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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156화 (154/425)

# 156

<귀환무사 156화>

따다다당!

둘의 호신강기에 막혀 버린 암기들이 불꽃이 튕기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더 달릴 수가 없었던 둘은 곧장 경공을 중단하고 땅을 밟으며 내려섰다.

“이번엔 제법 많은데?”

나타난 자들의 머릿수는 열 명이 넘어갔다. 이번에도 적포를 걸친 자들이었다. 다른 자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복면을 걸친 자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대단한 놈들이군. 여기까지 살아서 오다니…….”

“그깟 허수아비들을 쓸었다고 대단하다고 할 것까지야…… 그나저나 너희들은 좀 강할지 모르겠네.”

진천의 비아냥에 복면인의 눈동자가 섬뜩한 기운으로 번득였다.

“우리가 마지막이다. 우리를 뚫어 내면 네놈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우우웅!

검에서 공명이 일더니 시퍼런 검강이 쑥 튀어나왔다.

진천이 다시 비아냥거렸다.

“힘자랑을 좋아하는 놈이었군. 어디 얼마나 강한지 한번 붙어 보면 알겠지.”

말은 그랬지만 속내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대놓고 기운을 발산하자 지금까지의 적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느껴졌다. 사공진무도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빠르게 상대를 살펴보고 있었다.

복면인이 검을 들어 진천의 심장을 겨누며 외쳤다.

“쳐라!”

뒤쪽에 섰던 자들이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앞으로 나서며 둘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복면인의 말처럼 여기까지 살아서 왔다는 것을 대단하게 여기는지 그 행동이 신중하기 그지없었다.

[이번엔 진짜로 강한 놈들 같으니까 조심해라.]

[싸우다가 안 되면 그냥 튀자.]

[안 그래도 그 말을 하려고 했다.]

진천과 사공진무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한 사고를 지녔다는 점이다. 대개 고수들은 자존심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결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상대가 강하면 주저 않고 피하려 하는 유연함을 지닌 까닭이었다.

물론 어디까지 싸워 보고 난 다음의 유연함이다.

쾅!

“간다!”

선공은 역시 진천과 사공진무의 몫이었다.

둘의 파괴적인 공세가 한곳에 집중되어 떨어졌다. 상대가 예사롭지가 않아서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는데 놀랍게도 단 한 명의 머리조차 베지 못했다.

“환장하겠군. 이러다가 우리가 당할 수도 있겠는데.”

“이놈들이 마지막이라고 했으니 할 때까진 해 보는 거다.”

둘은 다시 자세를 고쳤다.

그때 적포인들이 공격을 감행했다. 사방에서 날카로운 기운들이 날아들자 둘은 마치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파파파팍!

둘이 섰던 곳에 강기가 떨어지면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치솟았다.

퍽!

피가 솟구치며 팔 하나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잘린 팔을 움켜쥐며 휘청거리던 자가 이번에는 목이 날아갔다.

“앞을 가로막다니!”

놀랍게도 목을 잘라 버린 인물은 수장으로 보이던 복면인이었다. 팔을 잘린 수하가 자신의 진로를 방해하자 거침없이 목을 쳐 낸 것이었다.

진천이 혀를 내둘렀다.

[뭐야 저거, 완전 미친 새끼잖아!]

[그러게. 저 정도면 최상급 미치광이다.]

사공진무가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시커먼 구슬 몇 개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순간 복면인을 비롯한 적들의 눈에 긴장감이 어렸다.

사공진무가 꺼내 든 것은 영락없는 포탄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강호에선 그것을 벽력탄이라 부른다.

제아무리 고수라도 지근거리에서 그것이 폭발하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고 해도 팔다리 하나쯤은 포기해야 한다.

“비열한 놈들. 벽력탄을 사용하다니…….”

“네놈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없지.”

사공진무가 손에 쥐었던 구슬을 힘껏 던졌다.

“피해라!”

복면인의 입에서 다급한 음성이 터지며 모두가 사방으로 몸을 날렸다. 그 순간 사공진무와 진천의 입가에 찬웃음이 걸렸다.

‘걸려들었어!’

펑!

