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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210화 (208/425)

# 210

<귀환무사 210화>

그렇다. 화산이 신마성의 철저한 보호를 받고 있음은 강호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더욱이 전쟁 발발 후, 화산이 신마성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 역시 소문난 사실이다.

진유가 왔다면 곧 그들도 올 것이 분명했다.

으드득!

“속전속결로 해치우고 본대로 귀환한다.”

그제야 사태 파악이 된 둘은 살기를 드리우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유의 입가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진승에게 들었습니다. 도와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곽범에게 한 말이다.

“감사는 내가 해야지. 도움을 받은 건 나일세. 물론 지금도 그렇고…….”

“시작하겠습니다!”

“좋지!”

* * *

화산의 제자들이 가세하자 전황은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청룡단과 백호단의 무사들은 종횡무진, 대활약을 펼치는 화산의 제자들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영웅대회 때와 확연히 달라진 그들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저 사람들, 언제 저렇게 강해졌지? 이거, 정말 보고도 믿지 못하겠는걸.”

“각주들은 제쳐 두고 저 사람들은 화산의 막내들이잖아. 저, 대단한 무공은 도대체 누구에게 배운 거지? 한번 손짓에 저 지독한 놈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잖아?”

“환영마객의 환술이다. 그렇다면 설마 그분의 제자로 들어갔단 말인가?”

“환영마객님의 제자라고? 우…….”

부상을 입어 전장에서 이탈한 무사들의 얼굴에 부러움의 빛이 가득 떠올랐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자신들과 비교해도 상대조차 되지 않던 화산의 제자들이 지금은 여우를 사냥하는 호랑이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모든 게 신마성의 존재들에게 무공을 배운 때문이라 여겨지자 부러움이 물밀듯이 생겨났다.

“어! 저, 저기…….”

“왜 그래?”

“저, 저기 그분들이다!”

종남파 소속의 무사 하나가 손을 들어 전장의 뒤쪽을 가리켰다. 주변의 무사들, 모두가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마성이다!”

“검후님이다!”

“십전무제님도 오셨다!”

죽음의 기운만이 난무하던 전장이 일시에 환호성으로 들끓었다.

싸움을 벌이고 있던 무사들은 고개를 돌릴 수는 없었지만 신마성이란 말을 듣는 것만으로 힘이 솟아났다. 묵련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저자들이…….”

부대를 이끌던 수장이 휘파람을 불어 한곳으로 모든 인물들을 모이게 만들었다.

싸움은 소천왕들이 뒤엉킨 한 곳을 제외하고는 일시에 멈추었다. 워낙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던 탓에 그들은 신마성의 고수들이 장내로 들어선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펑!

허공에서 신호탄이 터졌다. 묵련이 쏜 것이다.

“허허! 과연 독한 놈들이로다. 보았으면 도주할 것이건만 끝까지 싸우고자 덤벼드는구나.”

“살려 둬선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요. 살려 두면 또 다른 사람들이 저들에게 해를 입을 것이니, 죽여야겠지요.”

혁련강과 영호도성의 표정은 단호했다.

묵련에 의해 소중한 가족들을 잃을 뻔했던 그들인지라 자비심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신마각은 적을 제압하라!”

혁련강의 담담한 어조에 신마각의 무사들이 빠르게 정도맹과 묵련의 사이로 이동했다.

선두에 선 악승의 얼굴이 험악하게 구겨지며 소리쳤다.

“정도맹은 뒤로 빠져라! 지금부터 싸움은 본 신마각이 할 것이다!”

“백호단주 왕석이오! 우리도 함께하겠소!”

전신을 피로 목욕을 한 젊은 청년이 악승의 옆으로 다가오며 소리쳤다.

악승의 고개가 그를 향해 돌아갔다. 그때 좌측에서 다른 청년이 나섰다.

“그냥 쉬자고, 여긴 이분들에게 맡겨 두고 말이야.”

진승이었다.

“어이! 뒤로 빠져!”

차가운 음성이 이어졌다.

왕석은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차갑기로는 천하제일을 다투는 모용단승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옆으로 지금껏 엄청난 위력을 보여 준 화산의 다섯 제자들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실실 웃고 있었다.

