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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195화 (193/425)

# 195

<귀환무사 195화>

북궁천소와 왕전이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이제부터 시작인가?”

“보이는 족족 모가지를 따 버려.”

“두말하면 개소리지.”

“우리도 흩어져서 움직이자.”

모두는 간격을 최대한 벌렸다. 그러고는 소리 없이 숲 속으로 뛰어들었다.

휘이잉!

겨울바람이 숲을 흔들기 시작했다. 말라 버린 수풀이 바람에 부대끼며 주변을 요란하게 뒤흔들었다.

왕전이 좌측을 돌아보며 히죽거렸다.

“저놈이 제일 좋아하겠군.”

좌측에는 흑야가 이동하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이런 장소라면 흑야의 자객술을 당할 자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싸아아아!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 때문에 모두는 보다 편하게 이동을 할 수 있었다. 굳이 기척을 감추지 않더라도 발각이 될 가능성이 낮았다.

그렇게 얼마를 더 이동했을까.

매복을 한 적을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흑야였다. 어둠 속에서 안광을 번뜩인 흑야는 소리 없이 적들을 향해 접근했다.

뒤이어 두 명의 목이 날아갔다. 남은 하나가 경악하며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흑야의 지풍이 더 빨랐다.

아혈을 제압당한 자가 두 눈을 찢어져라 부릅떴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숲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흑야를 보고 놀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너…… 묵련 소속이지.”

끄덕끄덕.

서걱!

목이 떨어졌다. 순식간에 셋을 죽인 흑야의 차가운 눈동자가 주변을 쓸어 보았다. 하지만 더 이상의 기운은 감지되지 않았다.

동료들에 의해 죽었거나 아니면 자신의 손에 죽은 이들이 척후병일 수도 있으리라.

주변을 살펴본 흑야는 다시 숲 속으로 스며들었다.

* * *

퍽!

장용백의 무지막지한 주먹이 상대의 머리통을 수박처럼 부숴 버렸다.

비명조차 없었다. 영문을 모르고 죽어 간 자들은 모두 다섯, 하나같이 머리가 박살이 나 죽어 버린 그들의 뒤쪽에 천마사로가 피가 묻은 검을 수풀에 닦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발밑에도 죽은 자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수확이 좋았습니다. 일거에 열이 넘는 놈들을 보내 버렸으니 말입니다.”

“은밀하게 죽여야지, 그렇게 소란스럽게 하면 어쩌자는 것이냐!”

“습관이 되어서 말이지요, 흐흐흐.”

천마사로 앞에서는 마치 아이처럼 굴었다. 그런 장용백이 천마사로도 결코 싫지가 않았다. 싸늘히 대하는 건 마교에서부터의 습관이었다.

장용백도 그 점을 알고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저곳이 수상합니다.”

장용백이 커다란 좌측을 가리켰다. 높고 큰 바위가 병풍처럼 늘어선 곳인데 중간 중간에 숲이 우거져 있는 것이 매복하기에 딱 좋은 지형을 갖추고 있었다.

검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쥐새끼들이 은신하기에 좋은 곳이군.”

“얼른 가서 쓸어버립시다!”

장용백이 먼저 몸을 날렸다.

천마사로 또한 그의 뒤를 쫓아 몸을 날렸다. 그들이 막 언덕 위로 올라설 때였다.

삐익!

날카로운 호각 소리가 밤의 정적을 찢어발겼다. 동시에 사방에서 적색 무복을 걸친 자들이 튀어나왔다. 허공에서 방향을 틀어 바닥으로 내려선 천마사로의 얼굴에 놀람의 빛이 나타나 있었다.

자신들은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였다.

조금 전 적들을 베어 버릴 때에도 만약을 대비하여 강기로 사방을 차단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각이 되고 말았다. 하물며 기다렸다는 듯 사방을 포위하며 나타났지 않은가.

“뭔가 특별한 장치라도 지닌 것인가? 아니면 그만한 고수라도 있다는 것인가?”

“설마하니 우리를 감지할 정도의 고수가 경계를 서는 일을 하겠습니까? 분명 요상한 기관을 설치하고 있었을 겁니다.”

“준비들 하자꾸나.”

“예, 일단은 죽여 놓고 알아보시죠.”

독로의 손이 푸르스름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검로의 검에는 이미 시퍼런 강기가 뻗쳐 나오고 있었다. 독로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너희들은 가만히 있거라.”

그가 한 발 앞으로 나서자 다른 이들은 오히려 뒤로 물러섰다.

눈동자마저 푸르스름한 빛을 품은 독로가 다가오는 자들을 향해 양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 동작은 지극히 느렸지만 그의 손에서 발출된 기운은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따다다당!

독연이 스치는 모든 것에서 놀랍게도 금속성이 터져 나왔다. 다가오던 자들이 흠칫하며 뒤로 빠르게 물러섰지만 독연이 더욱 빨랐다.

퍼퍼퍽!

“크악!”

“으악!”

몇 몇이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독연 속에 암기가 섞여 있었던 모양이다. 다른 몇 몇은 목을 움켜쥐며 픽픽 쓰러졌다.

용케도 살아남은 자들이 사방으로 날아올랐지만 검로와 살로의 검이 그들의 도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퍼퍼퍽!

“크아악!”

신마성에서 절치부심, 칼을 갈아 왔던 천마사로의 무공은 전에 비해 확실히 강해져 있었다.

또한 빙궁에 대한 복수심이 작용하여 그들의 손속은 전에 없이 무자비했다.

한 명도 죽이지 못한 장용백이 미간을 찡그렸다.

“너무들 하시네.”