구슬이 터지며 사방이 순식간에 자욱한 연기로 가득 덮였다. 뜻밖에도 사공진무가 던진 구슬은 벽력탄이 아니라 시야를 현혹하기 위해서 만든 연막탄이었다.

연기는 둘의 공격력을 한층 더 강력하게 만들어 주었다.

짙은 연기에다 둘의 주특기를 시전하자 그들을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방법이라고는 최대한 빨리 연기가 몰려 있는 곳을 벗어나는 것인데, 그들보다 사공진무와 진천이 더 빨랐다.

“크악!”

가장 좌측과 우측에 섰던 자들이 차례로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복면인이 다급히 외쳤다.

“모두! 한곳으로 뭉쳐라!”

흩어졌던 자들이 가운데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둘이 더 피를 뿌리며 고꾸라졌다. 연기가 걷히며 진천과 사공진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놈들이…….”

복면인의 두 눈이 혈광으로 번뜩였다.

그가 갑자기 손을 머리로 가져갔다. 그러더니 복면을 벗었다. 소림의 승려와도 같은 용모가 드러나자 진천의 눈이 동그래졌다.

“뭘 하려는 거지?”

“마공이라도 쓸 작정인가?”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적포인들의 전신에서 시뻘건 연기가 무럭무럭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수장으로 보이는 자의 그것은 훨씬 더 강렬한 핏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가 싸늘히 말했다.

“놀랍도록 강한 놈들이군. 해서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어쩌려고?”

“훗날 천하를 정복할 때 사용하려고 했다만 어쩔 수 없이 네놈들을 때려잡는 데 먼저 쓸 수밖에.”

목소리마저 섬뜩하게 변해 갔다.

지독한 마기가 주변을 넘실거리며 피어오르자 진천과 사공진무도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익힌 마공이 어디 보통 마공인가. 과거 천하를 피바다로 몰고 갔던 광승 무요의 마공이 아닌가.

“쳐라!”

적포인들이 다시 공격을 가해 왔다.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와 파괴력에 진천과 사공진무는 혀를 내둘렀다. 특히 수장으로 보이는 자는 일대일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해져 있었다.

콰과광!

콰지직!

진천과 사공진무는 물러서지 않고 맹렬히 맞서 싸웠다. 하지만 그것도 두 식경 이상을 가지 못했다.

“튀자!”

“알았다!”

결국 둘은 허초로 적들의 시야를 어지럽힌 뒤에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았다. 그 뒤를 적포인들이 맹렬히 뒤쫓기 시작했다.

제3장 자금난 해결

“환장하겠네.”

뒤를 돌아보던 사공진무가 혀를 내둘렀다.

쫓아오는 적포인들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이대로 가다가는 금방 따라잡힐 것만 같았다.

사공진무가 품속에서 구슬을 꺼냈다.

“그건 진짜지?”

“진짜다. 연막탄으로 속아 주길 바랄 수밖에.”

“빨리 던져라.”

사공진무가 구슬을 쫓아오는 적포인들을 향해 던졌다. 사공진무의 바람대로 적포인들은 조금 전과 같이 연막탄인 줄 알고 피하기는커녕 되레 검으로 후려치는 것이 아닌가.

콰콰쾅!

“크아악!”

“으아악!”

벽력탄을 코앞에서 맞으면 천하고수도 걸레짝처럼 날아간다. 하물며 검으로 후려치기까지 했으니 그 결과는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사공진무가 활짝 웃었다.

“크크크! 하여간에 저런 놈들은 대갈통이 불량품이라니까!”

“더 없냐.”

“없다.”

“젠장! 뛰자!”

둘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벽력탄으로 인해 살아남은 적포인들은 고작 두 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진천과 사공진무는 도주를 선택했다.

이미 내공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뒤를 돌아본 진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괴물 같은 새끼!”

적포인들이 지척에까지 다다라 있었다.

“저쪽으로!”

둘은 방향을 틀어 숲으로 뛰어들었다. 우거진 숲 때문에 경공을 펼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여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렇게 다시 두 식경 정도를 달렸지만 상대는 여전히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젠장! 힘이 부치는데…….”

“참아 봐!”

“내공이 부족하니 진을 펼칠 수도 없고, 이거 큰일 났네.”

내공이 급격하게 소모되자 둘의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그러나 추격해 오는 자의 속도는 전혀 줄어들 기미가 없어 보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잡히기란 시간문제였다.

