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무사-220화 (218/425)

# 220

<귀환무사 220화>

“젠장! 뚫리겠어!”

사공진무가 바빠졌다. 제아무리 천하절진이라도 진이 설치된 지역이 폭발로 사라지면 저절로 소멸되는 것이다. 그는 강변의 진을 포기했다.

대신 성곽 주변을 두르고 있는 진에다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모든 이들은 그저 그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정도맹의 고수들은 엄청난 폭발이 연이어 발생하자 긴장감으로 잔뜩 물들었다.

묵련의 거침없음에 놀란 그들은 그런 묵련의 엄청난 공세를 진법으로 막아 내고 있는 사공진무의 능력에도 크게 놀랐다.

“어디 한번 해 보자고! 정신 바짝 차려라! 꼬맹이들!”

“예!”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었음에도 그는 전혀 의식하지 못한 듯, 손을 어지럽게 움직이며 연신 말을 쏟아 낸다.

청명과 청진이 옆에서 그를 돕고 있었는데, 그 둘을 바라보는 군웅들의 눈빛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들을 보았었다.

진천과 그들이 펼쳤던 가공할 지경의 장거리 살상 공격을…….

“됐어!”

사공진무가 표정을 환하게 하며 소리쳤다.

이마에 땀을 훔치며 독고혜를 돌아보았다.

“잠시는 더 막을 수 있습니다만…… 미리 전투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쾅! 쾅!

콰지지직…….

강변 주변을 두르고 있던 진법이 깨어지는 소리가 모든 이의 귓속을 생생하게 울렸다.

일천에 달하는 묵련의 고수들이 밀물처럼 강을 넘어 신마성의 지척으로 짓쳐 들기 시작했다.

성곽 위의 모든 이들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는 무기를 뽑아 들었다.

“공격하지 말고 기다려요!”

사공진무가 소리쳤다.

그는 이내 시커멓게 밀려오는 적들을 주시했다.

진천과 청명, 그리고 청진은 다시 장거리 공격을 준비했다.

사공진무가 성곽의 가장 앞쪽으로 나섰다.

피아를 막론하고 모두가 그를 주시했다. 사공진무의 양팔이 하늘로 올라갔다.

콰르르…….

비를 쏟아 내던 하늘이 뇌전으로 번득였다.

그 뇌전의 기운이 사공진무의 양팔에 담겼다. 그 놀라운 광경에 정도맹의 고수들은 물론이고 신마성의 인물들도 침을 삼켰다.

치르륵!

사공진무의 육신 주변이 뇌전의 기운으로 둘러졌다. 진을 파괴하기 위해 화약을 준비하던 묵련의 고수들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모두 뒤로 물러나라!”

총사의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사공진무의 육신을 두른 뇌전의 기운이 그들에게로 떨어졌다.

콰지지직…….

“우악!”

“으아아…….”

뇌전이 떨어진 곳에서 피와 살들이 난무했다.

죽은 자들의 육신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진한 핏물을 쏟아 냈다.

그 놀랍고도 처참한 광경에 성곽 위의 인물들은 저절로 얼굴이 굳어졌다.

“엄청난 위력이다.”

“저게 진짜 인간의 능력이란 말인가!”

진천의 양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청명과 청진의 두 팔도 빛을 떨쳐 냈다.

“다시 한 번!”

“예!”

사공진무의 공격에 뒤지지 않는 파괴적인 기운이 혼란에 빠진 묵련의 부대를 덮쳤다.

또다시 상당한 자들이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뭉쳐 있던 그들이라 피해는 더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피해를 입고 뚫어 냈던 강변까지 묵련은 후퇴했다.

총사의 얼굴이 지독한 분로로 휩싸였다.

으드득!

“빌어먹을 놈들!”

성곽을 넘어가야만 싸움을 할 수 있었지만 도저히 방도가 나질 않았다. 저 무지막지한 공격, 몇 방에 수십에 달하는 사망자를 내고 말았다.

동소가 다가왔다.

“총사! 이대로는 피해가 너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멸천조의 방식을 운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살 공격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놈들의 장거리 공격만 피해 낸다면 충분히 성곽 위로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총사의 눈빛이 달라졌다.

현시점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이 그것이었다. 동소가 손짓을 보내자 칙칙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자들, 다섯이 앞으로 나섰다.

회색의 눈동자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조차 없었다.

