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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164화 (162/425)

# 164

<귀환무사 164화>

그들에게 죽어 간 정승 관료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물론 황제에게 걸림돌이 된 자들이 대부분이다.

잔뜩 긴장했던 군병들은 동창임을 확인하고는 다소 표정을 풀었다.

사건은 동창의 인물들이 악연과 함께 사령 군막으로 들어간 바로 그 시점에 터졌다.

“적이다!”

담대소천이 나지막이 소리쳤다.

내공을 담은 목소리는 모든 군사들의 귓속을 똑똑히 파고들었다.

일순 군병들은 훈련받은 대로 진을 형성하며 움직였다.

동쪽 하늘을 시커멓게 덮으며 날아드는 일단의 무리들! 지켜보던 화산의 제자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경공만으로 본다면 결코 자신들의 아래가 아니었다.

“크악!”

보병들이 경계하던 곳에서 비명이 울렸다.

“적이다!”

“암습이다!”

곳곳에서 고함이 터졌다. 최초 비명이 터진 곳의 군병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하늘에 조명탄이 터지면 사방에 은신했던 궁수들이 어둠 속의 무리들을 향해 화살 세례를 퍼부었다.

따다다당!

무림인이 아닌 일반 군병들의 상식으로는 사람은 화살을 맞으면 죽어야 한다.

그러나 어둠 속의 인물들은 단 하나도 쓰러지지 않았다. 믿지 못할 광경에 군병들은 눈을 부릅떴다. 그때 허공을 가르며 적들을 향해 날아드는 자들이 있었다.

들어갔던 동창의 고수들이었다. 밤하늘을 가르는 야조와도 같은 신법으로 적들의 가운데로 떨어진 그들은 불꽃을 튀기며 싸움을 시작했다.

“놈들의 퇴각로를 차단하고 나서지 마라!”

여자도 남자도 아닌 묘한 목소리가 울렸다.

“형님! 구경만 하실 셈입니까?”

“좀 더 지켜보자.”

“저 요상한 놈들이 설마 저놈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겠지요?”

“네 생각보다 강한 자들이다. 하니 서두르지 마라. 우린 놈들을 잡는 것보다 놈들의 정체를 알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

그들이 속했던 기마부대가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갔다. 적들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함인 듯 보였다.

담대소천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막아선다고 어찌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거늘.’

몇 명만 뛰어들어도 저들은 전멸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싸워 볼까?”

“좋지요!”

“한 놈 정도는 살려 둬. 그리고 진천, 너는 저 뒤쪽에 매복하고 있다가 새롭게 나타나는 놈들을 처치해.”

“예?”

“저놈들은 고작 스물이다. 저 인원으로 화약을 운반할 수는 없지. 뒤이어 다른 놈들이 올 게 분명하다.”

진천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스르릉!

화산의 제자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갑주를 걸치고 수많은 군병들과 섞여 있으니 그들은 마치 나라의 장군이 된 양 괜스럽게 우쭐해졌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씩 웃은 그들은 담대소천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 * *

적의 숫자는 고작 스물에 불과했다.

그들은 동창의 고수들을 상대하며 여유를 보였다. 이미 몇은 무기고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모두가 경공술을 익힌 무림의 고수들. 당연히 일천에 이르는 군병들도 그들에겐 그저 허수아비일 뿐이었다.

“흐흐! 꽤 준비를 하고는 있었다만 고작 동창의 요물들로는 어쩔 수 없지.”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이를 드러내며 사악하게 웃었다. 그가 다시 전장을 돌아봤다.

호리호리한 몸매를 지닌 동창의 고수들이 빠른 몸놀림으로 분전하고는 있었지만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감히 황상의 물건에 손을 대다니! 구족 참화를 당해도 시원찮을 놈들이로다! 이백만 황군이 두렵지도 않더냐!”

역시 황제의 총애를 받는 동창다웠다.

상대적으로 열세임을 알면서도 용맹하게 싸우면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그러나 힘의 우열은 정신력만으로 극복할 수는 없는 것, 적들의 움직임이 점점 파괴적으로 변해가지 그들도 눈에 띄게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멈춰라!”

웅혼한 음성이 빗줄기를 뚫고 울렸다.

