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무사-168화 (166/425)

# 168

<귀환무사 168화>

둘의 대화에 왕전이 끼어들었다.

“하하! 그런 게 있습니다.”

“뭔지는 모르겠다만 꽤 유명한 것 같으니 한번 먹어 볼까?”

“헉! 이 아침부터 저 큰 만두를 드신단 말입니까?”

청명이 눈을 휘둥그레 치뜨자 북궁천소가 히죽 웃는다.

“이놈은 새벽에 돼지도 잡아먹는 놈이다. 그깟 만두쯤이 대수겠느냐.”

“망할 놈. 너는 안 처먹었냐?”

“으이구! 좀 그만들 하시죠?”

영호수란이 혀를 차며 둘을 노려본다. 그때 점원이 주문한 음식과 술을 가지고 와 탁자 위에 놓았다.

“식사 나왔습니다. 드시다가 부족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그럼…….”

점원이 돌아가자 모두는 젓가락을 집었다.

왕전이 혀를 내둘렀다.

“엄청나게 빨리도 만드는군.”

“어머! 오늘은 정말 양이 엄청나군요. 주인아저씨가 갑자기 어떻게 되셨나 봐요.”

몇 번 들렀던 곳이라 영호수란은 전과 비해 두 배는 늘어난 양에 탄성을 발했다. 접시마다 수북하게 쌓인 양이 아무리 봐도 혼자서 먹기는 힘든 양이었다.

그때였다. 영호수란이 끼고 있던 반지가 반짝 빛을 발했다. 왕전과 북궁천소의 눈빛이 매섭게 변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영호수란의 반지는 금치문이 선물을 한 피독 기능이 있다던 바로 그 반지였다. 그런 반지가 빛을 번뜩였다면 당연히 음식에 독이 있음이리라.

왕전이 모두에게 전음을 날렸다.

[독입니다!]

청명과 청진은 이미 입속에 넣었던 음식을 황급히 뱉어 냈다.

동시에 북궁천소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쩐지 수상하다 했다.”

그는 자신들이 젓가락을 집어 갈 때 객잔 안의 모든 인물들의 시선이 자신들에게로 집중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왕전이 뒤이어 느릿하게 일어서며 객잔을 쓸어 봤다.

“우리를 노린 놈들이냐?”

둘을 응시하던 객잔 안의 손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채챙!

모두가 무기를 뽑아 들자 객잔 안이 한순간에 살기로 넘실거렸다.

“역시 대단한 놈들이군. 먹어 보지도 않고서 독이 들었음을 알아내다니…… 흐흐! 하지만 독은 그것뿐이 아니지.”

“……뭐?”

그 말에 일행들은 내심 크게 놀라 황급히 내공을 운용해 보았다.

그러나 전혀 독의 기운은 감지되지 않았다. 왕전이 특유의 사나운 웃음을 머금으며 이죽거렸다.

“어쩌나. 중독 기미가 없는 것을 보면 네놈들이 쓴 독이 맛이 간 모양인데……. 어디서 온 뭐 하는 놈들이지?”

갈색 장포에 문사건을 두른 중년인이 싸늘하게 웃으며 코웃음을 친다.

“무형지독이라고 들어 봤나 모르겠군. 말 그대로 냄새도 형체도, 색깔조차 없는 맹독이지. 일각 정도면 몸속에서 불길이 일어나는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다. 후후후.”

“……!”

모두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왕전과 북궁천소도 순간 흠칫하는 반응을 보였다.

무형지독은 천하삼대맹독에 속하는 최악의 독이다.

아주 미세한 양으로도 황소 백 마리는 그냥 죽여 버릴 수 있는 그것은 저승사자의 눈물이라고도 불린다.

왕전과 북궁천소의 시선이 독고혜에게 쏠렸다.

둘이야 무형지독은 무시해도 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독고혜는 다르다. 게다가 영호수란과 화산의 제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왕전이 전음을 날렸다.

[저희들이 뚫겠습니다. 뒤쪽에서 따라만 오십시오.]

[알겠어요.]

왕전과 북궁천소가 대도를 뽑아 들었다.

스르릉!

“무형지독이라고 했나? 일각이 지나면 중독이 시작된단 말이지……. 그렇다면 그 일각 안에 네놈들을 모조리 죽이면 된다는 소리라 이거군.”

“허세 부리지 마라, 이놈들아!”

“허센지 아닌지는 뒈져 보면 알겠지.”