동소가 주문 같은 것을 외우자 그들은 바닥을 차고 오르더니 성곽으로 돌진했다.

진천이 그들을 향해 눈빛을 발했다.

“뭔가 찜찜한데?”

“대놓고 달려듭니다.”

청명의 말에 진천은 양손에 뇌전의 기운을 담으며 말했다.

“저놈들에게 화력을 집중한다.”

“예!”

* * *

뇌전이 수백 발이 떨어진들 이럴까?

주변은 그야말로 초토화로 변했다. 제법 울창했던 숲은 뿌리만을 남긴 채, 먼지로 소멸되어 사라졌고 거대한 바위들도 이미 가루로 변해 대지 위에 뿌려진 지 오래다.

“역시 죽여야 할 놈들이구나. 네놈들은…….”

천왕의 차가운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

그의 앞을 마주한 혁련천후와 혁련강은 더한 흔들림을 보이고 있었다.

당대 최강을 논하는 그들이 합공을 하고서도 천왕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세 마두의 마공을 모조리 익혔구나.”

혁련강의 얼굴이 미세한 떨림을 보인다.

“후후! 모두가 네놈들을 없애기 위해서다. 위대했던 선조들의 유일한 실수가 네놈들의 씨를 말리지 않았던 점이지. 그러나 오늘, 네놈들의 핏줄은 영원히 세상에서 소멸될 것이다.”

“않았던 게 아니라 못했던 것이다. 물론 네놈의 말대로 될 가능성도 없음을 알려 주지.”

혁련천후가 다시 움직였다.

혁련강도 좌측을 돌아 천왕의 측면을 노리며 보법을 밟았다.

“천살강기가 왜 네놈들의 천적인지 깨닫게 해 주마!”

“능력이 된다면 그렇게 해 보아라!”

천왕은 여유가 넘쳤다.

잠시 보였던 긴장감은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그들이 버텨냈던 것에 있었을 뿐이다.

자신이 승리한 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는 그였다.

스슥!

혁련천후의 검이 움직였다.

소리도 없었다. 공기를 가르는 느낌조차 없었다. 그러나 실린 힘은 태산을 갈라 버릴 듯, 미증유의 거력을 담고 있었다.

쾅!

둘의 육신이 붙었다가 떨어졌다.

혁련천후가 조금 더 멀리 밀려났다. 힘의 우열이 극명하게 갈렸지만 그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뒤로 주춤거리는 천왕을 혁련강이 덮쳤다.

내공만을 따진다면 혁련천후보다 더 깊은 그다.

이번엔 뒤로 밀려나는 거리가 비슷했다.

“역시 혁련세가의 노물답구나!”

천왕의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

그가 자세를 고쳤다.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는 어깨에 둘렀던 막대기를 손에 쥐었다.

순간 혁련천후의 눈에 섬광이 일었다.

“광승의 마공입니다!”

“조심하거라!”

그랬다.

세 마두들 중, 최강으로 인정받는 광승 무요의 마공이 천왕의 육신을 두르고 있었다.

막대기로 보였던 그것은 이내 길쭉하게 늘어나더니 양끝에 별모양의 암기가 박힌 기병으로 변했다.

“끝장을 내주마.”

기병의 양끝이 푸르스름한 빛으로 둘러졌다.

드드드…….

대지가 은은하게 진동했다. 천왕의 주변, 모든 사물들이 허공으로 치솟기 시작했는데, 그 범위가 무려 십여 장에 이르렀다.

둘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한 초식에 모든 것을 건 모양이구나.”

“뇌음사의 사술을 접목했습니다. 직접 부딪히면 당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마공들을 익혔단 말인가? 실로 놀라운 놈이로구나.”

긴장감으로 굳어진 둘은 그 자리에서 천왕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천왕의 육신을 두른 마기가 극에 이르렀다.

쩌엉!

공간이 파열되는 기괴한 소리가 터졌다. 그리고 천왕의 육신이 사라졌다.

까가가가강!

둘의 주변에서 불꽃이 튀었다.

뒤로 물러나며 검을 휘두르는 그들은 보이지 않는 적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불꽃은 혁련천후의 주변에서만 일었다.

천왕의 공격이 그에게 집중된 것이다.

“놈!”

혁련강의 육신이 직선으로 쏘아졌다.

공간이 흔들리는 곳으로 그는 검을 후려쳤다. 혁련천후의 주변을 일렁거리던 불꽃이 엄청난 속도로 혁련강을 향해 돌아갔다.