진승이 왕석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왕 단주! 수고했어. 그러니까 좀 쉬자고. 솔직히 더 싸울 힘도 없다.”

왕석이 악승에게 포권을 취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부탁은 개뿔…… 얼른 뒤로 빠져!”

거칠게 말을 받은 악승이 시선을 묵련의 진영으로 던졌다. 악승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야? 시간이라도 끌어서 지원군을 기다리겠다는 심산인 모양이군.”

수비 진형으로 바뀐 묵련을 바라보며 악승은 콧방귀를 뀌었다.

대도를 허공으로 들어 올리자 신마각의 무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섰다.

폭발적인 기운이 묵련의 고수들을 압박해 들어가자 곳곳에서 움찔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악승의 눈동자가 불을 뿜었다.

“제일 적게 죽이는 놈은 나와 한 달간 대련을 해야 할 것이다.”

그 말에 이번엔 신마각의 무사들이 움찔했다.

“흐흐! 그러고 싶지 않으면 무조건 많이, 빨리 죽여라! 쳐라!”

쾅!

신마각의 무사들이 일제히 바닥을 차고 오르자 대지가 흔들렸다.

* * *

“으악!”

처절한 단말마가 터졌다.

피를 뿌리며 날아가는 자의 육신이 허공에서 그대로 두 동강으로 갈라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진유의 검이 달빛에 번쩍였다.

소천왕 하나를 베어 버린 그는 매우 평온한 호흡을 보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강렬하게 흔들렸다. 강해진 것이다. 자신보다 고수였던 소천왕을 베어 버린 자신이 스스로도 대견스러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도망쳐라!”

곽범이 살아남은 하나에게 싸늘히 소리쳤다.

진유가 눈을 동그랗게 하고서 곽범을 돌아보았다.

곽범의 얼굴에 씁쓸함이 묻어난다.

“사십 년을 함께 보낸 자일세, 용서하게나.”

“……!”

“크크! 역시 네놈은 나약해. 그따위 정이라니…….”

“가라!”

곽범은 뒤를 돌아보았다.

묵련은 몰살 직전이었다. 느긋하게 서서 관전하던 인물들 중, 하나가 이쪽으로 시선을 던지는 것이 보였다. 섬뜩함이 물씬 풍겨나는 그는 마교의 장용백이었다.

“빌어먹을! 어서 가란 말이다! 자식아!”

곽범이 소리쳤다.

“흐흐! 돌아 버린 새끼군. 가긴 어딜 간단 말이냐?”

어느새 장용백이 그들의 옆에 나타났다.

경인지경의 경공만으로도 전율이 일어났다.

진유가 장용백에게 허리를 굽혔다.

“전주님! 이들에게 그냥 맡겨 두심이…….”

“적을 놓아주란 말이냐?”

“그게…….”

“닥쳐!”

강렬한 시선으로 곽범을 응시하던 자가 소리쳤다. 그가 검을 들어 자신의 심장으로 가져갔다.

곽범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나약한 새끼! 끝까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어, 네놈은…… 빌어먹을!”

“무슨 짓이냐!”

“살아남아라! 살아남아서 내 무덤에 놈의 머리로 제를 올려 주기 바란다. 크윽! 너무 늦게 알았어. 사부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푹!

검이 가슴을 뚫고 들어가며 피가 솟구쳤다.

털썩!

생명을 잃은 육신이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곽범의 눈가에 눈물이 채워졌다. 진유가 장용백의 팔을 잡고 돌아갔다.

곽범의 흐느낌은 마지막 남은 묵련의 고수의 목이 떨어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 * *

쾅!

거대한 성문이 산산조각으로 박살이 나는 놀라운 광경이 한 인간에 의해서 벌어졌다.

지켜보던 묵련의 고수들은 잠시 넋을 놓고 바라만 볼 뿐이었다.

“쫓아라!”

“놈을 막아!”

따다다당!

사방에서 수백 발의 암기와 강전들이 성을 빠져나가는 인물에게로 쏟아졌다.

성 밖에서 은신하고 있던 묵련의 고수들이 일제히 도주하는 인물의 동선을 차단하며 다녔지만 그는 가볍게 그들의 머리를 뛰어넘고는 숲으로 사라졌다.