놀랍게도 싸움이 중단되었다. 적의 우두머리가 놀란 눈으로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군부에서 목소리 하나로 자신들의 손발을 묶을 자가 있다는 것에 대한 불신이 역력한 눈빛이다.

어둠 속에서 빛줄기를 뚫고 서서히 시커먼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삼 인의 장수들이 그의 좌우를 호위하며 함께 걸어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집중되었다.

한숨 돌린 동창의 고수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담대소천이 걸음을 멈췄다. 그와 적의 우두머리가 허공에서 시선을 마주쳤다.

은빛 갑주에 흉갑을 두른 담대소천은 전형적인 장수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무림인들은 어지간해서는 사용하지 않는 청룡언월도를 들고 있었으니 적의 우두머리가 입가에 조소를 머금는다.

그는 담대소천을 몰라봤다. 만약 무림인들의 전장이라면 당연히 알아봤겠지만 이곳은 군부였다. 당연히 청룡언월도를 든 장수 정도로만 여길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 하나만큼은 인정해 주마. 뭣들 하느냐! 서둘러라!”

명령이 떨어지자 잠시 손을 놓았던 자들이 군병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동시에 화산의 제자들이 군병들을 향하는 자들에게 검강을 퍼부으며 날아들었다.

[묵련의 개들이군!]

담대소천의 전음성에 적의 우두머리가 흠칫했다. 그것을 놓칠 담대소천이 아니다.

반응을 보려고 던졌던 말인데 제대로 반응을 해 주었다.

담대소천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린다. 기색을 고친 우두머리가 거칠게 물어 온다.

“무슨 개소리냐!”

“후후! 어쩌지? 이미 네 눈이 그것을 증명해 주었거든. 네놈만큼은 살려 주마. 물어볼 것이 많아서 말이야.”

“이런 미친 새끼…….”

콰르릉!

천둥번개가 밤하늘을 번뜩였다. 담대소천의 청룡언월도가 느릿하게 앞으로 이동했다.

어지간해서는 살생을 금하는 그였지만 눈앞의 놈들은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인연을 끊었다지만 그래도 자신이 거느렸던 군병들 수천이 놈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의 육신이 폭풍처럼 적들을 향해 날아가며 번개를 연상시키는 도강을 뿜어냈다.

번쩍!

짜자작!

묵련의 무리들은 담대소천의 상대가 못 되었다.

아니 화산 제자들에게도 현저하게 밀리는 수준이었다.

군병만을 생각하고 왔던 그들이기에 고수들은 보내지 않고 근력과 경공이 뛰어난 자들만 주로 온 것이다.

물론 이 정도의 전력으로도 그동안 엄청난 양의 화약을 강탈한 그들이다.

퍽!

“끄아!”

담대소천을 상대하던 자의 오른팔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동시에 그의 가슴에 언월도의 손잡이가 작렬했다. 가슴이 함몰되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날아가 고꾸라졌다.

“악연! 놈을 제압하라!”

담대소천은 악연에게 그자의 신병을 부탁한 후, 화산의 제자들과 접전을 벌이는 적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때 무기고의 뒤쪽 야산에서 섬광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놀란 군병들이 그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미친 새끼들! 감히 국가의 재산을 강탈하다니! 그러다가 무림 전체가 깡그리 날아갈 수도 있음을 왜 모르는 거야!”

진천의 육신이 이곳저곳을 누비며 강력한 장력을 뿜어냈다.

숫자를 믿고 달려들던 적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딜 도망가!”

도주하던 자의 등에 진천의 장력이 작렬했다.

지난번의 앙금이 남아 있던 진천은 평소의 그와는 다르게 잔혹한 살수를 거침없이 퍼부어 댔다. 꽤 많아 보이는 자들이 그 하나를 당해 내지 못하고 피를 뿌리며 쓰러져 갔다.

그들은 선발대가 군진을 쓸어버리면 그저 화약통을 운반하려고 왔던 자들이기에 그다지 강한 자들이 아니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진천은 살수를 펼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으…… 살인귀다!”

“도, 도망가자!”

번쩍이는 장력을 뿜어내며 도살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던 진천이 그들에겐 죽음의 저승사자처럼 여겨졌을까?

모두가 검을 버리고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마침 그곳으로 온 기마병들이 도주하는 그들을 쫓다가 피를 뿌리며 떨어졌다.