주변이 광포함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중년인이 검을 들어 검후를 겨냥하며 싸늘히 외쳤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검후, 네년과 너희들은 모두 이곳에서 죽는다.”

그때 독고혜가 나섰다.

“나를 노리는 이유가 무엇이냐!”

자신은 이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들의 태도를 보니 자신에게 원한이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이 정도의 사안을 일으킬 만큼 원한 관계에 놓인 사람이나 집단은 없었다.

신마성임을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보인다면 그에 준하는 세력이거나 아니면 신마성과 적이 되는 것을 감수할 정도로 원한이 큰 것이라고 봐야 했지만, 자신의 기억엔 그러한 세력이나 인물은 없었다.

중년인의 눈동자에 살광이 번들거렸다.

“네년의 그 껍데기 때문에 아까운 아이가 목숨을 잃었지. 네년이 그 아이의 청을 들어주었더라면 결코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나 때문에 죽었다니!”

“죽어서 저승에 가면 그 아이에게 천년만년 속죄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으드득!”

독고혜는 중년인이 말하는 그 아이라는 자가 누군지 전혀 감감했다.

자신 때문에 죽어 간 사람이라니…… 그때 그녀의 좌우에서 공기가 울렁거렸다.

“그 주둥이부터 박살을 내 주지!”

쾅!

북궁천소가 바닥을 차고 호랑이처럼 달려들었다.

* * *

북궁천소와 왕전은 최대한 빠른 시간에 끝장을 보기로 작정을 했다.

해서 상대의 무력과는 상관없이 가장 파괴적이면서도 살상력이 높은 초식을 처음부터 전개했다.

한낱 일류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콰지지직!

“크아악!”

순식간에 열 명이 넘어가는 자들이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날아드는 굉혈도를 막다가 검과 함께 통째로 잘려 날아가는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이건 도대체…….”

증오심을 활활 불태웠던 중년인은 불신에 찬 눈으로 왕전과 북궁천소를 응시했다. 이건 뭐 막아도 죽고, 피해도 죽는다. 공격을 해도 도강 때문에 옷자락조차 건들지 못하고 되레 팔이 잘려 날아갔다.

‘분명 오왕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듯 강하다니. 대체 신마성에는 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있단 말인가!’

중년인으로서는 왕전과 북궁천소가 변장을 한 까닭에 당연히 그들을 몰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니 놀라움이 배가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때 중년인은 객잔의 뒤쪽에 서 있는 독고혜를 발견하고는 살광을 폭사시켰다.

‘저 계집만큼은 하늘이 두 쪽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죽여야 한다!’

중년인은 바로 아들의 복수를 위해 용현을 찾아온 대정문주 상관명이었다.

하나뿐인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녀만 죽인다면 지금 죽어 가는 자들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죽여 주마! 계집!’

상관명은 광포한 기운이 난무하는 객잔의 벽을 이용해 빠르게 접근했다. 그러고는 검에 검강을 담아 독고혜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녀를 호위하며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있던 청진과 청명이 검을 뽑아 들며 그를 막아섰다.

“비켜라! 애송이 새끼들!”

“너나 꺼져! 빌어먹을 자식아!”

상관명은 상당한 고수다. 검 끝에 맺힌 푸른색 기운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청명과 청진은 두려움의 기색이라곤 전혀 없다.

세상에 못 벨 것이 없다는 검강을 막아서며 투지를 불사른다. 신마성에서의 수련을 통해 급속도로 성장을 한 그들은 더 이상 옛날의 그들이 아니었다.

까가강!

순식간에 몇 번의 공방이 오갔다.

청진과 청명은 손목을 타고 올라오는 반탄력에 크게 놀랐다. 청진이 다급하게 외쳤다.

“검으로 어찌해 볼 상대가 아니다. 환술로 상대하자!”

“알았어!”

청진의 말에 청명은 곧장 검을 도로 집어넣고는 적수공권으로 상관명을 상대하려 했다. 상관명이 코웃음을 치며 그대로 검을 뻗어 청명의 심장을 노렸다.

그때였다.

청명이 꺼지듯 사라졌다. 상관명의 검은 허공을 찌르는 데 그쳤다. 놀란 상관명이 황급히 검을 거두려고 할 때 어깨에서 묵직한 통증이 일어났다.

퍽!

“웃!”

