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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103화 (101/425)

# 103

<귀환무사 103화>

* * *

진유가 날아드는 붉은색 비둘기를 보며 눈빛을 발했다.

“다른 부대가 적의 공격을 받았나 봅니다.”

적의 습격 시, 날리기로 약속된 붉은색 전서구였다. 날아온 방향을 짐작한 진유가 재빨리 혁련천후에게 달려갔다.

“적용 장로께서 이끄는 부대 쪽입니다!”

“거리는?”

“경공을 펼치면 반 시진이면 가능한 거리입니다.”

자신들이 이동하던 방향의 동쪽이었다.

혁련천후가 몸을 우측으로 틀었다. 자신들이 그들과 가장 가까웠다.

당초 약속된 것이니 가서 도와야 했다.

“저희들이 먼저 가겠습니다. 주공께서는 아이들과 천천히 오십시오!”

왕전을 비롯한 넷이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화산의 제자들과 흑영대원들도 일제히 경공을 펼쳐 그들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졸지에 셋만이 그곳에 남겨졌다.

경공을 펼치려던 영호수란이 뒤를 돌아봤다.

“걸어갈 생각이세요?”

예전의 발랄함을 어느 정도 회복한 그녀는 따지듯 말했다.

독고혜가 혁련천후의 팔을 잡아끌며 속삭였다.

“얼른 가요.”

쾅!

혁련천후와 독고혜의 육신이 쏘아진 화살처럼 동쪽으로 내달렸다.

먼지를 뒤집어쓴 영호수란의 얼굴이 삽시간에 구겨졌다.

“악! 퉤! 퉤!”

입을 벌리고 있다가 흙먼지를 고스란히 들이마신 그녀는 둘의 노려보며 재빨리 뒤를 쫓기 시작했다.

제2장 난전(亂戰)의 연속

적용세의 예상보다 적들은 더 강했다.

자신과 담대소천 들이 모두 투입되고 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지금껏 아군의 사망자가 없다는 것이다. 우세를 점하지는 못했지만 용성의 고수들도 적용세와 담대소천, 다섯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뒤쪽에서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전투를 지켜보는 청년 고수들이 점점 의지를 불태워 갔다.

당초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몰아낸 모습들이었다.

“그냥 지켜봅시다. 자칫 잘못 뛰어들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소.”

백리추가 다른 청년들을 제지했다.

가장 강한 그가 그렇게 말하니 다른 청년 고수들은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을 들어야 했다.

황보수란과 남궁소미를 제외한 소녀들의 눈동자가 백리추를 향해 반짝거렸다.

그녀들의 노골적인 눈빛에 슬쩍 시선을 돌려 버린 백리추는 담대소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상당히 파괴적이고 날카로웠다.

‘놀라운 자들이군. 맹에 저런 고수들이 있었다니…….’

담대소천은 철저히 장막에 가려진 신비 고수들이다.

백리추가 그들을 몰라보는 것은 당연했다.

두 가지 상반된 기운을 동시에 지니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담대소천 들은 자유자재로 두 기운을 쏟아 내며 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크윽!”

용성의 고수 하나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싸움이 시작된 이후, 발생한 최초의 사망자였다.

분노한 우두머리가 적용세를 넘어 담대소천을 덮쳤다. 그러나 적용세가 그것을 두고 볼 리 없었다.

“어딜!”

몸을 회전하여 적의 방위를 막아선 적용세는 검을 횡으로 그어 강력한 강기를 날렸다.

벼락같은 그 기운에 달려들던 자가 황급히 좌측으로 몸을 빼며 공세를 벗어났다.

“흐흐! 이거 의외로 거물을 만났군. 천하의 적용세를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말과는 달리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중원 정벌을 계획한 그들은 주요 인사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머릿속에 담고 있었다.

비록 얼굴을 몰랐지만 그들의 무공과 관련된 특성을 상세하게 숙지하고 있었으니 적용세의 독문무공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때였다.

용성 고수들 사이에서 불꽃이 생겨나며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한참을 올라간 그것은 화려한 폭발을 일으키며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적용세의 얼굴이 굳어졌다.

한눈에 그것이 지원을 요구하는 신호탄임을 알 수 있었다.

아군이 오기 전에 적들이 먼저 온다면 그야말로 크나큰 위기에 처하게 된다.

“힘을 내자! 놈들이 지원군을 보내기 전에 최대한 숫자를 줄여 놓아야 한다!”

“크크! 네놈들의 간격이 반 시진 거리임을 알고 있다. 어쩔까? 본성은 그보다 배 이상은 빨리 도착할 것 같은데…….”