그때였다.

“누가 온다!”

대여섯 명에 달하는 자들이 마주 달려오고 있었다. 옷차림을 본 사공진무의 낯이 일그러졌다.

“녹림이잖아!”

“젠장맞을!”

난감한 상황이었다. 평소라면 저깟 녹림도들쯤은 수백 명이 있어도 두려울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천하고수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녹림도들이 둘을 지나쳐 곧장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그 방향이 공교롭게도 자신들을 추격해 오던 자의 정면이었는데, 적포인들은 난데없이 녹림도들이 자신의 진로를 방해하자 무지막지한 공격을 퍼부었다.

퍽! 퍽!

“크악!”

녹림도 하나가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다른 자들이 놀라 피하려고 했지만 무게중심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적포인들의 앞을 막아서는 꼴이 되었다.

“비켜라!”

퍼퍼퍽!

“크아악!”

또다시 녹림도들이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적포인이 다시 전방을 쳐다보았을 때에는 이미 진천과 사공진무는 사라지고 보이지가 않았다.

“빌어먹을 새끼들!”

쾅!

발을 구르자 죽은 시신에서 피와 살이 튀었다.

“더는 곤란합니다. 이제 곧 마공의 힘이 사라지게 됩니다.”

수하의 말에 적포인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진천과 사공진무가 사라져 간 숲을 노려보더니 바닥을 차고 올랐다.

“쫓아간다!”

“위험합니다!”

“어차피 놈들을 죽이지 못하고 돌아가면 죽은 목숨이다!”

둘은 다시 숲 속으로 뛰어들었다.

* * *

“어! 저분들은…….”

진청이 놀란 표정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전방에서 진천과 사공진무가 달려오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나서려던 진호의 표정이 슬쩍 변했다.

“쫓기고 계신가?”

“표정을 보니 그런 것 같은데요.”

“에이 설마요. 저분들이 어떤 분들인데…….”

셋이 각자 말을 늘어놓을 때, 진천과 사공진무가 가까운 곳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대뜸 하는 말이 이거였다.

“야! 튀어!”

“……예?”

“냉큼 튀라고!”

둘은 멈추지 않고서 곧장 셋을 지나쳐 달렸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 화산의 제자들도 엉겁결에 둘을 따랐다.

평소였으면 도저히 따라붙지 못할 거리를 셋은 순식간에 따라붙자 둘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호흡이 거칠어진 것이 확연히 전해졌다.

진호가 옆을 따라붙으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대답하기도 힘들다! 잔말 말고 튀기나 해!”

“……!”

머쓱한 표정이 되어 버린 진호가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쫓아오는 사람이라곤 하나 없자 다시 진천을 돌아보려고 할 즈음 사공진무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벌써 따라붙었네!”

진호와 진청 등이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숲을 가르며 날아드는 적포인들이 그제야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속도가 가히 장난이 아니었다.

“엄청난 경공술이다.”

“싸워 볼 만하겠는데…….”

“닥치고 뛰기나 해라!”

화산의 제자들은 다시 진청과 사공진무를 쫓아 경공을 펼쳤다.

* * *

신마성의 가장 높은 층에 지붕 없이 커다란 탁자를 놓은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에 모두가 모여 있었다.

독고혜와 영호수란은 과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쟁반에 놓았다.

남궁소미도 그 자리에 함께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뜨거운 물에 찻잎을 넣어 찻물을 우려 내는 중이었다. 당대 천하를 주름잡는 거물들과 함께하고 있어서인지 남궁소미의 얼굴이 조금은 상기되어 있었다.

그런 그녀를 영호수란이 힐끗거렸다. 그 눈빛이 결코 좋지가 않았다.

그런 영호수란을 독고혜가 가끔 웃으며 쳐다본다. 그녀만큼 영호수란의 속내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도 그녀가 왜 그런 시선을 주는지 그녀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비록 언제 다시 혈풍이 불어닥칠지는 모르지만 당장은 평화로울 뿐이었다.

“진무 님께서 빨리 오셔야 할 텐데, 걱정이군요.”

독고혜가 과일을 썰어 놓으며 조금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자 북궁천소가 짐짓 호탕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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