“놈들이 몰려올 것이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피하잔 말씀입니까?”

“놈들을 최대한 혼란스럽게 한다는 목적을 잊었느냐!”

“……알겠습니다.”

다섯은 바람처럼 반대편 숲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이 사라지고 차 한 잔을 마실 시각이 지났을 즈음, 지금껏 죽였던 자들과는 다른 복장을 한 무리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적색 무복에 황색 줄무늬가 새겨진 장포를 걸친 그들은 주변에 나뒹구는 적포인들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대주님 여기를 좀 보십시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도대체 누가 이들을 죽였단 말이냐!”

“아무래도 정파놈들이 매복을 의심하고 선발대를 보낸 것 같습니다.”

“감히 먼저 공격을 하다니.”

살벌한 눈빛으로 주변을 돌아보던 대주라는 자의 손에서 보기에도 흉측한 작은 짐승이 고개를 내밀었다. 전신을 붉은 털로 덮은 그것은 천하에 단 몇 마리만 존재한다는 적설모라는 짐승이었는데, 바닥에 내려서기가 무섭게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천마사로와 장용백이 사라져 간 우측 숲으로 달려갔다.

“저쪽이다!”

황포인들이 바람처럼 우측 숲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제7장 흔들기

캬악!

절정 고수의 속도를 능가하는 속도로 숲을 가르던 적설모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좌측으로 내달렸다. 뒤를 따르던 자들도 방향을 바꾸어 적설모의 뒤를 쫓았다.

단단하고 거세기로 유명한 도토리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으로 들어선 그들은 이내 경공을 중단하고 내려서야 했다.

자신들을 인도했던 적설모가 죽어 있었다.

적설모의 속도를 익히 알고 있는 그들은 그 짧은 시간에 비명조차 없이 죽은 것에 놀라워했다.

“주변을 경계해라!”

보이지 않는 적이 있음을 직감한 무리들은 둥글게 포진하며 사방을 경계했다. 다른 자의 품속에서 또 다른 적설모가 쑥 튀어나왔다.

코를 바닥에 대고 킁킁거리던 적설모가 갑자기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머리만 쑥 내민 적설모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숲의 한쪽을 쳐다봤다.

“호랑이가 있는 모양입니다.”

적설모가 두려움에 떠는 것을 보고 한 황포인이 그렇게 말했다.

“멍청한 놈, 적설모가 언제 호랑이 따위를 두려워하더냐.”

대주라는 자가 대뜸 검을 크게 휘둘렀다. 반월모양의 강기가 적설모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날아갔다. 뭔가를 깨달은 다른 자들도 황급히 같은 곳을 향해 암기를 던졌다.

쐐애액!

콰지직!

잘린 수풀이 사방을 덮으며 솟구쳐 올랐다.

“크윽!”

그러나 비명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황포인들의 바로 뒤쪽에서였다. 재빨리 돌아선 그들의 눈에 조금 전까지 생생하게 살아 있던 동료가 목이 사라진 채 넘어가는 것이 보였다.

“헉!”

“으악!”

이번엔 좌측의 인물이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허공을 날아가 부러진 나뭇가지에 그대로 꽂혀 버렸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고수들입니다. 대주!”

“빌어먹을!”

대주라는 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두 번의 죽음만으로도 상대의 경지를 어느 정도는 추측할 수 있었다.

그가 손을 올려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였다. 그것이 후퇴를 지시한 것인 듯, 무리들은 재빨리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어딜 가려고.”

싸늘한 음성에 이어 허공으로 떠오르는 다섯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

“크악!”

“으아악!”

속수무책으로 피를 뿌리며 떨어지는 자들의 앞에 천마사로와 장용백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직 홀로 살아남은 대주라는 자가 두 눈을 부릅뜨며 뒤로 물러섰다.

“허억!”

“놀라기는.”

뒤쪽에서 들려온 싸늘한 음성에 대주라는 자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거대한 도를 가슴에 품고 선 왕전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을 늘어선 다른 사람들. 순간 그의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나마 유일한 탈출로였던 뒤쪽마저 막혀 버렸으니 살아나기는 글러먹은 셈이었다. 부릅떠진 그의 눈동자에 왕전의 귀걸이가 들어왔다.

“설마 저, 전왕…….”

왕전이 그를 향해 씩 웃어 주었다.

“귀걸이는 전왕 같은데 얼굴이 아니니 헷갈리지?”

쐐액!

퍽!

“흐흐! 알고는 가라. 나, 전왕 맞다.”

털썩!

그날 밤. 모두는 곳곳을 헤집고 다니며 상당수의 적들을 벨 수 있었다.

누구보다 많은 적들을 죽인 이는 바로 독로였다. 한꺼번에 여럿을 죽일 수 있는 독의 특성 때문이었다.

그리고 소식은 묵련의 최전방 경계를 책임지고 있는 도광이라는 자의 귀에 전해졌다.

쾅!

“또 당했단 말이냐!”

“이번엔…… 서른 명이 당했습니다.”

“뭣이라!”

도광의 얼굴이 분노로 인해 붉게 물들었다.

이틀 동안에 무려 오십 명이 넘어가는 수하들이 목숨을 잃었다.

본단으로 올 정파의 고수들을 요격할 요량으로 매복에 나섰던 수하들이었다. 흉수의 정체조차 몰랐다. 살아남은 생존자가 없으니 어떻게 생겨먹은 놈들인지조차 몰랐다.

도광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적설모를 풀어도 놈들을 찾아낼 수 없단 말이냐?”

“그 빠르다는 적설모가 어김없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것도 한칼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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