적용세의 미간에 힘줄이 돋아났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큰일이었다. 자신들이야 어찌어찌 해서 살아 돌아갈 능력은 되었지만 청년 고수들이 문제였다.

보강되는 상대의 전력 고하에 따라서 최악의 경우, 순우진처럼 몰살을 당할 수도 있다.

‘전력을 쏟아붓는다!’

적용세의 전신에 가공할 만한 기운이 어리기 시작했다. 십이 성 극성으로 내공을 끌어 올린 그는 검강으로 두른 검을 가슴 근처로 끌어 올리며 호흡을 조절했다. 지켜보던 용성 고수들의 얼굴에도 은은한 긴장감이 어렸다.

[동시에 덮친다!]

[예! 장로님!]

적용세의 전음을 들은 담대소천 들이 벼락같이 적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파괴적인 기운들이 주변을 순간 진공 상태로 몰아갔다.

콰지지직!

다섯에게서 쏟아진 강력한 기운들이 그대로 용성 고수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폭발하며 파생된 후폭풍이 숲을 초토화시키며 몰아쳤다.

“크윽!”

그 강력함에 용성 고수들 셋이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그러나 놀란 쪽은 오히려 적용세를 비롯한 담대소천 들이었다.

극성의 내공을 펼쳤건만 고작 셋이 죽었을 뿐이다. 기습에 가까운 공격이었기에 보다 많은 결과를 예상했던 적용세는 내심 암울해졌다.

‘아이들이 위험해!’

대책이 시급했다.

적의 지원군이 오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든가 아니면 눈앞의 적들을 죽여야 했다.

그러나 후자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적용세는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기감에 걸려 드는 자들은 없었다.

[놈들에게 공격을 퍼붓고 이곳을 빠져나간다!]

[그게 어렵겠습니다!]

뜻밖의 대답이 적용세의 귓속으로 흘러들었다.

적용세가 황급히 담대소천 들을 돌아보았다.

적들과 손을 섞고 있던 담대소천 들의 뒤쪽에서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자들이 있었다.

‘분명 기감에 걸려들지 않았었는데…….’

기감에 걸려들지 않은 자들이라면 보나 마나 고수다.

그것도 지금껏 싸웠던 자들보다 더한 고수가 틀림없었다.

새로운 용성의 고수들이 합류하자 담대소천 들과 적용세는 전장에서 몸을 빼내 뒤로 물러섰다.

백리추를 비롯한 젊은 고수들이 그들의 뒤쪽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사태의 심각함을 느낀 그들은 비장한 각오를 담고서 용성의 고수들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잔뜩 긴장한 다른 청년들과는 달리 오직 백리추만이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지원신호가 왔기에 얼마나 대단한 놈들인지 궁금했었는데, 정도맹의 늙은 호랑이 적용세가 있었군. 이거 오늘 제대로 한 건 잡았는데…… 흐흐!”

새롭게 나타난 자를 향해 모두가 허리를 숙였다.

얼굴에 별십자 문신을 하고 있는 그는 마흔 정도로 보였는데 어깨에 상당히 넓은 대도를 두르고 있었다.

적용세는 할 말을 잃었다.

느껴지는 기세만으로 눈앞의 인물은 자신과 비슷한 정도로 보였다.

게다가 그와 함께 나타난 자들 역시 지금껏 자신들이 싸웠던 자들보다 고수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이 나타나자 일제히 허리를 꺾는 자들의 태도로 보아 확실했다.

‘아뿔싸! 진즉에 빠져나갔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에 적용세의 낯빛은 그 어느 때보다 굳어졌다.

‘지원이 늦으면 이곳에서 뼈를 묻을 수도 있겠구나.’

자신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고 있는 부대는 화산이었다.

당연히 전서는 그들에게로 날아갔을 것이고 그들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도착한다고 해도 몇 각이 더 흘러야만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온다고 해도 과연 눈앞의 적을 상대할 수 있을지, 그게 의문이었다.

“흐흐! 지원군을 기다리나 본데, 소용없다. 이미 다른 곳도 여기와 다를 바가 없을 테니까.”

그때 누군가 다가와 적의 수장에게 말했다.

“화산을 치러 갔던 조가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오고 있겠지. 가장 약했던 화산을 치러 갔으니 별일이야 있겠느냐?”

“신호탄을 보았다면 벌써 도착하고도 남았어야 합니다만…….”

“그쪽은 부상막의 인자들이 둘이나 가지 않았느냐? 분명 놈들을 쓸어버리고 지금쯤 부리나케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여유가 넘쳤다.