수많은 고수들이 숲으로 쫓아 들어갔다.

쾅!

숲 안에서 섬광이 번쩍하더니 사방으로 솟아오르는 육편들이 진득한 선혈을 뿌려 댔다.

성곽에서 수백의 불줄기가 숲으로 쏘아져 날아갔다.

콰쾅!

연속적인 폭발이 일어나며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 주변이 대낮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죽은 자들의 육신을 살펴보던 자들이 발을 굴렀다.

노렸던 인물이 없었던 탓이다.

쾅!

너덜거리며 붙어 있던 성문이 박살이 나며 일단의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두에 백발백염의 노인이 장포자락을 펄럭이며 이를 바득 갈았다.

“천왕께서 노하셨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을 잡아야 한다!”

“놀라울 정도로 강한 잡니다.”

“둘째와 셋째! 너희들이 직접 가라!”

노인의 지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인물이 대답조차 없이 숲으로 뛰어들었다.

바닥을 구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숲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이형환위에 필적할 수준의 경공을 펼쳐 보인 두 노인은 구검마의 둘이었다.

“방심이 이런 화를 불러올 줄이야…….”

백염이 바르르 떨림을 보였다.

동소라는 이름을 지닌 노인은 바로 구검마의 대형이자 묵련에서는 최상위권에 드는 절대의 고수였다.

“대형! 아무래도 신마성에서 온 놈인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그 정도 수준이면 오왕을 넘어서는 것, 당연히 성주라는 그놈일 게다.”

“만약 놈이 신마성주라면 우리 모두가 쫓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놓치면 천왕의 진노를 어찌 감당하시려고…….”

동소의 미간이 심하게 구겨졌다. 하나 이내 두 눈이 날카롭게 번득였다.

“천하제일인 일존 견오라도 빠져나가지 못할 포위망이 곧 펼쳐질 것이다. 놈이 날개가 있어 하늘을 날지 않는 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긴…….”

구검마의 다른 인물들은 동소를 응시하며 다소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성문을 부수고 경계망을 벗어나는 일련의 과정들을 직접 두 눈으로 본 그들이다. 자신들이라면 죽었다가 깨어나도 불가능한 움직임을 그가 보여 주었다.

“놈들의 보급 부대를 치러 간 부대는 어찌 되었다더냐?”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지원군까지 보냈거늘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

“저희들이 직접 내려가서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동소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겨났다.

“정도맹으로 떠났던 아홉째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거, 점점 뭔가 일이 꼬이고 있습니다.”

동소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좋다! 노부가 직접 움직이겠다. 일단 놈들의 보급 부대를 해결할 것이다. 앞장서거라!”

“직접 말씀입니까? 천왕께서는 이곳에서 놈들을 기다리라고…….”

“그 정도의 재량은 있음을 잊었느냐? 어서 앞장서기나 해라!”

동소의 꾸짖음에 다른 구검마들은 하는 수 없이 동북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때 그들이 가고자 했던 방향에서 신호탄이 터졌다.

위급을 알리는 적색 신호탄임을 확인한 동소의 얼굴이 구겨진다.

“경공으로 간다!”

제4장 나백은 살왕의 손에 쓰러지고

나백은 군막에 홀로 앉아 각종 첩보가 수록된 전서들을 살피고 있었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사이가 불편해진 수뇌부들은 회의가 끝나기가 무섭게 자신들의 군막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맹주님!”

군막 밖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나백이 고개를 들어 군막의 입구를 응시했다. 총호법 관승이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신마성에서 손님이 오셨는데, 살왕이십니다.”

나백의 눈동자에 이채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는 관승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모시게.”

말이 떨어지자 군막 안으로 흑야가 들어섰다.

나백이 정중하게 그를 맞이하며 자리를 권했다. 곧이어 관승이 직접 찻잔을 들고 왔다.

나백의 눈짓에 관승은 이내 밖으로 나가고 군막엔 둘만 남게 되었다.

“허허! 바쁘신 분이 어인 일로 이곳을 찾으시었소?”

“맹주께 볼일이 있어서 왔소.”

“오호! 성주께서 보내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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