그날이 오면 자연스럽게 그대와 나의 혼인은 없었던 것으로 될 것이오. 무진과의 짧은 인연이 내겐 제법 컸나 보오. 그가 힘들어지는 것이 싫어서 이러는 것이니 그 얘기는 그만합시다.”

연소민이 여전한 눈빛으로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고운 그녀의 아미가 살짝 꿈틀거렸지만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연소민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음을 놓았다.

“호위 건은 지금도 유효한 것이오?”

연소민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물론이에요. 내가 내건 조건 역시…….”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준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혼인을 원한다면 어쩌시겠소?”

연소민이 빠르게 몸을 돌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

“내가 원하는 기간 동안 나를 호위한다면 물론 들어주겠어요. 단, 그 기간 안에 내가 무슨 일을 당한다면 당연히 무효가 되겠지만…….”

“그 기간이 어느 정도요?”

“그건 당신이 수락을 한 뒤에 알려 주겠어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녀의 뒷모습을 유심히 쳐다보던 혁련소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숙부님 말씀처럼 가시가 너무 많아. 게다가 너무 날카롭고 뾰족해. 내가 다칠 수도 있을 만큼 말이야. 이러면 생각을 다시 해야 하나?”

혁련소는 침상에 벌렁 누웠다.

천장에 차가운 연소민의 얼굴이 떠올랐다. 요즘 들어 이런 증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고개를 흔들어 지우려고 했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빠져도 단단히 빠졌네.”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장난처럼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한눈에 반한 모양이었다.

그것도 제대로.

제5장 추격전

혁련소가 연소민의 영상으로 애를 태우고 있은 시각에 연유극은 자신을 찾아온 자들을 노려보며 분노를 터뜨렸다.

“결국 마각을 드러내겠다 이것인가!”

맞은편에는 동승이 있었다.

그는 분노를 터뜨리는 연유극을 향해 비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쩔 수가 없었네. 그대가 없어져야만 우리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으니…….”

“웃기는군. 그대들이 진정 중원을 넘볼 힘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그와 신마성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중원을 말이다!”

염호의 얼굴 근육이 뒤틀렸다.

그는 성난 얼굴로 언성을 높였다.

“우리는 강한 교주를 원했다. 천년신교의 꿈을 실현시켜 줄 그런 교주를 말이다. 하지만 당신은 결코 강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항상 안전만을 도모하며 궁극의 적을 두려워만 하는 그런 당신은 신교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를 죽이겠다?”

“교를 위해서라면…….”

동승과 모두가 검을 뽑아 들었다.

좁은 거처에서 절대고수들이 본격적으로 기세를 드러내자 순식간에 실내는 싸늘하게 변해 갔다.

연유극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어야 했다.’

자신이 최후의 수단을 던졌을 때, 이들이 가만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그것도 최악의 상황으로 이들이 만들어 갈 줄은 전혀 생각 밖이었다.

누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자신은 이 자리에서 죽는다.

눈앞의 인물들은 하나하나가 자신과 별반 차이가 없는 고수들, 그런 자들이 넷이다.

결과는 분명 자신의 죽음으로 귀결될 것이다.

스르릉!

연유극이 자신의 애검을 뽑아 들었다.

생사의 위기에서 그의 두 눈은 오히려 강렬한 투기로 물들어 갔다.

그게 그의 진정한 모습이리라.

“쉽게 죽어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놈들…….”

* * *

쾅!

드드드…….

갑자기 교의 한쪽에서 강력한 폭발음이 일어나며 대지가 흔들렸다.

누워 낮잠을 청하려던 혁련소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뭐지?”

잠시, 그는 귀를 기울였다.

또다시 연속적으로 폭발음이 들렸다.

혁련소가 황급히 시선을 그곳으로 돌렸다. 분명 연유극의 거처가 있는 방향이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는 고수들이 싸울 때나 발생할 법한 소음과 진동이었다.

“벌건 대낮에 어떤 놈들이…….”

그의 말이 여운을 남겼다.

말보다 그의 육신이 더욱 빠르게 거처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혁련소의 거처를 나와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던 연소민이 그 자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부친의 거처가 있는 방향에서 들려온 거친 소음들. 순간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건 싸우는 소리가 틀림없어.’

분명했다.

연소민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뒤이어 검을 챙겨 들고는 연유극의 거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연유극의 거처는 모든 것이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곳곳에 뿌려진 선혈들과 싸움의 흔적들. 연소민은 놀란 눈으로 거처의 곳곳을 살폈다.

불안감이 엄습하며 그녀의 다리에서 힘을 빼앗아 버렸다. 기둥에 기대어 간신히 몸을 추스른 그녀는 부친이 평소 이용했던 탁자를 살폈다.

그곳에 부러진 검이 있었다.

그녀가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신교를 상징하는 마검(魔劍) 용패(龍覇)의 부러진 파편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설마…….”

연소민의 얼굴이 절망감으로 물들어 갔다.

그때였다.

쾅!

뒤에서 문이 강하게 열렸다.

혁련소가 거처로 들어섰다. 이미 곳곳을 둘러본 그였다. 혁련소가 창백한 안색으로 간신히 선 연소민을 쳐다봤다.

“짐작 가는 놈들이라도 있소?”

연소민은 쏟아지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 내며 고개를 저었다.

“놈들이겠지.”

혁련소는 동승 등을 의심했다. 천마대전에서 그들이 보였던 눈빛을 떠올리자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괜찮소?”

연소민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잠시 그녀를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던 혁련소가 뒤늦게 두 눈을 부릅떴다.

‘무진! 그도 위험하다!’

쾅!

혁련소가 그대로 벽을 뚫고 사라졌다.

연소민도 그제야 흠칫했다. 뒤이어 비명과도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오라버니!”

* * *

혁련소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곳 역시 연유극의 거처와 다를 바 없었다.

곳곳에 뿌려진 진한 선혈들과 벽을 파고든 검강의 흔적들. 그러나 그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곳은 연무진이 들어 있던 관이 있던 자리였다.

없었다.

연무진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 강하다는 빙마석이 산산조각으로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가득 흘러내린 선혈,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그것은 연무진이 흘린 것임을 혁련소는 짐작할 수 있었다.

파르르…….

혁련소의 두 눈이 심하게 흔들렸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인연을 맺은 지 고작 한 달이 채 안 되었다. 그 짧은 시간에 연무진은 그의 가슴에 커다랗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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