눈앞에 적을 두고서도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정도맹의 고수들은 분함을 느끼기보다는 조금의 시간이라도 벌 수 있음에 안도했다.

그만큼 상황은 용성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적의 수장은 다시 정도맹의 무사들을 쓸어 보았다. 그러다가 돌연 탐욕스럽게 웃었다.

“크흐흐! 죽여주는 계집들이군. 호랑이를 잡고 여우까지 얻는다? 이거 오늘 노부가 횡재를 하는구나.”

남궁소미와 황보수란의 얼굴이 분노로 붉어졌다.

“저 계집들은 살려두고 모조리 쓸어버려라!”

명령이 떨어지자 용성의 고수들이 정도맹의 고수들을 향해 날아올랐다.

“이놈!”

한 줄기 창노성과 함께 적용세가 움직였다.

그는 적의 수장을 향해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달려들었다.

자신이 그를 묶어 놓아야 했다.

그래야 담대소천과 청년 고수들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어 볼 수 있었다.

물론 아주 희박한 기대였다.

역시 새롭게 나타난 자들은 강했다. 혼자서 셋을 당하던 담대소천 개개인들이 둘을 맞아 치열한 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는데, 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손이 남아돈 용성의 고수들은 뒤쪽의 청년 고수들과 소녀들을 덮쳤다.

“맞서 싸우자!”

“개자식들! 우리를 졸로 봤다 이거지!”

어려서부터 이런 상황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받아 왔던 청년 고수들은 검을 뽑아 들고 그들과 맞섰다.

비록 젊은 나이였지만 하나같이 명문의 자제들이라 그 기세가 대단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못가 현저히 밀리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청년들도 속출했다.

꽝!

백리추의 강력한 공세가 날아들던 적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유일하게 용성의 고수들과 대등한 접전을 벌이는 이가 백리추였다.

“뒈져라!”

“크악!”

허공에서 균형을 잃은 용성의 고수는 뒤에서 날아든 검에 팔 하나를 내주어야 했다.

백리추의 동생 백리관이 피를 뿌리며 뒤로 물러서기 바쁜 용성의 고수를 쫓아 검을 뻗었다.

팔을 잃은 고통에 집중력이 흐려졌던 용성의 고수는 심장을 관통당해 그 자리에서 목숨이 끊어졌다.

“관! 뒤를 조심해!”

쾅!

백리추의 다급한 목소리에 백리관은 돌아볼 겨를도 없이 몸을 굴렸다.

바닥을 구르는 것은 무사들이 가장 수치로 여기는 부분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러한 수치심조차 무시해 버릴 만큼 지독했다.

자신이 섰던 자리에 깊은 웅덩이가 파인 것을 본 백리관이 식은땀을 흘렸다.

“쥐새끼 같은 놈들! 모조리 두 조각으로 썰어 주마!”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용성의 고수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뒤로 물러서세요!”

청아한 목소리가 백리추 형제의 뒤쪽에서 들려왔다. 남궁소미였다.

그녀는 재빨리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들고 손을 펼쳤다.

퍽!

뭔가 터지는 소리가 울리며 순간 달려들던 용성의 고수들이 방향을 잃고 휘청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백리추가 재빨리 하나의 목을 잘랐다.

돌연한 상황에 용성의 고수들이 순간적으로 주춤하는 기색들을 보였다.

[기회는 몇 번밖에 없어요. 최대한 상황을 이용해 적의 숫자를 줄여야 합니다!]

[알겠소!]

남궁소미의 전음이 백리추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뜻밖의 도움이었다.

일방적으로 당할 것으로 여겼던 그들은 남궁소미의 신묘한 수법으로 잠시 위기를 벗어나 공세를 취할 수 있었다.

“요악한 계집! 목을 잘라 주마!”

“흥!”

남궁소미가 다시 허공으로 손을 펼쳤다.

한 번 당했던 용성의 고수들이 순간 움찔했다.

일정 경지에 접어든 고수들 간의 싸움에서 약간의 움찔거림은 생과 사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크윽!”

백리추의 빠른 손놀림이 가장 선두에 섰던 자의 허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황급히 몸을 틀어 피하고자 했던 용성의 고수는 허리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두 번의 성공으로 백리추는 자신감을 보였다.

“감히!”

묵직한 음성이 뒤쪽에서 들려오며 강력한 기운이 백리추의 전신을 쓸어버릴 듯 날아왔다.

백리추는 황급히 몸을 틀어 우측으로 미끄러지며 공세를 벗어나고자 했지만 완전히 피해 내지는 못했다. 어깨에서 통증이 생겨나며 피가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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