제아무리 허름한 삼류라도 군병들이 당해 낼 수준은 아니다. 짧은 시간에 기마병 열 이상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진천의 입가에 차가움이 맺힌다.

“살려 두면 다른 사람이 죽겠지? 그래서 너희들은 모조리 죽어야 하는 거다!”

진천은 빗줄기를 뚫고서 도주하는 적들을 빠르게 쫓았다. 사정거리에 걸려드는 자들은 등 뒤라도 사정없이 후려쳤다.

퍼퍼퍽!

“크아악!”

그 잔혹한 참상에 전투 경험이 적은 일부 군병들이 손과 발이 얼어붙었다.

“뭣들 하느냐! 숨이 붙은 놈들을 찾아내어 포박하라!”

장수 하나가 고함을 지른다.

넋을 놓았던 기마병들이 그제야 말에서 뛰어내려 쓰러진 적들을 일일이 살피면서 조금이라도 숨이 붙어 있는 자들을 포박하기 시작했다.

우와!

우와아아!

군병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펄쩍 뛰었다.

묵련의 고수들은 하나를 남기고 모두 죽임을 당했다. 악연이 다가오며 한쪽 무릎을 꿇고 오른손을 가슴에 대었다.

“충!”

실로 오랜만에 해 보는 전투 현장에서의 군례였다.

악연의 뜨거운 기운이 담긴 눈동자가 담대소천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저놈을 군막으로 끌고 오도록!”

담대소천은 팔을 잘리고 혼절한 자를 가리켰다.

악연이 부장들에게 그자를 데려갈 것을 지시하고는 무기고의 뒤쪽을 응시했다.

기마병들이 상당수의 무리들을 제압해 끌고 오는 것이 보였다.

거의 대부분이 혼절한 듯 축 늘어져 있었는데, 몇 깨어 있던 자들이 부장들에게 개처럼 끌려가는 자를 보더니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적어도 그들에겐 생명의 동아줄인 우두머리였는데 그런 그가 팔이 잘린 처참한 모습으로 끌려가자 그나마 남아 있던 삶에 대한 희망이 완벽하게 사라진 것이다.

동창의 고수들이 담대소천과 악연의 옆으로 다가왔다.

“대단하군! 그대의 직위가 어떻게 되는가?”

귀를 거슬리는 요상한 음성으로 담대소천을 보며 물었다.

악연의 굵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말을 삼가시오! 그분은 북방을 관할하셨던 도독, 담대소천 장군이시오!”

“……담대 도독!”

“그렇소!”

도독은 명군의 군제에서 최상위층의 계급이며 정일품에 속한다. 그 누구라도 전장에서는 즉참할 수 있는 권한이 도독에겐 있었으니 제아무리 동창의 수뇌라도 허리를 꺾어야 한다.

그리고 전설처럼 떠도는 담대소천에 대한 소문을 그들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담대 도독!”

동창의 고수들이 일제히 허리를 꺾었다.

담대소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악연에게 시선을 주었다.

“먼저 들어가 있겠다. 너희들은 내 아우와 함께 오도록.”

“예! 장군!”

담대소천이 군막을 향해 걸어가자 늘어섰던 군사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길을 터 주었다.

동창의 고수들이 담대소천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설마 이곳에 그가 있을 줄은 그들도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평소 군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들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던 순간이었다.

“소문대로 엄청난 분이군. 관운장의 현신이라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어.”

동창의 인물들 중 하나가 중얼거린 말이었다.

다른 자들도 묵묵히 수긍하는 빛을 비쳤다.

한편, 군막에 들어선 담대소천은 의식을 잃고 축 늘어진 자의 혈도를 짚어 깨웠다.

통증에 인상을 쓴 자는 자신을 똑바로 내려다보는 담대소천을 보고는 대뜸 욕설을 퍼부었다.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면 함부로 꿈 깨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항상 그런 식으로 말들을 하더군.”

팍!

담대소천의 갑주에 묻었던 빗물이 수증기로 화해 날아갔다.

청룡언월도를 벽에 걸어 둔 그는 의자를 끌어다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자의 앞에 앉았다.

“군부에 네놈처럼 강한 놈은 없다! 정체를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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