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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79화 (77/425)

# 79

<귀환무사 79화>

“철없는 동생을 보살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 그나저나 언제 돌아가실 작정이시오?”

“이 아이의 몸이 나으면 바로 출발할까 합니다.”

혁련천후가 모용단승을 응시했다.

“넌 우리와 함께한다.”

혁련천후의 말에 모용미의 안색이 급변했다.

“대협!”

모용세가의 무사들 역시 같은 표정이다.

모용단승은 고개를 숙였다.

“영광을 되찾으려면 단승이 지금보다는 훨씬 강해져야 가능하오. 당장의 이별에 대한 아픔 정도는 마땅히 감수하는 것이 모용세가를 위한 길이 아니겠소.”

“…….”

모용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모용단승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때였다.

혁련천후가 뒤에 서 있던 관산악을 응시했다. 관산악은 난데없이 그가 자신을 쳐다보자 멀뚱한 표정이 되었다.

“네가 당분간 모용세가에 가 있어야겠다.”

“……예?”

관산악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모용미도 마찬가지였다.

고개를 숙였던 모용단승도 놀란 얼굴로 혁련천후를 응시했다.

혁련천후가 말을 이었다.

“당가가 이번 일로 보복을 하려 들 것이다.”

비로소 모두는 혁련천후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관산악의 대답이 유달리 힘이 넘쳤다.

* * *

혁련천후와 일행들은 정도맹이 내려다보이는 백어산의 정상에서 잠시 이동을 중단했다.

그들은 지금 흑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흑야는 검후의 행방을 알아보라는 혁련천후의 지시를 받고 어디론가 떠난 상태였다.

당초 정도맹이 있을 거라 짐작했는데, 뜻밖에도 그녀를 봤다는 사람이 없었다.

당연히 갔을 거라 여겼던 의당에서도 그녀를 본 사람이 없었다. 독고혜를 처음 보았던 의당의 책임자조차도 고개를 저었다.

이유가 있었다.

나웅이 나백을 졸라 독고혜와 관련한 모든 사안을 비밀에 부쳐 달라고 부탁을 한 까닭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오직 나웅만이 알 뿐이었다.

해서 혁련천후는 흑야에게 정도맹에 들어와 있는 개방의 장로를 통해 정보를 알아내고자 했다.

그런 이유로 흑야는 개방의 장로를 협박(?)하러 떠난 것이었다.

“저기 옵니다.”

흑야가 바람처럼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짧은 시간에 흑야는 혁련천후의 앞에 내려섰다.

“소식은?”

“백어산 북쪽의 낙수 강변에서 행적이 끊겼습니다. 그런데 그게…….”

흑야가 말끝을 흐렸다.

혁련천후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왕전이 재촉하고 나선다.

“뭔데 그래?”

흑야가 말을 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뒤를 쫓던 개방의 제자들도 모조리 시신으로 발견이 되어 더 이상의 행적은 모른다고 했습니다.”

“……!”

혁련천후의 두 눈이 파랑을 일으켰다.

흑야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일전에 산악이 말했던 금옥장주라는 놈 말입니다. 놈이 최근에 들어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합니다.”

“계속해라.”

“검후님의 중독을 당한 시기와 비슷한 때에 놈의 측근이 당가의 인물들과 접촉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것과 무슨 상관이 있지?”

“금옥장주가 당가를 통해 독을 구해서 수작을 부린 것은 아닐지 의심이 됩니다.”

막연한 추측이었다.

독이야 굳이 당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구할 능력이 있는 곳이 금옥장이 아닌가.

그래도 현재로써는 바늘만 한 단서라도 조사를 해 봐야 했다.

“일단은 금옥장주라는 놈부터 족쳐 봐야겠습니다.”

“왕전의 말대로 하십시오, 주공.”

담대소천이 거들고 나섰다.

혁련천후는 잠시 말이 없었다.

금옥장은 자신의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집단이다. 그건 귀환을 할 때부터 머릿속에 그려 놓고 있었다.

하지만 고민을 할 건 없었다.

금옥장보다 사랑하는 이가 더 소중하니까.

“너희들은 일단 장원으로 돌아가라. 난 볼일을 본 다음 뒤따라가겠다.”

“놈을 죽이실 생각입니까?”

“영백의 죽음으로 놈은 더욱 깊숙이 숨어 버렸다. 현재로써는 찾을 방도가 없다.”

“하오시면…….”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 금옥장은 그곳을 다녀와서 함께 처리하도록 하겠다.”

그 말을 끝으로 혁련천후는 북쪽을 몸을 날려 사라졌다.

담대소천 등은 사라져가는 혁련천후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심이 매우 크실 거다. 하니 가급적 언급을 자제하되, 은밀하게 주모님의 행적을 조사해 보자.”

담대소천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헉헉! 으아! 숨차!”

청진이 숨을 헐떡이며 올라왔다.

“무슨 일이냐?”

“조윤이라는 분께서 사부님들을 빨리 모시고 오랍니다!”

“놈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사문으로 돌아가던 길에 만났는데 다들 맹을 떠나셨다고 하니까 노발대발 화를 내시던데요?”

“혼자 왔더냐?”

“엄청 무섭게 생기신 분도 함께 계셨습니다.”

“요렇게 생긴 놈이지?”

“예!”

셋의 육신이 그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걸 또 어떻게 내려가라고.”

털썩!

졸지에 혼자 남은 청진이 넋을 놓고 주저앉을 때, 왕전이 바람처럼 돌아와 청진을 데리고 사라졌다.

* * *

북궁천소와 조윤을 쫓아 움직이던 철무옥은 난데없이 화산파의 사람들이 나타나자 걸음을 멈추고 숲에 몸을 숨겼다.