뒤로 물러서는 상관명의 앞에 청진과 청명이 다시 나타났다. 상관명의 미간에 힘줄이 돋아났다.

“사술을 부리다니!”

“사술이라고? 흥! 꼭 덜떨어진 놈들이 저런 개소리를 하더라니까.”

“생긴 것부터가 덜떨어지게 생겼잖아.”

청명과 청진은 한껏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속내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상관명은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사실 그의 어깨를 한 대 칠 수 있었던 것도 상관명이 방심을 한 덕분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선공은 자제하고 주모님을 보호하는 데 주력하자.]

[알았다!]

진천에게 배운 환술은 넓은 공간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객잔은 너무 좁았고 탁자들로 인해 움직임에 제약이 따랐다.

한편, 독고혜는 싸움에 뛰어들지 않고 주변을 날카롭게 살폈다.

‘이들이 전부가 아니야. 뒤쪽에 다른 자들이 있어.’

그랬다.

그녀는 싸움이 시작되면서부터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살을 벨 듯 날카로운 기운이 자신의 육신을 찌르듯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적개심을 드러내었던 상관명은 결코 아니었다. 그것 때문에 그녀는 검을 손에 쥐고서도 싸움에 뛰어들지 않고 있었다.

영호수란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나를 노리는 기운이야. 그렇지 않다면 두 분이 그 기운을 느끼지 못할 리 없어. 특정 대상에게만 살기를 드러낼 수준이라면 초절정을 넘어선 살수가 틀림없어.’

독고혜는 냉철함을 유지하려 애를 썼다.

그녀는 흑야를 떠올렸다. 이쪽 방면에서는 그가 당대 최강이다.

‘흑야 님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까?’

그녀는 입장을 바꾸어 모든 상황을 추측하고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주변을 빠르게 살펴보았다. 왕전과 북궁천소를 상대로 맹렬히 싸우는 자들 말고는 특이한 동향은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다.

‘위험해, 그들은 지금 저 속에 섞여 있어!’

독고혜는 오감을 자극하는 자들이 고작 일류 정도로 보이는 자들 속에서 힘을 감춘 채 움직이고 있다고 확신했다.

[조심하세요!]

그녀는 왕전과 북궁천소에게 경고성을 날렸다.

퍽!

“크악!”

왕전이 두 명의 허리를 잘라 내고는 독고혜의 곁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입니까?”

“힘을 감춘 자들이 저들 중에 숨어 있어요. 아무래도 고도의 살업을 받은 살수들인 것 같아요.”

흠칫!

왕전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는 북궁천소에게 급히 전음을 날렸다.

[밖으로 나가야겠다!]

* * *

독고혜와 일행들이 객잔 밖으로 나서면서 전장은 저잣거리로 바뀌었다.

왕전과 북궁천소의 가공할 무력에도 상대는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끊임없이 달려들었다.

널브러진 주검이 수십 구를 넘어가면서 저잣거리는 핏물로 흥건히 젖어 버렸다. 이쯤 되면 벌써 관군이 오고도 남았을 테지만 어디에도 관의 병사들은 보이지가 않았다.

누구보다 상관명이 초조했다.

시간은 벌써 일각이 지나갔다. 그러나 중독의 기미를 보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지금쯤이면 피를 토하고 죽었어야 하는데…….’

그는 당가에서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무형지독만을 믿고 이 일을 꾸몄다.

그것이라면 충분히 시장 길을 나선 검후를 죽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오늘을 위해 며칠 동안 그녀가 다니는 길목을 철저히 조사했으며 꼭 이 객잔에 들러 식사를 한다는 것까지 알아낸 다음, 돈을 주고 객잔을 구입하고 모든 점원을 모조리 자신의 수하들로 교체한 것이 며칠 전이었다.

주방의 숙수부터 점원, 그리고 손님으로 가장한 자들까지 모두가 자신의 문도들이다.

설사 오왕의 하나라도 빠져나가기 힘들 거라 확신한 죽음의 결계를 펼치고 있었건만 상황은 전혀 예상 밖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빨리 죽이고 떠나지 않으면 멸문지화를 면치 못한다.’

신마성에 있을 무지막지한 존재들에게 이 소식이 들어가기 전에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재빨리 지하로 숨어야 한다. 변장을 했으니 자신들이 대정문에서 왔음을 알아낼 방도는 없다.

하나 누구 하나 사로잡히면 문제는 달라진다. 만에 하나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불어 버리면 그날로 대정문은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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