“합!”

혁련천후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돌진했다.

콰아아아앙!

세상을 오시할 세 개의 기운이 한곳에서 부딪히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일었다.

거대한 먼지 구름이 하늘로 피어오르며 모든 사물을 가렸다.

드드드…….

요동치는 대지의 모든 것이 넘어지고 뽑혀졌다.

* * *

쾅!

콰르르…….

“빌어먹을! 자살 공격을 하다니!”

“완전 미친놈들입니다!”

진천은 혀를 내둘렀다.

무작정 달려드는 적들을 막고자 했지만 기어코 몇 명을 놓치는 바람에 신마성의 외벽이 무너졌다.

그곳을 통해 적들이 물밀듯이 들이닥쳤다. 무수한 암기들이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죽은 동료의 시신을 디딤돌로 삼아 그들은 성곽으로 뛰어올랐다.

다른 자들과는 달리 적포를 걸친 초로의 노인들이 독고혜와 영호수란 등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려 왔다.

화산의 제자들이 그들을 막아섰다.

“주모님들을 보호해라!”

사공진무와 진천도 그녀들의 앞으로 뛰쳐나왔다.

그들은 독고혜와 영호수란이 그들보다 더 강력한 힘을 얻었음을 확실히 모르고 있었다.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만이 뇌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진천이 가장 먼저 적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까가강!

노인들은 예사롭지 않은 경지를 지니고 있었다.

옛날과는 차원이 다른 진천의 공격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 낸 그들은 곧장 독고혜와 영호수란을 노렸다.

그녀들의 신분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신마성주의 계집들이다! 무조건 죽여라!”

“미친 새끼들!”

화산의 제자들이 동시에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지척에서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청명과 청진이 가세했다.

그리고 다른 자들을 상대하던 매화무적 진유도 뛰어들었다. 진천과 사공진무는 그녀들의 지척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전황을 주시하던 그들의 눈에 발군의 움직임을 보이는 십지신검 독고무가 보였다.

주변이 온통 그의 검강으로 가득했다.

강호인들의 입에서 그가 십 년이 지나면 천하제일의 검객으로 올라서리라는 말이 나왔는지 능히 짐작되었다.

거칠 것이 없었고 막아서는 자 또한 없었다.

쾅!

단리황의 우장이 작렬하자 한꺼번에 서너 명이 피를 뿌리고 날아갔다. 제갈각의 검은 형체도, 소리도 없었다.

그의 주변은 이미 수많은 적의 시신으로 가득했다. 과연 오성다웠다. 그러나 그들도 피와 살로 만들어진 인간이다.

점점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적은 끊임없이 달려들었다. 이건 완전히 인해전술이었다.

“욱!”

진명이 묵직한 신음을 흘리며 휘청거렸다.

적의 칼날에 허리를 스친 그는 급격히 흐트러지는 속을 달래지 못하고서 피를 토해 냈다.

다른 화산의 제자들이 대노했다.

“뒈져!”

“으악!”

노인들 중 하나가 허리가 잘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냄새나는 묵련의 잡종 새끼들!”

모용단승이 뒤쪽에서 나타났다.

그 옆에는 백리추와 영호진이 함께하고 있었고 눈에 띄는 미녀들이 용감하게 달려들고 있었다.

남궁소미와 적용미였다.

“뒤로 물러서세요.”

아름답고도 차가운 음성이 모두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향기로움이 주변에 가득해지며 독고혜의 교구가 그들의 앞으로 떨어졌다.

영호수란의 얇고 가는 검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약식으로 운기하세요. 이자들은 우리가 맡겠어요.”

진천이 놀라서 소리쳤다.

“위험합니다, 주모님!”

독고혜가 그윽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우린 그이의 사람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힘이나 보충하세요. 더 싸워야 하니까…….”

둘이 앞으로 나서자 노인들의 얼굴에 진한 살소가 떠오른다.

독고혜의 고운 아미가 슬쩍 올라갔다.

“용서하지 않겠어요.”

“언니! 저부터 갑니다!”

영호수란이 몸을 날렸다.

뒤이어 독고혜의 가냘픈 교구도 그녀를 쫓았다.

* * *

사대천불은 구검마들과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단순히 구검마들만 있었다면 사대천불의 압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구검마의 주변엔 죽립을 쓴 칙칙한 분위기의 인물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