‘화산파였나?’

철무옥은 북궁천소와 조윤 등이 별 거리낌 없이 화산파의 사람들과 어울리자 의구심을 가졌다.

그가 알기로 당대의 화산파에는 저런 고수가 없다. 돌연 철무옥의 얼굴이 아쉬움으로 물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싸우자고 할 것을…….’

사실 그는 북궁천소 등과 겨뤄 보고자 뒤를 쫓으며 기회를 엿보던 중이었다.

강자를 쫓아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은 그에게 일생의 낙이자 목표였다. 추살 전의 수하들을 돌려보내고 이들을 쫓은 것도 무당과의 싸움에서 보였던 그들의 움직임에 매료된 탓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서른 명에 가까운 화산파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기회가 확 줄어 버렸다고 봐야 했다.

그때 모두가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는 것이 보였다.

‘쉬어 가려나? 마침 잘됐군.’

철무옥은 술병을 꺼내 들었다.

마침 목이 컬컬하던 터였다. 뜨거운 화주의 기운이 배 속을 달구었다.

언제나 이 느낌이 좋았던 무옥은 병째 입으로 가져가 모조리 마셔 버렸다.

팍!

흙을 구워서 만든 술병이 먼지로 화해 바람에 날려갔다.

철무옥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

‘젠장!’

자리를 잡고 앉은 모양새를 보니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화산의 제자 하나가 술과 음식을 내놓는 것이 보였다. 저 정도의 양이면 꽤 오랫동안 술판을 벌이고도 남을 양이었다.

‘웃기는 놈들이군. 이동할 때도 저렇게 많은 양의 술과 음식을 달고 다니다니.’

내심 화산을 욕한 무옥은 눈을 감았다.

진청은 외곽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북궁천소와 조윤을 연신 훔쳐보았다.

둘은 왕전보다 분위기가 더 살벌했다.

특히 북궁천소는 마교의 교주에게나 어울릴 법한 극마(極魔)의 분위기마저 풍겼다.

그가 도왕 북궁천소임을 들었기에 망정이지 처음 보았더라면 마교의 마인으로 착각을 했을 것이다.

“천하의 오왕이 한자리에 모이다니. 이게 말이 되냐?”

진호의 말에 진명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받았다.

“하도 놀라서 이젠 그저 덤덤합니다.”

“저도요.”

진청이 거들고 나선다.

진호가 말을 이었다.

“천하가 이 사실을 알면 한바탕 난리가 나겠군.”

“죽음이죠.”

“작살이죠.”

진명과 진청이 나란히 웃는다.

진호도 웃었다.

북궁천소와 조윤이 술잔을 기울이며 화산의 제자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저 생소한 이 자리가 둘에게는 그저 불편할 뿐이었다.

조윤의 시선이 뒤쪽에 앉아 있는 모용단승을 향했다.

“저놈은 완전 주공의 판박이군.”

“눈빛이 제법 살아 있는 놈이야.”

마침 돌아보던 모용단승과 눈이 마주치자 씩 웃었다. 황급히 시선을 외면하는 모용단승을 보며 다시 씩 웃어 버린 그는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늦는군.”

“곧 오겠지. 그나저나 화산이 좋아졌군. 천하에서 가장 강한 후원자를 얻었으니…….”

“후후! 운이 좋았지. 자칫했으면 그 후원자에 의해 멸망의 길을 걸어갈 뻔했으니…….”

북궁천소는 팔베개를 하고 뒤로 몸을 눕히며 하늘을 응시했다.

“어쩌면 거대한 전쟁을 치를지도 몰라. 빙마 그 늙은이의 야망은 실로 엄청나거든. 세외의 여타 세력들과도 제법 끈이 닿아 있으니 조만간 야망의 발톱을 드러내겠지. 어쩌면 이미 시작했을 수도 있고.”

“빙궁이 꽤나 강해졌지?”

“사상 최강이라고 하더군. 일전에 싸웠던 그 덩치 큰 놈이 빙궁에서 서열 오십 위권이라면 말 다했지. 그리고 그들이 믿는 또 다른 전력이 있다.”

“또 다른 전력이라니?”

“서북쪽의 색목국에 제법 강한 종족이 살고 있다고 들었다. 놈들은 태어날 때부터 도검불침(刀劍不侵)의 강력한 신체를 타고 난다더군. 생각해 봐. 그런 신체에 상승무학을 접목시키면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조윤이 호기심 어린 빛으로 물었다.

“그들이 빙궁과 손을 잡기라도 했단 말이냐?”

“그 종족의 공주와 빙마의 장남이 혼인을 했다. 예물로 빙마가 금 오십만 냥을 보냈다는 것을 보면 제대로 공을 들인 셈이지.”

“대단하군.”

북궁천소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관절이 뚝 하는 소리가 들리자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세웠다.

“요즘 몸이 많이 굳었어. 대판 전쟁이라도 벌어졌으면 좋겠군. 그나저나 용성은 어때?”

북궁천소의 물음에 조윤의 미간에 슬쩍 주름이 잡혔다.

“빙궁과 막상막하로 보면 될 거다. 동영의 인자(忍者)들까지 합세했으니 어쩌면 더 골치 아픈 존재일 수도 있겠고.”

북궁천소가 이채를 발했다.

“인자들이 합세했다고? 그놈들이 뭘 얻어먹을 것이 있다고 이곳까지 왔단 말이냐?”

“놈들이 원하는 것을 주었다는군.”

“놈들이 원하는 것이라니?”

“여자들!”

북궁천소의 얼굴이 일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놈들이 원하는 것이 여자란 말이냐? 그리고 여자 때문에 용성과 동맹을 맺었다니, 확실히 섬나라 새끼들은 이상하단 말이지.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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